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39
439화 수습이 안 돼 (1)
(주)아르카디아의 총괄 사장 이미연.
전 세계에만 수백 개가 넘는 지사가 설치되어 있으며 수십억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대기업인 (주)아르카디아의 최고 경영자로서 그녀가 가진 힘은 막강했다.
-긴급 속보. 이미연 사장, 충격 발언 공개.
-현 정부에 대한 이미연 사장의 생각.
-충격! 세계적인 기업, 아르카디아의 최고 경영자가 사용하는 화장품 브랜드는?
그녀가 하는 말 한마디가 세계 주식시장과 금융가를 뒤흔들었고, 무엇을 입고, 먹고, 사용하든 그 순간 유행이 되어 버리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의 소유자. 심지어 권력의 정점이라는 대통령조차도 함부로 어쩌지 못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 그녀였지만, 그 힘은 오로지 현실로 한정되어 있었다.
“하아…….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니? 민수야.”
갑작스럽게 뒤틀려 버린 통합 대륙. 아르카디아의 네 번째 시나리오 제2차 성마대전.
패닉에 빠진 다른 직원들과 같이 시나리오의 상황을 단 한 순간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지켜보던 그녀는 지금의 상황에 매우 곤란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런 이미연 사장과 다르게 너무나도 평온하고 태연한 표정의 민수는 능청스럽게 그녀의 가시 돋친 질책을 받아넘겼다.
“뭐…… 저나 잭이나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어요. 자기 마음대로 시나리오의 서사를 완전히 틀어 버리는데 어쩌겠어요?”
성마대전의 기본 흐름을 완전히 역행하는 완전히 새로운 전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결말을 단신으로 도출해 버린 이상, 민수나 잭에게는 그 어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계와 천계라니? 아르카디아를 벗어난 다른 영역은 애초에 유저들에게 개방할 생각조차 없던 지역 아니야?”
마계와 천계. 그리고 정령계와 환계까지.
아르카디아를 벗어난 그 이외의 공간은 애초에 유저들에게 접근을 허용할 생각조차 없었기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두 차원은 이미연 사장으로서도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뭐…… 그렇긴 한데,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죠. 안 그래도 잭이랑 엘리스가 코피 터지게 여러 가지 콘텐츠들도 만들고 게임 시스템에 알맞게 이것저것 수정 작업 중이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그래도 그렇지……. 이걸 또 어떻게 수습하라고…….”
이미 하늘에 거대하게 열려 버린 헤븐즈 도어와 대륙 곳곳에 열려 버린 헬 게이트.
아직 정확하게 공개된 것은 없었지만, 시나리오가 종료되었음에도 이 문들이 닫히지 않는 것을 보며 유저들은 이것들을 통해서 천계와 마계로 건너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추론해 내며 이미 흥분에 잔뜩 들뜬 상태였다.
-천계와 마계라니. 진짜 미쳤다.
-이 게임은 도대체 콘텐츠가 얼마나 방대한 거냐?
-갓겜은 갓겜이네. 늘 새로워.
-천사랑 악마도 이제 선택할 수 있는 건가?
-하악하악! 날개! 날개!
-이제 서큐버스 누나들과 환상의 지옥불 파티를 벌일 수도 있는 건가?
-그래서…… 천계랑 마계는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는 건데?
없던 일로 무르기에는 이미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달은 상황. 그렇기에 이미연 사장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는 앞에서 싱글거리며 웃는 민수를 바라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그래도 다음에는 이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미리 언질이라도 해 줘. 나도 직원들한테 뭐라고 할 말은 있어야 할 것 아냐.”
“히히. 알겠어요, 누나. 이번 일은 미안해요.”
전혀 진심이 아닌 듯 가볍게 미소 지으며 눈을 찡긋하는 민수. 하지만 이미연 사장은 전혀 새로울 것도 없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손을 휘휘 저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세부적인 변동 사항은 어떻게 되는 거니? 기자회견에서 그래도 기본적인 상황 정도는 설명해 줘야 할 것 같은데.”
“아, 그거요? 엘리스.”
[관련 데이터를 전송했습니다. 확인해 주십시오.]즉각적으로 그녀의 메일에 들어온 수천 쪽이 넘어가는 무지막지한 분량의 보고서.
다 읽으려면 한 달은 꼬박 걸릴 것 같은 그 문서를 휴대폰으로 바라보던 이미연 사장은 이내 이건 또 언제 다 만들었냐는 표정으로 민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엘리스가 힘 좀 썼죠.”
눈빛의 의미를 이해하기라도 한 듯 히죽 웃으며 답하는 민수에게 이미연 사장은 피곤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일단…… 자료는 나중에 담당 부서 직원들에게 자세히 검토해 보라고 할게. 당장 2시간 뒤에 있을 기자회견까지 저걸 다 읽는 건 무리니까 핵심만 좀 설명해 줄래?”
“음……. 그러니까 그게요…….”
한참이나 이번 업데이트의 변경점에 대한 설명을 들은 이미연 사장. 그리고 그녀는 이내 질린다는 얼굴로 민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언제나 아무렇지도 않게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일을 벌여 놓는 민수. 그가 벌여 놓은 일을 보며 이미연 사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가슴속 깊이 진심 어린 애도를 표했다.
앞으로 몰아칠 거대한 후폭풍들을 떠올리며.
* * *
[예. 알겠어요. 뭐, 어쩔 수 없죠. 저도 어느 정도 각오하고 벌인 짓이니까 사장님께서 직접 공개한다고 하셔도 상관없어요. 저야 해명 영상 따로 안 만들어도 되니까 일 하나 더는 셈이죠, 뭐.]“고마워요. 만약 절대 안 된다고 했다면 저도 기자들 앞에서 할 말이 없어서 참 곤란했을 뻔했는데.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재영의 흔쾌한 수락에 조금은 밝아진 미소로 연신 통화를 이어 가는 이미연 사장.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전화기를 내려놓은 그녀에게 권명한 전무를 비롯한 여러 임원진은 쭈뼛쭈뼛한 자세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사장님. 이제 시간 다 됐습니다.”
“아, 그래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은 이미연 사장. 그리고 그녀가 각오가 되었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끄덕이자 굳게 닫혀 있던 회사의 입구가 열렸다.
“떴다!”
“카메라! 카메라 돌려!”
“예! 지금 현장에 (주)아르카디아를 총괄하는 이미연 사장이 모습을 드러내…….”
회사 밖에 미친 듯이 몰려 있는 기자들.
국내외의 모든 언론이 결집해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그녀의 등장과 동시에 사방에서 플래시를 터트려 가며 이 기자회견을 담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생방송으로 최근 상황에 관한 입장 발표를 하려는 이미연 사장. 그녀는 단상에 설치된 마이크를 향해 환상의 세계, 아르카디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최근 발생한 제2차 성마대전은 그냥 아무렇게나 발생한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하나의 사소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해서, 수백 수천…… 아니, 수만 개의 연쇄적인 사건들로 퍼져 나가 발생한 서사입니다. 마치 나비의 날갯짓이 저 멀리 어딘가에 태풍을 일으키는 것처럼요.]나비효과(Butterfly Effect).
아르게이머의 침공을 시작으로 촉발된 마녀사냥.
세계수의 부활과 이를 통해 비롯된 대륙 통합.
작은 마을 주민들의 억울한 죽음으로 시작된 에덴의 몰락.
그 거대한 사건들 속에서 까다롭고 악랄하기 그지없는 성마대전의 시나리오가 발동되는 데 필요한 모든 필요조건이 충족되었고, 그 결과 모두가 거대한 재앙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본래라면 이 시나리오는 모두에게 재앙이자 거대한 비극으로 끝나게 됐을 이야기입니다. 신성 계열의 진영이든, 암흑 계열의 진영이든…… 어느 하나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받게 됐을 것이며, 승리한 진영 역시 황폐화한 대륙을 두고 감히 웃을 수는 없었겠죠.]처음 기획 의도부터가 새드 엔딩을 가정하고 만들어진 최악의 거대 서사. 유저들에게 거대한 엿을 먹이겠다는 냄새가 물씬 풍겨 오는 이미연 사장의 솔직한 고백에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번 시나리오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결말을 도출해 냈습니다. 세계수는 타락하지 않았으며, 마계의 진영을 이끌던 악의 사도도, 천상을 대표하던 신성의 사도도 모두가 똑같은 죽음을 맞이하며 패배하였습니다.]승자도, 패자도 없는 완벽한 무승부.
[그렇기에 현 상황이 저희의 기획 의도를 벗어났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한한 자유,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표방하는 이 세계에서 이러한 변수는 당연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며, 저희 임직원들은 진지한 고민과 숙고 끝에 이러한 변화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습니다.](주)아르카디아의 임직원 그 누구도 생각한 적도, 동의한 적도 없는 이야기지만 이미연 사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는 임원들을 한번 돌아보고는 강하게 선언했다.
[따라서, 마계와 천계는 앞으로 모험가 모두에게 개방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조건을 충족한다면, 마계와 천계의 일원으로서 마족과 천족으로 새롭게 종족을 바꿀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선과 악 사이에서 한쪽을 선택하거나, 지금과 같이 인간으로 중립을 고수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들의 선택이 되겠죠.]마계와 천계의 등장.
그리고 새로운 종족, 천족과 마족의 추가.
그야말로 대규모 업데이트나 다름없는 새로운 변화에 기자들은 미친 듯이 손을 들며 그녀에게 어떻게든 질문을 던지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연 사장은 아직 말이 안 끝났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모두가 진정하고 조용해질 때까지 입을 다물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침묵에 빠진 그 순간.
그녀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최근 아르팬디아에 들어가 모험가 여러분의 생각을 조금 살펴보았습니다. 초코파이조아라는 유저와 덱스라는 유저에 관한 여러 의혹이 가득하더군요.]“……?”
최근 아르팬디아에 도배되다시피 언급되는 두 사람.
초코파이조아와 덱스.
이 둘에 관한 이야기를 그녀가 뜬금없이 꺼내자 이윽고 기자들의 눈빛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유저 개인에 대한 정보를 제가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나겠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해당 유저에게 연락해 사전 허락을 받았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모두에게 공개하도록 하죠.]또다시 흥분과 광기로 물들어 가기 시작한 분위기.
그 누구도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있어 너무나도 조용했지만, 건들기만 해도 금방 터져 버릴 것만 같은 이 시한폭탄 같은 그 아슬아슬한 침묵 속에서 이미연 사장은 말했다.
[아르카디아의 아이템들 중에는 다양한 효과를 가진 위장 아이템과 스킬이 존재합니다. 어떤 것은 외형만 바꿔 주기도 하고, 닉네임을 바꿔 주기도 하며, 도적과 암살자들이 이러한 아이템을 애용하죠. 중요한 시설이나 도시에 잠입하거나 도망칠 때 효과적이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스킬과 아이템들은 조금은 허술하거나 혹은 시간제한이 존재합니다. 조금만 피해를 받아도 위장이 풀리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해제되죠. 하지만…… 신화 등급의 아이템인 ‘기만자의 가면’의 경우에는 조금은 다릅니다.]“……?”
“……!”
[특별한 시간제한이나, 성능에 대한 제약도, 게다가 그 어떤 능력치의 페널티도 받지 않죠. 그저 자유자재로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흉내 내며 본래의 신분을 숨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는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해당 두 유저의 정체에 대해서 모험가 여러분들이 꽤 오랜 시간 동안 혼동해 온 것으로 보이더군요.]“설마…….”
“그렇다면 정말로……?”
이미연 사장의 말에 미친 듯이 술렁이기 시작한 회견장.
그녀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직감한 기자들이었지만, 모두가 ‘설마……?’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그때.
이미연 사장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모두에게 선언했다.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서 직접 확인시켜 드리죠. 여러분이 초코파이조아라고 생각했던 인물은 사실 신분을 위장한 덱스가 맞습니다.]그리고 그 순간 이후.
이미연 사장은 단 한 마디도 덧붙이지 못하고 급하게 기자회견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 이상으로 엄청나게 폭발해 버린 기자들의 어마어마한 질문 세례와 눈이 멀 정도로 터져 나오는 카메라 플래시에 의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