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82
82화 샌드 오브 포지 (5)
드워프들의 숨겨진 도시, 샌드 오브 포지.
유저들에게는 제5대 금역이라 불리는 악명 높은 지역 중 하나인 대사막 슈림. 그 죽음의 사막 지하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이곳은 나름대로 꽤 발달한 문명 도시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까앙, 까앙.
치이이익.
덜컹 덜컹.
곳곳에서 들려오는 망치질 소리와 담금질 소리. 그리고 철광석이 가득 실린 수레가 레일을 따라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는 소리까지. 도시 전체에서 가득 들려오는 소리는 이들이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는지를 보여 주는 듯 요란하고 또 시끌벅적했다.
“우와……. 여기 정말 장난 아니네요.”
“드워프는 태어난 순간부터 망치를 들게 되는 운명을 가졌다고들 하잖아.”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이가 모두 장인급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장장이이자 공학자이자 건축가. 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소리가 농담이 아니라는 듯, 저마다 특출 난 손재주를 선보이며 무언가를 만드느라 열중이었다.
“제가…… 정말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글쎄…… 그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리지 않았을까?”
드워프들의 도시, 샌드 오브 포지의 한 공방에 머물기로 한 중식.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없는 듯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 선택한 것 같아요. 밖에서는 망치 한 번 잡아 본 적 없는데 대장장이라니, 그게 무슨…….”
아르카디아의 제작과 생산 시스템. 이 시스템은 게임 내에서 스킬의 보정을 일부 받기는 하지만 뛰어난 성능의 제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능력이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게끔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제작과 생산 계열의 직업은 관련 직종의 경험과 기술을 가진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들 사이에서도 엄청난 편차를 보이곤 했다.
-그거 아냐? 아르메스의 수석 디자이너도 재단사로 아르카디아를 하는데, 그 사람이 만든 옷은 최소 매직 등급부터 시작한다더라.
-요리도 마찬가지임. 미슐랭 3성 셰프가 만든 요리 직접 먹어 봤냐? 능력치 버프가 거의 2배 정도 차이 나더라. 개꿀임.
오히려 현실에서의 능력이 중시되는 가상현실의 특성. 그렇기에 전문적인 직종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며 두각을 보이지만, 이제 중학교 2학년인 중식은 대장장이로서 가지고 있는 재능과 자질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크흠……. 이 녀석을 가르쳐 달라고?”
“예. 대장장이가 꿈인 녀석입니다. 뭐 지금은 어디 써 먹기도 그런 수준이지만, 그래도 강단이랑 끈기는 있으니 조금만 가르쳐 두면 쓸 만할 겁니다.”
테인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며 감사를 표하는 바엘.
그의 아버지는 이곳 샌드 오브 포지에서도 3대 마스터 공방이라고 불리는 헬리온의 주인이자 드워프 일족의 방향성을 의논하는 원로회의 일원, 바론이었다.
드워프들의 수장 격이자 뛰어난 실력을 보유한 장인이었기에 재영은 바론에게 중식을 부탁했다. 하지만 그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중식의 실력을 시험하고자 했다.
“어제 막 우리 공방에 들어온 녀석이 있네. 그 아이랑 한번 제작 대결을 시켜 보지.”
갑자기 성사된 제작 대결. 그리고 그 대결에서 중식은 처참한 수준으로 박살 났다.
“헤헤헤. 살살했어요, 형아.”
이제 막 공방에 들어와 제대로 제작을 배운 적도 없는 어린 드워프. 그는 고사리처럼 조막만 한 손을 꼼지락대고 작은 망치를 콩콩거리며 만든 단검을 가지고 와서는 해맑게 웃으며 중식에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중식은 온 힘을 불태우며 최선을 다한 탓에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상태로 어린 드워프가 건네준 단검을 받아 들었다.
[투박한 단검 – 매직]이름 모를 드워프가 심심풀이로 만든 단검이다. 정성이 부족하지만 뛰어난 솜씨가 돋보인다.
-공격력: 25~50
-내구도: 200/200
-낮은 확률로 피해를 입은 적에게 ‘출혈’을 일으킨다.
대장장이라면 그 누구든 만들 수 있는 기초적인 난이도의 단검. 노멀 등급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단검은 매직 등급이었다.
“이럴 수가…… 똑같은 단검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심하다니…….”
중식의 다른 한 손에는 쥐여 있는 동일한 외형의 단검. 하나의 차이점이라면 만든 이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뿐인데도 불구하고 그 성능의 차이가 이전의 단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단 점이다.
[투박한 단검 – 노멀]투박한 단검. 기본기가 잘 잡혀 있는 대장장이가 만들었다.
-공격력: 10~15
-내구도: 100/100
“끄응……. 이거 정말 처참하군. 손재주가 열등하고 저열한 인간 종족이라고는 해도…… 이거는 조금 심한걸…….”
두 개의 단검을 받아 들고 이리저리 살피는 바론. 그는 얼굴에 마치 ‘이런 답도 없는 녀석을 도대체 어떻게 가르치라는 거지?’ 하는 듯한 고심을 가득 안은 채로 중얼거렸다.
“일단은…… 한번 노력은 해 보겠네. 하지만 그렇게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겠군. 기본기 자체도 형편없는 수준이던데, 기본적인 이해와 깨달음 없이는 아무리 잘 가르쳐도 한계가 있는 법이야.”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가르침의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니까요.”
그렇게 바론의 공방, 대장장이를 지망하는 어린 드워프들이 꿈꾸는 마스터급의 공방 헬리온에 낙하산으로 들어가게 된 중식은 견습생 신분으로 교육을 받게 되었다.
“우리 공방에 견습생 신분으로 들어온 이상 나에게 적당히 하길 바라면 안 되네. 기본기가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수십 년이 지나더라도 이 공방에서 네놈이 망치를 드는 일은 없을 테니까.”
엄한 표정으로 중식에게 경고하는 바론. 그렇게 중식이 드워프들의 치열한 경쟁의 바다 속에 내던져질 때, 재영은 홀로 샌드 오브 포지를 떠나갈 준비를 했다.
“형…… 정말 가시는 거예요?”
“그럼? 내가 뭐 천년만년 너랑 같이 여기 있을 줄 알았냐?”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이라고는 재영과 중식 둘뿐인 이 드워프들의 도시. 그런데 재영이 떠나가면 유일한 인간으로 홀로 남게 되기에 중식은 계속해서 아쉽다는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다.
“잘 배워 둬. 다른 유저가 이곳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있는 동안 최대한 빼먹을 수 있는 것들은 빼먹어야 하니까. 히든 퀘스트 냄새가 나는 것들은 모조리 받아서 능력껏 깨고, 아무튼 스킬 레벨 최대한 올려 놔. 어차피 제작 계열 직업은 레벨이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 않으니까 경험치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이미 사막을 돌아다니는 동안 말도 안 되는 폭업을 한 중식. 그렇기에 지금 당장 그에게 필요한 것은 스킬 랭크에 대한 수련과 반복적인 노가다를 통한 스탯 작업이었다.
“알겠어요…….”
“쯧. 주인, 저거 완전 의욕 상실인데? 저래 놓고 제대로 할 수나 있겠어?”
고개를 푹 숙이며 자신 없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는 중식. 아직 제대로 된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사기가 완전히 꺾인 모습을 보이자 탄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 불의 냄새니 뭐니, 닭 날개가 말하는 것 때문에 괜히 혹한 거면 그냥 빠르게 손절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내가 인간들 멘탈을 전문적으로 많이 박살 내 봐서 아는데, 저거 눈빛만 봐도 완전 쿠크다스 유리 멘탈이야. 조금만 톡 건드려도 그냥 와장창하고 깨진다니까? 진짜루?”
“야, 지금 너 내 안목을 무시하는 거야? 뒈질래?”
“에베벱. 안 들려.”
심심했는지 또다시 툭탁거리기 시작한 탄과 엘. 재영은 그 둘을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리고 중식을 바라보았다.
탄이 한 말처럼 이미 멘탈이 절반쯤 박살 난 것으로 보이는 표정. 어린 드워프와의 대결에서 자신의 밑천이 한없이 부족함을 느끼고 난 후라 그런지 그 어느 때보다도 그의 표정이 어둡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중식아.”
“예……?”
“네 망치 좀 줘 볼래?”
“제 망치요……?”
그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중식. 하지만 재영의 부탁에 중식은 별다른 고민 없이 인벤토리에서 자신이 사용하던 망치를 건네주었다.
[대장장이 망치 – 노멀]금속을 두드릴 때 사용하는 망치. 투박하지만 실용성이 높다.
-공격력: 5~10
-내구도: 300/300
-장비 제작 스킬 사용 시 필요.
대장장이로 전직하면 받게 되는 기초 아이템.
아무런 성능도 없는 볼품없는 투박한 외형의 망치. 하지만 이 망치를 건네 든 재영은 묘한 표정으로 중식에게 물었다.
“중식아?”
“예?”
“혹시 너, 장비를 제작할 때 계속 이 아이템만 사용했니?”
“예……. 망치는 굳이 바꿀 필요가 없기도 하고, 돈도 부족해서…… 그건 왜요?”
중식의 말을 듣고 묘한 표정으로 망치를 유심히 내려다보는 재영. 그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한참이나 가만히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수많은 업(業)이 잠재된 아이템입니다.] [개연성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필요 개연성: 350,000] [개연성을 부여하시겠습니까? Y/N]중식이 건넨 대장장이 망치를 손에 쥐자마자 개연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자그마치 35만이라는 막대한 양의 개연성을 요구하는 시스템. 안젤리나가 가지고 있던 세 개의 아이템을 강화하는 데에만 10만이 조금 안 되는 개연성을 사용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망치가 요구하는 개연성의 양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정도로 과대했다.
‘과연 이걸 해 주는 게 이득일까……?’
미션 시스템이 의도하는 대로 인연을 맺게 된 중식. 하지만 그렇다고 35만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개연성을 그에게 쓰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 재영은 다시 한번 고민해 보게 되었다.
“형, 도대체 망치는 왜 그렇게 유심히 보고 있는 거예요……?”
영문도 모른 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중식. 재영은 그런 그를 다시 한번 유심히 바라보고는 물었다.
“야, 중식아.”
“예……?”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비장함이 섞여 있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재영. 그의 부름에 중식은 의아하다는 듯이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 끝에 재영은 선택했다.
“앞으로 나한테 잘해라, 이 자식아.”
“그게 무슨……?”
우우우웅.
중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엄청난 기세로 요동치는 망치.
“뭐, 뭐야?!”
깜짝 놀라 소리친 중식은 허공에 떠올라서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망치를 보며 경악했다.
[가장 오래된 불이 권능을 사용할 최소의 개연성을 획득하였습니다.] [가장 오래된 불이 오랜 시간 지켜봐 온 이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깁니다.] [대장장이 망치에 쌓여 온 업과 노력이 개연성에 반응합니다.] [아이템, ‘대장장이 망치’의 능력이 완전히 재조정됩니다.]“가, 가장 오래된 불……?”
중식은 눈앞에 떠오르는 상태 메시지를 보면서 과거 광산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채광 노예가 되어 광산에서 철광석만을 캐는 반복적인 일상을 하던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던 메시지. 하지만 그 이후로 특별하게 일어나는 일은 없었기에 그대로 잊혔던 그 이름이 다시 중식의 앞에 나타났다.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며 말이다.
[내 이름을 빛낼 존재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군…….]화르르르륵.
새빨갛게 달아오르던 망치에서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붉은색의 홍염. 그 홍염 속에 나타난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는 의문의 존재는 중식을 바라보며 안타깝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 이게 무슨…….”
[부족한 만큼 노력하고 또 노력해라. 어떤 고난도, 어떤 아픔도, 어떤 험난한 장애물도 강철같이 이겨 내고 극복해서 모든 이를 뛰어넘어라. 그리고 최고의 대장장이가 되어 나의 사도로서 당당하게 이 세상에 밝혀라.]우우우웅.
이제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같이 맹렬하게 불타오르는 홍염. 하지만 그런 엄청난 홍염 속에서도 뜨거움보다는 포근한 기운을 느낀 중식은 그 화염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에서 이상하게도 묘한 절박감이 들었다.
[강철과 화염 그리고 대장장이들의 신이라 불리었던 나, 불카누스의 이름을……]콰아아아아아아아.
그 마지막 말을 끝으로 엄청난 양의 홍염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도시 전체를 집어삼킬 것처럼 맹렬하게 뿜어져 나왔던 화염들. 하지만 재영과 중식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못한 듯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둘은 자신들이 본 것이 그저 환상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다.
[불카누스의 망치 – 신화]중식의 손에 들려 있는 최초의 신화 등급 아이템이 방금 이 둘이 본 모습이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