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134
134. 칸이 시끄러워졌다
카메라가 한 수감자의 방을 비추었다.
햇살이 비추어도 어두운 그곳.
창살 아래.
이질적인 아름다움이 자리했다.
완벽한 인간의 몸.
피부 아래 감춰진 근육까지도 예술을 그려내는 그것이
거꾸로 서 있었다.
물구나무를 선 몸이 천천히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는
거꾸로 된 세상을 다시 바로 세웠다.
카메라가 완벽한 복근에서부터
세련되게 조각된 가슴을 거쳐
부드러운 듯 강인한 목선을 따라 올라가서는.
완벽한 몸의 정점.
완벽한 진혁의 얼굴을 잡아냈다.
“와―.”
나직한 탄성이 극장 바닥에 깔렸다. 박태수 감독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촬영하다가 똑같은 탄성을 흘렸었으니.
클로즈업된 얼굴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의 탄성을 자아낼 수 있는 배우가 전 세계를 통틀어도 몇이나 될까.
저 대형 스크린에 올려놓아도 손톱만큼의 흠을 찾아볼 수 없는 조각 같은 얼굴.
사람의 마음을 집어 삼켜 버리는 신비한 눈빛.
“347번.”
털컹.
5년 만의 출옥이었지만 그를 반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황량한 느낌까지 전해지는 교도소 문 앞. 잠시 멈춰 섰던 그가 막 걸음을 옮기려할 때였다.
부우웅―
멀찍이 택시 한 대가 달려오는가 싶더니 주인공 도진(진혁)의 근처에 멈춰섰다.
곧 택시에서 익숙한 얼굴이 문을 열고 나왔다.
“아저씨! 잠깐만요. 금방 옵니다!”
택시에서 내린 사내가 도진(진혁)을 보고는 급히 그에게 다가왔다.
“도진아!”
절뚝절뚝 달려온 그가 몸을 지탱하던 지팡이를 집어 던지고는 도진(진혁)을 덥석 끌어안았다.
“고생했다. 자식.”
그리고 코트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어 건네는 사내.
두부였다.
“먹어. 먹어.”
두부를 받아 우걱우걱 씹어 먹는 도진(진혁)의 눈이 사내의 다리로 향했다.
“아, 이거? 영광의 상처지 뭐. 암 것도 아니야. 두부 다 먹어. 남기지 말고.”
고아 출신. 조직을 위해 길러진 야수. 도진(진혁).
5년 전 혈혈단신으로 상대 조직을 궤멸시키다시피 한 전쟁의 끝에 시작된 수감생활이었다.
“혼자야?”
도진(진혁)이 사내에게 물었다. 이미 이상은 감지했다. 확인차 묻는 말이었다.
“미안하다. 그렇게 됐다.”
사내가 고개를 떨궜다.
도진(진혁)이 따르던 보스가 제거되었고. 이인자였던 자가 보스가 되었다.
5년 전 사건의 배후에 얽히고설켰던 음모.
누아르 영화의 전통적인 클리셰 같은 스토리였으나, 거기서 끝날 리 없는 박태수 감독이었다.
클리셰이기 때문에,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속도감 있는 전개.
그리고 그 가운데서 복잡하게 뒤얽힌 인물들의 심리를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 연출력.
큰 틀에서는 클리셰를 따르면서도 중간중간 그것을 살짝 뒤트는 가지치기 전개.
거기에 정점을 찍는 건 우진혁의 연기였다.
2시간의 러닝 타임, 자정에서 새벽 2시로 향해가는 늦은 밤임에도 그 누구 하나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온전히 영화에 몰입하고 있었다.
““와―!””
““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진혁의 화려한 액션에 관객들의 탄성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이게 뭐야…?’
할리우드 제작자 로건 윌리엄스가 진혁의 액션 씬이 등장할 때마다 말도 안 된다는 듯 눈을 키웠다.
이걸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동양 액션 영화에서 등장하는 화려한 동양 무술이 아니었다.
간결하고 빠른 동작, 마치 내 몸이 두들겨 맞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리얼한 타격감.
완벽한 실전 같지만, 그러나 역시 영화적 화려함을 놓치지 않는 동작의 포인트.
이건 단지 연출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리 잘 만든 액션 영화에서도 조금씩은 느껴지는 액션의 어색한 틈이 조금도 없다.
저렇게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롱테이크 액션 장면에서도.
이 세밀한 액션 연기의 미장센은 감독의 연출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순간의 시선, 손동작 하나의 타이밍, 스텝 한 걸음의 너비마저 가장 완벽하게 적절히 구현해 내는 배우 우진혁의 오롯한 역량이었다.
그것만 해도 반칙인 이 배우의 연기는.
“난 네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듣고 싶은 게 아니야.”
그 차가움의 크기만큼 매력적인 진혁의 보이스가 뤼미에르의 스피커에 울렸다.
“그, 그럼….”
“그냥 널 죽이겠다는 거지. 이유는 그 뒤에 생각해 보려고.”
전혀 낯선 한국말, 하지만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발성, 찰나의 눈빛과 얼굴 근육 하나의 움직임까지 컨트롤 하는 듯한 표정 연기.
저 화려한 외모와 액션에 감춰질 법한 그의 연기가 감춰지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만큼 천재적인 연기였다.
제작자 로건 윌리엄스의 가슴 속 무엇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 꿈틀거림은 그의 표정과 눈빛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칸영화제의 집행위원장 쟝 뒤퐁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그러면 그렇지. 하는 미소였다.
저 외모, 저 연기, 그리고 저 말도 안 되는 액션에 매료되지 않으면 그걸 어디 눈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부아앙―
거침없이 시내를 질주하는 진혁의 오토바이만큼이나 숨 쉴 틈 없이 관객을 몰아치는 영화.
이미 몇 번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한 관객들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아직 등장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렇게 자신들도 모르게 내몰려간 절정에서.
그들은 드디어 영화 역사상 두고두고 회자될 1대1 격투 씬을 만나게 되었다.
우진혁과 후지와라의 마지막 격투 씬이었다.
순간, 촬영장에서 함께 이 장면을 실제로 목격했던 배우들까지 침을 삼켰다.
촬영장에서 본 라이브도 믿을 수 없는 광경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숨 막히는 복수극의 질주를 따라오던 감정선의 절정에서, 완벽히 연출된 화면으로 만나는 장면은 그 흥분의 농도가 완전히 달랐다.
“꽤 인상적이군.”
후지와라의 묵직하고도 거친 음색.
광란의 질주 끝에 목적지에 도착한 진혁의 앞에서
터질듯한 근육의 거체가 몸을 일으켰을 때.
배우들은 여분의 팬티를 준비해오지 않은 것을 걱정했다.
그 심정은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광란의 살육을 목격해 온 관객들이 차갑도록 광기 어린 진혁의 눈을 마주했을 때 한번.
슬쩍 턱을 모로 치켜든 각도에서 비추는 조각 같은 얼굴을 보았을 때 또 한 번.
순간, 엄지손가락으로 입술을 쓸어내는 진혁의 모습 앞에 또 한 번.
지렸다는 말이 그저 수사적 표현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시작된 후지와라와 우진혁과의 격투 씬.
생리적 현상을 억제하려는 2,500여 관객들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
짝! 짝! 짝! 짝….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뤼미에르 대극장에 끝나지 않는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칸영화제에서 상영 후 기립박수란, 어찌 보면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아주 기본적인 에티켓과 같은 것. 모든 영화 후에는 반드시 기립박수가 이어진다.
하지만 칸영화제를 자주 오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느꼈을 것이었다.
오늘의 박수는 그 결이 다르다고.
10분 가까이 이어진 박수의 시간문제만이 아니었다.
그 박수 안에는 상영 후에도 도무지 식지 않는 관객들의 흥분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휘휙―!”
“부라보!”
여기저기서 들리는 휘파람, 그리고 엄청난 환호의 끝에 집행위원장인 쟝 뒤퐁이 마이크를 잡았다.
“와우.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서 이런 멋진 영화를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오늘의 영웅들에게 소감을 묻지 않을 수가 없군요.”
쟝 뒤퐁이 흥분한 얼굴로 마이크를 박태수 감독에게 넘겼다.
“환상적인 밤이네요. 감사합니다….”
출연진과 제작진들, 그리고 관객들에게 짧은 감사의 인사를 남긴 박태수 감독이 이렇게 말을 맺었다.
“이 얘긴 꼭 해드리고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기자분이 개인적으로 묻더군요. 우진혁이란 배우야말로 액션이라는 장르 영화에 최적화된 배우가 아니냐고.”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관객들이 커다란 환호와 함성을 보냈다.
“하하. 환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함께 작업한 감독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 말은 사실 틀린 말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박태수 감독을 주목했다.
“어느 감독이든 함께 작업을 해보면 알게 될 겁니다. 배우 우진혁이 액션이라는 장르에 최적화된 게 아니라….”
박태수 감독이 흥분된다는 듯 숨을 잠시 고르고 말을 이었다.
“우진혁이 곧 장르입니다. 앞으로 우진혁이라는 장르가 세계 영화계를 꽤나 풍성하게 해줄 겁니다. 기대하십시오.”
우진혁이 액션을 소화하는 것이 아니다. 우진혁의 액션은 우진혁만이 가능한 우진혁의 액션이다.
그게 액션에만 국한될까? 진혁의 연기는 진혁만이 보여줄 수 있는 우진혁이라는 장르를 세계에 선보일 것이다.
박태수 감독은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와―!”
짝! 짝! 짝! 짝!
다시 한번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렇게 상영이 끝난 날 아침.
칸의 온도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안녕하십니까. 배급사 EL의 마케팅 매니저 사무엘 슈나이더입니다. ‘복수의 이유’ 판권 관련해서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칸영화제는 단지 영화를 상영하고 즐기는 축제만이 아니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필름 마켓이었다.
“와, 이게 벌써 몇 군데야.”
영화 “복수의 이유” 해외 판권 문의가 쇄도했다. 박태수 감독과 제작사 측이 기분 좋은 비명을 질렀다.
배우 우진혁에 대한 관심 역시 폭증했다. 일정이 하루밖에 남지 않은 진혁에게 인터뷰 문의가 쇄도했다.
하지만 진혁이 오전에 있었던 공식 기자 회견 외에는 개인적인 인터뷰를 거절했기 때문에, 박태수 감독과 다른 배우들이 대신 더 바빠져야만 했다.
마지막 날을 조용히 보내고 싶은 진혁과는 달리 박태수 감독과 다른 배우들은 오히려 이런 관심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으니, 서로 윈윈인 셈이었다.
하지만.
“박태수 감독님. 영화 정말 굉장하더군요. 벌써부터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이야기가 떠돌기도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하. 제가 괜히 우진혁이라는 장르라고 얘기한 게 아닙니다. 그 어떤 배우도 이 영화에서 우진혁이라는 배우의 인상을 지워내진 못할 겁니다. 리메이크를 하지 않느니만 못하죠.”
누구와 인터뷰를 하던 이야기가 결국 진혁으로 향한다는 건 함정이었다.
어쨌든 다들 영화 때문에 바빠진 사이, 진혁은 칸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오롯이 즐기고 있었다.
“으아…. 진짜 맛있겠다.”
서연이 남부 프랑스식 오리 요리인 콩피를 앞에 두고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윤성희와 함께 식사했던 최고급 식당의 요리도 물론 좋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보통의 여행객들이 즐기는 일상의 음식도 먹어보고 싶었던 진혁이었다.
“오오! 역시! 맛집이구만!”
김용수 매니저가 감탄을 했다.
칸 중심 쪽은 이미 진혁을 알아보는 팬들과 기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김용수와 진혁, 그리고 서연, 세 사람이 칸 외곽에 위치한 식당을 함께 찾아왔다.
물론 어디를 가나 시선을 끌 수밖에 없는 외모의 진혁과, 이곳에선 진혁 못지않게 튀는 서연 때문에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었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시선은 이미 일상이었다.
그것만 빼면 한없이 느긋하고 평화로운 칸의 오후였고.
세 사람이 그렇게 따뜻한 남부 유럽의 날씨와 함께 식사를 막 시작했을 때였다.
“어? 실장님이다.”
김용수가 휴대폰을 들었다.
“네, 실장님. 네. 네. 아…. 네,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김용수가 진혁에게 말했다.
“진혁아. 널 좀 뵙고 싶다는 분이 있대, 실장님 말이 이분은 한번 만나봐야 할 것 같다는데?”
“누구요?”
“브라더픽쳐스의 로건 윌리암스. 엄청 유명한 제작자인데. 너 이미 만났었다며?”
“아.”
진혁은 식당에서의 만남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할리우드의 거물이니까.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김용수가 민서연의 눈치를 슬쩍 보며 말했다. 진혁의 할리우드 진출 건은 아직 비밀인 탓이었다.
“음….”
진혁이 입에 있던 고기를 마저 씹고는 말했다.
“일단 밥 먹으러 왔으니까요. 천천히 밥 먹고 나서 만나는 거로 할게요.”
그런 진혁을 보며 김용수가 혀를 내둘렀다.
나 같으면 이런 거물이 보자고 하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갈 텐데 하는 생각이었다.
“…..”
하지만 진혁의 대답을 들은 서연의 입가엔 미소가 그려졌다.
뭔가 기분이 좋아진 것 같은 그녀가 오리 다리를 더욱더 힘차게 물어뜯었다.
***
제작자 로건 윌리엄스는 살짝 당황하고 있었다.
우진혁이라는 배우에게 충격을 받았고, 그를 인정하고 있다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보기완 달리 좀 뻣뻣한 성격인 건가, 아니면 나를 만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는 건가.’
사실 그는 몇 명의 한국 배우를 할리우드 스크린에 세운 경험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톱스타였던 그들도 할리우드 대작에 참여한다는 자체만으로 감격해 하는 걸 그는 분명하게 보았다.
역할이라고 해봐야 조연과 단역 사이 어디쯤 되는 그런 정도의 비중이었음에도.
그는 그것이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사이에 아직은 현격한 격의 차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한국 톱배우들의 저자세를 이미 경험해본 그였다. 때문에 자신이 미팅을 요청하는데도 바로 달려오지 않는 한국의 배우에게 조금은 감정이 상하고 있었다.
만약 그가 스크린에서 확인한 우진혁의 모습이 아니었다면, 당장에 달려오지 않는 동양의 배우 정도는 안 봐도 그만이라 생각했을 것이었다.
물론, 감춰진 오만함이었다. 그 자신은 잘 인지하지 못하는 새 장착된.
하지만 아직까지는 다행히도, 거물급 제작자로서 가지게 된 오만함보다, 보석의 가치를 알아보는 제작자의 안목이 조금은 더 앞서 있었다.
덕분에 그는 이 몇 시간의 기다림을 허락할 수 있었다.
로건 윌리암스가 피식 웃었다.
‘과연 내 제안을 듣고도 이렇게 뻣뻣할 수 있는지 한 번 보자구.’
그는 자신 있었다.
우진혁에게 “스페이스 히어로”의 비중 있는 조연 역할을 제시할 요량이었으니까.
현재 2편까지 발표된 “스페이스 히어로”시리즈는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할리우드 대표 블록버스터 시리즈였다.
워낙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온 세계적인 카툰이 원작이라는 점에서, 시리즈의 흥행은 매 편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는 그런 영화였다.
아시아의 배우가 이 정도 규모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맡아 본 적이 없었을 정도의 비중을 가진 조연 캐스팅이었다.
그는 자신의 엄청난 제안에 감읍해 할 한국 배우 우진혁의 표정을 떠올리며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