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163
163. 기록을 남기는 배우
“여기다. 여보.”
로버트 부부가 극장 좌석을 찾아가 앉았다. 극장 안은 조금 썰렁했다.
차 있는 좌석보다 빈 좌석이 많은 상황.
“아함―.”
로버트의 아내 소피아가 시작하기 전부터 하품을 했다. 여차하면 취침 모드로 돌입할 준비였다.
영화 예고편이 나오는 시간. 소피아는 반쯤 감긴 눈을 한 채 본능에 가까운 규칙적인 움직임으로 입에 팝콘을 넣고 있었다.
– 복수의 이유.
두둥.
어느덧 타이틀 롤이 끝나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어느 수감자의 방.
창살 사이로 스며드는 몇 가닥의 빛줄기를 조명으로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이질적인 아름다움.
카메라가 거꾸로 서 있는 그의 몸을 발끝에서부터 아래로 비춰가기 시작했다.
그려낸 듯 완벽한 복근에서
땀이 송글송글 맺힌 탄탄한 가슴 근육을 지나
핏줄마저 예술적인 목
그리고 이어진 조각 같은 턱선.
아름답게 갈라진 팔의 근육을 따라 그의 몸이 천천히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는.
내려온 다리가 몸을 바로 세웠을 때.
비로소 거울에 잡힌 남자의 얼굴.
툭.
로버트의 아내가 입으로 가져가던 팝콘을 떨어뜨렸다.
촬영을 했던 박태수 감독도, 칸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접했던 관객들도, 그리고 한국의 850만 관객 역시,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장면이었다.
그랬다. 비주얼에는 자막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 마이 갓.”
어느 여성의 나지막한 탄성이 울려 나왔다.
그리고 영화가 비주얼 충격으로 굳어버린 관객들을 싣고 폭풍의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부우웅―
끼이익―
도시를 내달리는 오토바이의 질주와 함께.
휙!
휘익!
퍼벅!
퍽!
수십 명의 적 사이를 내달리는 진혁의 바람 같은 몸놀림을 따라.
그리고.
“꽤 인상적이군.”
후지와라 시게루의 묵직한 음성이 울리는 영화의 정점에 도착했을 때,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영화관 팔걸이를 움켜쥐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휘몰아치는 후지와라 시게루와 진혁의 격투 씬.
동작 하나하나에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후지와라의 파워. 하지만 그 모든 공격을 회피하고 막아내며 반격하는 진혁의 유려한 동작.
보는 모든 이가 격렬함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환상적인 격투 씬이었다.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두 사람의 격투.
진혁의 고난도 발차기에 이은 플라잉 니킥으로 격투가 마무리되는 바로 그 순간, 관객들이 느꼈던 그 감정을 정확히 이렇게 칭해야 마땅했다.
카타르시스.
액션 영화가 줄 수 있는 최대치의 카타르시스가 조금은 허전해 보였던 극장 안을 가득 채워버렸다.
“와….”
어느 순간 이게 외국어 영화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화면에 몰두하고 있던 로버트.
딴 따다다단….
장중한 음악과 함께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가 되어서야 로버트의 시야에 다른 것들이 들어왔다.
예컨대 어느새 반쯤 감겼던 눈은 온데간데없이,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아내라든가.
“소피아. 어떻게, 재미있었어?”
로버트의 질문에 그제야 화면에서 시선을 뗀 아내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재밌었겠지.
로버트는 확신했다. 처음부터 안보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이 영화를 보고 재미가 없을 수는 없다.
주변의 소곤거림이 들려왔다.
“이야, 이거 기대 이상인데?”
“이렇게 되면 크로우 시리즈를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극장을 채웠던 사람들의 대다수는 이미 크로우를 통해 진혁을 본 사람들이었다.
저마다 다들 한껏 들떠서 크로우에 대한 기대를 쏟아내고 있었다.
로버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 그래도 기대하고 있던 영화 “더 크로우”에 대한 기대치가 맥시멈으로 치솟았다.
“우진혁….”
아내는 진혁의 이름을 외우려는 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왜 당신도 이제 진혁의 팬이 되는 건가?”
“당신도라니. 누가 또 있어?”
“나.”
로버트가 피식 웃었다.
“내가 괜히 이 영화를 보러 왔겠어? 사실은 나 진혁에게 사인도 받았다고.”
“뭐?! 어떻게?”
로버트는 아내의 눈이 이렇게까지 커진다는 걸 처음 알았다.
“왜 지난번에 ‘와일드 솔저’ 보고 나서 당신이 주차장으로 나 찾으러 왔었잖아.”
“어…. 그랬지.”
“그 주차장에서 진혁을 만났었거든. 그때 사인받았지.”
아내의 눈은 다시 기록을 경신하며 커졌다.
“그래서. 그 사인이 당신한테 있다고?”
“응?”
“로버트.”
“어.”
“나 그 사인이 필요해.”
“뭐?”
“나 달라고.”
“무슨 소리야. 소피아.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안 돼.”
아내의 미간이 좁혀졌다.
“안 되는 게 어딨어. 내가 잘 보관할 테니, 나에게 달라고.”
“뭐야. 갑자기. 그건 안 된다니까. 왜 그래 소피아. 당신 스타의 사인 같은 거 별로 관심도 없는 사람이잖아.”
그렇게. 두 부부의 귀갓길이 뜻하지 않게 사인의 소유권 공방으로 이어지고.
그날 밤.
“소피아. 안 자고 뭐 해?”
“으응?”
자다 깨서 화장실을 가려고 나온 로버트가 거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내 소피아에게 물었다.
소피아가 재빨리 인터넷 브라우저 창을 내리며 말했다.
“아, 별거 아니야. 신경 쓰지 말고 자.”
로버트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침실로 향했다.
그리고 며칠 뒤.
로버트는 거실 탁자 위에서 낯선 언어의 글씨가 쓰여 있는 블루레이 디스크 세트를 발견했다.
“2012 홍질던전? 소피아, 이게 뭐야? 당신이 주문한 거야?”
“응. 그게 최고래. 액션으로는.”
“뭐?”
“진혁이 출연한 한국 드라마야.”
“뭐?”
로버트의 집안에서 한류가 시작되고 있었다.
***
“이야! 우리 도민우, 이영준 이병.”
“이병! 도민우!”
“이병! 이영준!”
“좋겠다. 신병 휴가라니. 부럽다 부러워. 아우. 나는 언제 밖에 나가냐…. 젠장, 아직 2주나 남았네….”
말년 병장이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제대가! 크하하! 제대가 아직 2주나 남았어! 아주 까마득하다 야.”
자칭 우진혁이라는 박지훈 상병이 옆에서 거들었다.
“아휴. 2주 뒤가 옵니까? 까마득합니다. 저는 아예 포기하고 있습니다. 제대하는 거. 7개월 뒤가 오겠습니까…. 야, 니들은 제대 얼마나 남았지?”
“17개월 조금 넘게 남았습니다!”
“오호. 이 자식 봐라. 그걸 세고 있네? 얀마. 17개월이면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야. 그걸 왜 세! 크하하하!”
고참 두 사람이 휴가를 앞둔 두 이병을 놓고 장난을 치고 있을 때였다.
“김철구, 박지훈. 적당히 해라. 신병 휴가가 부러워? 뭘 그렇게 장난을 쳐.”
“병장. 김철구. 부럽지 말입니다. 으하하.”
김철구의 넉살에 소대장이 피식 웃었다. 장난은 심해도 나쁜 짓은 안 하는 녀석들이란 걸 아는 까닭이었다.
“도민우, 이영준.”
“이병! 도민우!”
“이병! 이영준!”
“중대장님께 인사드리러 가자.”
“네!”
두 사람이 환한 얼굴로 소대장을 따라나설 때였다.
“얘들아. 휴가 잘 다녀오고.”
“우리 민서연, 연세린 씨에게도 안부 전해주고.”
“그럼, 그럼, 부대에 우진혁 상병이 안부 전하더라고 꼭 얘기해 줘. 큭큭.”
소대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민서연? 연세린? 우진혁? 뭔 소리야?”
“아, 네. 소대장님. 민서연, 연세린이 쟤들 친굽니다.”
“뭐?”
“쟤들한테 소포 보낸 여자 친구들 이름이 민서연, 연세린이길래, 저도 이제부터 우진혁 하기로 했습니다.”
“아이고. 자식들. 답다 다워. 쯧쯧.”
소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몸을 돌렸고, 도민우와 이영준이 소대장을 따랐다.
잠시 후.
“으하하하! 자유다! 영준아!”
도민우가 두 팔 벌려 만세를 불렀다.
두 사람을 비롯한 병사들을 읍내에 내려놓고 사라져가는 군용 차량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두 사람.
“후아! 이 사제의 공기! 뭔가 청정하지 않냐?”
“흐흐. 그런 거 같아.”
산골에 살다가 읍내에 나왔으니, 그 반대여야 할 것 같은 이상한 공기 청정도 평가였다.
그렇게. 군인이 아니라면 느낄 수 없는 그 공기질의 차이를 느끼며, 두 사람의 입이 귀에 걸렸다.
첫 휴가였다.
그리고 여기 같은 시간.
입이 귀에 걸린 또 다른 사람.
“으하하하!”
박태수 감독이 미친 사람처럼 웃어 재끼다가는
“아휴. 하하.”
웃음이 잦아드는가 싶더니,
“으하하하!”
다시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냐?”
박태수 감독의 오른팔. 박태수표 누아르 미장센의 핵심, 김운정 촬영 감독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럼 좋지. 운정이 너는 안 좋냐?”
“나도 좋지. 흐흐.”
“복수의 이유” 북미 개봉 4주 차.
하나 둘 씩 늘어나던 개봉관은 이제 2,000개를 넘어섰다.
2주 차에 누적 흥행 수익 1,000만 달러(약 120억)를 넘어서며 역대 한국 영화 북미 흥행 순위 1위를 단숨에 집어삼키더니.
4주 차 현재 누적 수익 약 2,500만 달러(약 300억) 돌파. 역대 외국어 영화 흥행 순위 8위에 올라섰다.
이대로라면 역대 2~4위권이 되는 5천만 달러 흥행도 무난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성공이었다.
물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것들이야 북미에서 기본적으로 1억 달러, 터졌다 하면 3~4억 달러에, 최대 6~7억 달러까지 찍기도 했으니.
하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비교가 안 되는 적은 제작비가 투입된 외국어 영화인 점을 감안하면, 5천만 달러라는 흥행성적은 정말 엄청난 성공이었다.
아니, 5천만 달러는 둘째 치고 역대 외국어 영화 8위를 찍은 현재의 성적만 해도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쾌거였다.
게다가 아시아의 흥행 성적도 만만치 않았다. 이미 5천만 달러(600억)에 거의 육박한 상황.
아시아 지역에서 진혁의 인지도를 생각할 때, 예상할 수 있었던 그대로의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복수의 이유”는 이미 한국에서 상영관 매출만으로 850억을 올린 상황.
이대로라면 전 세계 매출 3,000억 이상의 초대형 히트가 눈앞이었다.
“나는 좋은 정도가 아니라, 가끔씩 살이 떨린다. 운정아.”
박태수 감독이 뭔가 울컥한 표정으로 김운정 촬영감독에게 말을 이었다.
“운정아. 기억나냐? 우리 첫 작품 찍을 때, 분위기 한번 제대로 살려보겠고 마닐라 빈민가에 직접 들어가서 찍다가 강도 만나서 장비 다 뺏기고 뒈질 뻔했던 거.”
“큭큭…. 그건 양반이지. 나 촬영 각 잡다가 빌딩에서 떨어져 죽을 뻔한 적도 있었잖아.”
“크하하. 그렇지. 이 미친놈아.”
지금도 그렇지만, 그 시절 박태수, 김운정은 영화에 미친 놈들이었다.
그리고 배고픈 놈들이었고.
미친 듯이 찍는 영화는 돈을 잡아먹기만 할 뿐 도통 뱉어내질 않았으니.
하지만 밥을 굶어도, 강도를 만나 죽을 뻔해도, 빌딩에서 떨어질 뻔해도 좋았다. 영화가 그렇게 좋았다.
“이런 날이 다 오네.”
“그러게 말이다.”
어느새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낸 박태수 감독.
이미 한국에서는 한국형 누아르의 거장 소리까지 들을 만큼 나름 성공한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난공불락과 같았던 북미 시장. 그곳에서의 성공은 정말 감격적인 사건이었다.
할리우드 키드.
박태수의 어린 시절 할리우드는 말 그대로 꿈이었다. 한국 영화로는 감히 도달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곳이었고.
영화의 본고장이라 할 만한 미국에서 할리우드 영화와 자신의 영화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건, 감독으로서 정말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꿈을 키웠던 어린 시절, 젊은 시절에 대한 감회가 새로운 것이 당연한 것이었고.
박태수 감독을 더욱 감격스럽게 하는 건, 이번 영화가 스스로 자신의 최고 영화로 꼽을 만큼 만족스러운 영화였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감독 인생과 경륜, 그리고 색깔을 오롯이 담아낸 영화.
스스로 자신의 최고 작품이라 자부하는 영화가 이처럼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다는 건 감독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감동적인 일이었다.
“참. 어떻게 이런 녀석을 만나서.”
자신이 추구했던 한국형 누아르. 그 화룡점정을 찍어준 배우 우진혁.
배우는 감독을 잘 만나야 한다. 그만큼이나 감독은 배우를 잘 만나야 한다. 페르소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감독 안에 있는 그것을 온전히 담아내어 줄 수 있는 그릇. 페르소나. 분신과도 같은 배우.
하지만 진혁은 페르소나 그 이상의 페르소나. 박태수의 상상을 넘어서는 박태수를 보여주는 그런 배우였다.
진혁이 없었다면 지금의 “복수의 이유”는 없었을 것이었다.
“참 말도 안 되는 녀석이지.”
“아마도 더 말도 안 되는 곳까지 가지 않을까.”
데뷔 5년 차, 22살의 배우로서는 이미 상상도 할 수 없는 자리에까지 이른 진혁이었다.
하지만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이 엄청난 자리가 우진혁이라는 배우에게는 겨우 시작일 뿐인 거라는 그런 생각.
“이를테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같은 거?”
김운정 촬영감독의 말에 박태수가 웃음을 터트렸다.
“에이. 그건 좀…. 아니, 우진혁의 능력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아카데미가 동양인 배우에게 남우주연상을? 그건 상상이 안 되는데.”
오죽하면 ‘화이트 오스카’라고 불릴까.
칸 영화제를 비롯한 3대 국제 영화제 남우주연상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진혁이라면.
하지만 아카데미의 오스카상은 박태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얘기였다.
박태수 감독의 말뜻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운정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바라보는 거야. 혹시 또 알아? 세상일은 모르는 거고…. 무엇보다 진혁이 그 녀석은 기록의 사나이니까.”
기록의 사나이라. 맞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드라마고 영화고 진혁이 출연한 작품은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오스카는 좀 아닌 것 같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으로 하자. 그것만 해도 엄청난 거 아냐?”
“싫어 난 오스카로 밀어 볼래.”
그렇게 한참을 두 한국 영화계 베테랑들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
“그럼 조심히 가라.”
“……”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표정. 도민우와 이영준이 고개를 숙였다.
국방부의 시계는 그리 천천히 가건만. 사제의 시계는 왜 이리 빠른가.
이것이 바로 시간의 상대성 원리이었다.
이 법칙을 20세기에 들어서야 발견한 건 아마도 물리학자들이 군대에 안 갔기 때문일 것이었다. 그들이 군대만 갔다면 과학의 진보가 몇십 년은 빨라졌을 텐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이영준의 뇌리를 스쳤다.
도민우와 이영준의 꿈같은 4박 5일의 휴가는 그렇게, 마치 45분처럼 스르륵 녹아버렸다.
“어째 입대할 때보다 더 어두워 보인다.”
아무렴. 그땐 멋도 모르고 간 거고, 지금은 가야 할 곳이 어떤 곳인지 알지 않는가.
그러니까 환장하지.
“면회 갈게.”
민영의 말에 도민우와 이영준의 표정에 한 줄기 빛이 비쳤다.
“지, 진짜?”
“진혁이도?”
“왜? 나도 가야 해?”
“아, 아니 뭐…. 에이. 오지 마라. 너 오면 괜히 우리도 피곤해진다. 고참들이 얼마나 볶을 거야. 사인 받아달라 뭐해 달라….”
빙그레 웃는 진혁의 마음에서 뭔가가 꿈들 댔다.
가끔 씩 친구들에게만 발동하는 진혁의 숨겨진 장난끼. 아니면 연습 중인 크로우 배역에 몰입한 탓에 피어오르는 검은 그림자 같은 거랄까.
이 녀석들이 나 때문에 피곤해진다면….
역시 가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