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208
208. 시작할 때가 재밌지
지상파 방송국 MBS 사옥.
“저, 민영 씨.”
퇴근 시간, 회사 민영이 로비를 나서려고 할 때였다. 누군가 민영을 부르며 다가왔다. 입사 동기 아나운서였다.
“네?”
“오늘 같이 한잔 어때요? 요 근처에 기가 막히게 분위기 좋은 곳 발견했거든요.”
잠시 멈칫한 민영이 주변을 슬쩍 둘러보고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우리 둘이요?”
“아…. 네.”
동기가 조금은 어색한 듯 빙긋 웃었다.
“둘이 마시면 안 되나요?”
“네.”
민영이 주저 없이 대답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아….”
민영이 빙긋 웃었다.
“남자 친구가 기분 나빠할 거예요.”
“남자 친구요? 민영 씨 남자 친구 있었어요? 분명히 다들 없다고…. 혹시 거절하려고 거짓말하시는 거면….”
“그런 거짓말을 뭐 하러 해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남자였고, 친구였으니까. 당연히 그냥 친구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우정보다는 가까운…. 아주 나쁜 놈.
“민영아!”
도민우가 출입구 밖으로 나온 민영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민영이 옆에 서 있는 동기에게 도민우를 손짓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호의는 감사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난감해하는 동기를 뒤로하고 민영이 도민우에게 뛰어갔다.
“오래 기다렸어?”
마치 오래된 여자 친구처럼 민우에게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는 민영.
“어? 뭐야?”
민영이 팔짱을 끼는 게 어색한 도민우가 화들짝 놀랐으나, 민영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일단 따라와.”
조용히 속삭인 민영이 동기의 시야에서 사라질 즈음이 되어서야 팔짱을 풀었다.
“됐어.”
“뭐야? 뭐가 됐는데?”
“알려고 하지 마. 다치니까.”
“아, 왜, 뭔데. 다쳐도 되니까. 얘기해 줘. 궁금하잖아.”
“다시 한번 경고한다. 묻지 마라.”
두 가지 이유였다. 대답하지 않는 건. 하나는 정말 도민우가 기분이 안 좋을까 봐.
다른 하나는 민영의 기분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
민영의 표정이 굳어지자, 민우가 더는 묻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그래, 그래, 누구나 비밀은 있는 법이지. 그럼, 어디로 갈까? 먹고 싶은 종류만 얘기해. 내가 또 방송국 근처는 꽉 잡고 있잖아.”
“그럼, 얼큰한 거 먹자. 속 좀 확 풀리게.”
새삼스러울 관계도 아니 건만, 동기의 데이트 신청 때문인지, 오늘따라 속이 답답한 민영이었다.
그 속을 알 리 없는 도민우가 천진하게 대답했다.
“아, 얼큰한 거? 좋지! 매운탕?”
“좋아.”
민우가 민영을 데리고 근처 매운탕 집으로 향했다. 민영이 좋아하는 메뉴였다.
“와. 회사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근데 사람이 너무 많다. 너무 오래 기다리겠는데?”
맛집인데다가, 딱 저녁 시간. 밖은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어허. 내가 누구야. 도민우 아니냐. 잠깐만 기다려.”
도민우가 안으로 잠시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민영에게 말했다.
“자, 됐어. 들어가자.”
“뭐?”
“빨리, 빨리.”
손님들로 가득 찬 식당 안. 도민우를 따라 들어간 곳에 딱 두 사람분의 자리가 세팅되어 있었다.
“뭐야?”
“뭐긴 뭐야. 예약했지.”
“뭐? 내가 매운탕 먹기 싫다 그랬으면 어쩌려고.”
“그럼 뭐…. 예약비 날리는 거지.”
“뭐어?”
“근데. 그럴 리가 없지. 왜냐, 딱 느낌이 그러더라고. 오늘 민영이는 매운탕이다. 흐흐. 내가 누구야. 도문어 아니냐.”
도문어의 촉 덕분에 먹기 어려운 맛집 매운탕을 쉽게 먹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 민영의 속을 답답하게 한 것도 눈앞의 녀석이었으니.
이런 걸 병 주고, 약주고라고 해야 하나.
민영이 피식 웃었다. 도민우가 물었다.
“방송국 일은 좀 어때?”
“뭐, 그냥….”
자연스럽게 민영의 회사 이야기로, 도민우의 근황 이야기로 이어지는 대화.
보글보글
대화가 무르익을수록 매운탕도 탐스럽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자, 여기.”
민우가 매운탕을 정성껏 덜어 담아서 민영 앞에 두었다. 민영이 작게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었다.
후륵.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다.
“와…. 엄청 맛있네.”
“헤헤, 그럼, 이 도민우님께서 아무 데나 막 추천하고 그러겠어?”
도민우의 넉살에 민영이 빙긋 웃었다.
미운 녀석인데,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 7년 동안을 그렇게.
“아무튼 그렇게 된 일이야.”
민우가 말을 이었다. 민영이 어느새 멍하니 민우를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거두고 대답했다.
“와, 진혁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네. 하지만 뭔가 진혁이답다 싶기도 하고.”
“진혁이 답다라…. 그게 맞는 말일지도.”
고개를 끄덕이는 도민우에게 민영이 말했다.
“근데. 너는? 당분간 진혁이 도움을 절대로 받지 않을 것처럼 그러더니만.”
“아, 그치. 맞지. 내가 그랬지. 근데….”
어쩌면 진혁이 먼저 얘길 꺼내지 않았다면, 도민우는 끝까지 진혁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지만, 민우로서도 나름 지켜야 할 자존심 같은 건 있게 마련이었으니. 자신이 뱉은 말은 지켜야 하는.
하지만 단지 진혁이 먼저 제안을 했기 때문에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진혁의 도움을 받기로 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애들이…. 너무 간절하더라고.”
7개월 조금 넘는 시간, 민우가 위키플라워 멤버들에게서 본 건 ‘간절함’. 지독한 ‘간절함’이었다.
지방 행사를 뛰면서 받는 온갖 무시와 모멸감 속에서도 늘 웃던 멤버들. 단 하루의 쉼을 허락하지 않던 녀석들의 땀방울.
절대 집에 못 들어간다고 펑펑 울던 그 마음을 어쩐지 도민우는 깊이 알아버리게 되었다.
“모르면 몰라도, 그걸 알아버리면….”
민영을 응시하던 민우가 빙긋 웃었다.
“내 자존심이 뭐라고. 걔들의 간절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걸.”
말 좀 바꾸면 되는 일이었다. 그냥 진혁의 도움을 받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면 녀석들에게 황금 같은 기회가 생기는 일이었다.
“와….”
민영이 뭔가 묘한 표정으로 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말했다.
“야, 나 술 좀 마셔야겠다.”
민영이 소주를 시켰다. 그리곤 민우가 잔을 채워주기도 전에, 스스로 따라서는 입에 확 털어넣었다.
“어어. 뭐야. 갑자기. 천천히 마셔.”
도민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거푸 잔을 비우는 민영. 결국 도민우가 민영의 손목을 잡았다.
“야, 왜 그래. 그만 마셔.”
“…. 야. 도민우.”
“응?”
“너 걔들한테 딴마음 있는 거 아냐?”
“뭐?”
정작 하고 싶은 말과는 상관이 없는 강짜였다. 민영이 도민우의 손을 뿌리쳤다.
“왜 너 예쁜 애들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에이, 뭔 소리야. 장난치는 거 가지고. 내가 진짜 그러면 왜 지금까지 여자 친구 한 번 없었겠어.”
민영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하. 그러면….”
탁.
민영이 소주잔을 세게 내려놓았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하지만 더 이상 말을 눌러둘 수 없었다.
“내 간절함이 부족했나 보네. 네 자존심을 굽혀 주기엔.”
도민우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
“……”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사방은 만석이 된 손님들로 북적였건만, 마치 아무도 없는 공간에 단둘이 떨어진 듯, 두 사람의 귀에는 정적이 흘렀다.
도민우가 민영을 슬쩍 바라보았다.
전교 1,2등을 다투던 수재, 한국대생, 그리고 MBS의 아나운서.
자존심이었다.
반에서 최하위권을 다투던 둔재, 대학 이름조차 낯선 지방대학생, 그리고 지금은 휴학생. 아직 소속도 없는 매니저.
단 한 번도, 단 한 순간도, 민영과 어울릴만한 자리에 서 있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야, 도민우. 너 이번 주말에 뭐해?’
‘왜 회장? 데이트라도 신청하게?’
‘뭐, 뭐라는 거야!’
몰랐다면 바보였다. 그 7년의 세월을.
피했다. 자존심 때문에.
그렇다고 확실하게 선도 긋지 못한 채.
언젠가 민영에게 어울릴 만한 사람이 되면. 이라는 비겁한 변명으로 하루하루를 미루며.
그러게.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민영의 7년과 바꿨을까.
철이 든다는 건, 어느 날 불현듯 찾아오는 사고 같은 것일지도 몰랐다.
“참 구질구질한 놈이야. 나란 놈은.”
도민우가 소주를 한 잔 털어 넣었다.
“야, 너는 이렇게 예쁘고 똑똑한 애가 이렇게 구질구질한 놈이 뭐가 좋다고 지금껏 이러고 있냐.”
“……”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민영이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금세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쁜 놈.
지금이라도 뭐, 지금이라도 마음 정리하라고?
그렇게 쉽게 정리될 마음 같았으면 지금까지 이러고 있을 이유도 없었다.
7년 만이었다.
오늘 회사 동기가 데이트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하필 그 타이밍에 멤버들을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았다는 도민우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래서 지금처럼 뭔가 억울한 마음이 터져 나오지 않았다면, 여전히 가슴앓이만 했었을지 모를, 오래 오래 쌓여왔던 말이었다.
민영에겐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던 그런 말이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이 고작.
서러웠다. 그토록 간절했던 자신의 마음이 전혀 닿지 못했다는 사실이.
도민우가 자신의 옆에서 느낄 감정이 어떤 건지 모르는 바 아니었다. 그래서 기다렸다.
도민우가 지켜야할 자존심보다 자신의 존재가 더 커질 때까지.
“왜 그래? 멤버들 위해서는 그렇게 쉽게 내려놓아지는 자존심이 왜 나한테는 안 되는데? 7년이었어. 나는.”
민영이 왈칵왈칵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꾹 눌러 참았다. 도민우가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그만해. 좋은 말로 할 때….”
하지 마. 나쁜 놈아. 말하지 말라고.
“사귀자.”
“하지 말라고 했….?”
민영의 눈이 커다래진 채로 굳었다.
지금 뭐라고?
차마 입을 열 수가 없는 민영. 입을 다시 연 건 도민우였다.
“진즉 해야 할 말이었는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
“지금부터라도 내가 잘할게. 많이 부족하지만 더 열심히 해서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될게.”
“……”
결국 민영이 꾹꾹 눌러왔던 것이 터지고 말았다.
“이, 이…. 나쁜 놈! 으아앙―.”
대성통곡이었다.
“미, 민영아….”
당황한 도민우가 민영의 옆으로 다가가 등을 다독였다.
“야,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
도민우의 귀에 주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저거 뭐야. 여자가 차인 건가?”
“와, 남자가 인상은 좋은데, 순 나쁜 놈인가 보네. 저렇게 예쁜 여자 친구를 울리고.”
“뭐야. 바람이라도 핀 건가.”
그렇게. 시작하자마자 바람을 핀 놈이 되어버린 도민우였다.
***
“그래, 그렇게 되었구나.”
“죄송합니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형님.”
“야야, 다들 왜 이래 이게 왜 죄송할 일이야! 기뻐할 일이지!”
이승수 사장이 진혁과 이광수 실장을 번갈아 보며 손을 휘휘 저었다.
“진혁이한테는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
이승수 사장이 쓰러지고, 진혁을 독대했을 때, 거듭거듭 부탁했던 것이었다.
‘진혁아. 너는 네 꿈을 펼쳐야 된다. WP와 함께하는 건, WP가 네 꿈을 담을 수 있을 때까지만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이제 WP를 떠나는 수장으로서, 진혁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은 마음 편하게 날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믿었다.
이 규격 외의 천재 배우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그 무엇에도 갇혀 있어서는 안 되기에.
‘괜히 나 생각한다고 의리 때문에, 정 때문에 주저하지 말라고. 네가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하는 게 내가 정말 원하는 거니까.’
진혁의 성격을 알기에 한 말이었다. 물론 진혁도 이승수 사장의 이 말 때문에 주저없이 일을 벌일 수 있었고.
“제일 아끼는 배우하고, 제일 아끼는 동생이 일 한번 벌여보겠다는데, 내가 왜 서운해. 나 그런 사람 아니야. 인마. 으하하.”
안다. 이승수의 성격은 누구보다 이광수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가진 회사에 대한 애정도 그만큼이나 잘 알고 있었다.
“진혁이 빠져나가면, 회사에 타격이 제법 클 겁니다.”
“크겠지.”
“그러니까. 죄송하죠.”
“그러니까 인마. 그걸 왜 나한테 죄송해 하냐고. 내가 사장이냐? 사장은 김웅정이야. 걔가 알아서 하겠지.”
진혁이 없었을 때도 이미 국내 최고 기획사였다. 진혁 때문에 날개를 단 건 사실이지만, 그 날개 하나 꺾였다고 휘청거릴 회사는 아니었다.
“이 정도도 못 이겨내면 그놈도 꽝인 거고. 아, 몰라. 꽝이나 마나 내가 왜 은퇴한 회사를 신경 써야 되냐. 젊은 놈들이 알아서 하겠지.”
이승수 사장이 손을 휘휘 저었다. 그리고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했다.
“야, 근데, 진혁이하고 너하고 둘이 회사를 시작하면 진짜 재밌겠다. 회사는 원래 시작할 때가 제일 재밌거든.”
이승수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걸그룹 키운다고 했지? 크…. 야, 광수야. 우리 S.U.S 키웠을 때 생각나냐? 아이고 고 꼬맹이들 진짜 예뻤는데. 고것들이 이제 다 시집 가가지고, 병원에 애들 데리고 인사 왔더라. 으하하.”
한참을 기분 좋게 웃던 이승수가 신나게 말을 이었다.
“자고로 이게 걸그룹을 키울 때는 말이야….”
걸그룹 육성 노하우를 풀어놓는 이승수 사장.
이제 일 얘기는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저렇게 즐거워 보일 수가 없었다.
이광수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이 형님. 이거 큰일 날 사람이네. 심장 좀 신경 쓰라고 이 사람아.
“야, 진혁아. 근데 이게 걸그룹이 재밌긴 한데, 애들끼리 서로 한번 싸우잖아? 야, 그거는 보이그룹 애들 싸우는 거 하고는 또 영역이 달라요….”
갈수록 더 신이 나서 떠드는 이승수를 보며 결국 이광수가 피식 웃어버렸다.
하긴. 심장이라는 게. 뛰라고 있는 거긴 하지.
***
“먹어. 먹어. 많이 먹어. 맨날 라면만 먹지 말고.”
“오빠도 좀 먹어요.”
“그래. 그래.”
위키플라워 멤버들 앞에 진수성찬이 펼쳐져 있었다.
멤버들을 보는 도민우의 얼굴이 싱글벙글했다. 사차원 장이현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했다.
“오빠. 수상한데.”
“뭐, 뭐가 인마.”
도민우가 화들짝 놀라 말했다. 사실 수상한 일을 여럿 갖고 있기는 했으니.
“오빠. 연애하는구나.”
“뭐?”
“맞죠?”
“…. 어떻게 알았냐.”
바쁘게 젓가락질하던 멤버들의 손이 멈췄다.
“꺅! 진짜요? 오빠 연애해요?”
“헐. 대박. 누군데요?”
장이현이 자신이 맞췄다는 걸 자랑하듯 뿌듯한 얼굴로 툭 내뱉었다.
“그때 그 언니겠지 뭐.”
“아! 그 아나운서 언니?”
“진짜? 오오! 오빠 능력자네!”
연애를 시작한 건 도민우였으나, 더 신이 난 건 멤버들이었다. 신나게 떠들던 멤버들이 말했다.
“근데, 오빠 이 시국에 연애하면 우리는 방치 되는 거 아니죠?”
“잉. 뭐야. 우리 방치하려고 뇌물 먹이는 거예요?”
뇌물이 이런 때 적합한 말인가? 도민우가 잠시 갸웃하고는 말했다.
“그럴 리가.”
“진짜 그럼 안 돼요. 우리 진짜 서운해요.”
“걱정 마라. 연애도 시작하고, 너희들 앨범 내줄 투자자도 구했으니까.”
“아, 투자자도…. 네?!”
순간 멤버들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오빠, 지금 뭐라고 했어요?”
“투자자! 투자자라고 한 거 맞죠!”
“어. 맞아.”
“꺅!”
멤버들이 뒤집어졌다.
“아니, 오빠 어떻게요? 어떻게 투자자를 구했어요! 와, 진짜….”
“그럼, 이제 우리 앨범 낼 수 있는 거예요?”
“당연하지.”
“힝….”
막내 고아람이 눈물을 터트려 버렸다.
“야야, 아람아, 울지 마. 벌써부터 울면 안 돼. 니들도.”
아람과 멤버들을 다독인 도민우가 말했다.
“빨리 많이 먹어. 먹고 갈 데가 있으니까.”
“훌쩍…. 갈 데요?”
“어디요?”
도민우가 빙긋 웃었다.
“너희들 이사할 숙소에 가 봐야지. 투자자님도 만나 봐야 하고.”
“네? 이사할 숙소요?!”
멤버들이 기껏 집어 들었던 젓가락을 다시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