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63
63. 연출 의도
“야, 어딜 꼬나보고 지나가냐고!”
“……”
진서진(우진혁)의 뻣뻣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동네 불량배들이 진서진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는 서진.
“하. 이 자식 봐라? 이게 지금 장난인 줄 아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규정을 준수하는 불량배의 대사는 욕 한마디도 제대로 섞이지 못한 채 순하기 그지 없었으나,
휘익!
주먹만큼은 아주 매섭게 서진(진혁)을 향해 날았다.
휙!
가벼운 위빙으로 피해내는 서진.
심상치 않은 장면의 시작이었다. 그냥 동작만 큰 어설픈 주먹질과 허세 가득한 주인공의 회피 동작이 아니었다.
휙! 휘휙!
불량배를 맡은 스턴트맨의 간결하고 스피디한 펀치 세례를 진혁이 마치 천재 복서 메이웨더의 위빙을 연상케 하는 몸놀림으로 깔끔하게 피해냈다.
스턴트맨의 펀치가 워낙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터라, 아무리 합을 맞춘 상황이었더라도 진혁의 엄청난 순발력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동작들이었다.
퍼억!
대여섯 번의 회피 후, 서진(진혁)의 주먹이 반격을 가했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난 불량배.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불량배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 5명으로 계획된 불량배들의 숫자는, 두 감독의 짝짜꿍으로 8명까지 늘어나 있었다.
마치 어느 누아르 영화를 연상시키듯 험상궂은 불량배들이 아무 말 없이 차례로 진혁에게 달려들었다.
휙!
퍽!
퍼벅!
휘익!
복잡하게 뒤엉키는 9명의 동선. 이미 장르가 바뀌어 버린 드라마의 현란한 격투 씬이 화면을 수놓았다.
인터넷 게시판이 실시간으로 난리가 났다.
– 고딩 불량배들이 문파가 있나. 더럽게 잘 싸우네.
┖ 그럼 진서진은요?
┖ 천마의 귀환
– 이거 뭐얔! 왜 갑자기 드라마 장르가 바뀌냐고!
┖ 장르고 뭐고 모르겠고. 그냥 졸라 멋있음.
– 이 쓸데없는 고퀄 액션은 뭥미? 뭔가 안 어울리는데, 그 와중에 액션은 개잘하네.
– 저거 진혁 본인 맞음? 순간순간 너무 빨리 지나가는 부분은 모르겠네. 스턴트 쓴 것 같기도 하고.
“크윽.”
숫적 열세로 인해 어느새 내몰린 진서진(우진혁). 점점 맞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던 그 무렵.
퍼억!
정도아(민서연)가 불량배 한 녀석을 날려버리며 싸움판에 뛰어들었다.
“뭐야! 이 계집애는!”
“야! 넌 뭐야?”
“나? 친구.”
“뭐?”
“얘 친구라고.”
“하. 나. 별….”
이어지는 2대 8의 화려한 액션.
슬림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정도아(민서연)가 진정 드라마의 장르를 바꾸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번개 같은 속도로 상대를 공격해 들어갔다. 마치 전장을 누비는 살수처럼.
휘익-
서연의 단발머리가 물결처럼 찰랑댈 때마다,
“크윽!”
나뒹구는 불량배들.
넘어질 때마다 재빨리 일어나 다시 덤벼 보지만, 어느 새 다시 진서진까지 힘을 내고 있는 상황. 불량배들이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 아이고 내 심장이야. 서연아! 오빠 죽는다!
– 꼭 워리어스 시리즈의 블랙쉐도우 같네.
┖ 와! 나도 딱 그 생각했는데!
┖ 천마와 블랙쉐도우라. 완전 유니버스 세계관이구만.
– 도아 언니 너무 머쪄욤♡
┖ ♡♡
– 저거 확실히 민서연 본인 맞는 거 같죠?
┖ 맞는 거 같음. 얼굴 확실히 나오는 장면에서 몸쓰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음.
– 확실하다. 저 PD 차기작은 액션 드라마다.
“큭.”
어느새 이곳저곳에 널브러졌던 불량배들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진혁과 서연의 콤비를 도저히 당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동네 불량배들이 주춤주춤 물러서기 시작했다. 있지도 않을 나중을 기약하며 도망가는 녀석들.
그런 불량배들을 정도아(민서연)가 한심한 듯 바라보았다.
“쳇. 머저리 같은 놈들.”
도아의 눈에 떨어져 있는 안경이 들어왔다. 도아(서연)가 안경을 주워 서진(진혁)에게 건넸다.
“자, 안경. 다행히 부러지진 않았네.”
“…. 고맙다.”
첫 등장 이후 계속 안경을 쓰고 등장하던 서진(진혁)이 오랜만에 안경을 벗은 모습으로 카메라에 제대로 잡혔다.
도아(서연)를 바라보고 있는 바스트 샷.
싸움으로 조금은 헝클어진 머리와 옷매무새. 하지만 그래서 뭔가 거친 매력을 더하는.
진혁의 팬들이 가슴 설레기에 충분한 한 컷이었다.
“고마우면. 음료수라도 사던가.”
방금 전 싸움으로 여전히 빨갛게 상기된 도아(서연)의 얼굴이 프레임을 채우는 순간, 불어온 바람으로 흩날리는 단발머리.
비스듬히 걸리는 도아(서연)의 매력적인 미소.
드라마가 시작된 이래 거의 미소를 보여주지 않던 반항아 정도아였기에 그 미소는 더욱 매력적이었다.
공원의 불빛 희미한 가로등 아래, 봄바람에 설렌 어린 나뭇잎들이 살랑였고, 때마침 흩날리는 벚꽃 잎들을 배경으로,
그렇게 마주 선 두 사람이 풀샷으로 잡혔다.
둘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뭔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간지럽게 하는 서정적 연출이었다.
***
편의점에서 나온 진서진(우진혁)이 탁자에 앉아 있는 정도아(민서연)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고마워.”
정도아가 음료수를 받아들었다.
이미 학교 안에서 진서진과 정도아의 짧은 만남이 몇 번인가 있었던 후였다.
완벽한 모범생 이미지의 진서진(진혁)과 반항아 정도아(서연)가 어쩐지 서로 비슷한 뭔가를 느끼고 있는 상황.
“난 처음부터 알았어. 너 딱히 모범생은 아닐 거라는 거.”
“……”
“안경으로 숨겨 봤자야. 그 눈빛. 너는 꼼짝없이 우리 과라고.”
진서진이 말없이 음료를 마셨다. 그런 서진(진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도아(서연)가 슬쩍 지나치듯 물었다.
“안경, 물어봐도 돼?”
“……”
“알도 없는 걸 왜 쓰고 다니는 거야?”
서진(진혁)이 도아(서연)의 질문에 들고 있던 음료를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니, 네가 패션으로 그러는 건 전혀 아닌 것 같으니까. 그냥 궁금했어.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
정도아(민서연)가 진서진(우진혁)의 눈을 피하고는 머쓱하게 음료를 들이켜는 순간이었다.
“형 때문이야.”
“응?”
“형이 안경을 썼었어.”
“뭐야. 어린 애도 아니고 형 따라 안경을 썼다는 거야?”
“내가 형을 너무 좋아했거든.”
정도아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아. 하긴. 어릴 때는 언니 오빠들이 안경 쓴 거 보면 나도 쓰고 싶고 그랬지. 그럼 어릴 때부터 형 때문에 쭉 따라 쓴 거야?”
“……”
“야. 너도 어지간하다. 이제 나이 먹었으면, 브라더 보이는 벗어날 때 되지 않았냐?”
정도아(서연)가 농담을 던졌지만, 오히려 더 굳어버리는 듯한 진서진(진혁)의 표정에 서둘러 수습을 했다.
“아니 뭐. 네 취향을 무시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
“솔직히 넌 안경 벗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서.”
정도아가 자신의 말이 쑥스러웠는지 슬쩍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미안. 이것도 오지랖이지.”
“오지랖이라고 하면.”
“?”
“싸움에 끼어든 것부터 그렇지.”
진서진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어렸다. 그런 서진(진혁)을 바라보는 도아(서연)의 입가에도 비슷한 미소가 어렸다.
이로써 인터넷 게시판에 두 번째 전쟁이 벌어졌다.
우진혁, 안예나 커플을 응원하던 팬들이 발끈했고.
– 아…. 이게 뭔가요. 작가 양반 이게 정말 최선이었습니까? 뜬금없이 정도아라뇨.
┖ 뜬금없진 않음. 도아하고 서진이 묘하게 닮았다는 암시를 얼마나 던졌는데.
– 축! 진서진♡정도아
민서연의 팬들은 쌍수를 들고 진혁과 서연 썸을 환영했다.
적의 적은 친구라고 했던가.
‘어남혁’을 외치며 두 주인공 커플이 이어지길 빌던 팬들이 진서진(우진혁)과 정도아(민서연) 커플 팬들을 지원사격하기 시작했고.
– 강혁♡김아린, 진서진♡정도아 두 커플 아주 잘 어울려요~
진혁과 서연의 에피소드가 로맨스의 출발인지, 아니면 어떤 동질감에서 비롯된 단순한 우정의 시작인지에 대한 논란도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 진서진, 정도아는 아직 뭔가 확실한 게 없는 거 아닌가? 커플은 너무 간 듯.
┖ 진서진과 정도아가 마주 보는 장면에서 뭐 느껴지는 거 없었음? 연출 의도가 확 느껴지던데.
┖ 맞아. 맞아. 저 느낌은 그냥 우정일 리가 없지.
PD의 서정적 연출이 단순한 우정을 암시하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우세했고.
윤이준과 안예나 VS 우진혁과 안예나 커플 지지 구도에서 이제 민서연까지 전선에 합류하면서, 인터넷 게시판은 각각의 커플을 응원하는 팬들의 댓글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
“국장님. 하이스쿨2 보세요?”
“아. 이 부장님은 봤어요?”
KBC 드라마국 국장실. 국장 데스크 정면으로 놓인 커다란 TV 화면에 어제 방영된 하이스쿨2 영상이 돌고 있었다.
“그럼요. 요즈음 우리 KBC 효자 드라마인데요. 본방사수했죠.”
“출장 다녀왔더니 아주 난리가 났던데.”
“난리가 났죠.”
준비 된 커피잔을 집어 들며 부장이 빙긋 웃었다.
“저희 집에서도 난립니다. 저희 와이프하고 딸이 아주 광팬이라서요.”
“부장님 집도 그래요? 훗. 어느 집이나 똑같네. 우리 집도 그래요.”
그때였다. 화면에서 문제의 액션 씬이 펼쳐졌다. 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 저 장면이요. 저게 또 난리죠. 정두일 PD 생각보다 재밌는 사람이에요. 아니, 무슨 생각으로 저 액션 씬을 저렇게 고퀄로 집어넣었는지 만나면 한번 물어보려고요.”
스타 PD 출신으로 드라마 판에서 잔뼈가 굵은 국장의 얼굴에도 어이없는 웃음이 걸렸다.
“나도 궁금하네요. 와, 저게 뭐야. 진짜 저거 뭔가 의도가 있나?”
“그러니까요.”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 국장이 말했다.
“근데. 저기 저, 우진혁이란 친구요.”
“네. 저 친구 아주 요즘 핫하죠.”
“저거 액션 대역이 아닌 것 같은데?”
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혁도 그렇고, 저기 민서연도 그렇고, 제가 언뜻 들었는데, 대역 없이 했답니다. 대단하죠.”
“대단하네. 18살이라던데. 아주 물건 하나 나왔네. 아니, 둘인가.”
부장과 대화를 하면서도 한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던 국장이 진혁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에 이르렀을 때, 혼잣말하듯 말했다.
“아. 좋은데…. 아주 딱 좋아.”
***
화요일, 그리고 수요일. 하이스쿨2 방영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정두일 PD의 입이 귀에 걸렸다.
– 하이스쿨2 격투 씬 화제. 지나친 액션인가, 아니면 의도된 연출인가?
– 하이스쿨2 복잡해져 가는 애정전선. 진서진과 정도아, 서로 미묘한 감정 싹트나?
쏟아지는 연예 기사, 팬들의 댓글 전쟁이 커질수록 비례해서 치솟는 시청률.
“으허허.”
“그렇게 좋으세요?”
“아니, 그럼 한 작가님은 안 좋으세요? 전 요즘 아주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당연히 저도 좋죠.”
한유경 작가가 빙그레 웃었다. 승천하던 정두일 PD의 광대뼈가 곧 천장을 뚫고 치솟을 지경이었다.
“아이고! 정 PD님!”
정 PD만큼이나 광대뼈가 올라가 있는 프로덕션 사장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23프로예요, 23프로! 으하하하!”
“아휴, 사장님 23.3 프롭니다. 0.3프로가 얼마나 큰데요. 하하하.”
“아, 그렇죠. 그렇죠. 시청률이 0.3프로인 프로그램도 있으니까요! 으하하!”
싱글벙글한 사장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지금 해외 판권 문의가 아주 빗발칩니다. 우리 정 PD님, 한 작가님 말 듣고 미리 판권 계약 안 하길 얼마나 잘했는지 몰라요. 허허.”
사실 하이스쿨1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크게 화제가 되면서, 하이스쿨2 제작 시점부터 끊임없이 해외 판권 문의가 들어왔었다.
사장으로서는 하이스쿨2의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1편의 후광을 업을 수 있는 지점에서 판권 계약을 하는 것도 안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정두일 PD와 한유경 작가가 2탄의 성공을 확신하는 걸 보고, 나름의 작은 도박을 했다.
국내 시장 흥행을 확인하기 전까지 해외 판권 계약 보류. 그 덕에 제작비 조달은 조금 더 빠듯해졌지만, 이제 와 그 선택은 회사에 커다란 선물을 안겨다 줄 참이었다.
꽤 성공적이었던 하이스쿨1조차 초라해 보일 정도의 화제성과 시청률을 확보한 상황.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격과 조건에서 판권 계약 조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싱글벙글 하던 정두일 PD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한유경 작가와 사장에게 말했다.
“오늘 저녁에 또 아주 재밌는 일이 있을 겁니다.”
“어. 혹시?”
눈치를 챈 두 사람이 기대감으로 눈을 키웠다. 정두일 PD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
OST 녹음실에서 듀엣을 하는 우진혁과 연세린의 메이킹 영상이 공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