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86
86. 드라마가 끝나고 난 뒤
– 마지막 회 앞둔 “2012 홍길동전”, 홍길동의 부활 예고하며 시청률 52.8%.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
– [드라마를 보는 눈] 위선인가, 또 다른 신념인가. 아니면 그저 실존인가. “2012 홍길동전” 인물 분석① 홍길동.
– “2012 홍길동전” 숱한 화제를 뿌리며….
“역시 드라마 관련한 연예 뉴스는 KBC ‘2012 홍길동전’으로 꽉 채워졌죠?”
MC가 홍길동전 관련한 기사를 스크랩한 화면을 보며 말을 꺼내자, 기자가 답했다.
“네, 마지막 화를 앞둔 드라마 홍길동전, 겨울 한파를 밀어낼 만큼 뜨거운 화제를 낳은 드라마답게 마지막까지 불이 타고 있습니다.”
“뭐, 요즈음 홍길동 얘길 빼놓으면 어딜 가든 대화가 안 될 정도죠.”
MC와 게스트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방송에서는 다시 적을 죽이기로 한 홍길동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등장을 했어요.”
“홍길동의 결심을 놓고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했죠.”
“네. 기사 중에도 보셨습니다만, 전문가들 안에서도 홍길동 캐릭터를 놓고 다양한 분석들이 있습니다.”
MC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이번 홍길동이 복잡한 인물이라는 거겠죠?”
“네, 맞습니다. 단순히 권선징악을 실현하는 스테레오 타입의 영웅상에서 벗어난 인물인 것은 확실하고요.”
“그렇죠. 흔들리고, 고뇌하는.”
“마지막까지도 뭐가 옳다, 그르다가 명확하지 않아요. 거기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이 작품을 매력 있게 하는 하나의 요인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잡았다. 그런 평가를 많이 하더군요.”
“네. 그렇습니다.”
지나가는 드라마 화면을 함께 보며, MC가 말했다.
“복잡한 인물인 만큼 표현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요.”
“네. 이번에 홍길동 역을 맡은 배우 우진혁 군. 촬영 당시 18세, 이제 막 19세가 되었습다. 아직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연기력에서부터 대역 없는 액션까지, 전문가들도 할 말을 잊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MC가 게스트로 출연한 중견 배우에게 물었다.
“이한중 씨가 보시기에는 어떠신가요?”
“하하. 방금 기자님께서 전문가들도 할 말을 잊었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죠.”
“그래서 저도 할 말을 잊어버렸습니다.”
“하하. 그거 말이 되네요. 대단한 배우인 거죠?”
“예.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그런 규격의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MC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뜨거운 열기 속에 종방을 맞는 ‘2012 홍길동전’ 그 마지막 결말을 오늘 밤 9시 50분 KBC에서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TV 화면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홍길동전 CP 김영수 부장에게 이상수 국장이 물었다.
“제대로 해야겠죠?”
“네? 아, 종방연은 아주 제대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뇨. 그거 말고.”
“그럼…?”
“여장이요.”
“아!”
부장이 빙그레 웃었다.
“후배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우리 국장님이시니, 하시려면 제대로 해야죠.”
“그럼 분장팀 좀 섭외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국장님, 기왕하시는 김에 촬영팀도 가시죠?”
“예?”
“메이킹 필름에 들어가면 좋지 않을까요?”
“……”
국장이 잠시 고뇌에 빠졌다.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까짓것 이 한 몸 버려서, 모두가 즐거울 수 있다면.”
“흐흐.”
“그리고 메이킹 필름 진혁이 꼭 보게 하세요.”
“진혁이요?”
“아니. 나 불쌍해서라도 예능 한번 출연해 달라고.”
“아…. 흐흐 그렇게 하겠습니다.”
***
[제 十六 화. 다시 홍길동]“관군의 피해도 상당한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의 추격은 어려울 듯합니다.”
“놈들은 어디까지 이동했나.”
“정시령 인근에서 더 전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그곳에서 주둔할 것 같습니다.”
보고를 받은 홍길동 진혁이 활빈당 지도부를 향해 말했다.
“곧바로 추격한다.”
“예. 두목.”
진혁이 활빈당원들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적을 살리든 죽이든, 그것은 너희들의 마음을 따라라. 다만, 무슨 일이 있어도.”
“……”
“죽지 마라. 반드시 살아 돌아온다.”
“걱정하지 마시오. 두목.”
부두목 장부리가 가슴을 쾅쾅 쳤고, 다른 이들도 결기 어린 눈으로 진혁을 바라보았다.
출정 준비를 마친 홍길동 진혁 일행에게 연주 아씨가 다가왔다.
“가십니까.”
“예.”
“잘 다녀오십시오.”
애써 덤덤하게 인사를 건네는 연주를 진혁도 힘써 덤덤하게 바라보았다.
“강희(서연) 잘 부탁합니다.”
“염려 마세요.”
출정하는 진혁과 활빈당원들을 바라보는 연주의 뒷모습에서 화면이 바뀌고.
관군의 상태와 조정 대신들의 갑론을박, 그리고 군대를 추스르고 있는 정지안의 가짜 활빈당의 모습이 차례 비추고 난 뒤.
드디어 도착한 홍길동 진혁의 활빈당이 어두움을 틈타, 정지안의 가짜 활빈당 무리를 기습했다.
비록 관군에게 당했다고는 하나, 아직 수백의 무리를 이루고 있는 가짜 활빈당.
그에 반해, 핵심 전력인 강희 서연을 잃은 불과 수십의 활빈당원들.
활빈당원들이 기습으로 적들의 전열을 흩트려 놓는 사이.
휙!
휘익!
“크어억!”
봉인을 해제한 홍길동 진혁은 수백 기의 상대를 홀로 베기라도 하려는 듯, 미친 듯한 검투를 선보이며,
단숨에 가짜 홍길동 정지안의 군막에 접근했다.
군막 앞을 지키던 두 명의 경비가 진혁에게 다가왔다. 강해 보이는 녀석들.
스릉.
녀석들이 칼집에서 칼을 빼어드는 것과 동시에 전광석화와 같은 몸놀림으로 진혁을 향해 검을 내어 질렀다.
고수(高手).
하지만 고수라 봐야 단 2명.
봉인을 해제한 홍길동에겐 아무리 고수라 할지라도 10단위 이상의 숫자가 들러붙지 않는 한 몇 합을 겨루기가 어려울 일이었다.
하지만 녀석들의 눈빛엔 두려움이 없었다. 이전에 이미 홍길동 진혁과 합을 겨뤄본 적이 있는 녀석들인 탓이었다.
지금의 홍길동은 그들이 알던 그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치명적 실수.
진혁의 눈빛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두 사내의 검격 사이를 바람처럼 휘돌아 나가는 ‘죽음의 검무’가 펼쳐졌고.
휘리릭!
촤촥!
순식간의 일이었다.
어…?
놀라 커다래진 녀석들의 눈에 핏빛 필터가 차올랐다.
이게 무슨…?
털썩.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채 입으로 뱉어보지도 못한 채, 두 신형이 동시에 무너졌다.
슈슉!
두 신형을 베어낸 홍길동 진혁의 발이 땅에 닿기가 무섭게, 엄청난 속도로 찔러 들어오는 검이 있었다. 정지안이었다.
카강!
검으로 검을 받아내고, 진혁이 두어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검을 겨눈 채 마주 선 두 사람.
“뭐지? 각성이라도 한 건가?”
너무나도 손쉽게 자신의 호위를 베어낸 홍길동 진혁에게 조금 혼란을 느끼고 있는 정지안이었다.
이미 몇 번을 겨룬 상대였다. 자신과 호위에게 단 한 번도 치명타가 될 만큼 날카로운 공격을 날려본 적이 없는 그런 실력. 그게 홍길동이 아니던가.
“아니면 어디서 힘을 키우는 영약이라도 구한 건가?”
홍길동 진혁이 살기 외에는 초점조차 남기지 않은 눈으로 비릿하게 웃었다.
“알아서 뭐하게. 곧 죽을 놈이.”
진혁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피융!
마치 화살이 발사되는 듯한 파공음과 함께, 눈으로 따라잡을 수도 없을 속도로 진혁의 검이 날았다.
카강!
“크윽!”
지잉.
진혁의 검을 가까스로 받아낸 정지안의 손이 충격으로 떨렸다.
“오호.”
가상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는 진혁.
그런 진혁의 모습을 보며, 정지안은 오랜만에 만나는 낯선 감정을 맞았다.
그건 분명 두려움이었다.
뭐지? 이건?
검술 천재. 정지안이 무술을 연마하는 동안 숱하게 들었던 말. 지금까지 자신의 적수를 만나보지 못한 지안이었다.
심지어 조선 팔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무사 김종무 종사관도 자신보다는 한 수 아래.
“크윽.”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문 정지안이 두려움을 넘어서려는 듯 광기를 폭발시켰다.
“이, 이 잡도적 놈이! 나는! 홍길동이다! 나는 정의다! 으아아!”
강력한 살기를 담은 검격이 진혁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힘이 들어간 공격은 오히려 진혁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조차 없었으니.
휘리릭.
마치 날아오는 칼날을 타고 들어가듯, 부드럽게 파고드는 진혁의 아름다운 검무가 지안의 눈동자 안에 들어왔을 때.
“커억!”
뭔가 뜨거운 것이 그의 몸을 관통했다.
털썩.
지안이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스윽.
진혁이 무표정한 얼굴로 지안의 몸에서 검을 뽑아내며 말했다.
“홍길동이란 이름에 딱히 애정이 있는 것은 아니나….”
무릎을 꿇고 있던 지안이 피를 토해내는가 싶더니 서서히 옆으로 쓰러졌다.
털썩.
“그 이름, 네 놈에게 줄 생각 따윈 추호도 없다.”
진혁이 차가운 시선과 함께 돌아섰다.
……
장면이 바뀐 낮. 홍길동의 본거지.
“헤헤. 두목.”
의식을 되찾은 강희 서연이 진혁을 향해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나 죽을까 봐 울었다며?”
“울긴 누가 울었다고. 빨리 약이나 먹어라.”
“먹여 줘.”
“뭐 인마?”
“아아. 아야…. 나 환자야. 머리가 어지럽다. 먹여 줘.”
홍길동 진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지 못해 숟가락을 들었다.
“힛.”
강희 서연이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 새처럼 입을 벙긋 벌리고는 홀짝홀짝 약을 받아먹었다.
“그럼, 쉬어라.”
“에이. 안 쉬어도 되는데.”
“까분다.”
기분 좋은 얼굴로 바라보는 서연을 뒤로하고 산채를 나온 진혁에게 연주가 다가왔다.
“강희가 많이 좋아하죠?”
진혁이 연주를 바라보며 빙긋 웃고는,
“살아 있다는 건….”
펄럭이는 활빈당의 깃발을 바라보았다.
“좋은 거죠.”
연주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두둥 둥.
장엄한 메인 OST가 흐르자, 실시간 댓글 창이 난리가 났다.
– 으아아악! 끝이라니! 끝이라니!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ㅠㅠ
– 아니 시청률이 그렇게 나왔는데, 연장 방영도 없이 16부 칼로 끝낸다고? KBC 너무한 거 아뇨?
– 아무 내용 없어도 좋으니까…. 그냥 산채에서 농사짓는 것만 보여줘도 좋으니까…. 한 회만 더…..
– 진혁아…. 이대로 널 보낼 순 없다…. 다시 정주행 할게ㅠㅠ
– 서연이 약 내가 먹여주고 싶다. 나을 때까지 병수발 할게요. 활빈당 주소 좀.
└ 서울시 종로구 종로123 활빈당 (병, 의원)
└ 재밌냐?
하지만.
– 어?
– 어어?
곧 댓글이 뚝 그쳤다.
원상기와 연세린이 출연하는 쿠키 영상이 시작된 탓이었다. 그리고 쿠키 영상이 끝나자마자.
– 연세린!!!
– 세린이! 예뻐! 예뻐! 예쁘다!!!
– 으아! 세린이 출연시켜서 시즌2 가즈아!
– 와. 원상기 배우님. 역시. 포스가 장난 아니시네.
– 좀 더 비중 있는 역할로 나오셨으면 좋았을걸.
└ 투병 중이시래요.
└ 아….
다시 댓글 창이 난리가 났다.
***
홍길동전 최종화 시청률.
53.3%
“이야, 진혁아! 아니, 진짜 무슨 홍길동 도술이라도 익힌 거냐. 어떻게 소수점까지 맞추냐! 안 그래도 난리인데, 이거 때문에 더 난리 났다.”
WP엔터 이광수 실장의 입이 귀에 걸렸다.
“아버님. 아주 흐뭇하시겠어요. 어휴. 우리 애들도 어디 진혁이 반의반만 같으면 제가 아주 업고 다니겠습니다.”
우봉수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어렸다.
“다 실장님이 잘 돌봐주신 덕분입니다.”
“어휴. 무슨 말씀을요. 제가 돌보는 게 아니라, 진혁이가 절 살려주고 있습니다. 하하.”
이광수 실장이 순간 장난스럽게 정색을 하며 말했다.
“아닌가? 날 죽이려고 하나? 아시죠? 이 녀석 차기작 때문에 제 전화기가 불나기 일보 직전인 거. 거기다가 예능 좀 출연해 달라고 아주…..”
말하다 보니 갑자기 생각이 났던지 이광수 실장이 진혁에게 휙 고개를 돌렸다.
“진혁아. 너 진짜 예능 안 나가냐? 내가 PD님들 등쌀에 죽겠다. 아주.”
“생각해 볼게요.”
“진짜?!”
진혁의 뜻밖의 대답에 이광수 실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 진짜 제발 잘 생각해 봐라. 이제 막 개학이고, 3학년 초니까, 지금은 좀 나가도 괜찮지 않겠냐. 공부 방해 안 되게.”
공부가 방해가 안 될 리가 없었다. 스케줄이 예능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 수능까지 9개월 남짓 남은 상황이었으니.
하지만 이광수 실장은 그만큼 간절했다.
“그래, 뭐, 예능 문제는 차차 생각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이나 먼저 처리하자.”
이광수 실장이 서류를 꺼내 들고는 말했다.
“자자, 두 분 살펴보시고요.”
두 사람이 서류를 받아들었다.
“일단 너무 터무니없는 건 회사 차원에서 따로 빼놨는데, 그것도 보시려면 이거 얘기 끝나고 따로 보시면 되고요.”
전속 CF 계약 건에 관한 논의였다.
“일단 저희가 추린 건 이렇게 5곳입니다. 1년 전속 계약이고요. 계약금액은 5억에서 7억 사이입니다.”
“예?”
우봉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얼마라고요?”
“아, 1년 계약에 여기가 최저네요. 5억. 좀 조정이 필요할 것 같고요. 여기가 7억.”
이광수 실장은 당연한 듯 서류를 짚어 주었지만, 그 서류를 잡고 있는 우봉수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