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singer who returned from the sea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그래미의 밤하늘에 떠오른 별.
마이클에게 연락을 했다.
이후 모든 일은 순조롭게 처리되었다.
마치 이런 상황을 진작에 가정했던 것처럼, 간절히 바랐던 것처럼.
순식간에 병원에 벤이 도착하고, 가장 빠른 뉴욕행 항공기가 예매 되었다.
아슬아슬하게도, 나는 그래미 시상식 직전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나 뉴욕으로 가는 동안, 어머니와 나누었던 대화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웃을 수 있게······.’
나는 밤의 하늘에 비친 창문 속 내 얼굴을 보며, 싱긋 웃어보았다.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여전히 울상을 짓고 있었다.
강인한 사람이 되는 것은, 정말 어렵구나.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을 지어 보일 수 있을까.
나는 문득, 시상식 무대에 올라가 카메라를 보며, 지금 저 카메라를 통해 나의 모습을 보며 웃고 있을 어머니를 생각했다.
그 웃음을 생각하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마치 나의 눈가 주름이 어머니의 연동되어 있는 듯이, 어머니의 미소를 따라 나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이쯤 되니, 상을 받지 못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시상에 노미네이트 된 신분으로서 그 자리에 남아 있게 되더라도
끝내 상을 수상하지 못하더라도.
어머니는 생각할 것이다.
‘저기에 내 아들이 있다.’고 말이다.
‘그래, 그거면 됐다.’ 라고 중얼거리는 어머니의 낮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잠시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니 착륙 안내 방송을 하고 있었다.
뉴욕 공항에 도착하고, 나를 기다리던 로드 매니저가 황급히 차로 안내를 도와주었다.
나는 곧장 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도중 마이클에게 전화가 왔다.
“일단 급하게 동선 중에 있는 미용실을 대관해두었어. 거기 샤워시설과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있으니까 샤워하고 준비 한 정장을 입어. 그러면 메이크업 도와주시는 분이 화장을 도와줄 거야. 시간이 긴박하니까 빨리 끝내야 해. 시상식 위치에 오면 레드카펫이 있을 거야. 아마 너 혼자 지나와야 할 텐데, 대충 카메라에 인사 해주고 몇몇 팬들한테 싸인해주면 돼. 거기서 너무 지체하진 말고, 10분 안에 지나쳐야 해. 그럴 수 있지?”
“네, 어렵지 않아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래, 나는 승현이랑 예송이랑 같이 대기실에 있을 테니까, 도착하기 전에 연락해.”
“그럴게요.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이후 2시간 정도를 달렸을까.
도심 한가운데 2층짜리 건물에 있는 미용실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모든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빠르게 샤워실로 나를 안내해주었고, 다른 직원은 두 손에 정장을 들고 나를 따라왔다.
이후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정장을 입었다. 이후 안내를 따라 헤어스타일과 화장을 손보고 30분도 지나지 않아 미용실을 떠나게 되었다.
어떻게 상황이 흘러가는지도 잘 모른 채 나는 사람들이 나를 이끄는 데로 흘러갔다.
무빙워크 위에 올라 타 있는 기분, 혹은 파도가 나를 떠미는 느낌이었다.
뉴욕은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햇빛을 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저녁을 마주하니 침울한 기분이었지만, 최대한 좋은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웃는 어머니 생각을 하면서···.
온 가족이 건강하고 무사하게 모여, 같은 지붕 아래서 곰탕을 끓여 먹는 생각을 했다.
“하하······.”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영문을 모르는 로드 매니저는 거울을 통해 의아하다는 눈빛을 보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더 지났을까.
“이제 곧 도착입니다. 준비하시죠.”
차는 도심을 빠져나와 교외로 향하더니, 길목을 지나 방송국에서 나온 차들로 북적북적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 도로 끝에 인파가 모여 있는 곳이 있었고, 때문에 교통체증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턴 고작 10m를 이동하는 데에도 5분 정도가 지체 될 정도였다.
차가 한 대 한 대 지나갈 때마다 저 멀리 보이는 레드 카펫에는 멋진 정장이나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이제 몇 분 뒷면 나의 차례가 될 것이었다.
이윽고 차가 레드카펫 입구에 정차하고.
“이제 내리실 시간입니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그래미 측 직원이 안내를 도와줄 겁니다.”
나는 로드 매니저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저 때문에 고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자 로드 매니저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 걸요. 오히려 신율님을 단독으로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하하, 아직 상을 받지도 않았는데요.”
“노미네이트 되신 것만으로도 이미 축하 받기 충분하리라 생각하지만, 어쩐지 저는 신율님이 수상을 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신인상 만큼은요. 지금껏 이 일을 하며 수많은 뮤지션분들을 시상식에 모셨는데, 제 감은 틀린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도 틀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더니 로드 매니저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가 시간을 뺏었군요. 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이후 로드 매니저는 차에서 내려 반대편으로 다가와 문을 열어주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무수히 많은 카메라 플래쉬 세례가 쏟아졌다. 순간 눈이 멀 것처럼 부셨고,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서 젊은 여성분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고, 수많은 사람들이 양쪽에서 손을 내밀고 스케치북 같은 종이류를 펜과 함께 내밀었다.
나는 준비한 대로 펜을 한 자루 받은 뒤 몇몇 사람들에게 싸인을 해주었다. 어머니에게 배운 싸인이었다.
이후 카메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인사를 전했다.
기자들은 인파의 소음 때문에 목청을 드높이며 특정 자세나 표정을 요구했다.
가령 “두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주세요!!!” 같은 식이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대부분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러다 10분 정도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무렵, 마이클의 말을 떠올린 나는 마무리 인사를 전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미 시상식을 진행하는 건물은 어떤 고급 호텔처럼 로비의 층고가 매우 높고 샹들리에가 많았다. 중세 유럽식의 장식품들이 눈에 띄었고 곳곳에는 정장을 입은 채 샴페인을 나눠주는 직원들이 있었다.
그러다 정장을 입은 여자 직원이 내게로 와 “슈팅 스타?” 하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고, 뒤이어 그는 나를 대기실로 안내해주었다.
대기실의 문에는 금색 장식으로 우리들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적혀 있었다.
대기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장을 빼입은 승현과 예송이형이 있었다.
“나비 넥타이 샀는데 잘 어울리냐?”
승현이 능청스럽게 물었다.
아마도 내가 침울하게 올 것이라 예상했는지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는 듯, 어색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서 나는 방긋 웃으며 승현을 안아주었다.
그리곤 예송이형도 안아주었다.
“다들···, 고생 많았어.”
“짜식···, 느끼하게 갑자기 왜 이래.”
그렇게 말은 했지만, 이미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어떤 연유와 생각으로 왔는지를 말이다.
“두려워 할 거 없어.”
마이클이 지나가는 말로 말했다.
“그래요. 두려워 할 건 없어요.”
나는 대답했다.
*
우리는 시상식이 진행되는 대형 홀로 이동했다.
무대 아래에는 흰 식탁보가 둘러져 있는 둥근 테이블이 서로마다 약간의 간격을 두고 놓여 있었다.
식탁보의 중앙에는 꽃병과 은은한 불이 붙은 촛대가 있었고, 의자가 둘러져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밴드 이름이 새겨져 있는 곳에 앉았고, 수많은 가수들이나 프로듀서들이 우리 테이블을 지나치며 인사를 전했다. 그중에는 찰리 포스도 있었다.
“역시 왔구나! 여기서 만나니 반갑네. 그래미에 온 걸 축하해.”
찰리 포스는 친화력이 좋은 사람답게, 주변에 항상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래서인지 찰리 포스가 우리의 테이블로 오자 다른 뮤지션들도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얼굴만 봐도 다들 한 가닥 하는 뮤지션들이었다. 대부분은 1년 전만 하더라도 집에서 홀로 음악을 들을 무렵, 나의 존경심을 자극하던 가수들이었다.
“네가 신율이지? 이번에 노래 잘 들었어. 너네 앨범도 죽이더라.”
“찰리 포스의 피처링을 받다니 굉장하던데? 내가 요청했을 때는 10번 중 10번을 다 거절하더니, 근데 노래 들으니 납득이 되더라. 너네 장난 아니야.”
나는 수많은 스타 뮤지션들이 내게 악수를 건넬 때마다 싱긋 웃으며 여유롭게 받아주었다.
그리곤 그들과 짧게나마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오늘 시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다른 건 몰라도 올해의 신인 부문은 너희들이 수상하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있어. 물론 헤일리 같은 신인도 굉장하지만···, 몇 년 만의 찰리 포스 피처링을 받아낸 너희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 데뷔 앨범부터 빌보드 핫100 차트인에 성공했다며? 뭐 그 정도야···, 그래미 올해의 신인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가수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타이틀이지만···, 너희들은 뭔가 달라. 아무튼 응원할게!”
이 말은 다름 아닌, 알앤비 보컬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돈 레전드가 해준 말이었다. 이름부터 레전드인 그가 나에게 이런 극찬을 해줄 줄은 몰랐다.
그렇게 수많은 뮤지션들과 스몰 토크를 나누던 도중,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본격적인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시상식이 시작되고 가장 먼저 발표하게 된 부문은 이었다.
그래미는 전통적으로 그 해의 최우수 신인상을 가장 먼저 발표한다고 했다.
시상자는 방금 전까지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돈 레전드였다. 그는 무대 위에서 사회를 맡으며 시상을 진행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밤입니다. 안 그래요? 오는 길에 하늘에 별들이 반짝이는 것이 무척이나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 막 떠오르기 시작한 별들을 호명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영광입니다.”
이후 그는 에 노미네이트 된 후보자들을 차례차례 호명했다.
나는 무대 위 스크린에 떠 있는 우리들의 밴드 이름을 보며 은은하게 웃었다.
1년 전 즉흥적으로 지은, 치킨을 먹다가 혜성이 떨어진다는 뉴스를 보며 지었던 이름이.
지금은 그래미 올해의 최우수 신인상을 뽑는 스크린에 당당하게 걸려 있었다.
데인 헤일리.
릴 픽스 오메가.
슈팅 스타.
무드 앤 루즈.
크리스.
우리들의 이름은 다섯 명의 후보자들 정 가운데 있었고, 뒤이어 돈 레전드가 그래미 직원으로부터 종이 한 장을 건네받았다.
종이를 펼쳐 수상자를 확인한 돈 레전드는 씨익 웃었다.
“이 아름다운 별을, 여러분께 호명할 시간이 되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