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Wizard Transcendent RAW novel - Chapter 313
회귀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314화
굴라그 듀오가 지하로 사라진 뒤, 난 내 ‘심장부’에 박동하는 아사르의 힘을 느꼈다.
‘……갈무리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단 말이지.’
당장 폭주할 것 같다거나,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신기하게도 아사르의 심장은 마치 처음부터 내 것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박동하고 있었다.
조금의 잡음도 없이.
본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위험 요소가 없는 동력원.’
문제점은 단 하나.
내가 아직 아사르의 모든 힘을 끌어 낼 역량이 안 된다는 것.
문제는 마신은 그 ‘모든 힘’을 끌어내야 어떻게 상대가 되는 존재라는 건데…….
놈의 말은 옳다.
시간은 마신의 편이다.
예정대로 강림에 성공했으며, 지체할수록 놈은 제 영역을 넓히며 힘을 회복해 가겠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상황은 마신이 충분한 제물을 삼킨 뒤, 완벽하게 신격을 회복하는 것.
이미 헤카우가 어떻게 마신에 대항할 수준은 진즉에 지났다.
그녀는 더 이상 마신을 억제하지 못한다.
그녀를 보호하고 있던 아사르의 가호 또한 의미가 없어졌으니, 결국 마신을 상대하는 건 온전히 내 몫이 된 셈.
[미하일, 너…… 이제, 정말로 초월자에 가까워졌구나. 인간으로부터 멀어졌다고 해야 할까.]세트가 복잡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자의 대적자로 선택받았다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어.]“뭘 그리 새삼스레.”
온갖 수를 쓴 끝에 손에 넣은 힘이다.
오로지, 마신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아득바득 얻은 힘.
물론 아직도 부족하다.
이 정도로 해 놓고서도 부족하다는 게 좀 어처구니가 없지만, 사실인 걸 어쩌겠는가.
여전히 마신은 강하다.
이번에 직접 조우한 덕에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잃었다 해도, 신은 신.
‘이제 남은 무덤은 셋.’
문제는, 마신이 확실하게 내 존재를 알아차린 상황이라는 것.
난도는 한층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난 무덤의 모든 신물을 모으고, 완벽하게 아사르의 힘을 갈무리까지 해야 하는 반면, 마신은 그저 죽고 죽이면 되는 거니까.
물론 이번에는 교국과 제국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마신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는 없다.
시간은 벌겠지만, 거기까지.
내가 마신을 무너뜨리기 전까지 악마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끝도 없이 쏟아질 터.
[미하일, 아마 곧 그자에 의해 ‘경계’가 무너질 거야. 네 앞에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회복했다면 분명…….]“그렇겠지.”
회귀 전과 그 시기는 비슷하다.
마신이 강림하고, 하늘이 무너지며 세계 바깥에서 악마들이 쏟아진다.
오로지 마신에게 피와 죽음이라는 제물을 바치기 위해 존재하는 장기말들이…….
“하지만 괜찮아.”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 대비해, 나 역시도 최선을 다해 여태까지 달려왔던 것이다.
교국과 제국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 회귀 전의 내 동료들 역시 곳곳에 흩어져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다.
가람은 건재하며, 무휼은 수왕으로서 모든 수인들을 집결시켜 힘을 모으고 있다.
교국은 헤카우의 아래 계획적으로 악마에 상대할 준비를 마쳤으며, 제국은 모든 영주들을 집결시키고 전쟁의 준비를 마쳤다.
피가 흐르는 건 막을 수 없다.
그럼에도, 다를 것이다.
아니, 달라야 한다.
마신을 확실하게 죽이고, 그 뒤로 세상은 확실하게 평화를…….
‘……그 뒤는, 어떻지?’
생각해 본 적 없다.
내 모든 건, 언제부턴가 마신을 죽인다는 것 하나뿐이게 되었으니까.
그 뒤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하지 못하게 됐다.
신물을 전부 모은 뒤, ‘미하일 발푸르기스’라는 존재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만일,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되면 나라는 자아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기는 한 건지…….
모른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그저 어떤 식으로건 마신을 죽이고, 다시금 평화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되었다.
“나에 대한 건 일단…….”
– 생각해 보는 게 어떤가.
그때, 와이즈가 말했다.
– 목적의식이라는 건 필요한 법이다. 그게, 뭐가 됐건 말이지.
“그건…….”
– 그래야, ‘넘어간 뒤’에도 돌아오게 될 가능성이 생길 테니. 전부 놓지는 말라는 거다.
내 고민을 간파했다는 듯, 와이즈는 쓴웃음과 함께 말을 이었다.
– 나보다 현명한 계약자니, 내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
“현명, 이라…….”
모든 것이 끝난 후의 일.
회귀 전과는 다르게, 인류는 멸망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간다.
제국은 물론, 모두가 멀쩡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언젠가…….
“회귀 전의 기억도, 함께 공감할 수 있을 날이 올까.”
– …….
그 말에 와이즈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고요한 눈으로 날 쳐다볼 뿐이었다.
– 난 기적이 있다 믿는다.
그는 그렇게 두루뭉술한 대답과 함께 자그맣게 미소를 지었다.
– 계약자에게는, 그 기적을 받아들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세트가 와이즈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으면 좋겠군.”
그리된다면, 어쩌면 그때부터는 조금은 편해질지도 모르겠다.
편해진다라…….
과연 내게 진정으로 그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쨌건 지금 중요한 건 다음의 목적지다.
무덤의 위치는 전부 알고 있다.
이제 무덤은 단 셋밖에 안 남았고, 신물을 손에 넣는 데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
내게 선택지는 둘.
이번에 얻은 ‘심장’의 힘을 완벽하게 다루거나, 혹은 다음 무덤을 공략해 신물을 손에 넣거나.
양쪽 모두 중요하다.
특히, 이 ‘아사르의 심장’은 다른 신물들과는 그 궤가 다르다.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 당연한 일.
난 둘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했다.
세트와 와이즈 역시 그것에 대해서는 쉽게 단언할 수 없는지 좀 고민하는 기색이었지만…….
– 우선 다음 무덤으로 가는 게 어떤가. 그게 우선 같다만.
[나도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기는 하는데…….]결국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는 근거는?”
– 다음 무덤의 위치는 알고 있지 않나. 셋 다 그리 부담스런 장소도 아니다만, 그중에서도 하나는…….
“흠.”
하긴, 그건 그래.
와이즈의 말대로, 다음 무덤이 자리한 위치 중 하나는 유독 내게 있어 의미가 깊다.
정확히 말하자면, 최근에서야 의미가 깊어졌다고 해야 할까.
최근 원탁에게 전적으로 협력을 받게 되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지금 와이즈가 언급한 무덤은.
“〈시조의 무덤〉.”
– …….
내 가문, 발푸르기스의 시조.
솔로몬이 마지막을 장식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였으니까.
* * *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발푸르기스의 시조, 솔로몬의 ‘진짜’ 무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후계자를 정한 뒤 모습을 감췄고, 그 후로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니.
그 후로 얼마나 살았는지, 또 무얼 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무덤이 존재했단 말이지.”
– …….
내 말에, 와이즈는 달리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말에 반응한 건 세트 쪽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측이라는 말이 더 옳을 거 같네. 토트의 분석이라고 해야 할까.]“……뭐, 그렇겠지.”
솔로몬은 사도 전원이 무덤에 박힌 이후로도 계속 활동했다.
긴 세월 동안.
당연히 사도 되는 입장에서 솔로몬의 최후에 대한 정보를 접했을 리는 없다.
어디까지나 예측.
현재 존재하는 ‘무덤’의 위치와 또 지속적으로 수집해 왔던 정보를 기반으로 한 토트의 추론.
시조의 최후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 그것 때문에 조금 머뭇거리긴 했다.
혹시라도 있을 마신의 개입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놈은 내 시조에게 적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
‘지금 상황에서 그 변덕을 자극할 필요는 없기도 했고.’
하지만 아사르의 심장을 비롯해 많이 성장한 이상, 그런 마신의 개입을 마냥 두려워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확실히, 내가 기억하는 솔로몬은 아무 의미 없이 가지는 않았을 거야. 어쩌면…… 뭔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그럴지도.”
내가 만났던 말년의 솔로몬.
그는 몰릴 만큼 몰리고, 절망한 끝에 염세적으로 변해 버렸다.
그렇다고 하여 악인이 됐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건 총기가 바랬다는 건 사실.
그 뒤, 솔로몬의 기록은 없다.
언제부턴가, 그냥 끊어졌다.
가문 내에서도 시조가 ‘인간이 아니다’라는 소문만 전해졌을 뿐, 자세한 기록은 없다.
어딘가로 갔다거나, 무엇을 했다거나…… 그조차 남지 않은 것.
반신으로서 창조된 존재치고는 지나치게 허무하다는 말밖에 할 게 없는 마무리다.
[물론 100퍼센트 확신할 수 없지만, 토트의 예측은 믿을 만하잖아.]“알아.”
토트는 아무리 단순한 ‘예측’이라도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녀석이 추측을 입에 담았다는 건 그만한 근거가 있다는 것.
……만약 그 ‘추측’대로라면, 어쩌면 솔로몬은 자신의 마지막을 어느 사도의 앞에서 마무리한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어째서일까.
– …….
와이즈는 아무것도 답하지 않는다. 그저 철저하게 ‘방관자’로서의 입장을 유지할 뿐이다.
뭐, 그렇겠지.
이 녀석은 ‘와이즈’니까.
어쨌건 와이즈의 조언은 충분히 참고할 가치가 있다.
그렇다고 하면…….
“무덤으로 가자고.”
어쩌면 내 시조의 마지막을 확인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
간만에 집도 좀 들를 겸.
* * *
“……음.”
최고(最古)의 마도서, 레메게톤.
그는 최근 무척이나 묘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창조주, 솔로몬.
아주 오래전에 끊어졌을 그 연결이 최근 미약하게나마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뭐지……?”
영 모르겠다.
솔로몬과의 연결은 한 번 끊겼다. 애초에 창조주와 영혼으로 긴밀하게 엮여 있는 것이 바로 자신이다.
당연히 죽었다 여겼고 다시 볼 일이 없을 것을 받아들였다.
애초에 딱히 삶의 의욕도 보이지 않았기에, 창조주의 죽음은 그리 놀랍지도 않았고…….
그런데 다시 연결이 느껴진다?
‘뭐, 부활이라도 한 건가?’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며, 레메게톤은 코웃음을 쳤다.
물론 가능성이 없는 생각이다.
부활?
그 위대한 신조차 못하는 걸, 어찌 제 창조주가 한단 말인가.
“레메게톤, 여기 있었습니까.”
“……음?”
그때, 들려온 목소리에 레메게톤이 얼굴을 찡그렸다.
최근 들어, 유독 거슬리는 놈의 목소리.
“뭐냐, 아이단.”
“쉴 시간 지났습니다. 이제 다시 보조 마도구 제작을 해 주셔야겠습니다. 추가로, 영지의 보호 결계도 보수해야 하니, 그것도…….”
“양심에 안 찔리냐?”
레메게톤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후작을 보며 말했다.
“그 오랜 기간, 그냥 관짝에 날 가둬 둔 주제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일거리를 줄 셈인 거야?”
“원망은 나중에 달게 받지요.”
후작은 뻔뻔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간단히 그의 말을 넘기며, 일거리를 떠넘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서 말입니다.”
“……흠.”
“아들이 경고했던 때가 다가오고 있잖습니까. 황명으로 제국 전역에서 소집령이 펼쳐졌고, 마신의 영역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넓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섬 하나였다.
하지만 그것은 이내 바다를 오염시키고, 대륙에 도달했다.
현재 바다는 정상적으로 항해가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마기가 들끓고, 심해의 몬스터들이 날뛰어 지옥이나 마찬가지.
게다가, 하늘도 묘하다.
최근 교류를 다시 적극적으로 트게 된 마탑의 분석에 의하면, 대기의 마나 상태 또한 심상치가 않다고 한다.
교국 역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신탁을 받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쯧.”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기에, 레메게톤은 짧게 혀를 차며 몸을 일으켰다.
창가 너머로 보이는 영지의 분위기는…… 조금, 경직되어 있다.
자신들만이 아니다.
이 땅에 살아가는 다른 평범한 이들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세계에 곧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 다가올 것임을.
“그래, 부려 먹어라. 부려 먹어.”
레메게톤은 투덜대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세계가 박살 나면 원한이고 미래고 없는데, 전적으로 협력해야지 별수 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던 때.
“레메게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을 얼굴이 보였다.
“……미하일?”
“어, 그래.”
피식 웃으며, 미하일이 말했다.
“나랑 일 하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