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Wizard Transcendent RAW novel - Chapter 343
회귀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344화
“허, 하…… 하하!”
리안은 제 아래서 무릎 꿇은 알제움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알제움은 천천히 스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리안은 이내 웃음을 멈췄다.
무언가 잊고 있던 게…….
‘폭발, 한다고 했었지?’
분명, 대악마가 죽는 시점에서 이 일대를 초토화시킬 정도의 거대한 폭발이 이어진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
리안은 슬쩍 불안한 표정으로 소멸해 가는 알제움을 보았다.
“너, 너도 폭발하냐……?”
【크, 흐…….】
그 말에 알제움이 히죽 이를 내보이며 웃었다.
우웅.
천천히 놈의 몸이 불길한 빛에 감싸이기 시작했다.
“미친……!”
그 반응에 리안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놈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렇게 위태로운 상황.
놈은 확신하고 있다.
‘폭발할 가능성마저도 봉쇄했어야 했는데, 그걸 신경 못 썼어!’
여태까지 대악마를 소멸시켰던 것은 미하일.
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미하일이 폭발 자체를 무위로 돌린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당연한 듯 그런 문제들을 해결했던 것은 그게 ‘미하일’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런, 망할……!”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리안이 어떻게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몸을 던지려던 때.
“걱정 마세요.”
환한 빛이, 주변을 채웠다.
“성녀의 신성력은 겉치레가 아니거든요?”
아리안델이 신성력을 일으켰다.
그 순간, 리안과 알제움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져 있던 신성 막이 한순간에 작아졌다.
정확히 알제움의 크기만큼.
아리안델이 펼쳤던 신성 막은 알제움을 가둔 감옥이 되었다.
【……!】
그 순간, 투구 사이로 보이는 붉은빛에 당혹감이 물들었다.
뒤늦게 그는 깨달았다.
‘용사뿐만이 아니었나!’
완성된 건, 그 동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개인이 대악마를 상대할 정도의 역량을 개화하고 만 것이다.
알제움은 그 사실에 암담함을 느끼며 어떻게든 몸부림쳤다.
자신은 위대한 신의 철퇴.
– 가서, 내 뜻을 실현하라.
그는 위대한 신으로부터 엄중한 사명을 받았다.
용사의 계획을 막고, 신의 뜻을 실현할 자격.
분명 그랬을 터다.
그래야 했고. 그런데, 왜……!
용사도 아니고, 그 옆에 있을 동료 따위에게 이렇게 무릎을 꿇는단 말인가……!
【이, 인정할 수 없다!】
알제움은 발작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이런 허무한 최후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오랜 시간 인내하며, 그분의 곁에서 이 세계에 강림할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다.
서 있는 것은 리안 쪽이었으며, 무릎 꿇은 것은 알제움.
그 비참함이 그를 옥죄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가 무력화되고, 끝의 끝에 이르러서야…….
【아.】
그는, 떠올릴 수 있었다.
지금 이 ‘시간대’가 아닌, 이제는 사라진 단 하나의 가능성.
자신들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신의 영광 아래서 모든 질서가 개편되었을 그 ‘가능성’을.
그 가능성이 보여 주었다.
【이, 건…….】
참혹한 상태로 자신과 대치하고 있는 인간 검사.
새빨간 피가 보인다.
자신의 몸을 관통한 검과, 고통에 일그러져 있음에도 제 뜻을 굽히지 않은 눈동자…….
【너…… 】
기억났다.
놈이다. 끝없는 혈투 끝에 결국 공멸이라는 형태로 끝을 맺고야 만, 그 빌어먹을 인간……!
알제움이 손을 뻗었다.
【검, 성……!】
어째서 이런 기억이 떠올랐는지는 모른다.
마지막 순간, 그분의 자비가 자신의 영혼 깊숙한 곳에서 차오른 것일지도 모르리라.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것이 자비건 무엇이건 간에, 이 기억 자체가 저주스럽기 그지없다는 것.
“검성, 이라. 아직 그렇게 불리지는 않는데 말이지.”
리안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알제움은 눈을 부릅뜬 채, 무어라 더 말하려 했으나,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끝난 지 오래…….
혼이 마모되고.
육체가 위태로운 모래성처럼 스러지기 시작한다.
알제움은 사라지기 전까지 놈을 노려보았다.
검성, 리안 파슬로프.
그래, 그런 이름이었다.
쓸데없이 필사적이고, 또 쓸데없이 질긴 놈이었지.
손을 들었다.
하지만 직후, 애써 뻗었던 손의 힘마저 사라지고 허물어졌다.
【아, 아아…….】
이, 어찌…….
참담한 결과란 말인가.
알제움은 억울함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눈을 부릅뜬 채, 그 상태 그대로 소멸됐다.
그렇게 벼르고, 벼른 끝에 강림한 것치고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허망한 최후였다.
“……정말, 끝났나.”
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는 것을 애써 버텨 냈다.
설마하니, 이 상황에서 알제움이 갑자기 출현할 줄은 몰랐다.
다행히 놈을 무찌르고 소멸시키기는 했지만, 여전히 얼떨떨했다.
“허.”
어쨌든 이겼다.
완전한 승리였다.
알제움과 자신.
동등한 자리에서 맞붙은 끝에, 자신이 승리했다.
회귀 전에는 감히 꺼내지 못했던 ‘성검’을 흉내 내는 수준에 도달함으로써…….
그 순간의 경험은.
감히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극적이며, 아름다웠다.
‘드디어, 이긴 건가.’
회귀 전에는 완전히 이겼다고 볼 수 없었다.
공멸은 분명 그 상황에서는 최선이었으나, 무인으로서 보자면…… 조금, 아쉬웠던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는 자신이 진정 회귀 전의 자신을 넘어섰음을 실감했다.
“하, 하……!”
그러자 입술을 비집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하하!”
한계를 넘어섰다는 기쁨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른다.
끝났다.
일단 녀석을 노린 위협은 이것으로 끝났다 봐도 좋으리라.
설마하니, 대악마 하나를 소멸시켰는데 그보다 더한 위협이 나올 리가 있겠는가!
그런 생각과 함께,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아아.】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표정이 바뀌었다.
승리의 여운에 잠겨 있던 리안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알제움이 소멸한 자리.
마치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한 청년이 서 있었다.
안타깝다는 듯 알제움이 있던 자리를 훑은 그는 천천히 리안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날 막을 셈이더냐.】
마신은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시선으로 그들을 마주한 채 물었다.
잠깐의 대치만으로도, 저 피조물들이 자신을 향해 두려움을 품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렇군.】
제 영육의 일행들은 조용히, 각자의 무기를 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할 뿐이다.
마신은 알제움이 있던 자리를 보았다.
더 이상의 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
마신이 한 걸음을 내디뎠다.
제 영육을 향해.
지끈.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오른팔의 ‘위화감’을 무시한 채.
* * *
“음, 확실히 좋지 않군.”
팔짱을 낀 채, ■■마■■은 영 개운치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웃긴 말이긴 한데 내가 시간을 동결하기는 했지만, 네 표현상의 나…… 그러니까, ‘마신’을 상대로는 큰 의미가 없거든?”
시간이야 벌었지만, 어디까지나 딱 그 정도가 한계였노라고.
애초에 이쪽의 녀석이 ‘유년기’.
마신은 그 유년기의 끝을 본 뒤, 완벽하게 성장한 존재다.
당연히 역량상으로도 커다란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겠지.
그렇다면 난 뭘 하고 있는가.
“음, 깨달았다.”
“오, 드디어? 딱 맞았군.”
반갑다는 듯, 녀석이 얼굴에 화색을 띄며 물었다.
“정확히 뭘 깨달았지? 당연히 내 이름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격 상승이라면, 그만한 깨달음이…….”
“애초에, 어느 쪽도 ‘처음’은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음?”
태초에 신이 있었다.
최초의 존재.
그는 외로움을 느꼈으며, 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그림자를 떼어 내 그것에 자신과 동등한 가치를 부여했다.
굳이 말하자면, 이 모든 의문은 ‘그림자’가 최초의 신 다음에 창조됐다는 것이 전제인데…….
“어차피 너도 내가 명확한 ‘진실’을 찾길 바라서 이런 걸 보여 준 건 아닐 거 아니냐.”
“그건, 그렇지.”
이 녀석은 말했다.
중요한 건, 여기서 정말로 처음이 어느 쪽인지 진실을 찾는 게 아니다.
그렇게 고민하는 과정 그 자체가 내 격을 올려줄 것이라고 말했었지.
그리고 난 그것을 위해, 지금까지 계속해서 고민을 거듭했다.
“그렇다면 결국, 네가 생각한 답과 내가 생각한 답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흠, 말해 봐라.”
“난 애초에 어느 쪽이건 ‘처음’은 없다는 입장이라는 거지.”
내 말에 ■■마■■이 꽤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이 없다?”
“결국 이건 자아의 분리를 어떻게 다루느냐의 차이 아니냐. 넌 순수하게 ‘최초의 신’이 그림자에게 제 권능을 나눠 준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거고.”
“그렇지.”
“내 생각은 이렇다.”
녀석이 던진 의문은 이렇다.
어느 쪽이 먼저인가.
물론 마신과 아사르 중 어느 한쪽이 ‘처음’인지는 정확히 정해진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 녀석이 요구하는 건 그런 확고한 진실을 찾는 ‘결과’가 아니다.
녀석은 그 과정에서 나만의 정체성을 좀 더 확고하게 확립하길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확고해진 정체성이 ‘격’의 상승으로 이어지니…….
“나눈 시점에서, ‘최초’라는 건 의미가 없어진다고.”
“흐음…….”
“먼저 말하자면, 난 네 생각을 부정하려는 게 아니야. 어디까지나 내 ‘해석’이 그렇다는 거지.”
그래, 그거다.
하나의 현상을 두고 수많은 해석이 있을 수 있으며, 내 해석은 그중 하나라는 것.
“마신이 자신에게서 널 떼어 낸 것처럼, ‘최초의 신’ 역시 자신에게서 그림자를 떼어 냈지.”
“그렇지.”
“하지만 난 놈을 ‘마신’이라 부르지. ■■마■■이라 부르지 않는다. 놈은 내게 있어서 마신이야. 넌 단순히 놈의 일부에 불과하나? 아니, 아닐 것이다.”
내 눈앞의 ■■마■■ 역시 신이다.
처음에는 나 역시 단순히 이 녀석이 마신의 일부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니다.
결국, 이 녀석도 놈이다.
다만, 타락하지 않았을 뿐이다.
오히려 시작점이라고 생각하면 이놈이 더 ‘진짜’ 같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창작물에는 피조물의 반란이라는 소재도 있지 않은가.
지금의 마신 역시, 그런 경우일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분리되기 전의 ‘진짜’ ■■마■■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그 시점에서, 죽은 거지. 영영.”
“남은 건 그 마신과 나뿐이다?”
“내 해석이 그렇다는 거다.”
그래, 세상에 어디 완벽한 진리가 있던가? 원래 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벽에 가까워지는 거지.
어쨌건, 내가 ‘해석’한 결론은.
“갈라진 시점에서, 이미 어느 쪽이건 처음일 수는 없다는 거지.”
“…….”
내 말에 녀석은 크게 놀란다거나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저 침착하게, 내 해석을 생각해 보는 듯했다.
그리고 잠시 후, 녀석이 말했다.
“그게, 네 깨달음인가.”
“그렇다.”
난 어느 쪽이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니 말이야.
물론 그 ‘가치’에 선과 악이 어떤지는 잠시 제하기로 하고.
녀석이 쓴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보면 투정이군.”
“하지만 의미는 있는 투정이지. 내 신격으로서의 방향성이니까.”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 또한 가치가 있노라고,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결국 어떻게 보면, 네가 방금 한 말은 인간의 가능성을 믿겠다는 뜻이나 다름없군.”
“그렇지.”
“피조물들에게도 소중한 가치가 있으며, 그것을 존중할 권리가 있다, 그리 말하고 싶은 건가.”
다시 말하지만, 우리 둘의 대화는 애초에 완벽한 진리를 규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걸 구실로 각자의 입장을 서로에게 설득시키는 것. 그리고 제법, 잘 먹혀들어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네 이름을 알겠다.”
이제, 알 것 같았으니까.
“그러냐.”
내 말에 녀석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난 천천히, 녀석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하르마게돈.”
그래, 그런 이름이었다.
종말, 끝…….
어쨌건, 두 신 사이의 나름의 역할 놀이 끝에 하르마게돈은 자신을 종말이자 끝으로 정의했다.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그 말에 ‘하르마게돈’이 기묘한 웃음과 함께 답했다.
“정답이다. 그럼…….”
녀석은 날 쳐다보며 두 팔을 넓게 벌렸다. 그러자, 그에 반응하여 내 신격이 입을 벌렸다.
“어디, 날 추락시켜 봐라.”
기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