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Wizard Transcendent RAW novel - Chapter 344
회귀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345화
알제움이라는 ‘벽’을 넘어섰다는 기쁨은 정말 잠시였다.
“미친……?”
기껏 재현에 성공한 성검은 별 의미가 없었다.
마신은 무감정한 얼굴로 걸어왔다.
그리고 허망할 정도로 간단히, 리안의 성검의 빛이 꺼졌다.
새하얗게 타오르던 리안의 깨달음.
그게 ‘없던 것’이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예 힘 자체를 끌어 올릴 수가 없어.’
리안은 어떻게든 ‘냉정하게’ 현 상황을 판단하고자 했다.
알제움의 난입도 상장 외의 일이었다.
그런데 설마하니, 여태까지 침묵하고 있던 마신이 갑자기 모습을 보였다?
이건 미하일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리안의 입장에서도 도저히, 이 상황은 이해를 할 수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
당연한 듯 리안의 생각을 간파하는 마신을 보며, 그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오만하구나. 신이 어째서 신이라 불리는지 모르는가.】
그 말과 함께 마신이 간단히 손을 까닥거렸다.
그 순간, 모두가 간신히 지키고 있던 공간의 균형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주변의 풍경이 일그러진다.
【이곳은 본래 내 꿈이었던 공간. 꿈의 주인이 자신의 꿈에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
마신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의 걸음에 맞춰 풍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웠던 숲의 풍경은 피와 시체가 넘쳐 나는 지옥도로 덮여갔다.
그리고 그건, 회귀 전의 광경을 기억하는 아리안델과 리안에게 있어 가혹할 수밖에 없는 광경.
“으윽……!”
심지어, 그 모든 트라우마의 근원이라 할 수 있을 마신이 눈앞에 서 있었다.
그때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존재감을 보인 채…….
그야말로, 악몽이나 다름없다.
【내 영육은…….】
마신은 천천히 시선을 돌리며, 미하일을 찾았다. 그리고 그 위치를 확인한 마신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렇군. 내가 버린 격을 집어삼킬 셈이던가.】
마신은 무표정을 유지한 채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필사적으로 마신을 붙들기 위해 달려들었다.
시간을 벌어야 한다.
애초에 이곳에 온 건, 어디까지나 미하일이 제 ‘목적’을 달성하게끔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지만 그들의 공격이 채 닿기도 전, 마신은 쓴웃음과 함께 가볍게 손을 휘저었고…….
후욱!
“크, 윽……?!”
모두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대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다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빌, 어먹을……!’
마신은 그런 모두를 바라본 채, 손을 뻗었다. 그 단순한 동작에도 주변의 공기가 바뀐다.
그 순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직감했다.
피할 수 없는 죽음.
직감이 일체의 여지도 없이 그리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하일……!’
아리안델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절체절명의 순간.
【…… 흠?】
무언가 이상한 듯, 마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시 한번 손짓을 하며 무언가를 하려 했지만.
“…….”
【……쯧.】
여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을 본 마신은 짧게 혀를 차며 손을 내렸다.
【그 영육이 뭔가 수를 쓴 건가.】
아니면, 솔로몬, 그 아이라든가.
마신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제 영육이 있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크게 상관은 없다.
어차피 중요한 건, 영육의 계획을 막는 것.
꼴도 보기 싫어 박아 뒀던 치부를 보는 건 불쾌한 일이지만, 신격이 영육에게 넘어가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때, 아리안델이 소리쳤다.
“당신은, 지금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닐 텐데……!”
【아아.】
그 말에 마신이 웃었다.
재밌는 말을 들었다는 듯.
【한번, 너희들에게 승리했음에도 돌아온 시점에서 깨달았다.】
“……?”
【내 영육을 완전히 근절하지 않는 이상, 내가 바라는 미래는 오지 않을 것임을.】
미하일은 시간이 마신의 편이라고 여겼다.
그건 분명 사실이다.
단순히 ‘시간’으로만 봤을 때, 전지와 전능에 가까운 것은 마신이었으니.
본래라면 마신은 굳이 그의 앞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미하일이 그렇게 마신을 경계했듯, 마신 역시 그를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한번 무너뜨린 상대가, 시간을 되감아 가며 돌아왔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신격을 상승시키며 자신에게 닿으려 하고 있지 않던가.
마신의 입장에서는 경계하기에 충분한 이유라 할 수 있으리라. 혹시라도 모를 가능성.
만일 마신 자신이 전지와 전능을 손에 넣기도 전에, 미하일이 그와 같은 급으로 성장한다면?
역으로 생각하자면, 전지와 전능을 손에 넣은 이후가 아니고서야, ‘신’으로서 우위에 선 것은 바로 지금이다.
그렇다면 지금 놈을 제거한다.
그게 바로 마신의 판단이었다.
【감사를 표하지. 덕분에, 내가 오만하다는 사실을 깨우쳤어.】
그래서 오만을 버리기로 했다.
【내 영육은, 내게 닿을 가능성을 지닌 존재. 그래, 위험 요소라 할 만하지. 그걸 인정한다.】
“……크, 윽!”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여전히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힘이 모두를 억압하고 있었다.
마신은 일신의 경지에 오른 그들조차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서 모든 걸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왔다.】
여태까지 그 무엇도 신경 쓰지 않았던 고고한 신이 ‘위험 요소’를 인지한 것이다.
이렇게 어느 정도 무리를 하면서까지 온 것은, 마신 나름의 성장이라 볼 수도 있으리라.
“못, 간다.”
리안이 파들대며 어떻게든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영혼이 일어서지 말라 한다.
몸 또한 그러하다.
무릎은 덜덜 떨고 있고, 어깨는 부러질 듯 삐걱거리고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그건, 뒤의 넷 역시 마찬가지.
휘청거릴지언정, 굴복하지는 않는다.
당장 제 고개를 들기도 힘든 주제에 어찌 저리도 눈빛만큼은 살아 있는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감히, 피조물이 창조주에게 어찌 이런 눈빛을 한단 말인가.
그, 초대 용사 역시 그랬다.
자신에 맞서며,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는 듯한 곧은 눈빛.
왜 자신에게 맞서는 것들은 전부 저런 눈을 하는 건지.
정말, 마음에 안 든다.
【……거슬리는군.】
쿵.
마신의 감정에 이끌려, 일대의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모두에게 서려 있던 솔로몬의 안배에 조금씩 균열이 일었다.
“커흑……!”
방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가공할 압박이 모두의 전신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안배가 있다 해도, 완벽하게 마신의 영향력을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
모두의 눈에 짙은 암담함이 차올랐다.
미하일이 목적을 이룰 때까지 벌어야 할 시간. 그 시간을 벌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모두의 가슴 깊숙이 차오른다.
그렇게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뚝.
마치 준비라도 한 듯 모두에게 가해진 부담감이 사라졌다.
이상할 정도로 갑자기.
동시에, 방금과는 다르게 포근한 기운이 몸을 감싸 안았다.
【……하.】
그리고 가당찮다는 듯, 마신이 코웃음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고 있다.
이런 기운을 가진 건 한 명뿐.
“아.”
아리안델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미하일!”
용사가, 나타났다.
* * *
[저자가, 어떻게…… ]세트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당장 이렇게 움직일 여력이 없을 텐데? 권능을 회복하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내려올 이유가…… ]“놈도 불안해진 거지.”
난 그렇게 대답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놈은 동료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 했다.
시조의 안배가 어떻게든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알제움이 소멸했나.’
이 자리에 있는 흔적으로 대충 상황이 어떤 식으로 돌아갔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이건 예상외의 소득이다.
대악마를 막아 줄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설마하니 소멸까지 시킬 줄이야.
꽤 기꺼운 오산이다.
“이제 남은 건 셋인가.”
【…….】
마신은 그렇게 중얼거리는 날 조용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 신격을, 흡수했나.】
“어. 네 신격 쩔더라.”
【천박한 말을.】
마신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러고는 날 향해 손을 들었다.
【상관없다. 네가 내 신격을 손에 넣었건, 어쨌건 간에 이 자리에서 끝장내면 그만이니.】
“할 수는 있고?”
【못할 것 같나?】
내 말에 놈이 차게 웃었다.
그 말과 함께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놈이 간단히 손가락을 움직인 순간.
콰과과과과!
내 뒤에 있던 산이 무너져 내렸다.
난 재빨리 동료들을 마법으로 보호한 뒤, 즉석에서 다중 공간 이동을 통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그 시점에서 마신이 움직였다.
놈은 내가 동료들을 아예 무시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그걸 노리고 어중간한 위치에서 공격을 시도한 것이다.
【결론을 내렸다, 영육.】
그는 곧바로 내 코앞까지 도달해서는 내 얼굴을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넌 위험 요소다. 조금은, 내가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제거해야 할 위험 요소.】
“……하.”
그 순간, 난 곧바로 일대의 시간과 공간을 멈췄다.
하르마게돈의 신격을 흡수한 시점에서 이 공간에 대한 통제력은 내가 더 강해진 상황.
물론 그렇다고, 마신을 완전히 어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아주 잠깐.
놈이 굳은 정도면 충분했다.
공간 도약.
곧바로 놈의 뒤로 이동해, 준비해 둔 〈롱기누스〉를 장전했다.
시간이 없기에 양산품 정도의 수준이지만…….
“30중첩, 강화.”
그 양산품도 끝없이 응집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쐐액.
롱기누스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마신을 향해 쏘아졌다.
그런데 그 순간.
【날 꿰뚫은 창인가. 그 당시보다 훨씬 열화됐군.】
마신은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롱기누스를 잡아챘다.
놈의 손에 잡힌 순백의 창이 치직거리며 변질되기 시작했다.
새카만 어둠을 품고, 끝없는 파괴와 소멸을 반복한다.
【돌려주마.】
쐐애액!
“……큭?!”
역으로 쏘아진 롱기누스에, 먼저 나선 것은 세트였다.
그녀는 곧바로 내 앞을 가로막아서는 폭풍을 ‘한계 이상’으로 응집했다.
콰드득!
폭풍에 박힌 롱기누스가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억지로 폭풍을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역시 마신이라고 할까.
완전히 권능을 되찾지 못한 상황에서도, 세트의 폭풍조차 꿰뚫을 힘이 놈에게는 있었다.
[아, 윽……!]세트는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어떻게든 마신의 힘을 버텨 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
그 한 번으로 세트의 몸이 크게 흐려졌다. 그 정도로 많은 힘을 소비했다는 뜻이겠지.
[미하일, 나, 이 이상은…….]“괜찮아. 수고했어.”
이 정도로도 큰 도움이 됐다.
일견 가볍게 보였다 할지라도, 방금 놈이 롱기누스를 변질시킨 것에는 적잖은 힘이 들어갔다.
【널 여기서 제거한다.】
마신은 그렇게 선고하며, 다시 한번 움직였다. 그 순간, 놈은 내 앞에 서 있었다.
다시 한번의 공간 도약.
놈과 나 사이에 수십 번의 공방이 빠르게 오갔다.
그사이에는 몇 번의 시공간 정지 역시 포함된 상태.
【격의 상승으로 그런 잔재주까지 부릴 수 있게 되었던가.】
마신은 불쾌하다는 듯 중얼거리고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하늘이 깨어졌다.
“……미, 친.”
뒤에 있는 동료들도 그 압도적인 광경을, 그저 입을 벌린 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많이 회복했군.’
짧은 사이, 격과 권능을 크게 회복하진 못했으리라 생각했건만, 놈도 나름 필사적인 상황이라 이건가.
물론 나 역시 가만히 있진 않았다.
어떤 식으로 대처하면 될지는 이미 머릿속에 전부 있으니까.
‘격’이 올라 놈의 이름까지 알 수 있게 됐다는 건, 그만큼 가용할 수단이 늘어났다는 뜻.
동시에.
‘이론으로만 생각해 뒀던 것들을 실제로 쓸 수도 있다는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다음 수를 위해 움직이려던 때였다.
– 이봐, 미하일.
내 이름을 부르며, 하르마게돈이 내게 말했다.
– 뒤에서 가만히 숨어서 구경하고 있으려니,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발견한 것 같다.
‘……흥미로운 사실?’
– 그래.
하르마게돈이, 천천히 말했다.
– 저게 ‘또 다른 나’니까, 알 수 있는 건데 말이지.
녀석은 그 말과 함께 천천히 어느 쪽을 가리켰다.
녀석이 가리킨 방향은 마신의 오른팔.
겉으로 보기엔 별 게 없다.
하지만 좀 더 집중하여, 그 오른팔 쪽을 확인한 순간…….
“허.”
무언가 보였다.
놈 스스로가 외면하고 있는 건지, 알면서도 무리하게 여기까지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균열이 보였다.
조금만 벌려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균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