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Wizard Transcendent RAW novel - Chapter 351
회귀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352화
내 말에 동료들은 잠시 말이 없었다.
도대체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사실 제국 황족은 죄다 영혼을 저당 잡힌 신세라는 거네요? 그게…… 저기, 사도님과 초대 황제 폐하의 계약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거고요.”
“확정 사항이지.”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는 저 계약의 결과로 생겨난 것이다.
즉, 제국이라는 거대한 국가 자체가 사도와의 계약으로 인해 탄생했다는 뜻이다.
“허, 허어…….”
모두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표정이었다.
사도의 입장에서, 시간과 공간을 멋대로 조작했다는 건 누가 봐도 큰 잘못이었다. 사도로서의 책무를 부정한 거니까.
허나 그 결과, 전란이 끝없이 이어졌던 대륙이 안정됐다.
그렇게 보자면, ‘결과는 좋았다’라는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결과가 좋다고 해서, 그게 아무 죄도 없다는 뜻은 아니거든?”
『…… 그렇, 습니다.』
호루스가 축 처진 모습으로 대답했다.
어지간히 제 잘못을 자책한 모양인지 꼴이 말이 아니다.
“애초에 발할라 역시 신물의 힘으로 만들어진 거 아닌가?”
『예, 현재 신물은 ‘과거’의 유지를 위해…….』
“봐, 벌써 문제가 생겼잖아.”
내 말에 호루스가 다시 한번 고개를 조아렸다.
요약하자면, 이거다.
호루스는 사도로서의 규칙을 어겨 가면서까지, 초대 황제의 소원을 이뤄주었다.
그런데 그 소원에 아무런 대가가 없었는가?
아니, 그게 아니지.
황제들이야 사후에 그러는 거고, 보아하니 딱히 불합리한 처우를 겪는 것도 아닌 듯싶다.
하지만 신물은 다르다.
사도로서 ‘시련’에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한 것은 그야말로 책무를 내팽개친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래, 나한테 피해가 간다고.
나한테.
대충 그런 눈으로 쳐다보자, 호루스가 곧바로 머리를 박았다.
『죄송합니다, 후계자님!』
매가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처박으며 그렇게 말하는 광경은 참으로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 와서 사과를 하면 뭐 하는데. 이미 일이 벌어졌는데.”
『그, 그것은…….』
“원래 시련은 어땠지?”
『본래는 무덤 내에 파열된 시공간을 온전하게 재배열하는 것이 시련의 골자였는데…….』
뭔데, 그거.
난도가 너무 높잖아.
그 정도를 당연한 듯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계에 몇이나 있다고.
그 정도면 9서클도 힘들 텐데?
내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보자.
『……죄송합니다. 본래 예정됐던 시련은 힘들 듯싶습니다.』
“신물 자체도 어떻게 양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거 아냐.”
『그건…… 』
다시 한번 고개를 조아리며, 면목이 없음을 표현하는 호루스.
[호루스, 이건…….]그때, 세트가 끼어들었다.
녀석의 등장에 안 그래도 바닥에 맞닿아 있던 호루스의 고개가 더욱 아래로 처박혔다.
『며, 면목이 없소. 세트.』
세트는 복잡한 표정으로 호루스를 보았다.
뭔가 말은 하고 싶은데, 생각해 보니 자신도 딱히 떳떳한 처지는 아닌 거 같고…….
그런 표정이라고 해야 하나.
‘……생각해 보면, 여태까지 만난 사도들이 대부분 이런 느낌이기는 했는데 말이야.’
곰곰이 생각하면, 지금까지 만났던 사도들 중 별 잡음이 없었던 부류가 정말 많지 않다.
굳이 생각나는 쪽이라고 한다면, 아포피스나 세베크 정도?
죄다 신을 모시던 이들이라 그런가, 자의식도 강하고 해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긴 했지.
“음.”
아, 그렇게 생각하니 놀라울 정도로 호루스가 저지른 일이 평범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
돌겠네, 진짜.
위대한 아사르시여, 도대체 사도들이라는 작자들이 왜 죄다 이 모양이란 말입니까.
뒷수습은 죄다 내 몫이잖아.
나는 그렇게 푸념할 수밖에 없었다.
“정리하자면, 초대 황제를 돕느라 사사롭게 신물을 사용했고, 그로 인해 당장 양도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거잖아?”
『그, 그렇습니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그래서 제가 좀 심도 있게 생각을 해 봤는데…….』
“어, 그래.”
한번 들어나 보자.
그래도 천하의 사도가 심도 있게 고민을 한 만큼 그럴듯한 방책이 나올 가능성이…….
『어떻게든 후계자님께서 신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시련을 대신하는 게……,』
“음.”
난 그렇게 나온 ‘심도 있는 방책’에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뚝.
그리고 동시에 머릿속에 있는 무언가도 끊어졌다.
아니, 이 씹새가 진짜.
* * *
『키에에에엑!』
날개가 꺾인 매가 처량한 꼴로 추락했다.
떨어지는 꼴이 참으로 비련의 주인공이 따로 없었다.
물론 그대로 둘 생각은 없었다.
“시발, 진짜.”
내 스태프가 그대로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호루스의 부리를 후려쳤다.
괜히 사도가 아니라고, 아무리 맞아도 부리는 굳건히 남아 있었다.
“야, 야! 진정해!”
“도련님! 이미 많이 팼습니다!”
호루스를 더 후려치려는 날 리안과 집사가 필사적으로 말렸다.
“아니, 놔! 저, 저, 시발! 저걸 사도랍시고 내가! 아오, 야! 진짜 오늘 닭 한번 잡자! 안 그래도 요새 기가 허했는데, 잘됐네!”
“닭이 아니라 사도예요. 미하일!”
영 진정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자, 이번에는 아리안델까지 달려들어서는 날 말렸다.
그리고 에일렌은.
“패도 신물 얻고 패요!”
“……넌 말리는 거 맞냐?”
얘는 왜 자연스럽게 나하고 사고관이 동화된 건데.
뭐, 어쨌건.
“후.”
좀 패다 보니 분이 풀렸다.
딱히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해결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안다고 짜증이 안 나는 건 또 아니거든.
난 넝마가 된 호루스의 날갯죽지를 잡고 들어 올렸다.
『케에에에…….』
“정신 차려.”
난 툭툭 호루스의 뺨을 두드리며 놈을 깨웠다.
슬쩍 눈을 뜬 녀석은 움찔 몸을 떨더니.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거기서 또 기절한 척 감으면 진짜 끓는 물에 던지는 수가 있어요.”
『……넵.』
시무룩한 목소리와 함께 호루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나름 양호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일단 지 잘못은 안다는 거거든.
어쨌건 난 아리안델을 통해 적당히 호루스를 회복시키고는 다시 대화로 넘어갔다.
“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말이야.”
『저, 정말입니까?』
“그래.”
『그럼 도대체 왜 절…….』
“왜 팼냐고? 사고 친 놈이 협상까지 하려고 하는데, 내 입장에서 당연히 꼴받지 않겠니?”
그렇게 말하며 크고 아름다운 스태프를 슬쩍 들었다.
계속 그렇게 말을 꼴받게 하면 한 번 더 꼴받는 수가 있어요.
그런 내 진심어린 호소가 받아들여진 건지, 곧바로 입을 닫는 호루스였다.
역시 진심이 담긴 호소는 먹히기 마련이다.
“어쨌건 네가 걱정하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간단하다.”
『어떤, 식으로…….』
“지금 네가 일을 벌임으로서 ‘과거’ 자체는 확정됐단 말이지.”
초대 황제가 자신의 후대를 끌어와, 효과적으로 적들의 공격에 맞선다는 것이 정사다.
그리고 그것에 신물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사실이고.
본래라면, 해결하기 힘들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게 그렇지 않은가. 애초에 인간이 건드릴 영역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보자면…….
‘인간을 넘어섰다면, 아예 못 건드릴 것도 없지.’
이미 일어난 일이다.
시간을 거스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래를 바꾸는 것도 아니다.
고정된 인과 관계를 더 ‘확실한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것.
『그게, 가능하단 말입니까?』
호루스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지금 하시는 말은, 말 그대로 ‘신물’을 마법으로 대체한다는 말씀 아닙니까. 그게, 어찌…….』
“난 대마도사다, 호루스.”
정확히 말하자면, 마법으로 지금의 경지에까지 오른 대마도사.
당연히, 내 마법 지식에 대한 기준을 세간의 상식으로 재단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마법이라면, 내가 정점이야.”
내 말에 동료들이 일제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네? 맞다, 너 대마도사였지? 가끔 까먹는단 말이지.”
“그러게요. 대마도사라기보다는 그냥 어디 길거리 왈패처럼 다 패고 다녀서 그런가.”
“그러고 보니, 도련님이 어디 효과적으로 마법 쓴 적이…… 있던가요? 전 모르겠는데.”
“음, 확실히 용사님이 좀…….”
아니, 왜들 그래.
도대체 왜 그렇게 쓸데없는 곳에서 딴죽을 거는지.
“내 마법을 알아보지 못하는 건, 아무래도 너희들이 언에듀케이티드 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런 개소리는 스태프에 묻은 피부터 좀 닦고 하시지요.”
“…….”
에일렌의 말에 난 조용히 스태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딱히 할 말이 없긴 하네.
……뭐, 어쨌건.
“할 수 있다. 확실히.”
『그, 그렇다면 부디……!』
제 잘못을 수습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인지, 호루스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걸 위해서 필요한 게 하나 있는데…….”
『뭐, 시키실 게 있는지요?』
“초대 황제.”
『……!』
어찌 보면, 호루스가 사도의 책무에서 벗어나게 만든 원인.
“문제의 원인인데, 면담 정도는 해 봐야 하지 않겠어?”
내 예상대로라면, 이것 역시 필요한 일일 테고 말이야.
* * *
최초의 황제, 알렉산드로.
그는 위대한 제국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며, 현 제국민들에게도 ‘국부’로서 칭송받는 존재다.
환란으로 가득 차 있던 대륙을 평정하고, 외적을 무찔러 대륙을 안정화시켰다.
실제로 지옥이나 다름없던 대륙의 정세는 알렉산드로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안정됐으니.
물론.
“……제가, 만나야 할 자가 있다는 말입니까?”
‘이 때’의 알렉산드로는 그런 자신의 평판을 모른다. 당장 끊임없이 쏟아지는 외적들을 상대하기 바쁜 상황이었으니.
지금의 그는, 그저 무부였다.
확실하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며, 어떻게든 지옥 같은 현재에서 발버둥 치는 일개 무부.
그리고 지금, 그에게 ‘희망’을 보여 준 위대한 존재가 감히 부탁을 청하고 있었다.
“……어떤, 존재인지요?”
도대체 이 위대한 존재가 만나길 청하는 자라면, 어떤 자일 것인가.
그는 감히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어, 그, 그러니까…….』
위대한 존재, 호루스가 뭔가 끔찍한 것을 떠올렸다는 듯 몸을 파들대더니 시선을 피했다.
“호루스, 님……?”
『주옥 같은…… 분이다.』
“주옥, 말씀이십니까?”
『그래.』
주옥(珠玉)이라…….
그만큼 위대하다는 뜻이겠지.
어쩐지 호루스가 제 시선을 피하는 것이 영 신경 쓰였지만, 그는 그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한 은인이 아니라, 자신과 이 대륙 전체에 희망을 갖게 해 주신 분인데, 자신을 속이는 것 같다니…….
그런 생각은 결코 쉽게 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그는 그 불경한 생각을 접어 둔 채, 호루스의 부탁에 응하기로 했다.
순식간에 그는 처음 호루스와 만났던 공간, 발할라로 이동했다.
“으, 음…….”
그리고 그렇게 이동한 공간에서 그는 마침내 호루스가 말한 ‘그분’을 만날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디 귀족가문에서 귀하게 자란 청년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깔끔하게 관리된 금빛의 머리카락과 선홍빛의 눈동자.
한 손에는 신성한 기운이 감도는 스태프를 들고 있다.
절반 정도가 시뻘건 것이 좀 신경 쓰이긴 했지만, 뭐, 상관없겠지.
잠시 후, 그의 입이 열렸다.
“황제, 알렉산드로. 맞습니까?”
“예.”
그는 긴장된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 청년의 말에 답했다.
“일이 좀 꼬였습니다. 그리고 그 꼬인 이유에는 아무래도, 귀하의 지분이 적지 않고요.”
“……아.”
그 말에 짐작이 가는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었기에, 알렉산드로는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일이, 꼬였다는 말씀은…….”
“심연을 들여다보지 말라는 말이 있지요.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볼 테니 말입니다.”
해야 할 말을 한다는 듯,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당신은 대륙의 전란을 끝내고자 미래의 힘을 빌렸습니다. 거기까지는 괜찮아요. 그런데 잡음이 생긴다는 게 문제입니다.”
“잡음이라니요?”
“당신이 미래의 ‘가능성’을 이용하려 했듯, 미래 역시 그 가능성을 이용할 수도 있을 테니.”
그 순간, 알렉산드로는 이해했다. 동시에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설마…….”
“예, 선례가 생긴 만큼 이걸 이용하려는 자들도 있을 거라는 게 문제라는 말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라며 뒷말을 늘어뜨리던 청년, 미하일은 알렉산드로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뭐든, 알고 있다는 눈.
저 선홍빛의 눈동자가 이 순간만큼은 너무나도 시리게 다가와, 절로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다음 말이 이어졌다.
“인류를 향한 온갖 악의에 찬 신이라든가.”
“……!”
알렉산드로가 눈을 부릅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