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Wizard Transcendent RAW novel - Chapter 92
회귀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92화
〈감히.〉
드라큘리온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악적들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어째서 가로막는 것인지.’
그는 옛 기억을 떠올렸다.
– 전부 되찾을 수 있습니다.
선량한 미소와 함께 그에게 찾아왔던 늙은 현자.
현자는 말했다.
– 제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그 제물들 또한 함께 돌아올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아내가 있던, 그리고 아들은 걱정 없이 가족과 함께 웃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이따금씩 몽롱해졌지만.
그건 꽤 기분 좋은 몽롱함이었다.
그가 찾아낸 던전의 시련에 빠져들 때마다 그런 느낌은 더더욱 강해졌다.
현실감은 사라졌지만.
기분은 더더욱 좋아졌다.
그리고 동시에.
‘원망스러웠지.’
가혹할 정도로 차가운 현실이 더더욱 괴롭게 다가왔다.
버틸 수 없게 됐다.
그 늙은 현자의 말을 들은 이후부터는 더더욱 그러했기에.
– 아버지, 어째서!
결국 선을 넘었다.
영지민들의 절반을 제물로 바쳤고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아들 역시도 자신과 같은 ‘축복’을 주었다.
제물로 삼은 영지민들이 안타까웠지만, 어차피 목표를 이룬다면 다시 살아나게 될 터.
괜찮다.
그래, 그 정도라면…….
분명.
– 어머니를 살려 주세요.
아들도 만족하리라.
불편함은, 자책감은 아주 잠깐에 불과하니까. 사람이라는 건 금방 잊고 적응하기 마련.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맞서는 것이냐!〉
자신의 권속에 필사적으로 맞서는 아들을 보며, 드라큘리온이 비통하게 소리쳤다.
〈아들아, 곧 우리가 원하는 ‘현실’을 찾을 수 있을 게다! 지금의 불편함은 잠깐이야!〉
“아닙니다.”
하지만 아들은 고개를 저었다.
“끝도 없이 따라다닐 것입니다. 지운다 하여, 잊는다 하여 달라질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네가…….〉
그 말에 드라큘리온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네가 말하지 않았더냐! 어미를 되찾고 싶다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체페슈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루려고 억지를 써 봤자, 닿지 않을 바람이었단 말입니다.”
〈할 수 있다! 이미 절반의 생명을 손에 넣었으니, 나머지만 이룬다면……!〉
“왜, 왜 모르십니까!”
체페슈가 소리쳤다.
“아버지는 이용당한 겁니다! 그자는 제 목적대로 움직일 괴물을 원했던 것이지,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줄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단 말입니다!”
〈……!〉
그 말에 드라큘리온의 두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 없다.〉
거부했다.
제 아들이 뭐라 말하건, 그게 사실일 리가 없다.
이 모든 것들을 벌이고 얻는 것이 하나도 없다니.
그럴 리가.
〈내게 거짓을 말하려 하는구나. 하하, 그래, 넌 내 아들이 아니다. 그저…… 그래, 현자가 경고했었지. 잘못된 환상이 날 괴롭힐 것이라고.〉
그제야 머리가 맑아졌다.
아니, 머리가 맑아진 건지 오히려 더더욱 흐려진 건지…….
솔직히 모르겠지만.
어쨌건.
〈그래, 이건 시련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그 편이 편했으니.
그러자 망설임이 사라졌고.
〈하하.〉
힘은 더욱 치솟기 시작했다.
전부 먹어 치우리라.
“아버지, 결국 이렇게…….”
제 아들의 모습을 한 환상이 뭐라 말하는 것 같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환상이자 시련이라면.
‘타파하면 그만.’
그렇게 생각하며 손을 앞으로 뻗었을 때였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
〈……?!〉
그런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
〈허?〉
코앞에 순백의 마법사가 도달해 있었다.
새하얀 후광을 가득 감싼 채.
그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새빨간 눈동자를 빛내며…….
“아닐 텐데.”
마법이 시작됐다.
* * *
완성된 순간.
난 곧바로 블링크를 이용해, 짧은 거리를 도약했다.
일반적으로 마법사가 드라큘리온과 같은 전사의 거리에 접근하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지만.
“〈디바인 라이트〉.”
이 경우는 다르다.
성광(聖光)이 날 감싸고, 드라큘리온이 사람을 잡아먹은 괴물인 이상…….
그는 내 앞에서 결코 멀쩡히 서 있을 수 없다.
〈크아아아악!〉
성광에 그대로 노출된 드라큘리온의 몸이 하얗게 타올랐다.
물론 곧바로 회복하고 정신을 차리기는 했지만…….
그 잠깐의 틈.
“멀티 캐스팅.”
〈꿰어라! 꿰고, 또 꿰어라!〉
드라큘리온의 공격을 방어할 준비는 충분하다.
어차피 길게 갈 생각은 없다.
허공에 퍼진 핏줄기들이 창의 형태로 날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미리 준비해 둔 멀티 캐스팅과 함께…….
“〈트리플 실드〉.”
실드가 모조리 창을 막아 냈다.
〈여긴 내 영역이다!〉
드라큘리온이 광기에 들어찬 눈으로 날 노려보며 소리쳤다.
〈네가 용사건, 무엇이건! 내 영역에서 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리가……!〉
“있지.”
그다음, 시간을 계산했다.
‘앞으로 3분.’
악마의 머릿속을 헤집은 끝에 손에 넣은 불사의 주문.
그것을 역으로 풀어야 했다.
분석에 5분, 수식을 맺는 것에 3분의 시간을 버텨 냈다.
그리고 그 역주문이 활성화되기까지 3분이 남았다.
“세트.”
난 곧바로 세트를 불렀다.
그러자 세트가 호기롭게 물어 왔다.
[어느 정도를 원해?]“빈틈없이(Tactical).”
어디의 암살자가 할 법한 말을 중얼거리며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드라큘리온을 중심으로 폭풍이 몰아쳤다.
뒤늦게 그것을 확인한 드라큘리온이 눈을 부릅뜬 채 소리쳤다.
〈이, 이 힘은, 설마……!〉
“당신만 신물을 손에 넣은 게 아니거든, 드라큘리온.”
서클을 맹렬하게 도는 폭풍.
그리고.
콰과과과과!
〈크아아악!〉
폭풍은 기세등등하게 서 있던 드라큘리온을 말 그대로 갈아 버리기 시작했다.
물론, 바로 회복을 시작한다.
폭풍 사이를 비집고, 드라큘리온의 창이 날 노렸다.
섬광과도 같은 속도였다.
“……큭?!”
간발의 차.
드라큘리온의 창이 바로 얼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알싸한 통증과 함께 피가 터져 나왔다.
타격을 줬다 판단한 건지.
〈시간은, 시간은 내 편이다!〉
그런 말과 함께 드라큘리온이 재차 다음 창을 날렸다.
“확실히 빠르군.”
[……내 폭풍도 바로 적응했는데? 불사에 즉발회복이라는 게 되게 귀찮은 능력이긴 하네.]세트가 작게 혀를 찼다.
하지만 괜찮다.
“으랏, 차!”
채앵!
내가 오기 전까지 드라큘리온을 상대하고 있던 리안의 검이 창을 걷어 냈다.
“야, 야! 아직도 안 됐어?”
“거의 다 됐다.”
〈이 빌어먹을 것들이!〉
전신이 난자가 된 끔찍한 몰골이지만, 드라큘리온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움직였다.
〈유한한 네놈들과, 무한한 나!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어차피……!〉
“1분.”
〈뭐?〉
내 말에 부릅뜬 눈을 한 채, 드라큘리온이 잠시 멈췄다.
“1분 남았다고.”
난 그 말과 함께 씨익 웃었다.
1분.
버틸 방법은 생각해 뒀다.
아무리 불사라도 죽지 않는 것뿐. 움직이지 못하게끔 만들 방법은 충분히 있으니.
“〈트리플 디바인〉.”
7서클의 신성 주문.
마법이 곧바로 내 손끝에서 발현됐다.
허공에 소환된 십자가 셋.
전부 강인한 성광을 머금고 있었다. 그것을 본 드라큘리온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 이 힘은 도대체……!〉
“7서클이 당신을 1분도 못 묶을 정도로 약하진 않거든?”
〈크, 크아아아악?!〉
콰아아아아!
드라큘리온의 얼굴이 격통에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소환된 십자가 셋은 드라큘리온을 짓이긴 채, 끝도 없이 놈을 불태우기 시작했으니.
‘30초.’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드라큘리온의 몸이 회복되며, 십자가를 밀어냈다.
‘20초.’
파삭, 하고 균열이 간 십자가가 터져 나갔다.
7서클의 신성 주문조차 40초 정도를 견뎌 내는 것이 전부.
드라큘리온의 회복 속도는 확실히 경악스러웠으며.
〈이걸로, 나를 어찌할 수는!〉
확실히, 그 망집과 독기 또한 인간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
‘10초.’
드라큘리온이 소멸한 십자가의 성광을 뚫고, 날 향해 창을 들었다.
그러고는 쇄도한다.
인간이었던 시절.
어진 영주이자 강인한 전사였던 시절에, 독기가 더해진 창은 빠르고 매서웠으며 날카로웠다.
하지만.
[10초 오차네. 괜찮아.]세트가 손을 뻗었다.
[그 정도는 벌어 줄 수 있어.]폭풍이 아주 약간 쏘아진 창의 궤적을 틀었다.
〈뭐, 뭣?!〉
경악한 드라큘리온이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됐군.’
이미 모든 게 결정됐다.
악마를 완전히 분해하고.
아주 사소한 틈까지 분석한 끝에 손에 넣게 된 파훼식.
“〈리버스 언데드〉.”
8서클의 생사 역전 주문.
지금까지 드라큘리온의 불사성을 유지하고 있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역주문.
시작은 사소했다.
자그마한 빛줄기가 한 번.
드라큘리온의 창끝에 닿았다.
하지만 그 뒤에 벌어진 일은 결코 사소하지 않았으니.
〈……뭐?〉
창끝이 분해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창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창을 쥐고 있던 드라큘리온의 왼팔이 분해됐다.
그다음은 두 발과 하반신.
〈이게, 무슨……!〉
그 말과 함께 드라큘리온의 몸이 풀썩 주저앉았다.
〈뭐, 뭐냐. 왜 내 몸이…… 나, 난 죽지 않는…….〉
“당신은 완벽한 불로불사가 아니야. 그럴 수도 없고.”
점차, 드라큘리온의 몸에서 생명력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그의 눈동자가 거세게 떨렸다.
〈지, 지금…… 내 불사성을 파훼했다고 말하는 것이냐?〉
“그렇지.”
〈어, 어떻게……! 아, 아무리 그래도 내 불사성을 파훼하기 위해서는 끝도 없는 생명과 마나가 필요할 텐데……!〉
“그래, 쉽지 않았지.”
단순히 역주문만 있었다면 부족했을 것이다.
……본래대로라면.
하지만.
“당신이 신물을 손에 넣었던 것처럼, 난 무덤 그 자체의 권리를 손에 넣었거든.”
〈……!〉
드라큘리온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난 차게 웃었다.
무덤에 넘쳐 났던 생명.
상냥함.
신물을 가지진 못했더라도 그 막대한 생명력을 쓸 수 있다면, 내겐 선택지가 늘어난다.
난 무덤의 주인이 됐다.
그 말은 무덤의 넘쳐 나는 마나와 생명력을 쓸 자격을 가졌다는 말도 되었다.
자격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
“당신은 신물을 손에 넣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지.”
〈나, 난 신물의 주인이 되었다! 던전의 주인에게……!〉
“동정으로 얻은 힘에, 신물은 결코 반응하지 않는 법.”
[맞는 말이야.]무덤의 수호자이자 관리자인 네프티스가 인정했을지라도 그러하다.
이미 옛적에 소멸한 신이지만, 그의 의사는 확고하다.
제대로 시련을 통과하지 않은 자라면, 아무리 수호자가 신물을 넘겨줬을지라도 신물은 제 힘을 내주지 않는다.
〈아, 아…….〉
드라큘리온의 두 눈이 떨렸다.
그는 허둥대며 상반신밖에 남지 않은 몸으로, 필사적으로 땅을 기었다.
하지만 의미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몸은 약해지고, 부스러졌으니.
그렇게 기어가던 그는 이내.
〈하, 하…….〉
멈췄다.
그러고는 헛웃음을 흘렸다.
〈흐, 하하하하하…….〉
의미도 없을 웃음을 끝없이 입 밖으로 내며.
천천히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지금의 그처럼.
〈그렇게, 도망다녔는데.〉
가혹한 현실로부터.
하지만 소용없었다.
도망쳐 봤자 눈앞에 놓인 현실에 따라잡힐 뿐. 그밖에 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아버지.”
마침내 부자는 서글픈 재회를 맞이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