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0)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0화
4장 드러내다(3)
“제가 검술을 되찾게 되는 날에 5황자 전하의 친위대에 합류하겠습니다.”
게슈타인이 말했다. 그는 현명했다. 이미 배신을 당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섣불리 행동하지 않았다.
5황자가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검술을 되찾은 뒤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충성을 맹세했으나 결국에는 배신당해 버림받은 기사.
그가 받은 상처를 짐작할 수 있었기에 5황자, 레이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잃어버린 검술을 되찾게 되는 날, 반드시 내 친위대에 합류해야 한다.”
“제 검에 대고 맹세하겠습니다.”
기사의 맹세. 맹신할 수는 없지만, 함부로 의심할 정도로 가벼운 것도 아니다.
“노인장.”
조용히 청탑주를 불렀다.
“예, 5황자 전하.”
청탑주, 리세필드가 가까이 다가오며 고개를 숙였다.
“게슈타인 경에게 그걸 줘.”
“예, 알겠습니다.”
아공간에 열렸다. 리세필드가 가볍게 손짓하자 낡은 책 한 권이 빠져나와 중년의 기사, 게슈타인의 앞에 놓였다.
“이게 뭡니까?”
“외팔검이 기록된 검술서다. 경은 검술에 재능이 있으니 독학으로 익힐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발치에 놓인 검술서를 향하는 게슈타인의 시선에서 여러 복잡한 감정이 묻어 나왔다.
‘저 검술서에 외팔의 검객을 위한 검이 기록되어 있을까? 5황자의 말이 사실일까?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여러 생각이 뒤섞여 혼란을 깨웠다.
“경은 의심이 참 많은 것 같아. 믿기지 않으면 먼저 읽어 보게나.”
불안과 의심이 보였다. 레이먼은 한번 읽어 볼 것을 권했다. 단언컨대, 게슈타인 정도의 재능을 가진 기사라면 검술서를 펼치는 순간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읽어 보겠습니다.”
게슈타인은 잠시 검을 놓고 검술서를 집어 들어 펼쳤다.
“이, 이건…….”
예상한 그대로의 반응이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계획대로 되고 있다.
“느낌이 좀 오나?”
질문을 던졌지만 한참 동안 대답이 없다. 대신 게슈타인은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정신없이 검술서의 페이지를 넘기며 훑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책 속에 빨려 들어갈 기세였다.
“5황자 전하, 이걸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30년 넘게 검을 수련했다. 그동안 이런 식의 검술서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호기심이 생겼다.
“그건 천천히 알려주겠다.”
거짓을 말한다면 눈치채고 의심할 것이고 솔직하게 진실을 입에 담아도 믿지 않을 게 분명하니,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게 좋았다.
“3개월의 시간을 주겠다. 잃어버린 검술을 되찾을 수 있겠나?”
게슈타인은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재능 있는 검사다.
잃어버린 검술을 되찾는 것에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충분합니다, 5황자 전하.”
“내게 찾아올 날을 기대하고 있겠다.”
말을 끝맺으며 게슈타인에게서 몸을 돌렸다. 황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알렉스와 리세필드가 뒤따라왔다.
“설마 게슈타인 경이 빈민가에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서리방패 기사단장 게슈타인, 그는 수가 그리 많지 않은 고위 기사 중 한 명으로 제국에서는 나름 유명인이었다.
그가 배신당했다는 사실도 널리 퍼져 있었으나, 관련자들이 너무나 거대한 권력가들이라 모두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산악 공작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거겠지.”
그래서 수도의 빈민가에 숨었겠지.
“5황자 전하께서는 어떻게 아신 겁니까?”
“다 방법이 있어.”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다. 어차피 말해도 믿지 않을 테지만.
“5황자 전하, 하나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알렉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레이먼은 황성을 향해 분주히 발걸음을 재촉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왜 하필 3개월인지 알 수 있을까요?”
예법을 생략하고 질문을 던지는 걸 보면 많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대전쟁 승전 기념 연회.”
“아……!”
“거기서 망나니의 오명을 완전히 벗어던질 생각이다.”
그래, 모든 건 3개월 후의 연회에서 시작될 것이다.
* * *
“파이어 애로우.”
시동어를 내뱉는 것과 함께 완성된 화염의 화살이 표적을 향해 날아가 꽂혔다.
“부족해.”
흐르는 땀방울을 훔쳐냈다. 모든 마나를 소모한 탓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저 작은 파이어 애로우를 만들겠다고 이 난리를 친 건가? 무력함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굳은 얼굴을 한 레이먼과는 달리, 옆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리세필드는 크게 열린 입을 좀처럼 다물지 못했다.
중급 마법사의 경지에 오르려면 천재도 3년 이상 걸린다는 상식을 박살 내고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5황자의 재능에 경악한 것이다.
“벌써 중급 마법사의 경지에 오르신 겁니까?”
“아니, 부족해. 방금 그거 하나 만든다고 마나를 다 써버렸어.”
희생의 창이 기본적으로 품고 있는 마나가 있지만, 그걸 사용하려면 생명력을 바쳐야만 한다.
그러면 또 며칠을 쓰러져 있을 것이고, 또 황제는 난리가 나겠지. 이번에도 쓰러지면 수련을 하는 데 제약이 생길지도 모른다.
“마나를 다 썼다고는 하지만 중급 마법을 완성하셨습니다. 중급 마법사의 경지에 오르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비밀 전승 덕분이야.”
“아닙니다, 5황자 전하. 비밀 전승도 한계가 분명합니다. 이걸 익힌다고 다 5황자 전하처럼 빠른 성장을 하는 건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청탑에는 대마법사가 많았겠죠.”
리세필드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아쉽게도 고대 시대 이후, 필리어스 제국이 몰락하기 시작하면서 청탑을 포함한 마탑 연합 역시 대마법사를 거의 배출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들 대마법사의 경지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
“청탑의 비밀 전승은 충분히 훌륭하다.”
레이먼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재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마나 연공법과 여러 성장법이 적힌 ‘비밀 전승’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빨리 중급 마법사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5황자 전하.”
청탑주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무너질 뻔한 자존감을 세워주는 5황자의 배려 덕분에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데시아 헬리는 어때?”
“벌써 중급 마법사를 넘어서 상급 마법사의 경지를 향해 전진하고 있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놀란 목소리로 소식을 전하는 청탑주와 달리 레이먼은 차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게 예상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상급 마법사까지는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앞으로 한 달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천재도 5년 이상 걸린다는 경지입니다. 그런데 데시아는 이제 마법을 배운 지 3년 정도 되었습니다. 실로 엄청난 일이지요.”
더욱 놀라운 건 중급 마법사 경지에 오른 지 겨우 2달을 조금 넘겼을 뿐인데 상급 마법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마법이란 게 깨달음이 있으면 경지를 오르는 속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심한 경우가 아닐까? 하고 리세필드는 생각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5황자의 안목에 대해 감탄했다.
“5황자 전하께서 추천한 마법서들이 데시아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분명 5황자가 그녀를 만난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스승인 필리드도 알지 못한 그녀의 마법 성향과 습관 등을 다 꿰뚫어 보고 마법서를 추천했을까?
사실 설정집 때문이었지만 청탑주가 그걸 알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게슈타인 쪽에서는 연락이 없고?”
“예, 청탑의 사람이라도 보내볼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굳이 사람을 보내지 않아도 때가 되면 찾아올 것이다. 그때까지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다.
그리고 기다림은 계속되었다. 연회를 일주일 남겨두고 있을 때, 리세필드가 다시 5황자궁에 찾아왔다.
“5황자 전하. 이제 일주일 남았습니다.”
재촉하는 것 같이 보여서 청탑주, 리세필드 또한 불편했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려줘야만 했다.
친위대 편성 인원을 검증받고 절차를 밟으려면 늦어도 오늘 오후까지는 게슈타인이 와야 한다.
“반드시 올 거다.”
레이먼은 조용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게슈타인의 재능과 잃어버린 검술에 대한 열망을 믿었다.
“5황자 전하!”
알렉스가 정원으로 달려왔다. 레이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도착했느냐?”
“예! 게슈타인 경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지? 문제라도 있나?”
말끝을 흐리는 알렉스를 보고 있자니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대답은 예상과는 달랐다.
“혼자 오신 게 아닙니다. 20명 정도 되는 기사들과 함께 오셨습니다.”
20여 명의 기사? 설정집에서 본 서리방패 기사단의 생존자들 숫자와 일치한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게슈타인이 그들을 데려온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이거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네.’
* * *
5황자궁 앞에 20여 명의 남자가 도열해 있었다.
그들의 행색은 초라했다. 낡은 갑옷과 검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빛과 기세는 날카로웠다.
오죽하면 그들을 감시하고 있는 황실 기사들이 긴장할 정도였다.
“기세가 보통이 아니군요.”
청탑주, 리세필드의 말에 레이먼은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수백 년 동안 북방 하이펠로부터 제국을 지켜 온 서리방패 기사단이다. 최근 몇 년간 은둔했다고는 하지만 그 기세가 날카로울 수밖에 없을 테지.”
“저들이 서리방패 기사단이라는 말입니까?”
“저들의 중심에 누가 있는지 봐라.”
손가락 끝으로 가리킨 곳에 왼팔을 잃은 기사, 게슈타인이 있다.
그제야 청탑주는 초라한 행색의 사내들이 게슈타인을 중심으로 도열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슈타인 경이 서리방패 기사단장이었다는 걸 제가 잊고 있었군요.”
“괜찮아, 나이를 많이 먹으면 기억력이 안 좋아진다는 걸 책에서 읽은 적이 있으니까.”
“5황저 전하께서도 참……. 농담이 심하십니다.”
농담이 아니었지만, 어느새 게슈타인의 앞까지 왔기 때문에 적당히 대화를 중단했다.
“5황자 전하.”
가까이 가자 게슈타인이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갖추었다.
기사 출신답게 절도 있는 군례였다. 다른 사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일제히 5황자를 향해 군례를 올렸다.
“조금 늦었습니다.”
게슈타인의 목소리에서 물기가 묻어 나왔다.
5황자, 레이먼에게 향하는 시선에서는 이전과는 달리 존경까지 섞여 나왔다.
“잃어버린 검술은 되찾았나?”
“아직 온전치는 않지만, 다시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왼팔을 잃으면서 검사로서의 삶이 끝났다. 배신하고 버린 이들을 죽이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제 잃어버린 검술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 지금 당장은 전성기 시절만큼의 검술을 펼치는 건 무리겠지만,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온전하게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이 모든 게 5황자 전하께서 살펴주신 덕분입니다.”
게슈타인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검술을 되찾았다는 확신이 든 직후, 그는 5황자에게 모든 것을 바칠 것을 다짐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
고위 기사 출신답게 예법에 밝았다.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굳이 그걸 지금 말해서 무안을 줄 필요는 없다.
차차 고치면 되겠지. 그것보다 중요한 건 게슈타인과 그의 뒤에 서 있는 20여 명의 사내였다.
‘주변을 물릴 필요는 없겠지?’
여기 있는 황실 기사의 절반이 3황자의 사람이지만, 이들은 물러나라고 해도 안정을 핑계로 일정 거리 이상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20명 이상의 인원이 비밀 회동을 가질 곳은 현재로서는 5황자궁에 없다.
‘하지만 곧 달라질 거다.’
3황자의 사람들이 섞여 있는 황실 기사들을 훑는 시선이 차갑게 식었다.
이제 20여 명의 실력 있는 기사들이 합류할 예정이니, 5황자궁의 안쪽은 친위대 병력만으로 경비할 수 있다.
비밀스럽게 행동할 수 있는 폭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게슈타인 경.”
“예, 5황자 전하.”
“뒤에 있는 서리방패 기사단도 내 휘하로 들어오는 건가?”
굳이 돌려 말하지 않았다. 적당히 솔직한 건 좋다고 생각하는 주의였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게슈타인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서리방패 기사단인 걸 알고 계셨군요, 역시 5황자 전하이십니다.”
“너무 띄워주지는 말게, 넘겨짚었을 뿐이니까. 그것보다 질문에 대답이나 해주겠는가?”
“모두 5황자 전하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게슈타인은 선언하듯 목소리에 힘을 실어 말했다. 황실 기사 중 3황자의 휘하에 있는 이들의 눈매가 꿈틀했다.
게슈타인과 서리방패 기사들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각자 맡은 시야에서 ‘반응’을 보이는 황실 기사들의 얼굴을 귀신같이 기억했다.
이들에 대해 5황자에게 알리면 그의 운신 폭이 더욱 넓어질 것이리라.
이건 충성 맹세와 함께 바치는 작은 선물이었다.
“훌륭하다.”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시선은 알렉스에게 향했다.
“알렉스, 이들에게 친위대 제복을 지급하고 황실에 연락해서 검증 절차를 밟도록.”
친위대 편성에 대한 모든 권한은 소집한 황족에게 있다고는 하지만, 무기를 들고 황족의 곁을 지키는 이들을 뽑는 것이라서 황실에서 최소한의 신원 검증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게슈타인 경은 제복을 받고 나면 나를 찾아오게, 알렉스가 안내해 줄 것이야.”
“예, 5황자 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