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00
99화.
남산호텔. (2)
곽기선은 전 삶 기억보다 훨씬 더 젊었다.
그만큼 그가 회장실에서 보였던 무게감은 느낄 수 없었다.
그와 함께 걷는 사람도 그가 호텔 회장으로서 그렇게 외쳤던 품위 있고 우아한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
성현우는 일부러 그들의 곁을 지나갔다.
나지막한 소리로 내뱉는 중국어가 들렸다.
“생각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러자 뒤를 따르던 남자가 그 말을 통역했다.
곽기선은 한국어밖에 못하는 것을 애국심이 넘치는 것으로 포장했었다.
성현우가 그 생각을 하며 픽 웃음을 짓는데 뒤를 돌아보는 곽기선과 눈이 마주쳤다.
전 삶, 오너였던 그는 어떻게 감히 직원이 회장과 눈을 마주치느냐고 했었다.
그래서 보고를 할 때 외에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그의 직원이 아니다.
오히려 업계를 주무르는 실질적인 리더다.
성현우는 그에게 미소를 날리는 여유를 보였다.
그것에 살짝 움찔한 곽기선은 비릿한 웃음을 남긴 채 사라졌다.
이후 성현우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의 그 짧은 시간 동안 못 볼 꼴을 봐야 했다.
대실을 한 것 같은 커플의 쪽쪽거림에 야릇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까지.
한마디로 기분을 잡쳐버렸다.
결국 성현우는 객실에 들어가지 않은 채 다시 엘리베이터를 탔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는 중국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커플이 있었다.
그들은 중국인 특유의 큰 목소리로 거침없이 떠들었다.
“이딴 곳이 한국에서 제일 좋은 호텔이라고 한 건가?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
“한국이 쇼핑하기 좋은지는 모르겠는데 호텔 수준은 중국과 비교해서 한참 떨어져. 상해 호텔이 얼마나 좋은데? 여기 직원들 서비스 봤어? 정말 어이가 없더라니까.”
이후 그들은 뷔페 레스토랑에 대해서도 불만을 늘어놓았다.
마감 시간이 1시간이나 남았는데도 요리가 바닥을 보였고 직원들은 고객이 나간 지 한참 된 테이블 정리도 미뤘다고 했다.
또 요리 수준도 상해 호텔과 비교해서 못하다고 했다.
요즘 HY인터내셔널 호텔 VIP 관광이 인기를 끌며 서울의 각 호텔들도 여행사와 제휴, 비슷한 상품을 내놓았다.
아마 남산호텔도 그들의 대열에 합류했을 거다.
하지만 서울의 그 어떤 호텔도 HY인터내셔널 호텔에서 내놓은 상품만큼 비싼 요금을 받는 곳은 없다.
특히 남산호텔은 객실 요금이 내려가는 만큼 VIP투어 요금도 저렴해졌을 거다.
그럼 고객들로서는 저렴한 요금을 낸 만큼 저렴한 곳을 이용하는 셈이다.
그런 그들은 예전 남산호텔 명성을 기대한 것 같았다.
아니면 가이드가 남산호텔에 대해 거짓말을 했던가.
뭐가 어떻게 되었든 졸부로 보이는 중국인들이 한국 호텔을 욕보이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아마 그들은 자기들의 불량 매너를 쏙 빼놓은 채 호텔의 부족한 부분에만 불만을 나타냈을 거다.
성현우는 빠른 걸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발길을 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주차장 한쪽 구석에 도착한 미니버스에서 야릇한 옷차림을 한 여자들이 내렸기 때문이다.
“하! 이젠 성매매까지 눈감아주겠다는 건가?”
성현우가 어이없는 표정을 하는 동안 여자들은 일본어를 연습하며 가이드인 것 같은 남자에게서 객실키를 받아들었다.
차량에 오른 성현우가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대니, 남산호텔 뒷작업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알아봐. 호텔 수뇌부와 연관된 것 같으니까 누가 어떤 조건으로 이런 작업을 진행하는지 샅샅이 알아봐야 해.”
* * *
이틀 후, 대니 리가 평소보다 심각한 표정을 한 채 성현우를 찾아왔다.
그는 사진 몇 장을 내놓으며 입을 열었다.
“남산호텔 오너 쪽 사람들이 좀 이상해진 것 같아.”
그러면서 그는 머리가 돈 것 같다는 것처럼 손가락을 돌렸다.
“지금 대표가 오너 장남이지?”
성현우의 말에 대니 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거기 오너가 갑자기 장남에게 대표직을 넘겼는데 대표가 총지배인을 계속 갈아치우면서 호텔 이미지가 더 나빠진 것 같아. 회원들이 빠져나가는 것도 회원들 혜택이 너무 커서 객단가가 안 맞아서 그렇다는 소문을 내는 모양이야.”
성현우는 픽 웃어버렸다.
총지배인은 호텔의 얼굴이고 서비스 기준을 만드는 사람이다.
마음에 안 든다고 계속 갈아치우면 서비스 체계가 무너져버린다.
오너는 당장 내일이 아니라 몇 달 후, 몇 년 후까지 내다봐야 한다.
그런데 매출이 마음에 안 든다고 총지배인을 갈아치우는 건 돈만 좇는 오너의 전형적인 행태이고 그것은 계속 악순환이 되어 호텔 매출을 바닥이 아니라 지하까지 떨어뜨리게 된다.
이후 오너들은 그것을 자신의 판단 미숙으로 돌리지 않고 총지배인과 직원들 탓만 한다.
성현우가 기업이 망해가는 전형적인 과정을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혹시 새로운 대표에게 심복이 있나?”
“빙고! 기획실장 겸 비서실장이 있는데 완전히 문고리 권력인가 봐. 대표가 그 심복이 하는 말 외에는 아예 듣지를 않는데.”
“그 심복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을 것 같은데?”
“그것도 빙고! 대표에게 호텔 이미지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매출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아.”
“호텔 부채를 빌미로 대표가 호텔을 매각하게 만들려는 거군. 매각금액을 높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매출을 높여야 한다고 했을 텐데 나중에는 호텔 회원 이탈과 객실당 객단가 하락을 핑계로 매각금액을 깎으려는 거야.”
“역시!”
대니 리는 성현우에게 엄지를 세웠다.
하지만 성현우는 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니, 그 심복이라는 자의 뒤에 홍콩 제임스 자산 컨설팅이 있을 거야.”
“잠시만!”
이후 바로 나간 대니 리가 2시간 후에 다시 나타났다.
“역시 현우 예상이 맞았어. 새로운 대표가 총지배인과 임원들을 갈아치울 때 그 심복도 들어왔는데 이전 직장이 홍콩 호텔이라나 봐. 예전 호텔에서도 정치질하다가 잘렸는데 손바닥 비비는 게 신의 경지 수준이래.”
“그럼 남산호텔을 홍콩 자산컨설팅사에 넘기고 한몫 챙기겠다는 거군. 아마 지금쯤 더 많은 것을 뜯기 위해 호텔의 위법 사항을 모두 자료로 만들고 있을 거야. 조금만 더 두고 보면 특1급 등급까지 박탈당하게 하겠지.”
“혹시 현우가 남산호텔을 인수할 생각이야?”
“응.”
“작업 시작할까?”
어느새 대니 리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 남산호텔 부채비율은 90%에 육박해 있었다.
하지만 부채비율이 아무리 높아도 대기업 호텔처럼 기타 자산이나 유동자산이 풍부하거나 계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남산호텔은 그룹사 호텔이 아니라 단독 호텔이다.
호텔 이외의 다른 자산도 없다.
그런 곳에 홍콩 제임스 자산 컨설팅에서 심어놓을 정도의 사람이면 잔머리 하나는 기가 막힐 터.
성현우가 대니 리에게 지시했다.
“그 심복이란 자가 새 대표의 개인 재산을 호텔 법인에 흡수시켰을 거야. 사재까지 동원해서 호텔 정상화를 꾀하는 척해야 한다는 핑계를 댔을 테니까 그 사재가 어떤 건지 알아봐.”
“OK!”
* * *
대니 리는 그날 저녁 바로 결과를 내놓았다.
[현우, 호텔 법인에 부동산 자산이 포함되었는데 그 시기가 한 달 전이야.]“부동산 소재지가 어디고 면적이 얼마나 되는데?”
[남산호텔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이야. 근데 여기 너무 언덕이어서 아무것도 들어설 수 없을 것 같은데? 면적은 12,000m² 정도 되니까 3,600평 정도 되려나?]“그게 호텔 법인에 속해있다는 거지?”
[서류상으로는 그래. 현우, 혹시 남산호텔을 먹으려는 거야? 그 땅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지?]대니 리가 이건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는 모른다.
언덕을 잘만 조성하면 최고의 한옥호텔이 된다는 것을.
또 시간이 지날수록 그 땅값이 얼마나 오르는지도.
약 10년 후, 남산호텔 부지와 그 땅값만 해도 지금 남산호텔 가치보다 3배 이상 올라가 있을 거다.
성현우는 여유 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심복이란 자가 더 추잡하게 굴도록 두고 보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럼 나는 팝콘만 준비하면 될까?]“팝콘 이전에 남산호텔 회장과 홍콩 쪽 관계를 캐봐.”
[지금 대표 말고 그 아버지를 캐보라는 거지? 알았어.]대니 리는 신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원래 대니 리는 증권맨이었다.
그런데 자신과 만난 이후부터 자산관리와 기업홍보에 이어 기업 뒷조사까지 하고 있었다.
문제는 자산증식보다 뒷조사 실력이 더 좋다는 것이었다.
성현우는 피식 웃음을 머금은 후 남산호텔을 생각했다.
강북에도 호텔 하나쯤은 계획하고 있었다.
이왕이면 현대식 호텔과 한옥호텔을 함께 건립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북은 강남보다 호텔 경쟁이 더 치열하고 매출도 꾸준하다.
쉽게 매물이 나오지도 않았고 새 호텔을 지을 부지도 마땅치 않았다.
그런 상황에 남산호텔 새 대표가 사적으로 소유 중인 부동산을 호텔에 내놓은 거다.
지금 그 땅은 언덕이 심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몇 년 후면 강북에 재개발 열풍이 분다.
그때 부지 용도를 바꿔버린 후 한강을 내려다보는 근사한 한옥호텔을 지으면 된다.
성현우는 L건설 사장과 미팅을 잡았다.
지금 L건설은 HY인터내셔널 호텔 프랑스관을 건립 중이다.
프랑스관은 S물산이 건설을 맡는 독일관에 비해 한옥스타일이 더 많이 적용된다.
처마지붕과 한옥건설에 필요한 인간문화재급 기술을 가진 인력들이 L건설에 다수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 * *
며칠 후, 성현우가 문화체육부 장관이 주도하는 국제회의 준비 차 미팅 준비를 할 때였다.
비서실장이 심상치 않은 표정을 한 채 총지배인실에 들어왔다.
“GM, 남산호텔 부총지배인이었던 사람이 GM을 뵙고자 합니다. 들여보낼까요?”
“갑자기 찾아온 건가요?”
“네. 저도 그냥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뭔가…….”
“미팅까지 30분 정도 남았으니까 들여보내세요.”
잠시 후, 남산호텔 부총지배인이었던 자가 성현우 앞에 앉았다.
그는 커피를 마시는 둥 마는 둥 한 채 입을 열었다.
“성 GM께는 결례가 되는 일이지만 그래도 제 생각을 말하겠습니다. 성 GM, 남산호텔을 인수해 주십시오.”
“결론은 말씀하셨으니까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말해보시죠.”
“저는 서건종 총지배인과 다음 총지배인 밑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 대표가 오시면서 저를 포함해 모든 임원과 팀장들을 다 해고시키더군요.”
“부당해고가 경쟁기업에 전 직장 인수를 권하는 이유는 아니겠죠?”
“절대 아닙니다.”
“그럼 진짜 이유는 뭐죠?”
“저는 평생 호텔에서만 근무했던 호텔리어입니다. 남산호텔이 HY 이전 최고의 호텔이었던 것은 GM께서도 잘 아실 겁니다. 남산호텔이 그 자리에 가기까지 저와 팀장들이 얼마나 많은 눈물과 땀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그런 곳을 현 대표와 그를 따르는 개……, 죄송합니다. 충복이라는 사람이 망치고 있습니다. 제발 남산호텔이 예전의 명성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내가 인수하지 않아도 남산호텔 명성은 유지될 텐데요?”
“누가 인수하든 처음엔 이전 이미지로 돌아갈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하겠죠. 하지만 아무리 우호적 M&A라고 해도 호텔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윤을 최우선으로 여길 겁니다. 호텔 사업은 당장 눈앞의 이윤만 보면 안 되는 사업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인수해서 다시 예전 이미지를 찾도록 투자하라?”
“HY 3호관으로 남산호텔만 한 곳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나는 기존 임원과 팀장 모두를 내보낼 겁니다. 예전 근무자 재입사도 허용하지 않을 거고요.”
“……!”
남산호텔 전 부총지배인은 잠깐 동안 얼음이 되었다.
잠시 후, 그가 마음을 다잡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GM께 찾아온 건 저와 제 동료들이 이뤄놓은 남산호텔 명성이 그대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만으로 온 겁니다. 저와 동료들의 재입사가 호텔 이미지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면 포기하겠습니다.”
성현우는 고개를 끄덕인 후 그와의 대화를 끝냈다.
이후 잠깐 생각에 잠기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홍콩에 건너가 있는 대니 리였다.
[현우, 제임스 자산 컨설팅 모회사 대표가 영국계 중국인이었어. 아무래도 이 일에 중국계 자본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 남산호텔 외에 더 많은 호텔을 인수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그 앞잡이가 있을 거야. 이름이 곽기선인지 알아봐.”
월드컵을 계기로 중국인의 한국 관광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관광객이 늘수록 중국 돈이 한국에 풀리는 건 당연한 일.
그쪽 정부에서는 자국민이 뿌리는 돈을 다시 회수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추잡한 방법까지 동원하는 M&A을 용납할 수는 없다.
남산호텔이 넘어가면 다른 호텔도 그들의 먹이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서울의 주요 호텔과 관광지가 중국 자본에 넘어갈 거다.
그것은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를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일단 호텔리어로서 그런 꼴은 못 본다.
또 남산호텔이 갖고 있는 알짜배기 땅도 중국인들에게 넘길 수 없다.
성현우가 한강을 내려다보는 궁궐 같은 호텔을 생각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
[그 앞잡이가 곽기선이 맞아.]“그래?”
성현우가 다음 계획을 말하려는데 대니 리가 의외의 말을 했다.
[그런데 현우, 모텔 업자가 호텔까지 운영할 수 있나?]“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곽기선이란 자가 서울과 경기도에 모텔을 5개나 갖고 있던데?]순간 성현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헛기침을 해야 했다.
전 삶, 곽기선은 집안 자체에 재산이 많았다며 졸부라는 말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큰돈을 만지게 된 사람들까지 혐오했다.
몸에 밴 점잖음과 우아함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런 자가 모텔 업자?
성현우는 크게 헛기침을 한 후 입을 열었다.
“서울에 있는 모텔 위치가 어디지?”
[강남이야. 우리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정도 될 것 같은데?]대니 리의 말을 들은 성현우는 아주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대니, 홍콩에 HY 홍콩관이 들어설 거라는 소문을 내. 이왕이면 아시아 최대 호텔로 계획한다고 하면 좋을 것 같아.”
성현우의 말에 대니 리가 바로 대답했다.
[중국 쪽 시선을 교란시키려는 거지?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