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23
122화.
HY인터내셔널 호텔 미국관.
2006년 4월 말.
경기 남부에 조성된 신도시 중심가에 HY 시티호텔과 S 스테이호텔이 동시에 그랜드 오픈했다.
원래는 HY 시티호텔이 먼저 개장 준비를 끝냈는데 신도시 입주가 미뤄지며 호텔 개장을 미뤘다.
대신 새벽배송을 더 탄탄히 준비하며 S스테이호텔 개장에 맞춰 그랜드 오픈 일정을 잡았다.
두 호텔은 길게 이어진 정원을 사이에 두고 각각 25층 건물로 들어섰다.
두 곳 다 200객실 이상이고 뷔페레스토랑 외에 부대시설은 휘트니스와 컨퍼런스룸, 루프탑을 갖췄다.
얼핏 보면 쌍둥이 건물처럼 보일 수 있으나 두 호텔의 외관과 인테리어는 많이 달랐다.
시티호텔은 철저한 도시감성을 따랐고 스테이호텔은 부티크호텔에 더 가까웠다.
그랜드 오픈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도 두 건물이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낸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호텔 업계 관계자들은 두 호텔이 특1급 호텔이 아님에도 특1급 호텔이 가진 럭셔리함에 실용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호텔 오너들 중 상당수는 자기 호텔 임원에게 비즈니스 호텔 건립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재계 쪽 사람들도 국내 최고 호텔을 운영하는 두 그룹이 비즈니스 호텔을 건립함으로써 호텔 문화에 다양성을 더한다고 했다.
하지만 재계 쪽 일부 사람들은 호텔 외에 다른 것에 더 관심을 드러냈다.
바로 성현우와 이윤희의 관계였다.
약 반년 전, S그룹 안주인은 이윤희의 혼처를 더 이상 알아보지 않겠다고 했다.
이윤희가 스테이호텔을 맡게 되면서 일에 전념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것을 들은 사람들은 성현우와 이윤희의 약혼 소식이 곧 전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그랜드 오픈을 알리는 성현우와 이윤희 모습은 약혼은커녕 사이가 가까워 보이지도 않았다.
실제로 두 사람은 행사장 이외에서는 서로 시선도 마주치지 않았고 대화도 오픈 행사 중 서로를 응원하는 류의 대화밖에 하지 않았다.
결국 참다못한 재계 회장이 우원호 회장에게 물었다.
“회장님, 성현우 GM과 이윤희 양, 아니죠. 이윤희 총지배인이 서로 사귀는 것 아니었나요?”
그 말을 들은 우원호는 그걸 왜 나에게 물어보느냐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질문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홍 여사가 윤희 양 결혼을 미루겠다고 했다던데 그건 서른 전에 결혼시켰던 다른 자제들과 좀 다르잖습니까? 미국에 짓는 HY 호텔도 S그룹에서 투자해서 시작하는 거라면서요?”
“크흠! 그렇게 궁금하시면 이건호 회장께 직접 물어보시지 그러십니까?”
“이건호 회장이 묻는다고 답해줄 분인가요? 저는 우 회장님이 성현우의 후견인이셔서 여쭙는 거지요.”
“아무리 후견인이어도 사생활까지 알겠습니까?”
우원호는 그 말을 하며 성현우와 이윤희를 보았다.
두 사람은 그랜드 오픈을 알린 후 좌중을 향해 인사를 했다.
순간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선남선녀네.”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야.”
“두 사람 약혼발표는 안 하나?”
우원호는 성현우를 보았다.
분명 그도 사람들의 말을 들었을 거다.
그런데도 성현우는 이윤희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처럼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우원호는 지금까지 두 사람이 몰래 연인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의아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닌 건가? 그럼 이건호 회장이 정말로 호구라는 건데…….”
우원호는 그 말을 하며 이건호를 보았다.
이건호는 혼자 걸어가는 딸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 * *
다음날, 언론들은 두 호텔의 그랜드 오픈을 알리는 사진으로 함께 선 두 사람의 사진을 썼다.
예전 같으면 두 사람의 약혼이 임박했다는 둥, S그룹과 HY컨텐츠의 결합으로 ‘K 호텔’과 ‘K 컨텐츠’ 산업이 10년 이상 앞서나갈 거라는 등의 기사가 한 줄이라도 들어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사는 그런 류의 내용은 확연히 줄었다.
그것을 본 성재진이 아내인 김현주에게 말했다.
“여보, 현우는 정말 아닌 것 같지?”
“어제 보니까 윤희 양도 아닌 것 같던데요. 우리가 괜히 헛물만 켰나 봐요.”
그 말을 하는 김현주의 표정에는 실망감이 가득 들어있었다.
성재진도 허탈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놓치기 정말 아까운 며느릿감인데 현우 이 녀석은 눈을 눈썹 위에 놓고 사나?”
“내 말이 그 말이잖아요! 성격도 잘 맞고 하는 일도 같고 두 사람 분위기도 어울리고 나이 차이도 5살 차이로 딱 좋고. 딱 하나 흠이 있다면 서로 집안 차이가 나는 것뿐인데……. 여보, 혹시 S그룹에서 우리 현우를 반대하는 걸까요?”
“그랬으면 윤희 양을 그렇게 오래 HY호텔에 두었겠어? 미국 호텔도 90%를 S그룹에서 투자한다잖아. 현우가 사윗감으로 욕심나니까 그런 투자도 하는 거지.”
“여보 난 윤희 양이 정말 욕심나요. 저번 키아니아 오픈 행사 봤죠? 난 그걸 윤희 양이 기획했다는 말에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몰라요. 그때 우리한테 일부러 찾아와서까지 인사하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인형처럼 예쁜 것 있죠.”
김현주의 말에 성재진이 한숨을 쉬었다.
“나도 윤희 양은 욕심나.”
“그럼 두 아이들 도대체 뭐죠? 혹시 우리 현우가 여자 아니고 남자를…….”
김현주는 생각 없이 말을 하다가 재빨리 입을 닫았다.
성재진도 그런 아내를 나무라려다가 멈칫했다.
“에이! 아닐 거예요. 우리 현우가 뭐가……. 여보, 혹시 모르니까 현우 뒷조사 좀 해볼까요?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혼자 끙끙 앓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 말에 성재진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이윤희가 아니어도 좋으니 제발 이성에 관심만 두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있었다.
그때 성재진에게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성재진이 HY 비서실에 몰래 심어놓은 스파이의 문자였다.
-오늘도 두 분의 만남이나 대화, 휴대폰 연락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성재진은 그것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 시각, 그 문자를 받은 사람이 또 있었다.
바로 이건호 회장이었다.
이건호는 아예 휴대폰을 던져버렸다.
문자를 보낸 비서는 성현우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 *
얼마 후, S호텔은 6성급 서비스를 선포하며 디럭스룸 이상 전체 리모델링을 발표했다.
이건호는 스테이호텔 그랜드 오픈에 이어 이 발표에도 얼굴을 드러내서 이수진의 결정을 응원했다.
이로써 이건호가 이윤희만 편애한다는 일부 B급 기사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실제로 이건호는 S호텔에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했었다.
이건호는 이수진의 발표 모습이 담긴 신문 속 사진을 보며 말했다.
“수진이가 속이 깊어.”
그 말에 성현우가 대답했다.
“이수진 전무는 그릇이 큰 분입니다.”
이수진은 올해 전무로 승진했고 이윤희는 총지배인 겸 이사로 S그룹의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성현우는 그 말을 끝으로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두 사람은 이건호의 전용기를 타고 함께 미국행 길에 오른 상태였다.
얼마 전, 작년부터 진행되어 오던 미국 호텔 부지 매입과 인허가가 모두 끝났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호텔 건립에 나서야 할 때이고 성현우의 참여가 가장 많을 때다.
약 4개월 전, 유럽에 프랑스관과 독일관이 오픈했다.
이어서 키아니아&컨벤션, 시티호텔이 오픈했고 바로 이어서 미국관 건립에 들어가는 거다.
성현우로서는 한국과 유럽, 미국의 문화적 차이뿐만 아니라 미국관이 들어설 뉴욕과 하와이의 차이까지 고려해야 했다.
당연히 수많은 서류를 검토했고 몇 달 동안 날을 새며 뉴욕과 하와이의 컨셉을 정했다.
또 아무도 모르는 깜짝 이벤트까지 준비하느라 유럽과 한국, 미국을 수시로 날아다녔다.
덕분에 전용기를 필요성을 느끼던 차에 이건호 회장과 함께 동행하는 것이었다.
이건호는 서류에서 시선을 못 떼고 있는 성현우를 향해 슬쩍 입을 열었다.
“시티호텔하고 스테이호텔은 아주 잘 잡은 컨셉이었어. 프랑스관과 독일관도 비슷하면서도 각각 다른 게 아주 매력적이야.”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난 독일관에 있는 부대시설 중에 쿠킹클래스가 정말 괜찮았는데 독일 쪽 사람들도 그걸 가장 좋아한다지?”
“지금까지의 반응은 그런 것 같습니다.”
독일관은 프랑스관에 비해 부대시설이 더 다양하게 들어섰다.
그중 호텔에서 내놓은 요리를 직접 요리하고 배울 수 있는 쿠킹클래스는 독일의 음식문화를 바꿀 것 같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덕분에 쉐프 조만식뿐만 아니라 브랜드 ‘조만식’도 더 유명해졌다.
그와 함께 독일 정부에서도 HY인터내셔널 호텔 독일관 덕분에 자국민들이 요리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고 했었다.
프랑스관도 한국의 미가 잘 살려진 연회장과 객실 덕분에 한국 궁중 체험 열풍이 불고 있었다.
덕분에 미국관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진 상태였다.
성현우는 서류에서 시선을 뗀 채 물었다.
“혹시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프랑스관과 독일관에 비해 미국은 특징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네.”
“회장님께서는 미국관을 어떻게 해야 특색있게 잘 운영될 것 같으십니까?”
“미국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정점에 있는 곳 아닌가? 나는 우아함이니 품격이니 이런 것보다 미국관이 최고 호텔이 되면 좋을 것 같네.”
그 말을 들은 성현우는 씨익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회장님께서 상상하신 이상의 호텔이 건립될 겁니다.”
“다른 계획이 있는 건가?”
이건호가 몸을 일으키며 물었지만, 성현우는 미소를 머금는 것으로 이건호의 속만 태웠다.
* * *
두 사람이 먼저 향한 곳은 하와이였다.
하와이 쪽을 담당한 임원은 한 달 전에 봤을 때보다 얼굴 살이 더 빠져있었다.
“회장님, 최종 마무리되었습니다.”
“처음부터 HY로 승부 보라고 하지 않았나?”
“죄송합니다.”
임원은 이건호의 질책에 고개를 숙였다.
하와이에는 괜찮은 리조트 부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기존 리조트를 인수해서 그 부지에 새로 리조트를 올릴 계획을 세웠는데 하필이면 매물로 나온 리조트가 아예 씨가 말랐었다.
결국 S그룹 구조본 임원은 하와이의 기존 리조트 오너들에게 S그룹의 투자로 대규모 리조트가 들어설 거라며 매각을 종용해야 했다.
그 와중에 성현우는 가장 고집 센 오너를 둔 리조트를 골랐고 임원은 리조트 오너를 설득하기 위해 매일 출근 도장을 찍어야 했다.
그런데도 끄떡하지 않았던 리조트 오너는 의외의 말에서 매각을 결정했다.
두 달 가까이 공을 들인 임원이나 투자자인 S그룹 때문이 아닌, 새로 건립될 리조트를 HY가 운영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는 2002월드컵 경기를 보며 한국의 길거리 응원을 아주 인상 깊게 보았고 그걸 기획한 사람이 누군지 따로 알아보기까지 했다.
그래서 S그룹은 몰라도 HY인터내셔널 호텔은 알고 있었고 HY가 운영한다면 자신의 리조트를 매각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대신 그는 새로 건립될 리조트의 종신회원 자격을 최우선 조건으로 내세웠다.
성현우는 이건호를 보았다.
다른 일 같았으면 S그룹 외에 다른 그룹을 우선으로 한 곳을 철저히 배제 시켰을 것이었다.
그런 그가 S그룹만 내세우다 인수가격을 높였다고 임원을 혼내고 있었다.
성현우는 미소를 머금은 채 주위를 돌아보았다.
지금 운영 중인 리조트는 한 달 이내로 문을 닫는다.
오래되고 허름한 리조트여서 그런지 주위까지 허름해 보였다.
하지만 성현우 머릿속에는 최근 발리에 건립한 불가리 리조트보다 더 럭셔리하고 더 환상적인 리조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성현우가 그 생각을 하며 미소 짓는데 이건호가 다가왔다.
“여긴 어떤 컨셉으로 지을 건가? 여기에도 한국 스타일을 넣을 생각인가?”
“여긴 철저히 휴양형 리조트로 지을 겁니다. 아마 세계 부호들의 휴가 장소나 정계의 비밀 회담 장소가 될 겁니다.”
“……!”
“회장님께서는 그렇게 안 될 거라고 보십니까?”
“자네, 너무 자신만만한 것 아닌가?”
“뉴욕에 가시면 제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아실 겁니다.”
“뉴욕 호텔은 철저히 뉴욕 스타일에 연회장과 일부 객실, 한식당만 한국 스타일을 플러스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플러스알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성현우는 그 말을 한 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 * *
며칠 후, 두 사람은 뉴욕으로 이동했다.
성현우는 이건호에게 오늘 일정을 맡겨달라고 하며 뉴욕의 한 호텔로 향했다.
성현우는 룸에 들어서기 전 반가운 분이 안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건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룸에 들어섰다.
그런 그가 문을 열자마자 잠깐 얼음이 되었다.
눈앞에서 환한 미소와 함께 나타난 사람은 천하의 이건호라도 놀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성 GM 이게 얼마 만인가요?”
그는 그 말을 하며 성현우를 꽉 껴안았다.
그러나 이건호를 향해서는 아주 정중히 악수를 청했다.
“LVMH 아르노입니다.”
“성 GM이 반가운 분을 만날 거라고 했는데 아르노 회장인 줄을 몰랐소. 정말 반갑소.”
“앞으로 자주 보게 될 텐데 언제까지 회장이라고 부르실 건가요? 성 GM처럼 아르노라고 부르세요.”
“……!”
“뉴욕에 건립될 HY루이비통 호텔에 대해 못 들으셨습니까?”
그 말을 들은 이건호는 성현우를 보았다.
약간 멍한 표정에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이었다.
“회장님께서 허락하시면 루이비통브랜드가 적용된 최초 호텔이 HY 뉴욕과 함께하게 됩니다. 투자금도 루이비통이 50%를 부담할 겁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자네 지금 나를 놀리나?”
“……!”
“투자 금액은 상관하지 말고 세계 최고 호텔로 만들어보게.”
이건호는 그 말을 하며 성현우의 등을 다독였다.
그의 키가 조금 더 컸더라면 성현우의 어깨를 안았을 수도 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S그룹이 투자자로 끝나는 것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성현우가 자식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아르노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더 환하게 웃었다.
“나는 성 GM이 루이비통 첫 호텔 운영자가 되는 것에 고마울 뿐입니다. 성 GM, 루이비통을 더 빛나게 해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