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7
16화.
L그룹 제휴 호텔. (1)
2001년 L그룹 신년 행사는 여러 파장을 나았다.
L그룹 비서실은 우원호 회장이 그토록 만족해하는 신년회는 처음이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임원들은 첫 행사부터 좋은 기운이 나타난다며 자신이 맡은 계열사의 대박을 기대했다.
일반 직원들은 그룹이 우울한 기운을 떨쳤다며 IMF 터널을 완전히 벗어날 것 같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희망은 인트라넷 자유게시판에 기록되었다.
원래 본부 홍보팀은 그룹의 굵직한 행사를 직원들이 보는 인트라넷에 남긴다.
그런데 직원들은 그것을 보기만 할 뿐 댓글을 남기지는 않는다.
잘못 남겼다가 상사에게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년 행사는 달랐다.
그룹 홍보팀이 올리기 전에 일반 직원들이 먼저 나섰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패기 넘치는 직원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내용을 실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게 진짜 신년회 사진임? 대박!
-울 회장님 멋지세요.
-신년회 누가 기획했나요? 특별상 안 주나요?
-신년회 분위기 보소. 재계 1위 달성 축하파티 같음.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갔을 텐데… 난 왜 후배에게 이런 좋은 기회를 양보했을까?
-팀장님이 대박을 외친 이유가 여기에 있었네요. 진정 부럽네요.
-내년부터는 나도 꼭 갈 것. 그런데 그전에 인사평가부터 잘 받아야 하나? ㅠㅠ
이후에도 L그룹 직원들의 칭찬세례는 계속되었고 그것은 비서실장을 통해 우원호 회장에게도 보고되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미래그룹과 L그룹 관계에 대한 소문이 호텔업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업계 사람들은 당황스러움을 드러냈다.
호텔의 경우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그룹사 호텔이 있고 세계적인 체인으로 운영하는 호텔, 모기업 없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호텔이 있다.
그중 유명 체인 호텔의 경우는 그 브랜드 자체의 유명세로 기본적인 매출이 이뤄진다.
그룹사 호텔도 각 그룹의 이미지 덕을 보거나 계열사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반면 중견기업이 운영하는 호텔이나 단독호텔은 그런 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L그룹처럼 호텔을 보유하지 않은 대기업의 제휴호텔이 되길 원한다.
더구나 L그룹은 재계 5위권 그룹이다.
방계그룹까지 하면 임직원 수만 해도 수십만 명이고 해외 사업장도 다수 존재한다.
또 호텔은 경기 영향을 많이 타는 업종이다.
그래서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기업행사와 대형 연회를 미리 따오려고 한다.
특히 학회나 연회의 경우는 한곳에서 수년씩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기업의 제휴호텔이 된 경우는 그보다 더 오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서울의 특급호텔 수뇌부들은 그들끼리 정보를 나누느라 정신없었다.
“L그룹 정말로 미래호텔로 정했다는 겁니까? 미래호텔이 말만 특1급이라는 걸 L그룹이 몰랐다는 건가요?”
“설마 그러겠습니까? 소문에는 우원호 회장이 직접 결정했다던데……, 혹시 그분 노망나신 거 아닐까요?”
“총지배인님은 무슨 그런 말을 하십니까? 제가 들은 바로는 교육을 총괄하는 민 상무가 적극 밀었다고 해요.”
“아무리 그래도 객실 수도 얼마 안 되고 부대시설도 그저 그런 곳을 선택했다는 게 난 이해되지 않아요. 거기 서비스도 개판이고 총주방장도 무식하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혹시 성관규 회장이 직접 부탁했을까요?”
“2~3년 후에 매각한다고 한 분이 그랬을 리가 있나요. 그리고 아무리 규모가 차이 난다고 해도 회장이 그런 부탁을 했겠습니까?”
“그건 모르는 거죠. 매출 잘 나오는 상태에서 팔아야 제값을 받을 것 아닙니까?”
그렇게 수뇌부들이 미래호텔을 까고 있을 때 각 호텔의 식음과 연회 담당자들은 살짝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L그룹 직원들에게 미래호텔 그랜드볼룸 상황을 들은 후였다.
물론 그들도 처음에는 코웃음을 쳤다.
평소 미래호텔을 하류로 취급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1급 호텔의 품위 상 말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호텔은 서비스의 정점에 있는 곳이다.
그 어느 곳보다 품위를 최우선으로 하는 곳이니만큼 근무자들의 자부심도 다른 곳보다 우월하다.
그래서 특1급 호텔에는 수준 있는 고객들만 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실제로 휘트니스 회원의 경우 기존 회원의 추천이 아니면 가입하기도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런 곳은 호텔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하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명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레스토랑 분위기도 무거운 편이고 직원들 서비스도 정중하지만 딱딱하게 진행된다.
고객들도 큰 소리로 식사하는 것을 결례로 여긴다.
가끔은 비싼 호텔 밥 먹고 체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런데 미래호텔은 화려한 조명에 쇼를 하듯 요리를 했다는 거다.
그리고 L그룹 임직원들은 거기에 열광했다는 거고.
샤롯호텔 연회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외국 호텔도 우리보다 밝게 진행되는 곳이 많잖아요? 우리도 좀 바꿔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자 하이어트 호텔 연회 담당자가 입을 열었다.
“자네는 로컬호텔이어서 그렇게 얘기하는데 유럽 하이어트 호텔은 얼마나 품위를 중요시하는데?”
그러자 다른 체인호텔 담당자도 거기에 가세했다.
“미래호텔은 서비스의 S자도 모르는 곳이잖아. 그런 데서 뭘 하든 관심을 둘 필요가 있나?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거기 쉐프들도 만만치 않은 사람들 많아. 그런 자들이 그 짓을 계속하겠어? 아마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한다는 사람이 꽤 될걸?”
“L그룹이 원해서 그렇게 했을 수도 있어. 제휴호텔 따기 위해서 뭔들 못하겠어?”
“그래도 파격적이긴 해요. 아무리 고급 서비스가 중요해도 매출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 필요 없는 거잖아요?”
“품위가 어쩌고 품격이 어쩌고 하는데 호텔이 너무 틀에 박힌 것은 사실이야. 우리도 생각을 달리 해봐야 해.”
그렇게 호텔 실무자들조차 의견이 나뉘었다.
* * *
그런데 그때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야 할 미래호텔 조리실은 사뭇 달랐다.
쉐프들은 평소와 다르게 각 잡힌 모습으로 서 있었다.
조만식은 그들을 바라보며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었는데 그의 표정은 이미 분노가 담겨있었다.
“그러니까 즉석요리를 다음부터는 안 하겠다는 거지? 그게 자네들의 공통 의견이라는 거지?”
“그건 아닙니다.”
“그럼 뭐야? 뭣 때문에 이렇게 단체 행동을 하는데? 너희들, 이게 지금 어떤 짓인지 알고나 하는 거야? 어?”
조만식의 목소리는 메인 조리실을 쩌렁쩌렁 울렸다.
하지만 쉐프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조만식은 막내 쉐프를 보았다.
“막내, 네가 말해봐.”
“제가 파악한 바로는 의견이 두 개로 나뉜 것 같습니다.”
“…….”
“쉐프님들 중 절반은 즉석요리를 다시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요. 선배 몇 분은 즉석요리에 왜 본인을 뺐는지 그게 불만인 것 같습니다.”
“하! 그러니까 즉석요리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과 더하자는 사람들로 나뉘었다는 거네? 손들어봐. 누가 그만하자는 거야? 이유라도 들어보자.”
그러자 한식 쉐프가 손을 들었다.
“실장님, 저는 반대입니다.”
“이유는?”
“우리는 특1급 호텔 쉐프들입니다. 요리는 신성한 것이고 우리의 정성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장님은 그것을 상업화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저는 더 이상 동물원의 원숭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즉석요리를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특1급도 있어. 단독 레스토랑 중에서도 즉석요리를 하는 곳이 꽤 된다고 들었고. 그럼 그쪽 쉐프들은 자존심이 없어서 고객 앞에서 칼질하나?”
모두 입을 다물었다.
조만식은 찬성하는 쪽에 물었다.
“넌 왜 찬성인데?”
“저는 고객들이 우리를 결코 원숭이처럼 봤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고객과 소통하고 바로 요리를 내는 게 새로운 자극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요리가 어떤 수준인지는 식음 쪽을 통해 들을 수밖에 없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 방법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너는 다음 즉석요리 때 너부터 세워달라는 말이냐?”
“네.”
그 말에 조만식은 모두를 보며 입을 열었다.
“즉석요리에 반대하든, 나부터 세워달라고 주장하든! 난 너희 모두의 말이 조리실장에 대한 도전으로 생각된다.”
순간 쉐프들이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안 그래도 싸한 분위기는 마치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해지기 시작했다.
뒤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찬모와 찬모보조 직원들은 발소리도 내지 않은 채 사라졌다.
그만큼 조만식의 말은 파장이 컸다.
원래 호텔은 다른 조직에 비해 위아래가 확실하다.
특히 칼과 물을 다루는 조리실은 더한데, 그만큼 조리실장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그래서 쉐프들은 총지배인 지시는 안 들어도 조리실장의 지시는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지시체계가 무너지면 조리실 질서가 무너지고 그것은 곧 요리 수준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처음 조리실에 입사한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위여도 바로 위 선배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른다.
그런 상황에서 쉐프들이 조리실장에게 반기를 든 것이다.
조만식이 씹어 먹는 것 같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번 즉석요리는 여러분의 동의하에 진행된 거다. 그리고 난 앞으로도 즉석요리를 계속할 거고 전면에 내세우는 쉐프도 내가 정할 거다. 자, 마지막으로 묻는다. 내 지시에 따를 수 없다는 쉐프는 누구냐?”
그 말에 쉐프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개중에는 이대로 밀어붙이자는 눈빛을 보인 자도 있었고 후회하는 자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조만식은 부주방장을 보았다.
“너는 어때? 너도 내 결정이 마음에 안 드는 거냐?”
조만식은 부주방장은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그런데 부주방장은 조만식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특1급 호텔의 품위는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리학교에서 배우고 다른 특급호텔에서 느낀 품위를 지키고 싶습니다.”
순간 조만식의 얼굴에 분노가 스쳤다.
모두 그런 조만식을 보며 몸을 떨었다.
아무리 그들이 가볍게 봤던 조리실장이라고 해도 그들의 인사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때 조만식이 입을 열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
“난 두 번 권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즉석요리가 싫거나 내 지시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명찰 떼고 쉐프 모자 벗어라.”
조만식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실장실로 향하는 그의 등 뒤에서는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정말로 사표를 내자며 이미 명찰을 떼는 쉐프, 조만식이 굴복할 줄 알았는데 안 그래서 당황하는 쉐프, 찍혀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겁먹은 쉐프까지.
그런데 분노에 찬 발걸음과 다르게 조만식의 심장도 거칠게 뛰고 있었다.
만약 쉐프들이 정말로 나간다고 하면 당장 오늘 석식부터 차질을 빚게 된다.
그때 성현우의 말이 생각났다.
성현우는 쉐프들의 반발이 있을 거라며 조리실장이 어떻게 처리하든 전적으로 믿겠다고 했다.
그럼 뒤처리도 생각해 놨다는 말이다.
“설마 쉐프들을 벌써 채용해 놓은 건가? 그래도 오늘 저녁부터 걱정인데 이걸 어쩌지? 아니야, 그렇다고 내가 먼저 굽힐 수는 없지.”
그렇게 조만식은 머리가 쥐날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며 쉐프들의 최종결정을 기다렸다.
30분 후, 부주방장이 조만식을 찾아왔다.
그는 그 자신 포함 최종 10명이 사직서에 싸인 했다고 했다.
가장 위에는 부주방장의 사직서가 놓여 있었다.
조만식은 10명으로 끝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사직서 조리실장 칸에 사인했다.
그리고 막 입을 열려는데 조리실 문이 열렸다.
성현우였다.
성현우는 탁자에 놓인 사직서를 힐끗 보며 입을 열었다.
“쉐프분 들 중 몇 분이 그만두시나 보군요. 그럼 남아있는 분들이 진행해주시면 되겠네요.”
“뭘 진행한다는 말인가요?”
조만식의 질문을 들은 성현우는 쉐프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M 방송사 예능국에서 연락이 왔어요. 서울을 대표하는 호텔로 우리 호텔을 찍고 싶다고요. 그래서 저는 조리실을 집중 다뤄달라고 했습니다.”
순간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 TV 프로그램 중 가장 시청률이 좋은 곳이 바로 M 방송사 예능이다.
그런 곳에서 미래호텔 조리실을 찍겠다는 거다.
쉐프들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때 성현우가 조만식을 보며 말했다.
“조리실 채용과 해고는 실장님 권한이니까, 실장님 사인이 끝났으면 퇴사 처리 하면 되는 거죠?”
“그…그렇죠.”
조만식의 대답을 들은 성현우는 사직서 뭉치를 들고 그대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던 쉐프들의 표정은 딱 반으로 나뉘었다.
한쪽은 쾌재를 부르는 쪽, 한쪽은 망했다며 땅을 치는 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