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6
116 마침내
* * *
콘체르트하우스 베를린의 콘서트홀.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가장 전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슈박스(shoebox) 형태의 공연장이다.
말 그대로 ‘신발 상자’처럼 반듯한 직사각형 구조.
상자 안에서 말을 하면 소리가 왕왕 울리듯이, 이러한 공연장에서는 악기의 반사음이 풍부하게 잘 구현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걸 조금만 바꿔서 해석해보자면, 악기 소리에 굉장히 민감한 공연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연주자가 악기를 컨트롤하는 것이 굉장히 선명히 들리고, 연주자가 조금만 실수하더라도 그 소리가 확대돼서 들린다.
그래서 연주자 중에서는 이런 슈박스 형태의 공연장을 싫어하는 이들도 있다.
작은 실수를 신경 쓰지 않는 굵직굵직한 연주를 하는 연주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까다롭게 느껴지는 공연장.
그와 반대로 디테일을 신경 쓰는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이 공연장이 반갑게 느껴질 수도 있다
자신이 표현하는 섬세한 선율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테니 말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콘서트홀의 발코니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콘체르트하우스라서 오히려 좋네요. 부채꼴 모양의 홀보다 연주자의 실력이 잘 드러나는 곳이니까요. 연주 평가를 하기에는 딱인 곳입니다.”
“그런데 이제 막 데뷔하는 아이들인데 너무 까다롭게 구는 것 아닙니까?”
“결국 프로 연주자가 목표인 이들이잖습니까. 그 잣대에 여유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야속해 보이는데요?”
“그러는 디렉터님도 평가는 냉정하게 할 거 아닙니까? ‘아무나’ 무대에 세우고 싶지는 않으실 테니까요.”
“허허허.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남색 정장의 남자와 회색 정장의 남자.
평론가인 남색 정장의 남자는 무대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어쨌든 이번 에틀링겐 수상자가 궁금하긴 하네요. 특히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 아이가요.”
“다들 그 아이가 궁금해서 이곳을 찾아온 거라고 봐야겠죠. 거기에 소문도 있잖습니까.”
“소문이요?”
“아, 모르셨습니까? 콘체르트하우스와 연습 중에 그 아이가 피아노 줄을 끊어먹었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강렬한 피아니즘을 보여주는 연주자라고 봐야겠죠.”
평론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13살이라고 들었는데요.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그냥 은유적으로 표현한 게 아니고요? ‘피아노 현이 끊어질 듯한 연주를 보여줬다.’ 이런 식으로 많이 이야기하잖습니까.”
“뭐, 저도 정확히는 모르죠. 그러면 하나만 더 말씀드릴까요?”
“이야기해보시죠.”
유럽의 유명 클래식 공연기획자인 회색 정장의 남자는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참고로 이 소문의 출처는 알렉산드라 로덴입니다. 제가 직접 들은 이야기죠. 거기에 그녀는 이 아이를 두고 천재라는 극찬까지 했습니다.”
“······ 그게 진짜입니까? 체코의 악마가 직접 그런 언급을 했다고요?”
까칠하기로 유명한 콘체르트하우스의 악장.
기준이 높기로 유명한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건 무척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소문이 100% 맞을 수는 없겠죠. 그래서 이렇게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처야 하는 거고요. 다만, 그 아이가 대단한 연주를 보여줬다는 소문은 진짜인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오랜만에 클래식계에서 ‘스타’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
서로 친분이 있던 평론가와 디렉터.
그들은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았다.
북미와 아시아를 총괄하는 공연관계자가 그들이 있는 발코니석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이들.
그들의 관심사 역시 ‘그 소년’이었다.
“안나를 가볍게 뛰어넘었다고 듣긴 했는데,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콩쿠르에서만 잘하는 아이들도 있잖습니까. 압박감 때문에 본 공연에서 실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요. 안나는 큰 무대에서 실력을 몇 번 보여주기도 했지만, 이 소년은 아직 알 수가 없네요.”
“일단은 오늘 공연을 잘 지켜봐야겠죠. 그다음에 판단해도 늦진 않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실제로 콩쿠르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줬는데도 훗날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이들이 있다.
더 이상 성장하지 않거나 오히려 실력이 퇴보하는 연주자들.
콩쿠르를 ‘결승점’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에게 종종 생기는 일들이다.
콩쿠르 우승은 정확히 말하면 ‘시작점’이다.
만약 마이너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면, 실력을 더 갈고닦아 메이저 콩쿠르를 준비해야 한다.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면, 나이 제한이 없는 콩쿠르를 준비해야 한다.
공부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성적으로, 후원을 받았다면 그들 앞에서 연주로 입증을 해야 한다.
연주자는 하나의 점을 향해서 달려가면 안 된다.
매일같이 연주를 이어 나가서 끝없이 향상을 바라야만 한다.
관객들은 언제나 최고의 연주를 바란다.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연주자는 더 이상 연주자가 아니게 된다.
냉정함이 엿보이는 곳.
클래식계는 그런 곳이었다.
콘체르트하우스에 모인 관객들은 한껏 기대하고 있었다.
각자 응원하는 연주자가 다를지는 몰라도 그 기대만큼은 똑같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대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연주자뿐이었다.
콘체르트하우스의 콘서트홀이 어느새 사람들로 점점 가득 차기 시작했다.
2,000여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객석이 빈틈없이 메워져 간다.
공연 시작 15분 전.
천재의 등장을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만석으로 만들어버렸다.
* * *
“넌 이런 거 없지? 나는 서진이한테 병아리 인형 선물 받았는데~”
“와아아 잘됐네.”
“부럽지? 부럽지? 그리고 얘 엄청 귀엽지?”
“와아.”
“내 금발을 닮았다나 뭐라나~ 크흠. 쟤가 나름대로 눈썰미가 있다니까?”
“아아.”
루이스 볼프가 나를 슥 쳐다본다.
지쳐 보이는 눈빛.
내가 알고 있기로 오늘 아침부터 안나한테 시달리셨단다.
인형 자랑만 한 시간 넘게 들었다고 했다.
‘오늘이 공연 날이라 특별히 가지고 왔다고 그랬지.’
나는 사과의 의미로 양손을 살짝 들어 올려 보여줬고, 루이스는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안나는 에너지가 넘쳤다.
여기저기 잘도 돌아다닌다.
‘나랑 하루 놀고 나더니 완전 활기차졌네.’
그러다가도 궁금한 게 생기면 내게 와서 열심히 질문한다.
무대에 대한 조언도 구한다.
나보다 무대 경험이 훨씬 많은 애가 말이다.
곧 루이스도 대화에 합류했다.
연주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우리는 서로를 응원해줬다.
이런 상황도 이젠 꽤 익숙해져 버렸다.
여름 방학이 시작하고 난 뒤에 온 독일.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가 말했던 것처럼, 나 역시 어느새 이곳에 길들여졌는지도 모르겠다.
루이스가 먼저 무대에 올라갔다.
대기실에 남은 안나는 내 옆에서 악보를 꺼내 보기 시작했다.
입을 앙다문 채 빨갛게 동그라미 쳐놓은 지시사항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본다.
나도 잠깐 ⌜황제⌟ 악보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루이스가 대기실로 돌아왔고, 이번엔 안나가 무대로 나갈 준비를 했다.
안나가 눈치를 보며 내게 하이파이브를 해달라고 하길래 가볍게 손을 맞대줬다.
“나 잘하고 올게!”
“그래.”
활짝 웃으며 무대로 나가는 안나.
나는 그 뒷모습을 끝까지 보다가 복도로 나갔다.
내가 원래 있어야 할 대기실은 호프만 지휘자님이 있는 대기실이었다.
지금까지는 ‘1부 공연 대기실’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것뿐이었다.
배웅(?)을 해주겠다는 루이스가 나를 따라오며 말을 걸어온다.
“일부러 신경 써줘서 고맙네. 나랑 안나 응원도 해주고.”
“대단한 건 아니었으니까.”
“가만히 보면 네가 나보다 더 어른스러워 보인다니까?”
“한 1년 반 정도는 내가 더 어른스럽긴 할 거야.”
“뭔가 구체적이네?”
“언제나 디테일이 중요한 법이잖아. 음악도 그렇고.”
“큭큭. 너답다.”
루이스는 좋은 공연을 보여달라는 말을 끝으로, 손을 흔들며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똑.똑.똑.
대기실로 들어가자 호프만 지휘자님께서 나를 반겨주셨다.
몇 마디 대화 끝에 지휘자님은 스코어를 보기 시작하셨고, 나는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오롯이 내 연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공연 관계자가 무대 상황을 알리러 중간중간 대기실에 들어왔다.
안나의 공연이 무사히 끝났고, 인터미션 시간도 끝났다.
2부 공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준비는 됐니?”
나는 그제야 눈을 떴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호프만 지휘자님이었다.
“네.”
“1분 뒤에 나가야 한단다.”
“딱 적당하네요.”
“하하. 긴장이 되지는 않나 보구나.”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요.”
호프만 지휘자님은 인자한 미소를 지어주셨다.
“그래. 우리 음악을 들으러 온 관객들 앞에서 긴장할 이유는 없지. 저들은 우리 편이니까. 그러면 슬슬 나가자꾸나.”
지휘자님께서 앞장을 서신다.
대기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셨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갔다.
2,000여명이 보내주는 환호성은 거대했다.
관객들 얼굴에 어려있는 기대가 눈에 들어온다.
그들의 박수와 눈빛에 숨어있는 열망이 느껴졌다.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였다.
오직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단원분들.
그들 한 명 한 명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로덴 악장님과 지휘자님의 인사가 끝났다.
악장님께서는 내게도 손을 내밀어주셨다.
나는 그 손을 마주 잡았다.
오랜 시간 바이올린을 연주한 사람의 손은 무척 거칠었다.
로덴 악장님은 그 상태로 내 눈을 바라보시다가 살짝 미소를 지으셨다.
이곳에 와서 처음 보는 악장님의 미소였다.
피아노 앞까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나는 의자에 바로 앉지 않고 피아노부터 살펴봤다.
오늘 공연에서는 1부와 2부에 각각 다른 피아노를 사용하게 됐다.
그러니 이 피아노는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됐다고 할 수 있겠다.
88개의 건반.
230개의 현.
유광 처리가 되어 있는 피아노 표면엔, 공연장의 수많은 조명이 반사되어 별과 같은 빛을 냈다.
그 빛들이 내 눈에 그대로 들어온다.
‘오늘 열심히 해보자.’
피아노 위에 손을 올린 뒤, 속으로 말을 걸어봤다.
내 ⌜황제⌟에 맞게 조율된 피아노.
지금 당장 피아노의 대답을 들을 수는 없겠지만, 곧 듣게 될 것이다.
나는 연미복 단추를 풀고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오케스트라도 지휘자도 관객들도 오직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었다.
연주자인 나를 기다린다.
카이 호프만 지휘자님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
인자함 속에 날카로움을 숨기고 계신 분.
콘체르트하우스 베를린 역시 저분의 성격을 닮아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마에스트로와 눈이 마주쳤다.
깊고도 깊은 그의 눈이 일렁이나 싶더니, 일순간에 지휘봉이 움직인다.
긴 정적을 깬 것은 순간이었다.
⌜황제⌟의 서막인 팡파레가 오케스트라로부터 튀어나온다.
전율이 일어날 것 같은 소리.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건반을 최대한 깊게 타건했다.
분산화음과 펼침화음이 서로 경쟁하듯 펼쳐진다.
나는 집중해서 귀를 기울였다.
피아노의 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그들의 소리에 맞춰, 그들의 호흡에 맞춰서 연주를 이어 나갔다.
유기적이면서도 친밀하게.
함께 열정을 표출한다.
⌜황제⌟가 거친 숨을 내뱉는다.
음악은 혼자 만들어 낼 수 없다.
⌜황제⌟만 해도 많은 이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나와 호프만 지휘자님과 로덴 악장님.
콘체르트하우스의 단원분들.
베토벤.
그리고.
이곳에 온 관객들의 호흡마저 이 음악에 실린다.
나는 저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 있었다.
그 의무를 지니게 됐다.
나는 저들에게 휴식을 주고 싶다.
나는 저들에게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저들에게 이 순간을 선사하고 싶었다.
베토벤에게서부터 이어져 온 음악이 내게로 왔다.
나를.
나라는 사람을.
동료이자 이해자이자 친구로 생각해준 사람이 있다.
그에게 영감을 받았다.
그렇다면.
나 또한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어줄 수 있도록.
나 역시 한 명의 피아니스트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음악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황제⌟의 연주를 이어갔다.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 * *
망망대해를 헤매던 남자가 스르르 눈을 뜬다.
그는 작은 나무배에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다가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줬다.
‘곧 헤어져야 할 시간이구나.’
컨테이너선이 서서히 나무배로 다가왔다.
그런데도 아이는 눈을 뜨지 않았다.
12살의 작은 아이.
밀러는 그를 잊지 않기 위해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컨테이너선에서 나무배로 사람들이 내려왔다.
그들은 서둘러 아이를 데려갔지만, 그 누구도 나무배에 앉아 있는 밀러를 보지 않았다.
그런데도 밀러는 미소를 지었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의미 있는 일을 했다.
가장 뜻깊은 경험을 했다.
이제는 일말의 후회도 남지 않았다.
아이의 고뇌를 받아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에, 밀러는 진심으로 감사했다.
밤이 아무리 길다고 한들 언젠가 아침이 찾아온다.
끝없이 연습하고도 좌절하던 아이는 이제 없다.
나오지 않는 성과에 절망하던 아이도 이제 없다.
저 아이는.
서진이 너는.
내가 인정한 음악가다.
네게 있어 긴 밤은 이제 끝났다.
네가 가진 고통은 이곳에 내려놓고 가거라.
무인도와 이 망망대해에 네 모든 슬픔을 두고서.
홀연히 떠났으면 한다.
망자(亡子)인 나는 더 이상 네 곁에 있을 수 없겠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신비로운 곳에서.
조금은 먼.
이곳에서.
네가 들려줄······.
“아름다운 선율을 기다리고 있으마.”
가만히 숨을 죽인 채로.
네 음악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겠다.
나의 영원한 동료.
나의 영원한 이해자.
나의 영원한 친구.
서진아.
너를 만나 행복할 수 있었다.
* * *
홀로 조용히 아우성치던 소년이 있다.
아무도 그의 연주를 알아봐 주지 않았다.
소년의 연습을 비웃는 자들이 있었고.
그쯤 했으면 포기하라는 이들도 있었다.
그 정도 실력이면 예술 학교 진학조차 쉽지 않을 거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실제로 그의 연주는 그저 그랬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끝내 음악을 놓지 않았다.
소년은.
이 소년은 그만큼 음악을 사랑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수년의 시간 동안.
하루에 8시간, 12시간, 16시간을 그저 음악에 매달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소년의 선율에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감동했다.
그의 피아노에서 치유를 얻었다.
사실 소년은 달라진 게 없었다.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음악을 이어 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
“······.”
“······.”
“······.”
콘테르트하우스에서 ⌜황제⌟의 선율이 잦아든다.
소년은 어느 새부터인가 눈을 감고 있었다.
오래된 오케스트라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표현했다.
지휘자는 그 모든 걸 아우르고 있다.
소년의 연주는 무척이나 선명했다.
콘서트홀의 끝 좌석을 훌쩍 넘어서.
저 바깥까지 들릴 만큼.
소년의 피아노는 믿기 힘들 정도로 명확했다.
콘서트홀 2층 발코니석에 앉아 있던 남색 정장 차림의 평론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 찾았구나!’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박자 먼저 소년에게 박수를 쳐줬다.
‘5년······. 10년 정도가 아닌······.’
그는 목놓아 브라보를 외쳤다.
‘10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천재를!!!’
“와아아아아아!!!”
“브라보!!!”
“저 아이 이름이 뭐라고?”
“한서진. 대한민국 출신이라는데? 클래식계에 저런 애가 다 있었네!”
“와아아아아아!!!”
마침내.
유럽이 소년의 음악을 듣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