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84
183. 2호의 이주 >
태주의 불안한 속은 모르고 희와 제피르는 순수하게 기뻐했다. 하늘에 띄워 놓은 별똥별 트랩도 걱정이었다. 이미 회수 시기를 한참 넘긴 참이라 새로운 열기구가 생긴 건 반가운 소식이었다.
희, 제피르와 같이 보내는 저녁 시간이 없으니, 조금 허전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특이한 색깔의 별똥별을 잡기 위해서 같이 힘을 합치는 것도 재밌었다. 험난한 시범 비행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제 다시 밤에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마음에 들었다.
“태주, 타보자!”
“지금? 밤이 아니고?”
“응. 지금도 타고 밤에도 타고.”
“하하하. 그럼 다 같이 열기구에 타볼까? 어떠세요?”
“좋아. 안 그래도 성능시험을 해보고 싶었어.”
태주는 같이 타자는 권유에 즉각 대답한 아칸서스를 째려봤다. 그의 권유에는 다 같이 타면 쓸데없는 성능시험을 하지 않을 거라는 의도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아칸서스가 굳이 보태지 않아도 괜찮은 말을 보태버렸다.
-펄럭펄럭.
“응? 알아. 너도 타고 싶어?”
-펄럭펄럭.
“음. 그건 좀.”
“마아.”
“아니. 모린아 너까지….”
알과 모린이 열기구가 뭔지 알긴 하고 타겠다고 나서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태주가 안 된다고 할 것 같았는지 모린이 그새 그의 주위로 날아와 안아 달라며 귀염을 떨었다. 알 역시 정신없이 카펫을 펄럭이고 있었다.
태주는 열기구에 아이들을 태우는 모험과 성능시험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 중, 아이들을 태우는 것을 골랐다. 모린과 알이 타면 아무리 철없는 아칸서스라도 성능시험을 하자고 달려들진 못할 것 같아서였다.
“제피르. 열기구에 타면 모린하고 알한테 보호막을 써 줄래?”
“히이힝.”
“고마워.”
열기구를 무서워하는 태산이와 단단, 그렘린을 빼고 나머지 인원은 모두 같이 타기로 했다. 태주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사람들에게 비행이 가능한 열매를 나눠주려 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태주를 제외한 사람 모두 그 정도 높이는 스스로 감당할 수 있었다.
머쓱해진 태주가 열기구 소환서를 챙긴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티타임도 얼추 끝나가는 분위기였다. 열기구를 타고 내려오면 저녁 시간이 될 것 같았다.
“태주. 희가 찢을래.”
“열기구 소환서?”
“응.”
“응. 희가 해 봐. 아! 아칸 이번 열기구도 풍선 위에 그림 그릴 수 있나요?”
“어? 아니. 이번엔 그 기능 안 넣었는데.”
부스터와 그물 로켓 런처를 넣느라 풍선에 그림 표식을 넣는 기능이 빠졌다. 예전 열기구의 풍선에는 태산이 얼굴과 희만 그려져 있었다. 이번에는 정원 식구 모두를 넣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뭐? 뭘 그렇게 아쉬워해? 상점에서 그리기 주문서 사서 그리면 되잖아.”
“아! 상점이 있었지.”
“쯧쯧쯧. 정원의 가장 큰 장점인 상점을 좀 제대로 쓰라고.”
“크읔.”
아칸서스의 얄미운 말투에 화가 났지만, 맞는 말이라서 따질 수 없었다. 상점 활용을 잘하라는 말일 뿐인데, 삐딱한 자세와 눈빛 때문일까, 속이 좀 부글거리는 느낌이었다.
“이히히. 그리기 주문서도 희가 할래.”
태주는 희 마음대로 하라고 말했지만, 내심은 해나한테 부탁하고 싶었다. 그리기 주문서로 새기는 것이지만, 2호와 쿠첼루스, 알과 그렘린까지 전부 넣으려면 쉽지 않아 보였다. 물론 직접 하길 바라는 희를 말릴 생각은 없었다.
“푸하하하!”
“호호호.”
“이히히.”
“아하하. 귀, 귀엽네.”
정원에 모여 있던 사람들 사이로 웃음소리가 멎지 않았다. 열기구 소환 주문서에 이어서 사용한 그리기 주문서의 결과물이 생각과 다른 모습이어서였다.
그렘린, 태산이, 제피르 그 외에 다른 사람들까지도 모두 네모였다. 태주 자신도 머리와 몸통이 붙은 커다란 네모에 짧은 팔다리가 그려진 모습이었다. 희는 그런 네모난 캐릭터를 블록처럼 층층이 쌓아서 그려 놓았다.
“이히히. 요정 숲에서 봤어.”
“아! 요정 숲 유원지. 거기서 봤구나.”
정말 시간 내서 요정 숲에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았다. 재미난 것들이 많은 것 같았다. 물론 장난기 많은 요정을 위한 곳이니 각오가 필요할 테지만, 희와 제피르의 취향을 좀 더 정확히 알아두려면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자. 타자. 태산이도 탈래?”
“냐아.”
타지 않을 것처럼 굴던 녀석이 모린이 다나에게 안겨서 타는 걸 보더니 망설이고 있었다. 태주는 그런 태산이 고민을 덜어 주기로 했다.
“형이 안고 있을 테니까 산이로 변해 볼래?”
“냐아아.”
“산이로 변하면 열기구도 많이 무섭진 않을 거야. 제피르한테 보호막도 쳐달라고 하자.”
작은 머리로 뭘 그리 고민하는 건지. 태산이는 다른 사람이 다 탈 때까지도 고민하고 있었다. 태산이에겐 아무래도 첫 비행의 기억이 그리 좋게 남은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럼 태산이는 기다리고 있어. 제피르 출발하자.”
“앙. 사니 가티 가자.”
태주는 그 말에 바로 열기구에서 내려서 태산이를 안아 들었다. 짧긴 했지만 온전한 문장으로 의사를 표현한 아이가 귀엽고 대견했다.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알게 된다. 그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도 아이는 착실하게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어머. 이 모습이 인간으로 변한 태산이 모습이군요.”
“노. 사니.”
“네. 아이 모습일 때는 산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귀엽네요. 정원사님하고 닮았어요.”
“하하하. 그게 우리 산이가 저를 닮고 싶었는지, 흉내 내기 대상을 저로 했더라고요.”
“호호호.”
아이를 안은 채 뿌듯한 표정으로 자랑하는 정원사의 모습에 다나가 웃음을 흘렸다. 해나의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그녀의 눈에도 정원사 씨는 꽤 팔불출로 보였다. 모린한테 하는 조심스러운 행동이나 다정한 목소리가 자연스러웠던 건, 아마 이미 충분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화기애애한 둘 사이에서 모린과 태산이는 서로를 빤히 보고 있었다. 최근엔 모든 관심이 알한테 쏠려있던 태산이였다. 모린을 봐도 시큰둥 한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았다. 모린이 쪽으로 몸을 한껏 기울이고 있어서, 넘어가지 않게 태주가 등을 받쳐 줘야 했다.
“마아. 꺄아. 마아.”
“앙. 사니. 앙.”
‘대화가 되는 것 맞나?’
모린과 태산이 둘 사이에서 대화가 오가고 있었지만, 태주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나는 혹시 아이들 대화를 이해하는 중인지 궁금했다. 그녀는 가만히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무념무상. 그녀 역시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같았다.
“정원….”
“어? 2호야, 뭐라고 했어?”
“아닙니다.”
아이들이 탄 것을 고려해서인지, 제피르의 열기구 조종이 얌전했다. 태주는 태산이를 안은 팔에 제대로 힘을 주며 느긋하게 정원을 구경했다. 그런 그의 곁에 2호가 다가와 섰다. 2호는 태주의 부탁으로 알의 카펫 수술을 붙들고 있었다.
“러닝 트랙도 거의 다 만들었네.”
“네. 마무리만 남았습니다.”
“수고했어. 정말 잘 만들었다. 위에서 보니까 바로 알겠어.”
“감사합니다.”
2호는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하고 의사 표현도 확실했다. 생김새도 인간과 다를 바 없었고 음식물 섭취도 가능하니 현실로 같이 가도 문제없었다.
“정말 현실로 가도 되겠어? 원한다면 정원에 남아도 괜찮아.”
“말씀드렸다시피 어디든 괜찮습니다. 태주 씨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어.”
“정원은 평온한 곳입니다. 이곳에선 제가 그다지 도움을 드릴 수 없습니다.”
“고마워.”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2호한테는 정원 관리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다. 2호가 정원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안정감이 들었다. 그렘린이나 알처럼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있는 정원에 2호가 같이 있어 줘서 무척 든든했다.
“호호호. 정원사 씨. 정원은 너무 걱정하지 마. 사실 이레귤러의 침입 같은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곳이야.”
“그건 해나 말이 맞아요. 꿈의 정원은 꿈의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랍니다.”
“태주, 희가 지켜 줄게.”
“어? 응. 고마워, 희. 모두 고마워요.”
온화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열기구 곤돌라 안에 퍼졌다. 그런 어른들의 분위기를 알아챘는지, 아이들의 표정도 밝았다. 태주는 품에 안긴 태산이가 구경하기 좋게 몸을 돌려주었다. 아이는 첫 비행과는 느낌이 다른 듯 흥분으로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렇게 정원 하늘을 여러 바퀴 돈 열기구는 제피르의 능숙한 조종으로 안전하게 정원에 내려섰다. 태주는 평화롭게 마무리된 시범비행이 만족스러웠다. 물론 그와 다르게 열기구의 성능을 시험하지 못한 용은 볼이 빵빵하게 부어있었다.
저녁 식사 후 아칸서스 가족은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기 전 아칸서스가 모린을 며칠 맡기고 싶다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태주는 못 알아들은 척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2호의 신분 생성과 현실 이주 문제가 있어서, 이번엔 모린을 신경을 써 주기 힘들었다.
*
다음 날 태주는 아침 일찍 협회 인물의 방문을 받아야 했다. 예전과 같이 이나타 씨가 요원 S와 같이 정원을 방문했다. 이나타 씨는 여전히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요원 S는 근육질의 상체를 드러낸 채였다. 정원에 도착한 두 사람은 익숙한 듯 오두막 앞에 자리 잡았다.
“이레귤러의 활동을 목격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한동안 조용했었는데, 얼마 전부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태주는 신분 생성에 관한 건보다 이레귤러의 출현에 관한 얘기를 먼저 꺼내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이레귤러가 저지른 짓의 뒤처리로 협회가 꽤 고생하는 것을 곁에서 봤기 때문이었다.
“이상한 점은 없으셨습니까?”
“아! 같이 지내는 쿠첼루스가 이레귤러가 비정상적인 능력을 쓰는 게 아닌가 의심하긴 했어요.”
“전에 드린 금제 주문서는 이레귤러의 시스템 전체를 막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협회에서 파악하지 못한 능력이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네. 조심할게요. 그렇지 않아도 그 일 때문에 2호의 신분을 부탁드린 거예요.”
“좋은 판단입니다. 정원사님은 무력이 없으시니, 전투 인형을 곁에 두는 게 나을 겁니다.”
마지막 말은 태주의 뒤에 서서 둘을 경계하던 2호를 한참 보고 나서 요원 S가 한 말이었다. 그는 2호를 해부할 듯이 샅샅이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나도 그렇더니 태주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그도 알아본 것 같았다.
“신분은 지난번처럼 하시겠습니까?”
“그게….”
“설정하신 외형을 보면 같은 혈통이 아니고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습니다만. 혹시 바꾸실 생각이십니까?”
“외형은 좀 바꿔야 할 테지만, 지금과 많이 달라지진 않을 거예요.”
“그러면 어째서….”
“큼. 마법이란 게 대단하다 싶어서요.”
태주는 어머니를 닮았다. 체형도 얼굴 생김새도 어머니를 닮은 편이었다. 태산이의 신분을 만들 때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마법이 아니었으면 모두 이상하게 여길만한 상황이었다. 어머니를 닮은 태주를 빼어다 박은 듯한 아이인데 친가 쪽의 먼 친척이었다.
그 점을 설명하자, 이나타도 당황했다. 그녀는 신분을 정할 때, 보호자를 잃은 친척 아이라는 상황에 맞춰서 같은 성을 쓰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태주가 어느 쪽을 닮았는지는 고려하지 못했었다.
“그럼 전투 인형 2호의 신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태주 씨 곁에 머물 수만 있으면 신분은 상관없습니다.”
“그렇다네요.”
“…우선 양피지 먼저 확인해 보겠습니다.”
어차피 이미 태산이 신분은 되돌리지도 못한다는 말을 삼킨 이나타가 바로 마법 양피지를 확인했다. 태주가 상대를 어떻게 여기느냐에 따라서 상대와 그의 관계가 정의된다. 그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관계이기 때문에 사실 그녀가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마법 양피지에 나온 결과에 저절로 나오려는 한숨을 요령 좋게 삼켰다. 지난번 펫의 신분을 만들 때는 부자 관계로 여긴다고 나오더니. 이번엔 가족, 정확히는 형제였다. 얻은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전투 인형을 그새 형제처럼 생각하는 정원사 때문에 두통이 이는 것 같았다.
‘후우.’
“평소 전투 인형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잘 알겠습니다.”
“어? 어떻게 나왔어요?”
“가족으로 형제 정도로 여기고 계셨군요.”
“크흠. 전에 태산이 경우처럼 먼 친척으로 해야 할 것 같네요.”
태주는 민망해서 고개를 돌리면서 마법 양피지에 나온 대로 신분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본인이 2호를 든든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지만, 그새 가족으로 느끼고 있는 줄은 몰랐었다. 아마 2호가 전투 인형이기 때문에 빨리 마음을 연 것 같았다.
짧은 시간에 이 정도로 믿음을 주고 마음을 연 것은, 아마도 2호가 온전한 그의 편이기 때문인 듯했다. 그는 2호가 그를 해치는 일도 배신하거나 상처 주는 일도 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믿고 있었다.
그 믿음 대로 2호는 그에게 해를 끼칠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위험에서 그를 보호할 존재였다.
-화아악!
“신분 생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신분 생성은 단 한 번뿐입니다.”
“네.”
“그리고….”
“네?”
“아닙니다. 앞으로도 이레귤러는 조심하십시오.”
이나타는 정원사에게 주의 주려던 말을 삼켰다. 이 정원사는 그녀의 주의가 필요할 정도로 정원사가 가진 힘이나 물품을 남용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굳이 전투 인형의 정체를 들키지 않게 주의하라는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상자 하나를 태주에게 건넸다. 의아한 듯이 보는 그에게 이레귤러 때문에 피해를 본 쿠첼루스한테 협회에서 하는 보상이라고 알려줬다.
“역시 쿠첼루스의 일꾼 등록 오류에도 이레귤러가 관여되었군요.”
“저희가 알아채지 못하는 동안에도 시스템을 훔쳐보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레귤러의 최초 출현 시기 이전에 있었던 사건들을 모두 다시 확인하는 중입니다.”
“휴. 고생 많으세요.”
“후후후. 그만큼 뜯어냈으니 괜찮습니다.”
만족스러운 웃음소리를 낸 이나타였다. 그녀가 어디에서 보상을 만족할 만큼 뜯어냈는지는 그도 바로 알 수 있었다. 태주의 정원에는 2호와 1억 DP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보상했었다. 요정 숲 역시 재정비가 가능할 정도로 큰 보상이 주어졌다. 그 보상을 모두 그녀가 받아 온 것 같았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네. 감사했어요. 이건 쿠첼루스에게 전해 줄게요.”
“예. 부탁드립니다.”
이나타가 돌아간 뒤 태주와 2호는 정원을 천천히 걸으면서 얘기를 나눴다. 태주는 며칠 더 시간을 주려 했지만, 2호가 거절했다. 현실 이주 얘기가 나온 후로 꽤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2호는 이주를 더 미루고 싶지 않아 했다.
“2호. 희 잊으면 안 돼.”
“잊지 않습니다.”
“응. 꼭 이야. 제피르랑 해나랑 단단도.”
“네. 꼭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렘린이랑….”
희는 2호가 현실로 떠나면 다시 보기 힘들 거라는 생각에 오후 내내 그의 곁을 맴돌았다. 그런 희를 알도 따라 했다.
“태주, 2호도 태블릿 사주자.”
“응. 희, 사줄게.”
“2호. 희랑 얘기도 많이 해야 해.”
“네. 그러겠습니다.”
현실에서도 태주와 같이 지낼 예정이니 아주 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태블릿으로 대화할 수도 있고, 현실에선 영상이나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희는 짧은 이별을 슬퍼하고 있었다.
태주는 오늘따라 현실의 아무것도 가져올 수 없는 꿈의 세계의 제약이 너무 싫었다. 그 제약만 없어도 희가 슬플 일은 없었을 텐데….
“희. 저녁에 송별 파티할까?”
“송별 파티?”
“응. 떠나는 사람을 배웅하는 파티야. 떠나서도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빌어 주는 거야.”
“할래. 희 파티할래.”
“하하하. 그래. 그럼 오늘 저녁엔 2호의 행복을 빌어줄까?”
“응.”
사실 태주가 사는 현실로 같이 가는 것이니, 송별 파티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이 다정한 작은 요정 아가씨가 송별 파티로 이별의 슬픔을 잊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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