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66
266. 영화 촬영 현장 >
만족스럽게 촬영을 마친 태주는 혹사당한 다리에 마사지를 받으면서도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그의 다리를 주무르는 2호의 손길은 거침없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멍 자국 위도 가리지 않고 마사지를 계속했다. 2호가 누를 때 통증이 심할 게 분명한데도 미소를 지우지 않는 독한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지만, 태주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주무시기 전에 잊지 말고 테이핑을 하셔야 합니다.”
“네, 그럴게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해 드릴 테니까요.”
“예. 감사합니다, 호 씨.”
느지막한 오후에 시작된 촬영에서 태주는 수없이 달려야 했다. 촬영한 장면이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간 동생이 탔을지도 모르는 배의 소식을 듣고, 그곳을 향해 가는 장면이어서였다.
단순히 달리는 장면을 찍는 것도 힘든데, 태주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역할이라 촬영이 더 힘들었다. 지팡이가 미끄러지면서 몇 번이나 바닥을 뒹굴기도 했고, 불편한 다리를 연기하느라 힘을 잔뜩 줘서 경련이 일기도 했었다.
“일어나실 수 있습니까? 부축해 드릴까요?”
“아니. 이제 괜찮아졌어. 고마워, 호야.”
“조심 좀 하지! 몸이 이게 뭐니?”
“하하하. 덕분에 괜찮은 그림이 나왔잖아요.”
“지금 웃음이 나오니! 온몸에 멍이 가득한데.”
태주는 바닥을 여러 번 구른 탓에 몸이 욱신거렸지만, 최대한 티 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도 주변의 걱정이 심한데, 여기서 아픈 티를 냈다가는 붙잡혀서 잔소리를 듣느라 집에도 못 갈 분위기였다.
그는 울긋불긋한 다리가 드러나지 않게 바짓단을 꼼꼼하게 내린 뒤, 일행을 닦달했다. 해가 길어져서 어둡지 않을 뿐이지 다른 사람들은 이미 퇴근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어서 돌아가서 쉬어야 했다. 그래야 내일 아침부터 하는 촬영에 지장이 없을 터였다.
“오늘은 제가 흥분해서 조절을 못 했어요. 이제부턴 조심할 테니,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정말이지. 말이나 못 하면….”
“자, 자. 다들 돌아가서 쉬어야죠.”
“으이그!”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조심하겠다고 말하는 모습에 미나가 기가 차다는 듯한 소리를 내고 입을 다물었다.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피곤할 게 분명한 상대를 더 타박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견우는 짧게 끝난 타박이 꽤 아쉬웠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직설적인 말들을 거침없이 하는 미나를 응원하고 있었는데, 너무 금방 끝나 버렸다.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피곤해하는 자신의 배우를 붙들고 야단을 떨 생각은 없었다.
“그나마 오늘은 산이가 안 와서 다행이네.”
“그, 렇죠?”
“기차 타러 갔다고 했지?”
“네, 쿠첼이 지방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요. 기차 태워 준다고 데려갔어요.”
“내일은 촬영장에 와?”
그렇다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태주를 보고 미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촬영에 빠져 무리한 행동을 하는 태주를 본 일행은 그를 제어해 줄 브레이크의 등장을 반겼다.
아이가 있을 때의 태주는 훨씬 더 행동을 조심하는 편이어서였다. 혹시라도 자신의 행동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 고민하면서 움직였다. 오늘 촬영한 장면도 아이가 보고 있었으면, 좀 더 조심하면서 찍었을지도 몰랐다.
“꼭 데려와.”
“크흠. 그럴게요.”
한 번 더 꼭 데려오라는 당부를 하며 일행이 분장실을 나섰을 때였다. 문앞에 익숙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아요, 태주 씨?”
“괜찮아요, 감독님. 안으로 들어오시지, 왜 여기서 기다리고 계셨어요?”
“어서 돌아가서 쉬셔야 하는데, 방해할까 봐서요. 몸 정말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휴우. 미안해요. 내가 끊었어야 했는데, 그림이 너무 좋아서….”
이제영 감독은 안 괜찮다고 말하면, 바로 병원으로 데려갈 기세였다. 그 정도로 온 얼굴에 걱정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장면은 얘기되지 않은 장면이었지만, 꽤 보기 좋게 찍혔다. 촬영하는 사람이나 연기하는 사람이나, 순발력이 좋은 편이라서 그 순간을 극적으로 잡아냈다. 덕분에 장면은 훨씬 현실적이고 처절한 느낌이 잘 드러났다.
“그림 잘 나왔죠?”
“잘 나왔어요.”
“그럼 됐어요.”
“아니, 그래도….”
“저희 이제 돌아가서 쉴 거에요. 감독님도 쉬셔야죠.”
태주는 계속 사과하려는 이제영 감독의 말을 끊으며 돌려세웠다. 걱정하고 걱정받는 상대가 뒤바뀐 것처럼 보일 정도로 이제영 감독이 피곤해 보여서였다. 오죽 피곤해 보였으면 감독 멱살이라도 잡을 듯 화를 냈던 미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겠는가.
머뭇거리는 이제영 감독을 달래서 돌려보낸 일행은 그제야 집에 갈 수 있었다.
*
태주는 정원에서 가져온 운동 보조제 병을 탁자 위에 내려놨다. 실제 촬영에선 쓸 생각이 없었던 운동 보조제를 챙겨 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해나도 참! 내가 몇 살인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이 취급하는 건지.’
꿈의 정원이라는 사기적인 공간을 가지고 있는 그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푸는 게 다른 배우들보다 편했다. 여러 가지 마법 물품을 쓸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자연적으로 피로가 풀리게 쉴 수도 있었다.
이번 방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태주는 촬영하면서 쌓인 피로를 정원에서 느긋하게 쉬면서 풀고 있었다. 꽃잎 풀 한 칸을 따뜻한 물로 채우고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멍투성이 몸을 해나에게 보이고 말았다.
이후에 이어진 대화는 그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잔소리 섞인 야단을 한참 들어야 했다.
‘정원사 씨. 내가 운동 보조제를 남용하지 말라고 했지, 쓰지 말라고 한 건 아니잖아.’
‘그게, 실제 촬영에서 그걸 쓰는 건 반칙을 하는 것 같아서….’
‘몸 상해서 일정에 지장을 주는 것보다 그게 낫지! 있는 것도 활용 안 하다니, 왜 이리 미련해?’
‘….’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있는 것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면에선 어리석은 일이기도 했다. 태주는 심적으로는 여전히 운동 보조제를 사용하는 게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이 다쳐서 일정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해나의 말에는 십분 공감했다.
지난 촬영에선 근육통과 타박상 정도로 끝났지만, 만약 잘못 넘어져서 골절이나 근육 파열 같은 일을 당했다면, 수습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괜히 고집부리다 주변에 폐 끼치기 전에 그냥 쓰자.”
치팅, 떳떳하지 못한 방법을 쓴다는 느낌을 지우진 못 했지만, 그는 운동 보조제를 사용하기로 했다.
같은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동료가 수백이었다. 주연인 자신의 부상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수백의 동료가 함께 감당해야 하는 부상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촬영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촬영에서 바닥을 수차례 굴러 걱정스러웠던 주연 배우의 상태가 무척 좋았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태주는 마치 감독의 머릿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처럼 연기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집중력이 좋고 감독의 요구를 금방 이해하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그것보다 더했다. 이제영 감독이 간단한 단어 하나만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바로 연기에 적용했다.
‘무서울 정도로 연습량이 많거나, 괴물 같은 순발력을 가지고 있다.’
오전 내내 NG 한 번 내지 않고, 모든 신을 완벽하게 끝내는 태주를 보고 사람들이 가진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대체 얼마나 많은 상황을 가정하고 연기 연습을 했길래 감독의 말 한마디에 바로 반응이 가능한 건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다들 그가 다른 배우들의 연습량을 아득히 넘길 정도로 연습한 게 아닐까 짐작했다.
그리고 다음 촬영에서 태주가 보인 모습은 그런 사람들의 생각에 쐐기를 박는 모습이었다.
야심한 시각 일본 전통 방식으로 지어진 목조 건물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무채색의 낡은 옷을 입고 손에는 투박하게 깎은 나무 지팡이를 쥔 사람은 주변의 시선이 두려운 듯 큰 키를 수그리고 있었다.
-똑똑.
“누구세요?”
“실례합니다. 마쓰다 씨 계십니까?”
“제가 마쓰다입니다. 누구시죠?”
“전, 조선에서 왔습니다.”
“…들어오세요.”
“오케이, 컷!”
촬영장 안에 이제영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울렸다. 이어지는 컷은 마쓰다라 불린 여성의 어깨너머 태주의 얼굴이 드러나는 컷이었다.
“태주 씨. 좀 더 회의적으로요.”
“네.”
카메라가 돌기 전 이제영 감독은 태주에게 회의적으로 연기하라는 주문을 했다. 그는 연기 방향을 요구하면서 태주와 예전처럼 어떤 상황인지, 캐릭터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고민하게 하는 질문을 주고받지 않았다. 그저 당연히 해낼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간단히 연기를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태주는 이제영 감독의 요구를 완벽하게 들어줬다.
조선인, 중국인 강제 징용자를 쓰는 광산 기업에서 서기관으로 일하는 마쓰다는 처참한 광산 노동자들의 현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주변의 질타에도 굴하지 않고 조선인들과 교류하는 사람이었다.
동생을 찾아 일본까지 온 그는 그런 마쓰다의 소문을 듣고, 우여곡절 끝에 이곳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녀가 일하는 곳은 조선인보다 중국인이 더 많은 곳이었고, 노동자도 십 대의 어린 학생보다 이십 대가 많은 곳이었다.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조선인 학생으로 반년 전, 광산에 배치됐다는 소식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에 조선인 학생은 많지 않아요. 우선 이름을 알려 주세요.”
“조선 이름은 박성구입니다. 이곳에선 아마 보쿠다 세이지라는 이름을 쓰고 있을 겁니다. 부탁드립니다.”
“알겠어요. 찾아볼게요.”
한 줄기의 희망을 품고 이곳에 왔지만, 현실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수없이 동생을 찾을 수 있다고 되뇌며 마음을 다잡아도, 마음이 꺾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쓰다에게 동생의 수소문을 부탁하는 그의 눈은 빛을 잃어 가고 있었다.
“컷! 오케이! 좋았어요. 나머지는 점심 먹고 합시다.”
더 좋은 그림을 위해 재촬영을 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어둠에 잠식되듯 검게 죽어 가는 태주의 눈빛을 온전히 카메라에 담았다. 이제영 감독 본인이 그리던 이미지를 완벽히 재현해 준 배우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재촬영이 아닌 휴식이었다.
-짝짝짝!
“수고하셨어요, 감독님.”
“이 대표님? 어쩐 일이세요?”
“점심 사 드리려고 들렀어요. 감독님 치킨 드시죠?”
“없어서 못 먹죠.”
“하하하. 점심은 치킨이에요. 어서 오세요.”
그렇지 않아도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오전 촬영이 끝나서 점심시간이 여유로웠다. 다들 그 사실을 반가워하고 있었는데, 이지명 대표가 가져온 치킨은 그것보다 더 반가웠다.
고소한 치킨 냄새에 맹수로 변하기 직전인 태산이 만큼 태주 역시 치킨이 반가웠다. 운동 보조제를 먹은 상태라, 에너지 소모가 평소보다 커서 벌써 뱃속에서 음식을 달라고 시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이 대표님. 잘 먹을게요.”
“네, 태주 씨. 많이 드세요. 산이도 많이 먹어.”
“앙! 고맙뜹니다.”
“아이고, 산아. 한 상자만 챙겨야지.”
“그냥 두세요. 많이 가져왔어요.”
“꺄하하.”
산처럼 쌓인 상자에 치킨이 가득했다. 종류도 다양해서 배우, 스태프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고 있었다. 태산이도 그사이에 껴서 양손에 한 상자씩 치킨을 집어 들었다.
다 먹지도 못할 치킨을 두 상자나 챙기는 아이를 말리는 태주를 오히려 이지명이 말렸다. 그는 한술 더 떠 옆 상자에서 음료수와 샐러드까지 꺼내서 쇼핑백에 담아 주기까지 했다.
“태주 씨, 혹시…”
“이 대표님, 식사하셨어요? 안 드셨으면 같이 식사하실래요?”
“안 했어요. 같이 먹어요.”
“하하하. 이리 오세요.”
태주는 이지명이 스마트폰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는 치킨에 대한 감사도 전할 겸 모르는 척 이지명 대표를 식사에 초대했다.
잠시 후 태주는 견우와 2호를 제외한 다른 스태프들은 두고 촬영장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미나와 그녀의 팀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먹으라고 보낸 뒤였다. 편한 식사를 위한 적절한 조치였다.
이지명이 가벼운 분위기로 다니지만, 제작사 대표였다. 촬영 스태프나 다른 배우가 그를 어렵게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드세요.”
“어?”
“네?”
“아, 아뇨. 그냥 먹는….”
“아! 이렇게 모인 것도 처음인데, 사진이라도 한 장 찍을까요?”
“네!”
‘킥! 아이, 너무 알기 쉽다. 이 대표님 너무 쉽게 읽히시네.’
태주가 인증 샷을 찍지 않고 바로 먹을 듯하자, 이지명이 안절부절못했다. 그런 이지명이 재밌어서 잠시 놀려 줄까 했지만, 그는 바로 이지명의 바람을 들어주기로 했다. 치킨 상자를 뚫어질 듯 쳐다보며 침을 꼴깍거리는 태산이 때문이었다.
태산이 손에 닭 다리를 쥐여 주고 자신도 한쪽 다리를 쥔 태주가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이 치킨을 보고 좋아서 웃는다고 오해할지도 몰랐다. 오해를 받아도 상관없었다. 회귀 전에도 후에도 변함없이 자신을 좋아해 주는 여사님을 향한 고마운 마음은 진심이니까.
“산아, 천천히 먹어. 아직 뜨거워.”
“아뜨야?”
“킥킥! 응. 아뜨야.”
“앙. 아라떠.”
아이가 치킨을 앞에 두고 흥분했는지, 최근엔 잘 안 쓰던 ‘아뜨’라는 표현을 썼다. 세 살 때쯤 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을 때 쓰던 말이었는데, 오랜만에 들으니 재밌었다.
태주는 속으로 자동카메라 작동을 두 번 외쳤다. 이런 귀여운 장면은 저장해야 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치킨 식사가 잠시 이어졌다.
“아! 태주 씨, 혹시 전에 내레이션 얘기 기억하세요?”
“강제 징용 관련 다큐멘터리요?”
“네. 그거요.”
“기억하고 있어요.”
“그 다큐멘터리의 촬영 팀이 어제 일본으로 출발했어요.”
영화 의 홍보 겸해서 제작하는 다큐멘터리의 제작 소식이었다. 태주가 예전 제작사 회의에 참석했을 때, 내레이션을 맡겠다고 자청했었다.
“촬영은 3번에 나눠서 할 거예요.”
“한 번에 촬영하는 게 아니네요?”
“피해자들이 끌려간 지역이 너무 넓어서요. 마음 같아선 사할린이나 중국, 만주까지 지역을 확대해서 촬영하고 싶지만, 그건 무리고요.”
“나중에 여유 생기면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지원해 주시면 되죠.”
“나중에 꼭 할 겁니다. 그런데 내레이션은 어떻게….”
“할게요.”
이제영 감독의 영화가 역사 고발형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아니었지만, 일제 강점기의 현실이 꽤 적나라하게 드러난 영화였다.
태주는 촬영을 준비하면서 일제 강점기 관련 자료를 많이 봤다. 그러면서 그 시기 조선인들이 겪은 고난에 대한 피해 보상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꼈었다.
비록 영화 홍보라는 사심이 들어간 다큐멘터리였지만, 그래도 일본이 덮으려 하는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약속이 아니라도 내레이션을 하고 싶었다.
“꼭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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