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6
35. 천사?
최소한의 일정을 소화하기로 하고 순서를 정해서 휴가를 가기로 했다. 태주도 오랜만에 정원에서 연습이 아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태산아 이거 잡아 볼까?”
“냐웅.”
‘아. 강아지하고는 다르네.’
정원에서 태산이와 원반던지기를 시도해봤지만, 실패했다. 공은 잘 쫓았는데 원반은 본체만체했다. 강아지와 공원에서 원반을 가지고 노는 로망을 가지고 있던 태주는 조금 실망했다.
“태주!”
희가 트리하우스 쪽에서 빠르게 날아오며 태주를 불렀다. 희는 자신의 키만 한 하얀 깃털을 들고 있었다.
“희, 희도 깃털을 발견한 거야?”
“응. 트리하우스에서 찾았어.”
흥분한 희의 날개에서 반짝이는 가루가 우수수 떨어졌다. 이러다 날개의 반짝임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진정해, 희. 같이 트리하우스에 가보자.”
“좋아.”
“냐웅!”
태산이까지 모여서 트리하우스로 향했다. 벌써 세 번째였다. 이번에는 정체를 밝힐 수 있길 바랐다.
“여기, 여기에서 찾았어.”
“킁킁.”
희가 둥근 쿠션과 벽 사이를 가리켰다. 틈새에 떨어진 깃털을 주운 것 같았다. 대체 어떻게 관리자인 희와 정원사인 태주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
“크르릉!”
“태산아?”
별안간 태산이가 트리하우스의 밖을 향해 울기 시작했다. 위협을 할 생각인 듯 털을 세우고 몸을 긴장시켰다.
“이런, 이런. 어린 백호 친구 긴장하지 않아도 좋네.”
“응? 누구세요?”
“아! 정원사님도 계셨군요. 인사드리지요. 저는 요원 S입니다.”
트리하우스 안으로 들어온 것은 화려한 붉은 볏을 머리에 달고 있는 건장한 사내였다. 새 얼굴을 하고 등에는 거대한 흰 날개가 붙어있었다. 옆구리에는 마법 로프를 걸고 있었다.
“요원이요?”
“정원사 협회의 수사요원입니다.”
“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정원사 협회에 실종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요정 숲에 초대받았던 손님이 축제 후에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처음엔 다들 장난기 많은 어떤 요정이 손님을 숨겼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사라진 손님이 매우 긴 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자, 요정 여왕이 정식으로 협회에 실종신고를 했다.
요원들이 각지로 수사에 나섰고, 그는 이 근방의 정원을 돌며 사라진 손님을 찾는 중이었다.
“저희 정원에는 다른 사람이 없는데요. 여기 있는 셋과 단단이 전부예요.”
“알고 있습니다. 의심스러운 건 이곳이 아니고 다음다음 정원입니다. 그곳에서 추락자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헉. 추락자요?”
정원에서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인가. 태주는 항상 정원의 입구를 통해서 현실로 돌아갔지만 추락하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정식으로 허락을 받고 정원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은 정원 입구에서 추락하게 됩니다.”
“태주, 무서워.”
“괜찮아. 우리 정원에서 떨어진 사람은 없으니까.”
‘잠깐. 만약 일꾼이 되기 전에 단단이 입구로 나갔으면 그냥 추락했을 수도 있었다는 것 아니야?’
가끔 들르는 방문자나 차를 좋아하는 신사 외에 다른 존재도 정원에 들어올 수 있는 것 같았다. 태주는 단단의 경우도 있으니 자신의 추측이 맞을 거라고 확신했다.
“허락 없이 어떻게 정원에 들어올 수 있나요?”
“가끔 홍수나 태풍에 휩쓸려 우연히 정원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로는 바람길을 잘못 탄 이들이 정원에 내려설 때도 있고요. 그중 가장 많은 침입자는 보석 거울의 심술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석 거울이요?”
“예. 보석 거울은 자신의 몸을 더럽힌 사람을 어딘가로 날려 보냅니다. 물론 몸을 깨끗하게 닦아준 사람에게 무언갈 선물하기도 합니다. 요정 숲에 보석 거울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도 추락자가 발생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뜻하지 않은 방문자는 태주도 몇 번 만났었다. 까마귀 일족 텐도 그렇고 가끔 방문하는 사슴도 있었다. 침입자인 단단도 추락하지 않고 정원에 숨어있었지 않은가.
“어떻게 추락자가 생기죠? 방문자도 있는데.”
“음. 관리자 아가씨가 있는 정원이라 알고 계실지 알았더니, 모르셨군요. 정원은 온전히 정원사님 개인의 영역입니다.”
중앙의 커다란 나무 밑의 책 조각상에서 방문자 거절설정을 해두면 방문자든 침입자든 올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태주의 정원 다음 정원과 다다음 정원은 모두 방문자를 거절하는 곳이었다. 태주는 보지도 않고 넘긴 설정이었다. 설명서와 약관을 대충 넘기던 현실의 버릇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만약 그 정원으로 날려졌다면, 정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입구에서 떨어졌을 겁니다.”
“희는 알고 있었는데. 태주는 방문자 좋아해.”
“어, 그렇지. 방문자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가끔 오면 같이 차도 마시고 좋지.”
태주는 변명할 생각이 없었다. 희가 관리자가 된 이후로는 정원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희의 말대로 방문자를 받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예전에 팰리컨이 얘기했던 방문 허락에 대한 게 이제야 이해가 갔다. 차를 좋아하는 신사는 아마도 방문거절 상태의 정원에도 들어갈 수 있는 것이리라. 달의 문을 통해 방문거절 정원에도 멋대로 들어갈 수 있는 일족이라 골치 아프다는 얘기인 것 같았다.
“그럼 그 정원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돼요?”
“그 정원의 정원사님의 세계로 떨어집니다.”
“네? 그럼 여기서 침입자가 떨어지면 지구로 떨어지나요?”
“지구요? 정원사님의 세상을 지구라고 부르는가 보군요. 그렇습니다. 여기서 떨어지면 지구라는 세상으로 가게 됩니다.”
다다음 정원은 지구와 연결된 곳이 아닌 것 같았다. 어쩐지 상점에서 파는 것에 참 이상한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었다. 상점에는 지구에서 쓰는 것과 같은 물건도 있었지만, 쓰임새를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물건도 꽤 있었다. 그런 것들은 아마 다른 세상에서 쓰는 물건인 것 같았다.
“수사 중 정비하기 위해 이곳 트리하우스를 멋대로 이용했습니다. 백호 친구가 경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만, 조금 따갑군요.”
“헉. 태산아!”
태주가 처음 듣는 정보에 대해서 생각하는 중 태산이가 요원의 뒤로 돌아가 날개를 물고 있었다. 언제 요원의 뒤쪽으로 갔는지, 태주가 보지 못한 사이에 사고를 치고 말았다.
“죄송해요. 많이 다치셨나요?”
“하하. 괜찮습니다.”
요원 S는 웃으면서 날개를 펼쳐서 보여주었다. 태산이가 물었던 부분은 침에 약간 젖었을 뿐 다행히 상처는 나지 않았다. 태주는 이 겁 없는 어린 백호 때문에 십 년 감수한 기분이었다. 현실이라면 형사에 해당하는 사람인데 거침없이 덤벼들었다.
태주는 요원 S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물었다. 그는 사라진 손님을 계속 수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원사 협회를 통해서 다다음 정원에 방문 신청을 했는데,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비행으로 이동할 생각이었습니다.”
“거리가 먼가요?”
“예. 좀 멉니다.”
“앞으로 저희 정원은 편하게 이용하세요. 과일도 마음껏 드셔도 돼요.”
요원 S는 감사인사를 전하면서 혹시 솜사탕 무지개를 먹어도 되냐고 물었다. 물론 태주는 흔쾌히 허락했다. 어차피 매일매일 새로 생기는 솜사탕 무지개였다. 희가 가끔 베어먹을 뿐, 원래 날개 달린 손님을 위해 준비해둔 것이었다.
“크르릉.”
“태산아.”
태산이 미련이 남는지 크르릉 소리를 내며 요원을 경계했다. 요원이 너그러운 성격이라 다행이었다. 태주가 태산이를 안고 트리하우스에서 빠져나왔다. 다다음 정원까지 날아가려면 요원에게 휴식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
“희, 보석 거울에 대해 알고 있었어?”
“응. 보석 거울은 반짝반짝한 거야. 뱅글뱅글해서 슈웅 해.”
희의 설명이 너무 난해했다. 가끔 이렇게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었다. 태주는 나중에 책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태주, DP가 너무 조금이야.”
“윽. 많이 썼지?”
“태주, 의뢰. 게시판을 찾아보자.”
버스킹을 촬영하는 도중 매일 회복약을 마셨다. 덕분에 DP를 많이 썼다. 의뢰 게시판에 올라온 납품 의뢰를 해결하고, 상점에 팔 물품도 등록해야 할 것 같았다. 꾸준히 약초와 황금 잉어 비늘 등 피부 크림재료도 모아두었으니, 제작해서 판매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딸기 납품], [호박 납품], [사과 납품], [약초 납품]게시판 내용은 처음 정원에 입장했을 때와 별 차이 없었다. 물품의 납품이 주였다.
“이거. 태주, 이거 봐봐.”
“어디 보자. 붉은 장미 한 다발?”
꽃 납품 의뢰는 처음이었다. 매번 과일과 농작물 납품 의뢰지만 붙어있던 곳에 낯선 종이가 붙어있었다.
“꽃으로 향수도 만들 수 있을까?”
“응, 만들 수 있어.”
화장품과 향수.
납품 의뢰 외에 상점에 판매할 만한 물건을 찾은 것 같았다. 태주와 희는 향이 좋은 꽃 목록을 떠올리며 상점에서 씨앗을 골랐다.
꽃은 성장하는데 작물과 거의 비슷한 시간이 필요했다. 판매가격은 약간 비쌌다. 태주는 꽃이 자라는 동안 조향에 관해 알아봤다. 상당히 어렵고 섬세한 작업이 필요했다.
“어렵다. 외국어 외에 다른 공부를 한 게 언젠지. 머리가 다 굳었어.”
화학식을 보기만 해도 어지러워지는 느낌에 스스로 제작하는 건 포기했다. 그저 모아놓은 허브와 과일들을 어떻게 잘 사용할 방법이 없나 찾아봤다.
“신선한 갯지렁이 향료? 구운 땅강아지 향료? 이, 이게 내가 만들 수 있는 레시피야?”
태주가 만들 수 있는 레시피는 상당히 적었다. 고급스러운 향수는 현재 수준으로 어려웠다. 이름을 들으면 대체 이걸 왜 만들지 싶은 향료만 만들 수 있었다.
“편식하는 펫의 사료에 첨가하세요?”
“갯지렁이?”
“응. 오소리, 고슴도치, 너구리 등이 좋아한다네.”
DP가 바닥을 치는 지금 이것저것 잴 상황은 아니었다. 태주는 의심스러운 이름의 향료를 제작하기로 했다.
레시피에 나와 있는 재료를 보는 태주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과일 껍질에 슬라임 진액, 낙엽, 잉어 뼈 등 음식 위에 뿌리는 향료 재료로는 보기 힘든 것들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아아. 진짜 이건 자동 제작 아니면 못 만들겠다.’
태주는 향료제작을 자동 제작으로 세팅하고 오두막을 나섰다. 소형 공연장에서 바이올린을 연습할 생각이었다. 손에 쥔 연습용 바이올린을 보자 조금 아쉬움이 들었다. DP만 많았다면 현실에서 얻기 힘든 최상급의 바이올린을 살 수도 있었을 텐데, 요즘 DP 사정으로는 무리였다.
♩♩♪♬~~
짝짝짝.
“훌륭한 솜씨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음. 연습이 끝나셨다면, 이 친구를 좀 데려가 주시겠습니까?”
요원 S가 슬쩍 뒤로 돌아서 등을 보여주었다. 그의 하얀 날개에 태산이가 이빨을 박고 매달려 있었다.
“헉!”
태주가 뜨악한 얼굴로 급하게 무대에서 내려왔다. 잠깐 연습에 몰두한 사이에 태산이가 또 요원 S를 덮쳤다. 죄스러운 얼굴로 사과하는 태주를 요원 S가 말렸다.
“아직 어린 친구라 그러는 것이니 그냥 두세요. 몰래 다가와서 덮치는 솜씨가 제법입니다. 다만 제 힘이 세서 제압하다 다치게 할까 두렵군요.”
‘하긴 근육만 봐도 세 보이긴 한다.’
근육질의 상체를 그대로 드러낸 요원 S의 모습에 태주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2차 성장까지 한다면 이 친구도 꽤 강해질 수 있을 겁니다. 아직은 어린 모습이지만 건강하게 잘 크고 있군요.”
“2차 성장이요? 아직 1차 성장도 마치지 못했는데.”
“하하. 아직 먼 미래의 얘기지요.”
태산이에게 덕담을 해주는 요원 S였다. 두 번이나 덮치고 물었는데도 말투에서 태산이를 귀여워하는 게 느껴졌다. 크고 강한 날개를 가진 그의 종족이 궁금했다. 인간과는 다른 종족이라 물어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요원 S, 이것.”
“응? 이건!”
희가 요원 S에게 깃털을 건네주었다. 요원 S의 깃털이니 돌려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희가 건넨 깃털을 받은 요원 S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왜 그러세요?”
“흠흠. 이건 대체 어디서?”
태주가 트리하우스에서 찾은 깃털이라고 말하자 그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그리고 그가 더듬더듬 설명하는 것을 들은 후 태주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희와 태산이 찾아낸 깃털은 전설의 날짐승 닭의 것이라고 한다. 한 차원의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 신격화된 특별한 존재라고. 부드러운 D형 바디라인에 작은 부리가 아주 매력 있다는 설명이었다.
‘치킨이 사랑스럽긴 하지. 그럼 우리 정원에 닭도 왔었다는 얘긴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
요원 S가 깨끗한 손수건으로 깃털을 곱게 포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소위 말하는 ‘닭털’을 소중하게 챙기는 모습에 태주는 할 말을 잃었다.
요원 S는 정비를 끝내고 수사를 위해서 다시 길을 나섰다. 트리하우스에서 깃털을 발견했다는 얘기를 들은 후로 그곳을 떠나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닭이 정말 그렇게 매력 있는 존재로 알려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누군가 장난삼아 하는 얘기라면 몰라도 전혀 사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