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4
73. 새로운 이벤트 >
밤새 침입자를 찾기 위해 정원을 돌아다닌 태산은 늦잠을 잤다. 자느라 아침밥을 거른 태산인 배고픔에 잠에서 깼다. 오두막에 가서 밥을 먹으려 굴을 나설 때였다. 그의 귀에 태주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태산이 이제 일어났어? 잠꾸러기 같으니. 아침도 거르고 말이야.”
“냐아아앙흠.”
“하하하. 하품하는 건지, 대답하는 건지.”
태산이를 안고 오두막으로 가던 태주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품하느라 대답 소리가 이상해진 태산이 때문이었다.
사실 오늘은 정원 식구 모두 늦잠을 잤다. 해나도 희도 밤늦게까지 드라마를 봤는지 아직 자고 있었다.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난 태주는 소파에서 다정하게 붙어서 자는 둘에게 담요를 잘 덮어주고 정원 일을 했다.
단단과 둘이서 물뿌리개로 나무에 물을 주고, 농작물을 새로 심었다. 과일은 희가 깨면 따기로 하고 보이지 않는 태산이를 찾으러 굴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우편배달이 왔는지, 머리 위로 펠리컨의 울음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인사를 하기엔 늦은 것 같아서 그대로 굴 쪽으로 가보니 그제야 깼는지 태산이 느릿하게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 태산일 안아 들고 말을 걸며 오두막을 향해 걸었다.
“무슨 우편이 왔을까, 태산아?”
“냐아앙.”
“아하하. 귀여운 녀석.”
잠이 덜 깬 것 같은데도 빼놓지 않고 대답하고 있었다. 그는 그런 태산이 귀여워 등을 살살 쓸어줬다. 등을 쓰다듬던 그의 손에 털이 묻어났다. 슬슬 더워지는 계절이라 털갈이를 하는 중이었다. 아니 그가 보기에 털갈이는 일 년 내내 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털이 빠지는데, 대머리 태산이가 안 되는 게 신기하다.”
“냥!”
“하하하. 미안. 안 놀릴게.”
분명 말을 전부 알아듣는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자기를 놀리는 소리는 잘 알아듣는 것 같았다. 매번 놀리는 말을 하면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냈다.
“무슨 우편이 왔나.”
[친애하는 정원사님.정원사 협회에서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부디 참석하셔서 소중한 경험을 하시고, 귀한 상품도 받아가세요.
이벤트: 호박 조각 & 토피어리 만들기
호박과 토피어리 식물 중 한 가지를 선택해 기간 내에 작품을 완성하세요.
정원사님의 훌륭한 작품을 기대 하겠습니다.
– 호박과 토피어리 식물은 하루에 한 번 원상태로 회복됩니다.
– 작품을 완성하시면 동봉된 스티커를 붙이십시오.
대상: 금색 상자x 1. DP 3000.
우수상: 은색 상자x 1. DP 1500.
참가상: 화분]
“이벤트 우편!”
태주가 이쯤에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이벤트의 시작을 알리는 우편이었다. 우편에는 화분 신청서도 같이 들어있었다. 호박이나 토피어리 중 한 가지를 골라 찢으면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호박 조각이 나을까? 아니면 토피어리?”
“태주 뭐해?”
“아, 희 이벤트 우편이야. 호박하고 토피어리 중에 골라야 해.”
호박은 핼러윈에 보던 주황색 호박과 비슷했다. 토피어리는 작은 잎이 풍성하게 자란 나무였다.
태주는 토피어리에 마음이 기우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 잡지에서 본 강아지 얼굴 토피어리나 여러 가지 모양의 토피어리를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태주, 태주는 어느 게 좋아?”
“난 토피어리가 마음에 드는데.”
“정원사 씨. 호박으로 하지그래?”
“네?”
토피어리를 선택하려는 태주를 해나가 말렸다. 손재주가 별로 없는 그에게 토피어리 모양내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호박이라면 밑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토피어리보다는 쉬워 보였다.
“호박이 더 쉬울까요?”
“비슷하겠지. 그래도 호박을 선택하면, 밑그림 그리는 걸 내가 도와줄 수 있으니까.”
“아! 정말이죠?”
그는 바로 이벤트 참가 신청서를 찢었다. 물론 호박 조각하기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해나의 그림 솜씨라면 그대로 따라 조각하기만 해도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핼러윈이라는 날이 있어요. 죽은 자들의 영혼이 되살아나고 정령이나 마녀가 나타나서 산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거나 하는 날이에요. 그때 그들을 놀라게 하려고 이런 호박에 무서운 조각을 해서 장식했대요.”
“영혼만 살아나서 괴롭힌다고? 신기하네. 정화 주문을 안 쓰나?”
“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호박에 밑그림을 무섭게 그려줄까?”
“아니요. 태산이나 희 얼굴로 그려주세요.”
“호호호. 알았어, 정원사 씨.”
정원사 씨는 이벤트 작품출품에 자신이 아끼는 이의 얼굴을 조각해서 내보내고 싶은 것 같았다. 해나는 눈치 보듯 뒤이어 제피르와 단단도 좋다고 말하는 정원사 씨에게 흔쾌히 알겠다고 얘기했다.
*
태주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호박을 앞에 두고 절망에 빠져있었다. 손재주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밑그림은 희였는데 만들고 나니 이상한 애벌레가 되어 있었다.
“날개는 어디로 간 걸까요?”
“푸하하. 정원사 씨 대체 뭘 만든 거야?”
“크흠. 이게 보기보다 어렵네요.”
해나가 조각 도구로 태주가 망친 반대편을 쓱쓱 긋기 시작했다. 몇 번 손을 대지도 않았는데, 그럴싸한 웃는 얼굴 호박이 되어 있었다.
호박은 조각을 위해 품종을 개량했는지 작은 힘에도 푹푹 잘려나갔다. 초보자도 쉽게 조각할수 있게 배려한 것 같았다. 그녀는 좀 전에 느낀 점을 정원사 씨에게 알려줬다.
“흠, 요령이 좀 필요하네. 정원사 씨 너무 힘을 줄 필요는 없는 것 같아. 한 번에 너무 많이 조각하려 하지 말고, 조금씩 깎아 나가는게 낫겠어. 호박은 어차피 매일 한 번씩 원상복구 되니 마음대로 만들어 봐.”
“네, 우선 쉬운 것부터 해볼까 봐요.”
“호호호. 초보자한테 너무 어려웠나.”
“아이. 해나 놀리지 마세요.”
얄미운 말투로 태주를 약 올리는 그녀였다. 하지만 정말 그녀는 손재주가 좋았다. 가벼운 손짓 몇 번에 형태가 살아났다. 태주에겐 마법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녀 정도까지는 무리겠지만, 작품을 내려면 연습이 필요했다.
“에이, 내일 다시 해 봐야겠어요.”
“호호호.”
그는 호박 조각은 여기까지 하고 공방에서 연고를 만들 생각이었다.
최근엔 제약 공방에서 만드는 가짓수가 조금 늘었다. 전에는 허브 티와 피부 크림뿐이었지만, 요즘은 펫 용 연고와 사람이 쓰는 연고도 만들고 있었다. 허브의 품질이 좋아서인지, 태주가 만드는 이 연고도 현실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다.
*
태주가 제약 공방에 작업하러 가자, 해나는 트리 하우스로 쉬러 갔다. 보지 못한 드라마의 내용이 궁금했지만, 뒷부분은 요정 숲에 놀러 간 희와 제피르가 돌아오면 같이 볼 생각이었다.
정원 식구 모두 각자의 일을 하러 흩어지자, 태산이도 자기 일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는 정원 순찰이었다. 요즘엔 정체 모를 소음이 자주 들렸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해서 정원을 살피고 있었다.
태주가 좋아하는 슬라임 동굴, 온실과 텃밭을 차례차례 둘러본 후 빈터도 확인하고 가장 의심스러운 사막 구역으로 이동했다. 새로 자란 선인장과 꽃잎 풀장도 그대로였다. 고양이 조각도 전차도 이상 없었다. 어제와 변한 곳이 전혀 없는 사막 구역 때문에 태산이 머릿속의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괜한 화풀이로 피라미드를 향해 위협적인 소리를 한 번 내고 돌아설 때였다.
“모험가! 감히 나를, 나를 가둬!”
“크르르릉.”
피라미드 안에서 가래 끓는 듯한 거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좀 전까지 전혀 느껴지지 않던 침입자의 기운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사냥했던 뼈다귀와 비슷한 냄새가 났다.
태산은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그대로 피라미드 입구를 주시했다. 지저분한 붕대를 온몸에 감은 미라였다. 미라는 한 손엔 막대기를 바닥에 끌 듯이 짚으며 나오고 있었다. 밤새 들린 끼릭끼릭 소리는 막대기 끝에 달린 쇳조각이 긁히며 난 것이었다.
거슬리는 소리에 태산이 다시 한 번 ‘크르릉.’하고 울었다.
“호, 호랑이? 모, 모험가의 하수인이냐?”
“크르릉.”
“저, 저리 가라.”
태산은 침입자가 자신을 무서워하는 걸 알았다. 덩치는 자신보다 큰데 목소리는 겁을 먹었는지 떨리고 있었다. 태산이 위협하듯이 침입자의 주변을 조금 돌았다.
“허, 헉. 대체 이곳에 왜 호랑이가.”
“어흥!”
“흐갸악!”
미라는 호랑이를 쫓으려 가지고 있던 막대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태산은 뒤로 훌쩍 물러났다.
잠시 기다리자, 상대가 헉헉대기 시작했다. 침입자가 난폭하게 휘두르던 막대의 움직임이 단순해지자, 태산이 달려들어 막대를 물어버렸다. 막대를 문 채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자 힘을 이기지 못한 상대가 막대를 놓쳐버렸다. 태산은 몇 번 더 막대를 흔들어보다 던지듯 뱉어 버렸다.
“이, 이, 이….”
“냐앙.”
태산이 귀여운 얼굴로 울면서 침입자를 바라봤다. 막대를 뺏으면서 보니 침입자의 힘은 아주 약했다.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태산이는 이 침입자와 잠깐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침입자 옆으로 이동하며 몸을 슬쩍 건드리자 화들짝 놀라며 자신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침입자는 자신보다 약하고 겁을 먹은 상태였다.
“냐아앙.”
“으헉. 호랑이가 왜 고양이처럼…. 저리 가라.”
고양이 신을 모시던 사막 왕국 출신 미라는 고양이를 닮은 호랑이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유일한 저항 수단인 막대도 빼앗겨 달리 쫓아낼 방법도 없었다.
“차, 착하지. 그, 그냥 가면 안 될까?”
“냥!”
“으헉.”
침입자를 놀리는데 재미를 붙인 태산이를 막을 수 없었다. 태산인 눈을 빛내며 침입자 곁을 맴돌았다.
슬쩍슬쩍 몸을 건드리거나 스치듯 지나갔다. 그때마다 침입자가 극적인 반응을 보여서 더 재밌었다.
“읔, 오, 오지 마라.”
태산은 이 침입자가 조금 마음에 들어 아량을 베풀기로 했다. 해치지 않고 그냥 영역에서 쫓아내는 거로 결정했다.
정원의 입구 방향을 한 번 본 후 태산이 침입자를 그쪽으로 몰기 시작했다. 미라 주변을 어슬렁대며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대체 어, 어디로 가는 거냐? 허 읔.”
“그르르릉.”
침입자의 걸음이 늦어지자, 태산이 한 번 더 경고했다. 침입자가 움직일 때마다 몸에 감긴 끈이 움직였다. 그 끈은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한동안 자신을 귀찮게 했으니 봐줄 수는 없었다.
태산이 침입자를 요령 좋게 정원 입구로 몰았다.
“냐아앙!”
“가, 간다.”
발을 멈출 때마다 호랑이가 울어 미라는 어쩔 수 없이 호랑이가 유도하는 곳으로 향했다. 녹음이 우거진 정원을 구경할 새도 없었다. 호랑이의 성화에 비틀거리면서 몸을 움직일 뿐이었다.
태산이와 미라가 정원 입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공방에서 한참 약을 만들던 태주가 휴식을 위해 오두막을 나왔다. 잠시 바깥 공기를 맡으며, 허브 향에 마비된 코가 제 기능을 찾게 할 요량이었다.
느긋하게 정원의 신선한 공기를 맡던 그의 눈에 생소한 광경이 들어왔다. 미라처럼 붕대를 둘둘 감은 사람을 태산이 뒤쫓는 모습이었다. 정원 입구로 가는 수상한 자를 태산이 쫓아가며 귀엽게 냥냥 거리고 있었다.
‘뭐야? 태산이가 누굴 쫓아가는 거야?’
납치? 태주의 머릿속에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태주는 혹시 수상한 자가 태산이에게 해코지라도 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는 급한 마음을 다잡고 오두막에서 빗자루를 가져왔다. 혹시 수상한 자와 싸우게 될지도 모르니 무기가 필요했다.
“태산아! 멈춰. 따라가면 안돼.”
“냐앙.”
“당신 누구야? 우리 태산이한테 무슨 짓 했어? 떨어지지 못해!”
“뭐, 뭐라고?”
태주는 태산이를 보호하기 위해 떨어지라 외치며 달려갔다. 하지만 붕대를 둘둘 감은 수상한 자는 그의 말에도 태산이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냐앙.”
“크읔.”
태주를 잠시 돌아봤던 태산이 다시 침입자를 향해 울었다. 뒤를 보느라 침입자가 멈춘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몇 미터 앞이 정원 입구였다. 태산이는 태주가 도착하기 전에 침입자를 내쫓을 생각이었다.
“냥! 냐아앙!”
“태산아!”
수상한 자와 태산이 정원 입구에 다다랐다. 혹시라도 수상한 자가 태산이를 데려갈까 봐 태주의 속이 까맣게 탔다. 그런 그의 속도 모르고 태산이는 계속 수상한 자를 따라가고 있었다.
“크르르릉.”
“어? 어? 잠깐, 이 앞은.”
“크르릉.”
“호, 호랑아, 앞은 아무거억.”
정원 입구를 지나자 눈앞에 푸른 하늘이 나왔다. 바로 앞이 허공인데도 호랑이가 자꾸 앞으로 몰자 미라가 사정했다. 대체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떨어지면 단순히 다치는 거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미라는 겨우 관에서 풀려났는데, 이곳에서 떨어져 죽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 더 호랑이에게 앞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려던 순간 매정한 호랑이가 그를 발로 찼다. 가슴에 안기듯 뛰어들더니 뒷발로 그를 차고 자신은 안전한 바닥에 내려섰다.
태산이에게 차인 미라의 몸은 곧바로 강력한 압력과 함께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미라는 압력이 너무 강해 정신을 잃고 말았다.
“호랑이 노옴!”
태주는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깜짝 놀랐다. 태산이가 수상한 자의 품에 안길 때까지만 해도 그대로 잃어버리는 줄 알고 놀랐었다. 하지만 다행히 태산인 수상한 자를 발로 차고 도망 나왔고, 태산이를 데려가려던 자는 밖으로 떨어져 버렸다.
“태산아! 다친 데 없지?”
태주가 태산이를 안아 들고 이곳저곳 살펴봤다. 천만다행으로 상처 하나 없었다.
“휴우. 다행이다.”
“냐앙.”
“태산아. 수상한 사람이 같이 가자고 해도 따라가면 안 돼, 알았지? 따라가면 형이랑 다시 못 만날 수도 있어.”
“냐아앙.”
“대답은 잘하지. 형은 심장이 철렁했는데, 자식이.”
그는 태산이를 안고 좀 전에 수상한 사람이 떨어진 곳으로 가서 아래를 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변함없이 파란 하늘만 펼쳐져 있었다.
정원에서 나가겠냐는 메시지창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안전한 정원 안에 들어서 태산이를 내려 준 후에야 무슨 상황인지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거. 혹시 추락자?”
“냐앙.”
“지금 지구로 떨어진 거 아니야?”
“냥.”
언젠가 요원 S가해준 설명이 떠올랐다. 초대받지 않은 자가 정원 입구를 나서면 바로 추락하게 된다던. 그리고 이곳에서 추락하면 지구로 가게 된다는 설명도 떠올랐다.
“미, 미라같이 보였는데. 이, 이집트 같은 데에 떨어지면 좋겠다. 그 치?”
“냥.”
“헙. 부디 고향에 잘 도착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