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지미의 만찬과 마리온의 갑옷 선물과 함께 의기투합한 날.
그날 밤부터 우리는 마계로 갈 준비를 시작했다.
“자, 모두 각자의 무기를 점검하고 내가 배정한 일들을 진행해줘.”
로빈은 수색 단원들과 함께 주변 일대의 암석산들을 전부 정찰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곳에서 벌어질 전투의 때를 대비해, 지형 분석과 함정의 설치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작전에는 이번에 세이비어 결사단에 흡수된 키텔로 레인저들까지 함께했다.
당연하지만 로빈과 키텔로 레인저의 시너지는 좋았다.
로빈이 새로운 단장이기도 했으니까.
‘키텔로 레인저는 뛰어난 레인저들이 모여 있어. 그들이라면 칼테르 요새에서도 큰 전력이 되어줄 거야.’
그리고 나머지 단워들은······
“끄아아압! 한 번 더!”
“하앗!”
“뭐해, 지미! 몸이 굼뜨잖아! 체력부터 올리자고!”
“알았어요!”
돌격대원들을 비롯한 나머지 단원들 전부 맹훈련이 돌입을 시작했다.
‘예전에는 힘들다고 징징거리더니······ 확실히 패배의 충격이 동기가 되긴 했다 보네.’
훈련이 고되다며 징징거리고 불만을 토로하던 녀석들이, 지금은 오히려 훈련을 찾아서 더 빡세게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오히려 나로선 환영이었다.
“사제님! 브룩의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끄아아아! 씨발! 왜 거기서 태클이 들어오냐고!”
“제가 봐 드리겠습니다.”
“끅······! 가, 감사합니다, 사제님!”
부상이 심하지만 않다면, 칼테르 요새의 사제들이 치료해주었으니 말이다.
“다 덤벼! 오늘 대련은 한 명만 걸어 나간다!”
“구십칠! 구십팔! 구십구! ······백!”
각자 죽을 각오로 임하듯, 대련하고 검을 휘두르며 훈련을 진행해나가고 있었다.
[세이비어 결사단의 평균 전투력이 88에서 89로 상승합니다.] [세이비어 결사단의 평균 전투력이 89에서 90로 상승합니다.]나는 급격히 증가하는 전투력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반대편의 훈련장을 바라보았다.
좀전의 훈련장이 무거운 바위와 근접 전투를 위한 허수아비들로 가득했다면, 이곳은 과녁으로 가득했다.
“푸르른 개울의 웅덩이여! 적을 빠트려라!”
“잿더미 속 촉매야, 점화되고 발화하라! 그리고 적들을 연소해라!”
어린아이들이 지팡이를 휘두를 때마다 과녁에서는 푸르고 붉은 마법들이 번쩍이고 있었다.
“하앗! 마력이여, 응집하라. 그리고 꿰뚫어라!”
그 앞에서 창을 휘두르며 마법을 쏘아내는 여인, 아이샤 역시 마찬가지.
과거, 동부 사막, 사막의 도시 바티스타에서 아이샤와 함께 데려왔던 아이들.
전원 마법에 재능이 있던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칼테로 요새에 온 뒤로 족제비 위즐에게 배웠고, 이후에 푸른 마탑에서 파견온 마법사들에게 마법을 배우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이제는 마법사, 적어도 마법 생도라는 호칭엔 무색하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물론 이 아이들은 마계로 데려갈 생각은 없었다.
어리기도 어렸고, 전투에는 능숙하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최후의 순간, 칼테르 요새의 공방전에선 도움이 되길 믿고 있었다.
전쟁에 나선다는 게 말이 안 될 정도로 어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호받을 수는 없었다.
‘아니, 보호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겠지. ······마왕군에게 패배한다면 말이야.’
이 땅의 지배자가 악마들로 바뀌는 순간, 보호받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어린아이건 노인이건, 남자든 여자든 전부 악마의 식사 거리로 전락할 테니까.
나는 잠시 훈련하는 마법사들을 살피곤 푸른 마탑으로 기별을 넣었다.
도로시를 지원군으로 보내달라고 말이다.
‘도로시라면 저 아이들을 더 훈련 시켜 줄 수 있을 거야.’
용사파티의 동료이자, 대마법사의 자질을 타고난 도로시.
도로시는 푸른 마탑의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공인 마법사가 되었다고 들었다.
심지어 성적이 너무 뛰어나서 마탑에서 바로 중책으로 기용했고 하던데······
‘천재는 천재란 말이지······ 아직 15살밖에 안 됐을 텐데.’
하지만 나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도로시가 하늘에서 떨어트리던 거대한 운석을.
바로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말이다.
한 번의 손짓으로 전장의 지형을 바꾸고, 수천의 마수를 짓이겨버리던 광경.
마치 절대자가 된 것만 같은 그 광경은 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의 도로시가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배웠을 리는 없을 것이다.
2회차는 내 예상보다 타임라인이 빠르게 흘렀다. 내 개입으로 인해서.
물론 내 주변인들이 그만큼 빠르게 성장해서, 영웅들의 공백을 메워주고 있었다.
하지만 도로시라는 전력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
대륙 곳곳을 탐험하고 위기에 대응하는 건 나나 카일 같은 육체적 능력이 뛰어난 이들이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쟁에서 대마법사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전력이다.
나나 카일이 열 명씩 있어도, 도로시의 광역 마법 한 방이 더 위력적일 테니까.
‘······도로시는 반드시 이 전장에 데려와야 한다.’
그리고 나는 편지를 작성하는 김에 전투 마법사 부대 지원까지 요청했다.
거듭 말했지만, 수성전 때 마법사만큼 강력한 전력은 없다.
마리온과 헤파이토 등 대장장이들이 만들어낸 강력한 병기들이 잔뜩 있다.
거기에다가 마법사들까지 더해진다면······.
‘칼테르 요새를 최고의 화력을 가진 요새로 만들어주지.’
이 요새는 그저 단단한 성벽을 지닌 요새가 아닌, 이 세상 제일의 화력을 품은 통곡의 벽이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편지에 직인을 쿡 찍었다.
* * *
그렇게 정신없는 날을 보냈다.
어느새 내 방의 창밖으로는 새벽의 달빛이 비치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싶어 슬슬 자야겠다 싶은 그때.
똑똑똑.
“제이드······ 혹시 자?”
“이네스? 무슨 일이야?”
내 방으로 이네스가 찾아왔다.
내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방 안으로 들어온 이네스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침대 한쪽에 풀썩 앉았다.
“제이드. 너 마계로 가기로 정한 거지?”
“그래. 가야지.”
나는 이네스의 말에 고갤 끄덕였다.
솔직히 내게도 마계란 공간은 완벽한 미지다.
1회차에서 들어본 적도 없었고, 세계 관측자라는 존재 역시 회귀를 거친 후에야 알게 되었다.
마계라는 개념 자체가 원체 충격적인 만큼, 영웅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세간에 숨겼겠지.
당장 대륙에 나타난 감당할 수 없는 악마들만 해도 두려운데, 악의 소굴이 바다 너머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사기가 바닥을 칠 테니까.
하지만 나는, 악의 소굴이기에 더더욱이 가야만 한다.
흑암성의 힘이라면 마계에서도 버틸 수 있기에.
그리고 마계로 향하라는 퀘스트가 떠올랐으니 말이다.
그게 운명이다.
“그러면 우리도 함께 가려고.”
그런데 그때, 이네스가 말을 툭 내뱉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워 나도 모르게 고갤 끄덕일 뻔할 정도로.
“뭐?”
“너 마계 갈 때, 우리도 함께 가겠다고. 뭐, 너무 당연한 말이라서 이런 걸 물어봐야 싶기도 한데······.”
나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이네스. 너희의 신성력은 분명 최고지만······ 마계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어. 감옥섬 때 잊었어? 마기와 상극인 신성력이지만, 그래서 표적이 되기 쉬웠잖아. 신성력은 감지되기 십상이야.”
이건 흡사 물과 불의 원리다.
신성력은 물이다. 불을 끄는 물.
하지만 강한 불 앞에서는 증발해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흑암성은 다르다.
거센 불에도 꺼지지 않고, 오히려 집어삼킬 수도 있었다.
마치 맞불처럼 말이다.
“······그런가. 그렇게 말할 것 같긴 했어.”
내 설명에 이네스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고갤 숙였다.
나는 그 모습에 속으로 피식 웃으며 이네스를 달랬다.
“칼테르 요새에는 교단의 검이 필요해. 여길 부탁할게. 내가 없을 때 악마들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네스, 너와 교단이니까.”
내 말은 합리적이었다. 이네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죽지나 마. 아무도 모르는 오지에서 죽는 건 비참하잖아?”
휙.
이네스는 그걸로 끝이라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고는 잠시 멈춰 섰다.
“그······ 예전에 말이야.”
“응?”
“회색숲 전선에서.”
회색숲?
회색숲이라면 당연히 아직도 기억난다.
마누스와 페르딤과의 전쟁, 최후의 전장.
전투 케이브 트롤을 잡고, 이네스와 함께 페르딤 공화국과 흑마법사들의 연관을 포착해냈던 날이었으니까.
그리고 나의 명성이 온 세상이 본격적으로 퍼지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
그 임무가 이네스와 함께한 첫 번째 사건이었기도 하다.
“당연히 기억나지. 아주 생생해. 그런데 그날은 갑자기 왜?”
“그때······ 되게 자존심 상했단 말이지.”
음? 이건 또 무슨 말이야?
방문고리를 놓고 다시 뒤도는 이네스.
문득 이네스의 얼굴이 묘하게 발그레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호흡은 거친지 입고 있던 옷이 크게 올라왔다 내려앉았다.
“나, 원래 그런······ 헤픈, 그런 건 아니야.”
헤프다고? 음? 어? 잠깐 설마 그날이란 게······?
이네스의 말에 회색숲의 그날이 곧장 떠올랐다.
내 막사에 찾아왔던 이네스가, 나를 유혹했던 그 광경이 말이다.
문득 그때와 지금의 순간이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술기운도 아니고.”
“······.”
“그때는 내가 생각해도 좀······ 그랬어. 방법이.”
이네스의 말과 동시에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
– ······그래서 제이드. 또 원하는 거 있어?
– 원한다면······ 오늘 밤까지는 네 부하가 되어줄 수도 있는데 대장?
그때의 이네스가 했던 동작 하나하나까지 기억이 났다.
생각해보면 그때의 이네스는 긴장했는지 아주 뻣뻣한 모습이었지.
자연스러운 척을 했고 나도 그렇게 여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히 그랬다.
생각이 거끼가지 이르자 참을 수가 없었다.
“풉!”
“왜, 왜 웃는 거야!”
“그때 대사들이 떠올라서. 큭큭큭.”
이네스의 얼굴이 완전히 새빨개지는 게 달빛에 비쳤다.
부끄러운 건지, 분노한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발을 쿵쿵 구르던 이네스가 순식간에 나한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악! 뭐 하는 짓이야!”
“썅. 재수 없어, 진짜.”
욱신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고개를 들자 문고리를 붙잡은 이네스가 보였다.
머리 위로 새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게 상당히 낯부끄럽긴 했나 보다.
나는 그런 이네스를 향해 말을 툭 내뱉었다.
“그래도······ 그 대사들, 충분히 먹히긴 했어.”
이네스의 움직임이 멈칫했다.
“뭐?”
“상당히 유효했었다고, 당시에.”
“······.”
“내가 참, 인내심이 대단하긴 하지.”
스으윽.
내 말과 동시에 이네스의 고개가 스스륵 내려갔다.
그러곤 천천히 몸을 돌리며 나를 향해 작게 중얼거렸다.
“그럼······ 오늘은 부하가 아니라, 동료로서 네 출전을······ 응원해줄 수 있는데.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