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omemaker of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37
던전 안의 살림꾼 37화
“어? 뭐야?”
“정전인가?”
희나와 희원은 제각각 사태에 반응했다. 둘은 재빨리 휴대전화 플래시 라이트를 켜고 앞을 비추었다.
“어쩌지? 손전등 같은 건 없는데.”
“그건 편의점에서 사 오면 돼. 그전에 두꺼비집부터 찾자.”
희원이 침착하게 희나를 진정시켰다. 따까리일 뿐이었지만 헌터 생활을 오래 한 희원은 이런 돌발 상황에 익숙했다.
남매는 두꺼비집을 찾아 온 집 안을 뒤졌다. 하지만 응당 보여야 할 두꺼비집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희원이 양손을 들고 포기 선언을 했다.
“이러다가 휴대전화 배터리 다 닳겠어. 손전등이나 양초부터 사 오자. 희나야? 너 뭐 해?”
희나는 어둠 속에 가만히 서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문제 있어?”
희원의 물음에 희나가 얼굴을 찌푸리며 팔짱을 꼈다.
“오빠. 생각해 봤는데, 좀 이상하지 않아? 대체 정전은 왜 된 걸까?”
“그야 전기를 너무 많이 썼거나, 두꺼비집에 문제가 생겼겠지.”
“그런데 여긴 던전 안에 있는 집이잖아. 수도, 전기, 가스 모두 어떻게 들어오는지 모르는데, 문제를 어떻게 고쳐?”
그 말은 일리가 있었다. 희원 또한 동감했다.
“그러게. 그래서 두꺼비집도 아예 없는 것 아니야?”
남매는 어둠 속에서 시선을 교환했다. 여기에 답을 내려 줄 존재는 단 하나뿐이었다.
달팽이 껍질 속에 쏙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주택 관리자’인 오색이 말이다!
“오색아, 오색아. 나와 봐.”
희나는 껍데기를 톡톡 두들겼다. 집주인은 금세 희나의 노크에 반응했다.
「? ? ??」
물음표와 함께 오색이가 껍질 밖으로 불쑥 나왔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른 취침 예정? 좋은 꿈. 바이.」
불이 다 꺼진 집 안을 보고 일찍 잘 거냐고 묻고는 안테나를 휘적휘적 흔들었다. 귀찮으니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걸로 보였다.
희나는 다급하게 오색이를 불렀다.
“잠깐만! 오색아. 일찍 자려고 불을 끈 게 아니야. 갑자기 정전됐다고!”
그제야 오색이는 정신이 바짝 든 듯 안테나를 빳빳이 세웠다.
「정전?」
“그래. 정전. 갑자기 전기가 다 나가 버렸어. 집 안에 두꺼비집은 없고, 전기는 어떻게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그리고 너는 위대한 주택 관리자 오색이잖아.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모를 일이나, 오색이는 철 지난 유행어를 인용했다.
「당근 빠따.」
어쨌든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희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잠만.」
희나의 물음에 오색이의 안테나가 쫑긋거렸다. 그러자 허공에 무언가 창이 로딩되기 시작했다.
「문제 해결 마법사 실행 중 …… (로딩) …….」
희원이 슬그머니 다가와 속닥거렸다.
“주택 관리자라더니, 진짜 일을 하긴 하네.”
“조용히 해. 오색이가 들으면 어떡해!”
희나는 희원의 옆구리를 찌르며 입단속을 시켰다. 오색이는 아주 섬세한 달팽이라서 심기를 함부로 자극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가령 빨갛고 흉한 꽃무늬가 벽에 피어난다거나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파팟, 팟!
로딩이 거의 완료되어 가자 오색이의 안테나 끝에서 치직치직 날카로운 스파크가 튀었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와. 전기를 만들어 내잖아?”
희원이 입을 크게 벌리며 놀랐다. 희나 또한 오색이가 보여 주는 의외의 모습에 깜짝 놀란 상태였다.
파파팟!
이윽고 집 안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등이 번쩍번쩍하며 꺼졌다 켜지길 반복했다.
「시스템 에러 처리 중 …… (로딩) …….」
‘힘내라, 오색아!’
희나는 주먹을 꼭 쥐고 작은 달팽이를 응원했다. 희원도 소리쳤다.
“불 거의 다 들어왔어!”
집 안은 거의 다 밝아졌다. 멈췄던 가전제품이 돌아가는 소리도 들렸다. 전력이 거의 다 복구된 것이다.
“됐다, 됐어!”
희나가 기쁨의 손뼉을 치려 할 때였다.
피유우우우…….
힘 빠지는 소리와 함께 다시 집 안이 어두워졌다. 재작동하던 기계들이 하나둘, 다시 꺼져 갔다.
동시에 오색이에게서도 메시지가 떴다.
「문제 해결 마법사 실행 결과: ‘홈 스위트 홈’ 시스템 에러 처리 실패.」
보다시피, 전력 복구에 실패하였다는 메시지였다.
“오색아! 네가 이걸 못 고치면 우린 어떻게 해?”
「유감.」
희나는 울상을 지으며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이라니, 끔찍했다.
사실 어두운 게 문제가 아니었다. 휴대전화 충전도 못 하고, 컴퓨터도 못 했다.
무엇보다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가 상하는 게 가슴 아팠다!
‘내 냉동 식품! 내 냉장 식품! 아이고, 김치 다 쉬겠네!’
“설마 영영 못 고치는 건 아니지? 그럼 우린 이 집에서 못 살아!”
「집주인, 과잉 흥분 상태.」
“정전되면 누구나 당황하게 되어 있어!”
「문제 해결 가능.」
오색이는 희나의 발목에다 대고 동그랗고 탱글탱글한 머리를 통통 튕겼다.
나름의 위로인 것 같았다. 발목에 닿는 감촉이 귀여웠다.
“……휴.”
덕분에 희나는 조금 더 침착한 상태로 돌아왔다. 몇 번 숨을 고쳐 쉬고 쪼그려 앉아 발치의 달팽이를 바라보았다.
집 안이 어두워서 오색이는 주먹만 한 그림자 덩어리로 보였다.
“그럼 해결 방법을 가르쳐 줘. 빨리 고쳐야지.”
「…… (창 띄우는 중) …….」
오색이는 또 이상한 로딩 창을 띄웠다. 희나는 입을 삐쭉거렸다.
‘어휴. 컴퓨터 에러 고치는 것 같네.’
문제 해결 마법사가 나타나는 것도, 그리고 그 마법사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도 꼭 닮았다.
희나가 한숨 쉬고 있는 사이, 갑자기 눈앞에 시스템 창이 뿅 하고 떴다.
질문은 놀랍도록 간결했다. 전력 시스템을 복구하겠냐는 물음이었다.
‘진작 시스템을 통해서 해결하면 될 것을……. 자기 능력을 뽐내고 싶었나?’
희나는 대체 이런 쉬운 방법이 있는데, 오색이가 굳이 힘을 들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대답했다.
“복구할게.”
그러자마자 시스템 창은 잘 걸렸다는 듯 까꿍 하고 속내를 드러냈다.
“뭐? 유료 서비스라고? 뭐 이딴 게 다 있어?”
고객의 분노에 시스템이 또다시 기계적으로 되물었다.
희나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무슨 일이야? 괜찮아, 희나야?”
그 모습이 걱정되는지 희원이 동생의 어깨를 토닥였다.
자신을 걱정하는 오빠의 손길에 희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어이없음과 분노를 가까스로 참아 냈다.
“……오빠.”
“왜 그래? 시스템이 뭐라는데?”
“정전 고치는 건 유료 서비스래.”
희원도 어이없는지 그 말을 듣고 허, 하고 헛웃음 쳤다.
“시스템이 준 스킬에 하자 생긴 건데, 왜 우리가 돈을 내고 고쳐야 해?”
“애당초 던전 안에 있는 집에 정전이 난 것부터가 이상해. 여태까지는 아무 문제도 없었잖아? 오색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희나는 발치에서 어쩔 줄 모르고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는 오색이를 내려다보았다.
작은 달팽이는 조금 주저하는 듯 메시지를 띄웠다.
「간혹 ‘홈 스위트 홈’ 시스템 에러 발생. 에러 = 누수, 정전, 가스 끊김, 동파, 해충 피해 등…….」
‘홈 스위트 홈’이라는 스킬 자체가 원래 완전하지 않으며, 간혹 이런 에러가 생긴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에러란, 주택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피해 상황들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진작 일어났어야 할 일.」
오색이는 이건 진작 일어났어야 할 일이라며 희나를 도닥였다.
「집주인 ‘행운’ 항목↑ → 에러 발생 확률 감소」
그러면서 그동안은 희나의 행운 스탯이 높았기에 에러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옆에서 희나와 오색이의 대화를 지켜보던 희원이 한숨과 함께 말했다.
“랜덤하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니……. 현실을 반영한 밸런스 패치 같은 건가?”
「ㅇㅇ. 명석!」
“……그래. 칭찬 고맙다.”
「ㅇㅋ.」
인간과 달팽이 사이에 덕담이 오가거나 말거나 희나는 허공에 뜬 시스템 메시지를 계속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
“유료 서비스면, 뭘 줘야 하는데? 현금?”
희나는 중얼거렸다.
“가지가지 하네.”
가끔 시스템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척하는 건지, 정말로 못 알아듣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었다.
“어쩌지……?”
희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쨌든 마석이나 공간의 조각이나 구하기 힘든 건 매한가지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석은 구하긴 쉬웠지만 아주 비쌌고, 심지어 공간의 조각은 어디서 나오는지도 몰랐다. 강진현이 우연히 주워 온 거였으니까.
인벤토리 한구석에 넣어 둔 마석 조각 하나가 생각난 건 그때였다.
“……아. 김밥값.”
희나에게는 어떤 헌터가 ‘김밥…….’ 하고 속삭이며 희나의 주머니에 쏙 넣고 간 작은 마석이 있었다.
희나는 인벤토리 창에서 마석을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렸다.
“이걸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어?”
“허……. 3일?”
손톱만 한 마석이지만 수백만 원짜리 가치를 가지고 있는 건데, 고작 사흘 전기 들어오게 하는 데 써야 한다니.
허탈함에 웃음이 나왔다.
던전 안의 살림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