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RAW novel - chapter 117
-하전입자포 입자가속기 냉각 필요.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
-적 특수개체 ‘방랑의 마검’ 추적 실패. 행성 공전주기로 인한 사각지대를 노림.
-상공 36,500km 이상의 정지궤도로 올라갈 필요성 있음.
-거부. 하전입자포 유효 사거리 450km. 유사시 아군지원 불가.
-신성탄자로 주무장 교체 권고. 파멸무장 SET 가능.
-거부. 도시 피해를 감수해야 함.
레온의 성향상 몬스터를 잡겠다고 도시째로 날려버리는 짓거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로켓 발사체 수용작업 개시.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야피가 할 수 있는 수는 한정되어 있다. 야피는 지금도 기계팔로 두드리고 있는 새하얀 별빛의 갑주를 내려다봤다.
-마감 엄수. 마감 엄수.
야피는 바쁘게 기계팔을 움직이며 작업을 계속했다. 동시에 어떤 정보를 처리, 확인한다.
-북한 지역 관측불가?
새까만 것이 한반도 북부를 덮고 있었다.
* * * *
“도쿠시마 시내로 진입하려던 몬스터들은 모두 처리했다. 그쪽은 어떻게 됐지?”
다케다가 물었다. 그의 이어폰을 통해 다른 헌터들이 연달아 보고한다.
[미나미조의 머맨 무리 처리 완료했습니다.] [아난시 쪽도 정리가 끝났습니다.]던전 브레이크로 인한 수만 몬스터의 상륙전은 확실히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이 일대에만 다케다를 비롯해 일본의 S급 헌터 일곱 명과 A급 헌터 이백 명. 그 외에도 각 지부에서 차출된 삼천 명 이상의 헌터들이 있다.
A급 필드보스 몇몇이 나오긴 했지만, S급 헌터들이 즐비한 이곳에서는 조금 덩치 큰 워밍업 상대일 뿐.
다케다는 자신 주변에 수북히 쌓인 머맨들의 시체를 둘러보았다.
“한국 쪽은?”
그래도 자신들보다 빨리 처리하진 못했을 것이다. 내색은 안 하지만, 한국의 헌터들 상대로 경쟁심리가 있는 다케다는 티 내지 않으며 한국 쪽 전황을 확인했다.
[삼십 분 전에 전투가 끝났다고 합니다. 미야자키, 와카야마 모두 상륙을 성공적으로 저지했습니다.]“······삼십 분도 전에?”
빠르다. 좀 이상할 정도로 빨랐다.
한국의 S급 헌터들은 규모가 적은 만큼 일본 쪽 헌터들을 붙여두긴 했다.
도쿄 근방과 홋카이도 지부의 헌터들을 제외하면 동원된 S급 헌터만 열세 명. 그 중 여섯을 한국 쪽에 붙여줬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주전력이 아니다. 같은 S급이라도 차이가 컸고, 다케다가 있는 이쪽의 S급 헌터 여섯이야말로 일본 최강전력이다.
그런데 그런 다케다 팀보다도 빨리 상륙한 몬스터들을 처리했다고?
‘상륙한 몬스터들이 적었나?’
아니, 그렇다 해도 이 정도의 차이가 날 수 있나? 다케다는 컨트롤 센터에 추가로 문의했다.
“사자심왕은? 직접 나섰나?”
[오스프리에서 대기 중입니다.]“······그럼 여왕은?”
[마찬가지로 대기 중입니다. 헌데··· 하늘에서 이상한 ‘포격’이 있었다고······.]‘여왕이 나선 거겠군.’
스페로 왕국의 마술사 여왕. 그는 마법사가 아니라 모르지만, 그 실력이 무시무시하다 들었다.
마법사들의 화력이 전장에서 어떤 이적을 일으키는지 아는 다케다는 자연스럽게 상륙한 몬스터들을 처리한 게 베아트리체라고 생각했다.
[다케다.]그때였다. 컨트롤 센터의 핵심, 전일협을 총괄하는 카미야 회장이 다케다에게 개인통신을 발신한 것이다.
“예, 회장님.”
[4팀이 아까부터 응답을 받지 않는다. 몬스터들의 2차 상륙 전에 미리 확인해보도록.]“혹시 마검사가 등장한 것 아닙니까?”
[마검은 관측되지 않았어. 그쪽에는 고작 보스급 개체인 육지상어가 목격됐을 뿐이야.]A급 필드보스 개체. 난이도로 치면 오크 대전사보다 위로 평가되는 괴물이지만, 4팀에는 S급 헌터 니시모리가 있으니 당했을 리가 없다.
‘기기 고장인가.’
현장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다.
4팀의 방어선은 다케다가 있는 곳으로부터 차로 10분 남짓 거리. S급 헌터인 다케다라면 2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시다, 후미오 너희 둘은 나를 따라와라. 혹시 모르니 각 팀장들에게 경계명령 하달해.”
“알겠습니다.”
전일협 회장 카미야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다케다는 노련하고 신중했다. 남은 다섯 명의 S급 헌터들도 컨트롤 센터의 명령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겠지.
그리고 다케다는 두 명의 A급 헌터와 함께 해당 지역에 도착했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빌어먹을······.”
냉철한 다케다마저 이런 반응이다. 따라온 두 헌터들은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말도 안 돼······.”
“니시모리 상이 당했다고?”
그 말대로였다. 연락이 끊어졌던 4팀의 헌터 스무 명이 모조리 시체로 발견됐다.
더러는 목이 잘렸고, 더러는 어깻죽지부터 대각선으로 절단났다. 아예 하반신이 사라지거나 정수리부터 쪼개진 시체도 있었다.
“후우······.”
다케다는 침음을 삼켰다. 4팀의 헌터들은 자신이 직접 키운 정예 중의 정예다. 특히 S급 헌터 니시모리는 전일협 최상위의 검객이었는데······.
동료였던 헌터들의 참혹한 시체들을 내려다보며 짧은 묵념으로 그들을 기리는 다케다. 그리고 냉철하게 분석한다.
‘강하다. 그리고 파괴적인 검술.’
검술에는 유파라는 게 있다. 그것은 헌터라는 초인들이 등장한 이후로 극명하게 갈렸다.
‘파괴적이고 강맹한 검술. 광검자 천진수의 검술이다.’
인간 상대보다는 몬스터 상대로 적합한 천진수의 검술은 유명했다. 대인전에서조차 방어고 뭐고 압도적인 광격으로 부숴버렸으니까.
헌터 특유의 초인적임 몸놀림을 이용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파괴적인 살법을 흩뿌리는 전투의 묘리. 어정쩡한 기교는 펼칠 순간도 없이 박살난다.
천진수가 일본 헌터들을 공격했을 리는 없으니 답은 하나.
“다케다다. 4팀이 전멸했다. 마검이다. 마검사가 상륙했다.”
광검자의 후계였던 천재 검사 천지호. 당대의 마검사를 의미한다.
“대체 어떻게······.”
“다케다 상! 이쪽을 보십시오!”
후미오가 다급하게 다케다를 불렀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거대한 몬스터··· 육지상어의 시체가 있었는데, 그 시체가 기묘했다.
“배 안에서 밖으로 튀어나온 흔적이 있습니다.”
“설마······.”
탐지를 피하기 위해 몬스터에게 삼켜졌다, 상륙 후에 배를 찢고 나왔다?
“빌어먹을, 안 하던 짓을. 대체 왜 갑자기 이렇게 행동하는 거지?”
육대에 이르는 마검사 중에 이런 행동을 한 마검사는 없었다. 그야 전대 마검사들은 2년도 안 되어 토벌당했다지만··· 4년 차의 활동쯤 되면 이런 전략적인 활동이 가능해지는 건가?
‘이제 와서 왜?’
풀리지 않는 의문은 다음 비보와 함께 묻혔다.
[2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 * *
“마검 떴습니다!”
2차 상륙전에 대비하던 이용완 일행은 다급한 통신에 눈을 번뜩였다.
“마검이? 위성정찰로는 확인 못 했잖슴까!”
“그, 그것이··· 몬스터의 뱃속에서 튀어나온 거 같다는 보고가···!”
“왜 안 하던 짓을 하는 거야?”
게이트 소환도 그렇고 마검과 마검사의 행동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별동대 역할인 S급 헌터들은 곧장 출발해야 했다.
“어느 쪽에서 떴지? 시코쿠? 와카야마?”
“시코쿠입니다! 이미 일본 쪽 S급 헌터만 셋이 당했답니다! 다케다 헌터가 모든 팀을 집결하고 있습니다!”
“벌써 셋이나 당했다고?”
비보도 이런 비보가 있나. 이용완은 순간 망설여졌지만, 천진수가 노기를 드러내며 버럭 소리 질렀다.
“빨리 출발해!!”
오스프리가 비행했다. 대당 150억엔에 구입한 틸트로터 수송기가 그들을 다케다 팀이 있는 시코쿠 섬 상공으로 인도하는 가운데, 이용완이 물었다.
“만신전은! 사자심왕 폐하도 오고 계십니까?”
거기서 찾는다는 게 정반대편에 있는 레온이라니, 천진수와 강진성이 매서운 눈초리를 힐깃거렸지만, 하유리와 황금철, 황연하는 충분히 이해한다는 표정이다.
“어··· 그게.”
“뭐, 뭡니까? 그 양반이 당했을 리가 없잖습니까!”
“기기 이상으로 잠시 착륙했는데, 이륙하다가 몬스터들의 원거리 공격에 격추됐다고······.”
“이런 젠장할!”
딱히 레온 쪽을 걱정해서 지른 말이 아니었다. 그 괴물딱지야 우주에서 떨어 뜨려도 살 것 같으니까.
문제는 그만큼 레온의 합류가 늦어진다는 것이다.
“그, 그냥 안 가면 안 될까요?”
“이 새끼가 뭔 잡소리야!”
천진수가 눈을 부라리며 타박을 줬지만, 이용완은 불안했다.
그는 자기보신의 화신이자 돈독 오른 사업가다. 그의 촉이 지금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꽁무니를 빼기엔 눈앞의 천진수가 더 무섭다. 무엇보다 수송기는 이미 출발했고.
“착륙합니다!”
틸트로터 수송기의 회전익이 수직으로 세워지며 시코쿠 섬 상공으로 접근했다. 따로 착륙할 만한 널찍한 공터가 없어 한국의 S급 헌터들은 50m 상공에서 뛰어내려야 했다.
“헛차···!”
착지한 천진수와 강진성. 그리고 S급 외에 한국의 정예 A급들만 50명. 그들을 다케다가 맞이했다.
“와주어 고맙군.”
다케다는 한국 헌터들의 착지에 반색했다. 그는 두 번째 팀의 연락두절과 동시에 모든 팀을 한 장소로 집결시켰다.
“원래는 마검사 상대로 시간을 끌며 위치를 확보하는 것 아니었나?”
천진수는 당초 작전대로 지연전을 펼치지 않은 다케다를 나무랐다. 하지만 그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다.
“놈이 상상 이상으로 강했소. 따로 모였다면 각개격파 당했을 거요. 실제로 이미 세 팀이나 당했고.”
“S급 헌터만 셋··· 뼈아픈 손실이군요.”
이용완의 말에 다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서른여덟 명이나 되는 S급 헌터를 보유한 일본이지만, 국토 규모가 남한의 네 배다.
S급 헌터의 손실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다급하게 전력을 결집할 수밖에 없었겠지.
“어쨌든 이쪽만 다섯, 일본도 넷이나 남았으니 S급 헌터만 아홉 명임다. 뭐, 이 정도면 할 만하지 않겠슴까.”
“나는 왜 빼는데?”
“응준에스급.”
“씨이··· 템이 후달려서 그래.”
이 자리에는 S급 헌터들만 있는 게 아니다. 팀 단위로 움직이는 A급 헌터들만 백 명 넘게 있었다. 아무리 마검이라도 여기에 돌진하는 멍청한 짓은──
“······!”
“······?!”
시작은 이용완이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세워지는 듯한 소름.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오한과 쿵쾅거리는 심장.
이용완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두 번 있다.
처음은 게오브릭의 신벌을 마주했을 때였고, 둘째는 악마대공 라크샤르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말도 안······.”
그런 존재감이 이 세상에 레온 말고도 더 있을 수 있었단 말인가? 이용완은 시작일 뿐이었다.
하유리, 황금철, 황연하, 강진성, 천진수··· 그 외에도 연쇄적으로 일본의 강자들까지 정지했다.
보이지 않음에도 느껴지는 존재감. 역전의 용사들인 S급 헌터들조차 손발이 떨린다.
“마······.”
마검사. 십여 명의 S급 헌터와 백 명이 넘는 A급 헌터를 주시하는 길 건너편의 존재.
이용완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그의 시선 너머에 검 한 자루를 쥔 마인이 존재한다.
피로 젖은 마검사는 그들을 향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잔혹한 살육을··· 무자비한 파괴를······.”
획득해라.
피를, 해골을··· 파괴의 정점에 서라.
“나─는, 살육─대공──아카샤. 모든 생명의─파멸이다.”
[【 살육선포 】 가 공간을 지배합니다.]살육대공 아카샤(1)
황금철은 눈앞에 나타난 마검사를 보고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이런 존재감을 가진 놈이··· 있었나?’
그저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피력한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았음에도 모두가 본능적으로 마검사의 존재를 깨달았다.
그는 숱한 S급 괴물들을 맞닥뜨렸다.
그간 클리어해온 적색 게이트나 청주의 악몽 야크트 스피너.
하지만 그들조차도 무기질적인 ‘적’의 하나였을 뿐, 이토록 위험한 직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라이온하트.’
살면서 처음으로 범접할 수 없는 존재라 느꼈던 건 오직 그 한 명 정도. 눈앞의 마검사는──
-파앗!
그 순간, 일본의 헌터들이 일제히 뛰쳐나갔다. 동시에 마검사가 무언가에 짓눌린다. 마탑제 봉인 스크롤이 찢어진 것이다.
“공간 째로 짓누르는 1억엔짜리 물건이다! 놈이 움직이지 못할 때, 포위해!”
다케다의 지시로 탱커를 중심으로 한 두터운 방패로 빠져나갈 곳을 막고 무기를 겨눈다. 순식간에 마검사를 포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100명이 넘는 A급 헌터들의 검과 창이 마검사 천지호를··· 아니, 살육대공 아카샤를 향했다.
“제아무리 마검사라도 이 정도 숫자의 헌터 상대로 들어오다니.”
“쫄 거 없어. 역대 마검사 중에 물량전을 당해낸 놈은 없으니까.”
그는 육대 쨰의 마검사. 다시 말하자면 앞선 다섯 마검사들이 토벌됐다는 걸 의미한다.
“자, 잠깐···.”
거기서 이용완은 매우 심각한 데자뷰를 느꼈다. 그건 하유리도 마찬가지였는지, 무언가 말하려 할 때──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피해──!!”
마검이 쏟아졌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초고속의 찌르기가 한순간에 30번. ’30명’이 꿰뚫린다.
경악으로 일그러진 눈들이 부릅떠진다. 대부분은 검의 리치조차 닿지 않은 거리였다. 하지만 공간의 제약 따윈 없다는 듯 흩뿌려진 시뻘건 기운이 헌터들을 관통했다.
살아남은 건 순간의 본능으로 전력을 다해 뒤로 후퇴한 몇몇 헌터뿐.
“발검···!”
이 순간에도 침착하게 검을 뽑는 다케다. 하지만 아카샤가 휘두르는 검이 그보다 빨랐다.
-콰!
찰나라 해도 과언이 아닐 발검의 순간, 마검을 가로막았던 검날이 우지끈 부서진다. 다케다의 갑옷이 우겨지며 그대로 튕겨 나갔다.
“꺼흑?!”
레전더리 클래스의 갑주였다. 그것이 다케다의 검과 함께 갑주를 으스러뜨리더니 기어코 몸통째로 절단하려 든다.
“빌어먹을···!”
순간적으로 몸을 던진 일본의 S급 헌터. 다케다를 구하기 위해 아카샤를 향해 찌른 검은 회수된 마검이 가로막는다.
“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