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RAW novel - chapter 197
“그럼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예에······.”
어쨌든 이곳에 도착한 지 반나절 만에 제대로 된 휴식이다. 하리는 포마 신의 화신체인 거북이를 껴안고 침대에 철퍼덕 몸을 던졌다.
“하아··· 두 번째로 뵙는 거지만 뭔가··· 분위기에서 압도당하네요.”
[······.]“포마님?”
하리는 아무런 답이 없는 포마를 들어 올렸다. 삐죽 튀어나온 거북이 얼굴은 어딘가 생각에 잠겨있다.
[이거 참··· 나의 등대는 여러모로 고생길이 열려있구나.]“무슨 말씀··· 이세요?”
[애매하지만 가정사다. 하지만 곧 알게 될 것이야.]포마 신의 모호한 말투에 하리는 입을 삐죽였다. 신들이란··· 좀 알기 쉽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주면 안 되나, 하고.
[그런데 하리야. 그 퀘스트란 것 좀 확인해보자꾸나.]“아, 맞다. 여기 게이트 안이었죠. 너무 멀쩡한 세계라서 미처 확인을 잊었네요.”
지금까지 많은 게이트를 보아왔지만, 이곳은 다른 게이트와는 조금 달랐다.
기존의 게이트들이 멸망한 세계의 파편 같은 곳이었다면, 이곳은 무언가··· 그야말로 이세계라고 해야 할까?
“게오브릭 경 때처럼 그저 과거를 재현한 게 아니···겠죠? 아무튼, 퀘스트가······.”
지구에서 각성한 헌터들에게 주어진 특권. 하리는 허공에 뜬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다 금색 눈들이 커다랗게 뜨였다.
“어? 어어?!”
이게 대체 뭐야?!
* * * *
이 세계는 악마의 침공을 받던 곳이다.
300여년 전, 수많은 국가들이 악마의 침공 아래 무너졌고, 세상은 강욕의 악마대공 멜티모폴의 손에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악마들의 침공이 기세를 잃어갔다.
그들의 무한한 생명은 여전했지만, 숫자 그 자체가 줄었달지··· 가장 악명 높았던 강욕의 악마대공 멜티모폴과 그 대악마들이 대부분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세계가 멸망까지 코앞이었기에 역사가들은 이 시기의 공백을 의아해했다.
그렇게 악마들의 침식이 잦아들던 백여년이 다가왔을 때, 그들은 다시 돌아왔다.
강욕대공 멜티모폴이, 세계의 악몽이 돌아온 것이다.
“왕국들은 아직 악마의 침공으로부터 힘을 회복하지 못했었지요. 그뿐만 아니라 악마들이 물러난 지금이, 약해진 주변국을 집어삼킬 기회라고 봤습니다.”
“어리석군.”
“예, 어리석었지요.”
늙은 역사가는 자신의 생애보다도 오래된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며 자조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이 귀해 보이는 이에게 제국의 역사를 계속 설명했다.
“하지만 그날, 이 세계에 나타난 건 악마들뿐이 아니었습니다.”
카리나 드라고니아.
그녀가 수만 대군과 함께 이 세계에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강했습니다. 악마들조차 두려워할 만큼요.”
세계가 악마의 재등장에 절망하던 그때, 이 이계의 군단은 악마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악마의 출현에 무너져내린 군단을 대신해 도시를 지키고, 겨울철에도 쉬지 않고 진군하며··· 그야말로 복수귀들처럼 악마들을 사냥하고 다녔다.
“용의 군단. 그것은 그야말로 신화였습니다. 수많은 교차검증이 없었다면 믿지 못할 정도로.”
또한 살아있는 증거가 있었기에 늙은 역사가는 그것이 거짓된 신화나 전설이 아닌 실재하는 역사임을 인정했다.
“허나, 인간은 어리석었지요. 이 땅 위의 왕국들은 용의 군단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군단과 그 지휘관인 카리나 드라고니아를 융숭히 대접했다. 서로가 그녀의 군단을 확보하기 위해, 그녀 휘하의 기사와 전사들을 포섭하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그들은 그 어떤 제안에도 현혹되지 않았고 그저 묵묵히 악마들을 도살했다.
그것이 너무나.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초인의 그것이어서.
범용한 자들은 그 의도를 다르게 해석했다.
그들이, 악마를 다 사냥하고 나면 그 다음은 누구일까?
그런 의심암귀로 인해 빚어진 것이 역린 사건.
당시 강욕대공과의 기나긴 혈투를 끝내고 승리한 용의 군단을 일곱 개 왕국의 연합군이 급습했다.
이날, 악마들과의 싸움에서 지친 용의 군단 대부분이 죽었으며──
“일곱 개 왕국의 연합군 팔십오만 명이 남김없이 도륙당한 사건이지요.”
보통 전쟁에서는 아무리 대패를 당해도 20%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일은 드물다.
그것이 냉병기로 부딪치는 전근대적인 전쟁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이날, 용의 군단을 공격한 왕국 연합 군대의 대부분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도망칠 생각조차 못한 것처럼··· 그저 그 자리에서 도륙당했다.
그 뒤로도 학살은 계속됐다.
배신한 왕국의 수뇌부들. 이에 동조한 세력들.
생존한 용의 군단 천사백 명과 드라고니아 대공의 손에 모조리 죽었다.
“그렇게 어리석었던 일곱 왕국이 멸망하고 그 위에 새로운 제국이 세워졌습니다.”
드라고니아 제국.
카리나 드라고니아라는 절대권력을 신처럼 떠받들어 모시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이.
그렇게 이백여년에 이르는 드라고니아 황제의 집권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가······.”
레온은 그녀가 자신처럼 고단한 싸움의 역사를 반복해왔음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안심했다.
그 아이가 아비의 오랜 방치 속에서도 아직 건강히 잘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레온이 가장 감사했던 일이며, 안도한 일이다.
“카리나··· 드라고니아 황제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아이고, 그런 소리 마십시오. 황궁에 함부로 방문하다가는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더냐.”
“황제폐하께서는······ 아니, 대체 당신은 어디서 온 사람이기에 이것도 모르는 거요?”
“멀리서 왔다는 것만 이해해라, 평민. 짐의 시간은 너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허비되지 않는다.”
“······.”
꽃집 여주인이 데려왔을 때부터 보통 귀한 신분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늙은 역사가는 이 남자가 진짜배기라고 직감했다.
그렇기에 높으신 분의 사정을 캐묻는 건 위험하다고도 여겼기에 레온에 대한 호기심을 접었다.
“황제폐하께선 보통 황궁에서 나오질 않으십니다. 그분을 가장 쉽게 뵈려면··· 음, 요즘은 그게 제일 낫지요.”
“그게 무엇이지?”
여기서 레온은 황궁에 냅다 쳐들어간다는 품위 없는 짓을 생각하진 않았다.
비록 이세계라곤 하나 카리나는 이곳에서 엄연히 황제의 신분인 몸이다. 그렇다면 자신은 그녀를 황제의 예우를 해줘야만 했다.
느닷없이 아비랍시고 황궁 문을 두드렸다간 충실한 경비병들의 시비가 붙을진데, 평민이 왕에게 시비를 붙이면 레온으로선 두들겨 패서라도 그 무례를 벌할 수밖에 없다.
그럼 황제의 경비병을 두들긴 것이 되니 카리나의 면도 서지 못할 것이다.
[가만 보면 내 기사는 나보다도 고리타분한 경향이 있다.]‘사자심왕 된 자, 다른 이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래그래.]여신의 빈정거림에 사자심왕은 체통을 지켰지만, 곧 늙은 역사가의 말에는 그 고매한 체통도 지키지 못했다.
“황제폐하의 구혼 결투에 참전하시는 게 어떻소? 그 덕에 온 제국이 떠들썩하다네.”
“뭬이야──?!”
클리어 조건 : 드라고니아 제국황제 ‘카리나 드라고니아’와 혼인에 성공하십시오.
구혼 결투
드라고니아 제국이 건국된 이래 150주년. 제국에는 오랜 고민이 있었다.
그것은 제국황제 카리나 드라고니아의 후계 문제다.
용제는 제국의 절대권력이자 초월자로서 오랜 세월 군림해왔고, 이 세계에 도착하고 180여년에 이르는 동안 조금도 늙지 않았지만, 후계위 문제는 언제나 대두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그간 용제는 절대권력으로 신하들의 후계 거론과 부마를 거부해왔지만, 갑작스레 구혼자를 모집한다는 것이다.
이에 절대권력자인 용제 아래서 바짝 엎드리며 굴종해오던 귀족들은 반색하며 자신들의 아들, 손자를 부마 후보로 올리려 했다.
“짐에게 씨앗을 뿌릴 종자는 평범해선 안 된다.”
“폐, 폐하! 어찌 그런 망극한···!”
“저희 귀족들의 핏줄은 무엇보다 고귀하고 신들께서 내리신──”
“짐에게 너희들은 귀족 흉내나 내는 농노 나부랭이하고 차이점이 없어. 너흰 진짜가 아니야. 존중받을 가치가 없지.”
터무니없는 폭언과 폭압적인 권세에도 귀족들은 그저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변치 않는 절대무력이란 모든 권력과 재력을 합해도 대적할 수 없었으니까.
“허면 폐하··· 부마는 대체 어떻게 선출하실 생각이십니까?”
늙은 노신하는 자신보다 두 배 넘게 살아온 살아있는 화신에게 굴종의 자세를 취했다. 그저 용제께서 명하신 대로 되리라.
“부마는 결투로 선정한다. 짐을 제외하고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내가 짐의 부마가 될 것이야.”
그렇게 용제의 부마를 선정하는 구혼 결투가 시작되었다.
온 세상의 용맹한 전사들이 이 구혼 결투에 나섰고, 그 누구도 용제가 내건 조건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 * * *
클리어 조건 : 드라고니아 제국황제 ‘카리나 드라고니아’와 혼인에 성공하십시오.
용의 간섭으로 게이트 간 이동통로가 균열을 일으키며 헌터들이 온 사방에 떨어졌다지만, 그들의 특권인 시스템 창은 거리의 유무 따위를 따지지 않았다.
즉, 이 퀘스트를 모든 헌터들이 보았다는 것이다.
“이런 게이트는 처음 보는데 말입니다.”
영국 젠틀맨 리그의 S급 헌터 그레이엄 경은 신사적인 낯으로 과일가게에서 음식을 샀다. 그의 댄디한 미소에 가게 여주인의 얼굴이 붉어졌다.
“무엇보다 너무 평화롭군. 내 삼십 년간 게이트를 오갔지만, 이토록 안정적인 게이트 안은 처음이야.”
“콘월 공작님도 말입니까? 아, 이 사과 비슷한 과일 좀 드셔 보시죠. 이거 수입해와도 꽤 좋은 가격을 받겠는데요.”
영국 굴지의 대마법사 콘월 옹조차 처음 보는 형태의 게이트라니··· 하긴, 이런 게이트가 전에 있었다면 글로벌 뉴스에 대서특필됐을 것이다.
“보통 게이트 너머의 세계들은 과거의 전투나 역사적인 사건을 재현한 곳이 많지. 그렇기에 ‘생존자들’이 있는 게이트는 구분하기가 쉬워.”
“현재진행형인, 설사 이미 멸망한 세계라도 말이죠.”
게이트 너머에는 숱한 세계가 있었다.
중세 판타지 세계, 무협 세계, 펑크한 미래세계 그도 아니면 완전히 기존의 상식을 초월한 세계들.
그곳에는 이세계인들이 있었고, 오크도 있었고, 중원인들이 있었으며, 끼끼룩족 같은 인간과 전혀 다른 종들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저마다 제각각의 역사를 지닌 그곳의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
“멸망. 그것은 언제나 기정사실이었어.”
그렇기에 지구의 학자들은 게이트 너머가 악마에 의해 멸망한 세계이고 ‘아카식 레코드’로 명명된 세계의 기록이 게이트라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라 추정했다.
“생존자들의 세계도 마찬가지였죠. 최근에 핫한 생존자라면 그 스피너 경이나 사자심왕··· 아니면 오크들이라던가.”
“일단 살아남은 사람들은 있어도 온 세상이 황폐해진 곳이 많았지. 오크들이야··· 그치들은 어디서든 살아남는 족속들이니 넘어간다 쳐도.”
그렇기에 이토록 온전한 세계는 처음이었다. 아니, 온전하다를 넘어······.
“이건 그냥··· 이세계로군.”
악마와의 전쟁조차 끝나버린, 평화로운 이세계. 어째서 그런 게 가능한 걸까?
“용제 카리나 드라고니아의 힘일까요?”
“높은 확률로. 아공간의 그 용을 봤잖나. 게이트와 게이트 사이의 공간마저 개입할 수 있는 강대한 존재라면, 악마들조차 패퇴한 게 이해는 가.”
고작 개인의 힘으로, 그토록 강력한 힘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 단언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자심왕.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그들 세계의 초인들은 정진정명 괴물들이야.”
“방랑의 마검과의 싸움을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칼질에 바다가 갈라지고, 전투의 여파가 쓰나미를 일으킨다.
한국에서도 무한검 강진성과 광검자 천진수라 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랭커다.
그런 그들조차 대공급 악마 아카샤와의 싸움에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대공급 이상의 악마들이 가진 그 끔찍한 디버프에는 아무리 최상위 S급 헌터라도 대항하기 힘들 겁니다.”
“그래, S급 커맨더라도 버프량이 디버프를 따라가지 못해. 우리가 아공간에서 마주쳤던 드래곤의 ‘피어’처럼 말일세.”
헌터들이 살육대공을 두고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한 건 그 살인적인 디버프들 때문이었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격이 떨어지는, 생물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월종들의 압박.
혼돈의 악마대공 라크샤르 때도 미국 굴지의 S급 헌터 알렌 테일러와 미니트맨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지만──
“자네, 기억하나? 그 드래곤 피어에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들을.”
“기사들 말입니까?”
“그래, 그리고 또 있지.”
“······아!”
사자심왕과 만신전 기사들을 제외하고도 드래곤 피어에 저항하던 이들이 있었다.
“알렌 테일러와 미니트맨! 매버릭 길드의 만신전 신봉자들이로군요.”
“놀랍지 않나? 신을 섬기는 것만으로 그토록 두려운 존재들에게 맞설 수 있는 힘이 생기다니 말이야.”
“의외로군요. 콘월 옹은 탐탁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내가 마법사이기에? 아니, 오히려 그래서라네. 눈앞에 증거가 있는데, 그것을 배척할 이유가 무엇인가.”
마법사는 합리적이어야 한다. 세계 마법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콘월 옹은 언제나 현상을 분석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이번 퀘스트는 기회야.”
“기회··· 말입니까?”
“용제 카리나 드라고니아와의 국혼 말일세. 자네도 짐작했겠지?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용제는 사자심왕의 친딸이거나 혈연관계임이 확실하죠. 그 드래곤이 사자심왕을 아는 눈치였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왜 기회라는 걸까? 콘월 옹은 자세한 설명을 바라는 그레이엄 경에게 조곤히 설명했다.
“앞으로 세계는 만신전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야. 이는 게이트 사태가 종식돼도 마찬가지지.”
“그 정도··· 일까요? 미국이나 다른 열강들이······.”
“만신전은 국가가 아닌 종교의 형태를 취하고 있네. 우리 영국에서도 벌써 신도가 삼십 만 명을 넘겼어. 알겠나? 국경 없는 초강대국이 탄생하는 것도 머지않았단 말일세.”
그럼 만신전이 중심이 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지닌 자는 누구일까?
교주인 사자심왕이야 당연한 것이고 콘월 옹은 그다음을 이야기했다.
“사자심왕의 혈족. 즉, 그 사위 되는 사람일세.”
“와우~”
콘월 옹의 추측대로 카리나 드라고니아가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의 딸이라면··· 그것만으로 앞으로 세계를 좌지우지할 종교계의 교황을 장인어른으로 두는 셈이다.
“이 퀘스트가··· 영국의 운명을 좌지우지할지도 모르겠군요.”
“다이앤 공주님이 실패했으니 왕비 자리가 아니라 부마 자리를 노려봐야지.”
그리고 이 순간, 콘월 옹과 그레이엄 경처럼 생각하는 이는 한둘이 아니었다.
-어제까지 S급 헌터였던 내가 사자심왕의 사위?
-만신전의 프랑스 유치에 실패한 이상, 그 딸을 신부로 삼을 수 있다면······.
“”이거 완전 개이득인데.””
사람 생각하는 건 다 비슷비슷했다.
* * * *
만신전의 워싱턴 게이트 공략 참전으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미국을 도우러 온 한국 국적의 헌터들은 만신전 뿐만이 아니다.
만신전이 한국 국적이긴 하지만, 그 길드장이 순수 한국인이라 보기엔 여러모로 하자가 있다.
오랜 혈맹국을 지원하러 가는데, 외국계 비스무리한 길드만 보내놓고 퉁 치기엔 국가의 체면이 손상되는 것이다.
“하아~ 치열한 전투를 예상했는데 말이죠.”
“뭐, 나름 평화롭게 공략이 끝날 거 같으니까 괜찮지 않아?”
한국 대형 10대 길드 중 하나. 불새길드장 이용완과 그 부길드장 하유리는 거대한 콜로세움 같은 관중석에서 결투장을 내려다봤다.
마치 로마 시대를 연상케 하는 구조물이었지만, 곳곳에 마법적인 대비가 되어있다. 아예 지형지물까지 바꾸는 것이 과장 섞어 근미래 판타지를 연상시킬 정도다.
“오래도 걸렸네. 이곳에 도착한 지도 벌써 열흘이 넘었다고요.”
“던전 브레이크 전조는 보이지 않으니 괜찮은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