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RAW novel - chapter 221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몰려드는 일장의 무리들. 구대성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몬스터와 인간이 함께······.”
“몬스터와 악종 놈들이겠지.”
천진수가 검을 들었다. 그의 검이 거대해지며 아슬아슬하게 동굴에서 휘두를 수 있을 만한 크기가 된다.
다음 순간, 그가 내리친 광격은 선두의 무리를 단번에 스윽 일자로 절단내고야 말았다.
“사람이길 포기한 놈들이다. 동정심 같은 거 버리고 싹다 죽여버려.”
전투가 시작됐다.
천진수와 강진선을 비롯한 특작부대 백삼십여명과 맨앳암즈 오십여명. 불과 이백도 채 되지 않는 부대를 상대로 몰려드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족히 천은 넘는 물량이다.
몬스터들의 날카로운 괴성과 착검돌격하는 인민군의 모습이 실로 괴이했지만, 철과 철이 부딪치고 피와 피가 튀는 백병전이 개시됐다.
“방패 앞으로!”
구대성은 배운 대로, 훈련한 대로 백병전에 임했다.
방패벽을 세워 돌격을 막고 틈새 사이로 검과 창을 찔러 넣는다.
기사의 장점인 기병돌격이 활약할 수 없는 지형이지만, 반대로 밀집진형의 힘이 최대로 발휘되는 지형이다.
우회하기엔 공간이 애매했고, 정면에서의 충격력으로는 방패벽을 뚫기 어려웠으니까. 게다가······.
‘약하다!’
총에 군용대검을 부착한 게 고작인 북한군이야 그렇다 쳐도, 몬스터들까지 이렇게 약하다니?
“이, 이봐, 구 씨. 이거······.”
“예, 손에 감각이 이상합니다.”
그들은 수없이 몬스터의 생살을 찌르며 살아있는 고깃덩어리의 감각을 익혀왔다. 하지만 지금 이 감각은 무언가······.
“조금 단단한 젤리를 찌른 것 같은──”
-콰르륵!
발밑이 축축하다. 그것을 눈치챘을 때, ‘그들’은 구대성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키에──!
“김 대장님!”
구대성이 화들짝 놀라 김도한과 제 옆에 나타난 괴물을 향해 검을 찔렀다. 별철검이 단숨에 놈을 꿰뚫었고 놈의 육신이 허물어진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등 뒤의 존재감을 느꼈다.
-콰직!
“큭···!”
“구씨!”
목덜미를 물렸다. 하지만 곧장 휘두른 방패로 괴물을 후려치자 불쾌한 타격감이 이어졌다.
“뭐야, 이놈들!”
“죽었던 놈들이···!”
헌터들 사이사이에서 부활한 몬스터와 북한군들이 공격해왔다. 틈새에서 부활했기에 진형을 짤 시간도 없이 난전이 시작된다.
그들 모두를 제압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 * * *
“끄으······.”
“괜찮아, 구씨?”
“생채기입니다. 좀 따가운 수준이에요.”
“그러게 자기 옆에 있는 놈부터 잡지 왜 나부터 도왔담.”
“하하······.”
그런 걸 생각할 틈이란 게 있었던가. 구대성은 처리한 몬스터들이 다시 부활하지 않는지 확인하던 그때, 천진수와 강진성이 왔다.
“서, 선배님들······.”
“어어, 앉아앉아. 다친 사람이 뭐 그리 빠릿하나.”
두 노인은 기습에도 불구하고 생채기 하나 없다. 아니, 예기치 못한 기습에 북한군 특수부대 몇 명 죽은 걸로 끝난 건 그들이 워낙 재빠르게 대처했던 덕이다.
“눈치챘나?”
강진성이 물었다.
“예? 어떤 부분··· 을 말입──아!”
구대성은 몬스터들의 시체들을 새삼 바라보곤 번뜩 깨달았다.
몬스터들이 부활하는 존재라면 어째서 지금은 부활하지 않는지.
“별철검.”
“신성의 힘이 담긴 무구지. 우리 중에서 별철무기를 가진 건 나와 이 꼰대가 비싼 돈 주고 순번을 당겨 받은 것밖에 없었네. 하지만 자네들은 아니지.”
만신전의 기본 무장이 별철무구다. 아무리 말단 병사라 할지라도 최소 가호가 깃든 별철무구를 한 셋트씩은 지급하는 것이다.
“별철무구에 당한 놈들은 부활하지 못했군요.”
“만신전은 악마의 천적. 그들의 삶에 당연하게 깃든 모든 것이 악마와 극상성이지.”
강진성은 몬스터의 시체를 짓밟았다. 이제는 일어나지 않는 그것은 구대성이 직접 찌른 몬스터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들 무장이 여유가 있다면 우리 부하들과 북한군에게 별철무장을 나눠주지 않겠나? 물론 끝나면 돌려줌세.”
이대로라면 기껏 끌고 온 병력들이 무용지물이 된다. 강진성의 제안은 지극히 당연했다.
“무, 물론입니다. 저희들은 주무장 두 개와 부무장도 챙기고 다니니까요.”
기사도 맨앳암즈도 공통적으로 창과 검을 각각 한 자루씩 무장하고 부무장으론 도끼나 철퇴, 단검 따위를 쥐고 다닌다.
백병전술의 유용성을 위해서지만, 남는 무장들을 나눠주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
그렇게 천진수와 강진성 휘하의 헌터들은 맨앳암즈들의 검이나 창을, 총으로 무장한 헌터들은 단검을 지급 받았다.
모두가 별철무구라는 점에서 기가 막힌 돈지랄이었지만, 애초에 저 무구의 생산성을 야피가 보장하니 만신전에선 그리 귀한 무기도 아니다.
“좋아, 이제 가보자고.”
그들은 지체않고 동굴 안쪽으로 더욱 나아갔다.
그들이 떠나간 자리, 쓰러뜨렸을 터인 몬스터들과 북한군인들이 검은 먹물로 녹아내리는 것을 보지 못하고.
* * * *
그렇게 얼마간 달린 끝에 도착한 곳은 넓은 공동이다.
“뭔가··· 기대했던 것관 다른데요.”
“그러게 말일세. 보통 이런 곳에는 전차나 장갑차 같은 게 우글거리지 않나?”
천진수는 한치 앞도 보이질 않는 어두운 공동을 보며 실망스러운 표정이었다.
그가 옛적 반공 교육을 받을 때면, 산속에 숨겨둔 괴뢰군의 비밀기지가 있는, 뭐 그런 상상을 좀 했더랬다.
“거기 빨갱이! 전등 좀 쎄게 틀어봐! 불을 켰는데도 뭐 이리 어두워!”
“그, 그거이··· 지금이 최대밝기입니다!”
“으응?”
최대 밝기라고?
그럼 눈앞에 뭔가라도 보여야 할 것 아닌가? 왜 ‘시커먼 것’밖에 비쳐지질 않는 거지?
-스르륵······
“남조선 동무들··· 방금 뭔가 움직이지 않았습니까?”
“뭐가 움직였단──”
-콰직!
“”······!!””
모두의 시선이 큰 소리가 난 방향으로 집중된다. 방금 무언가를 발견한듯한 북한 군인이 있던 자리에 ‘시커먼 것’이 보였다.
압사당한 것 같은 그 바닥에는 검은 것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시뻘건 선혈이 있었고··· 그것이 단지 어두움 때문이 아니라는 걸 눈치채기까지 1초.
“적이다···!”
“조명탄 터뜨려!!”
무엇인지도 모르고 회피운동을 하고 한 북한 헌터가 품에서 조명탄을 꺼내 발사하기까지 3초.
-콰직!
-콰직!
몇 명의 희생자가 더 나오고서야 공동 높이까지 날아오른 조명탄이 그것의 신형(身形)을 일부나마 비쳐댄다.
“아······.”
그것은 너무나도 거대한.
끔찍하리만치 거대해서 압도되고 마는 무언가.
마주칠 눈도, 생각할 뇌도, 하다못해 내장이 있을 몸통도 없이··· 그저 촉수. 촉수. 촉수촉수촉수.
[카오스 그레이트 올드 원 메르기욜라가 새로운 공물을 감지했습니다.]대악마. 그것도 올드 원이라 불리는 고대의 악마가 수백 개의 거대한 촉수들을 뻗기 시작했다.
대악마 메르기욜라(1)
레이날드 쉘먼은 지혜의 보옥을 통해 위대한 존재들에 대해 영접한 이후, 그들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무한한 지혜와 끝없는 탐구심.
마법사라면 응당 갖춰야 할 덕목이었고, 마탑의 연구실에 처박히며 온갖 진리를 탐구하던 그에게 그들이 접촉해온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렇기에──
「저 새끼가 왜 여기 있어! 왜! 어째서?!」
삼라의 진리와 지식의 보고를 내려주던 악마가 뉴스에서 레온을 목격하고.
「나, 난 포기. 안 해. 안 한다고.」
냅다 연결을 끊어버렸을 땐, 당혹감을 넘어 좌절감을 느꼈다.
[씹할··· 결국 내가 짬처리냣······.]그렇기에 다음에 후임으로 나타난 지혜의 보옥 너머 대악마에게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미쳤냣? 내가 저길 왜갓?] [안 간다니깐?] [안 간다고옷!]이놈의 보신주의자. 쫄보 쉑······.
새롭게 모시게 된 지혜의 대악마는 극도의 보신주의자였으며 아예 지구 침공 그 자체에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그래도 짬이 제일 낮은 막내 대악마라는 것 때문에 여기저기 불려 나가게 된 모양이지만.
하여튼, 덤으로 자신까지 딸려 행동하다 보니 사자심왕이란 게 어떤 존재인지,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두려운 존재인지 이해하게 됐지만······.
[······.]“······.”
지혜의 보옥. 계약자와의 패스이자 소환될 현계에서 마력을 축적해 대악마를 소환시키는 대 아티팩트.
족히 십수 만의 산제물이 필요한 대악마 소환을 지혜의 보옥이 있다면 그런 거창한 의식 없이 곧장 소환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이번 전쟁에서 혼돈의 군주가 첫 번째로 소환한 대악마는 보옥과 연결된 지혜와 탐구의 대악마 고브였고 그 소환의식은 레이날드가 주관했다.
[······.]“······.”
레이날드는 자신이 소환한 대악마,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보고 싶었던 위대한 존재를 소환했지만, 뻘쭘하게 서로를 응시할 뿐이었다.
“저, 위대한 존재시──”
[말 걸지 마랏! 팍! 씨!]지팡이를 휘두를 듯 성질을 부리는 고브. 한숨을 쉬는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레이날드를 불렀다.
[빨리 와랏, 멍청한 것! 나 혼자 의식의 진을 그리란 말이냣!]“아, 옛! 위대한 존재시여!”
그가 고브에게 접근한 그 순간, 고브가 그의 귀때기를 마법으로 붙잡더니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
[난 이 반도를 탈출할 거다. 뒷구멍부터 파악해놧.]“······!”
지혜의 보옥··· 아니, 지혜의 대악마 고브는 소환된 직후부터 곧장 이 전장을 떠날 계획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쫄보, 겁쟁이, 보신주의자라며 욕했던 레이날드지만, 고브의 이토록 빠른 결단에는 감탄하고야 만다.
“지혜로우신 분······.”
이것이 진정한 진리요 삶의 지혜 아닐까?
어쩐지 그와 함께라면 어디에서든 생존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 * *
[카오스 그레이트 올드 원 메르기욜라가 새로운 공물을 감지했습니다.]“뭐, 뭐야, 저게······.”
공동을 가득 채우는 너무나 거대한 존재.
그것을 목도한 순간, 누구도 할 말을 잃었다.
“대, 대악마라고?”
“틀립니다··· 이놈들, 대만에서 목격된 적이 있는······.”
그레이트 올드 원. 듣기로는 악마 중에서도 고대에 속하는 원류종이라던가.
너무나 오래된 존재이기에 악마들 사이에서도 원로로 대접받는 대악마들. 그 힘의 크기만큼은 악마대공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들었다.
‘성배기사들이 나서서 상대해야 하는 괴물들이잖아! 이런 놈이 어째서 이런 곳에!’
“으, 으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구대성이 경악하던 와중 인민군 헌터 한 명이 괴성에 가까운 비명을 질렀다.
메르기욜라의 거구를 인식하고 바들바들 떨며 공포에 질린 것이다. 아니, 그 이상을 넘어 혼돈에 가까운──
“라크샤르 때의···!”
그뿐만이 아니었다. 북한군 특작부대의 헌터들과 북한군들 심지어 강진성의 청성길드와 천진수의 신검 길드원들까지 저마다 발작증세를 보였다.
[【 절망스러운 존재 】]◆효과
: 모든 생명체가 공포, 혼란, 절망에 휩싸입니다.
: 사기가 65% 떨어집니다.
: 물리저항이 55% 떨어집니다.
: 방어력이 55% 떨어집니다.
라크샤르 때의 수준은 아니지만, 가히 절망적인 트레잇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구대성을 비롯해 맨앳암즈들이 그나마 저항하고 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기사용 풀 플레이트 메일이 착용자를 보호합니다.] [기사용 장검이 착용자를 보호합니다.] [기사용 각반이 둔화를 상쇄합니다.] [기사용 건틀릿이 흔들림을 보조합니다.] [꿈과 죽음의 신관장 베아트리체의 축복 귀걸이가 정신장벽을 보호합니다.]모든 맨앳암즈들에게 지급된 별철무구들. 거기에 기사인 구대성에게는 베아트리체의 특제 정신장벽 보호 별철 악세서리가 지급됐다.
사실상의 면역. 그레이트 올드 원의 오염조차 견뎌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젠장, 뭔 놈의 디버프가 이리 빡세?”
“살육대공 때 수준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값비싼 별철검과 장비를 우선 공급받은 두 노헌터도 이 상황에서 견디고 있다. 하지만······.
“사, 살려줘!”
“저런 건 이길 수 없어!”
도망치는 북한 특작부대··· 심지어 청성이나 신검길드의 정예 헌터들조차 정신을 못 차린다.
“어딜 도망가! 자리 지켜!”
천진수가 일갈했지만, 꺾여버린 마음은 돌아오질 않았다.
-쿠웅!
-콰직!
그러나 사악한 촉수들은 그들의 퇴로를 가로막았다. 입구로 향하는 이들을 내리찍어 죽이고, 그물망처럼 끌어모은다.
그것은 전투행위라기보다는 몰이사냥에 가까운 방식이었다.
“히익···!”
도망치던 병사들이 되돌아온다. 하지만 꺾인 마음이 되돌아온 건 아니다. 그저 촉수를 피해 더 많은 촉수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뿐.
“허억···!”
그러다 넘어진 북한군 병사. 그는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파르르 떨며 다가오는 촉수에 삼켜지려던 그때──
“방패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