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RAW novel - chapter 78
“하지만 이를 액땜하는 방법이 있다. 오히려 배는 순항하고, 바다는 고요해지며,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지. 네가 할 수 있겠느냐?”
“시, 시켜만 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요!”
하리는 이때, 적어도 그 방법이 뭐인지부터 물어야 했다.
설마 사람을 선수상에 매달아 놓고 신녀랍시고 바친다는 발상을 감히 상상할 수나 있었을까.
“여, 역시 이거 뭔가 잘못됐어요! 신녀라면서요? 신녀라면서! 이런 취급은 뭔가 잘못됐어요!”
하리는 기둥에 온몸이 밧줄로 묶여 고정되는 가운데, 이 부당함을 호소했으나 하리를 옮기는 생도와 병사들은 달리 생각했다.
“선배··· 고생해요. 선배만 고생하면 모두가 편해.”
“재혁 후배님? 너, 너어! 수호야! 내 동생 수호야!”
“누나··· 미안해. 내 발언권은··· 끗발이 안 먹혀.”
“배, 배신자! 후배님들! 헌터님들! 누군가! 누군가 이성을 가진 사람은 이걸 멈춰야 해요!”
“”어잇쌰! 어잇쌰!””
“다들 듣고 계세요?!”
그러는 사이 광개토대왕함은 순항 중이었다. 그리고··· 금방 너머에서 요동치는 태풍을 목격했다.
“전방 태풍 접근 중! 나비입니다! 초속 64.5m!!”
이에 수병들도 바빠졌다. 목표로 한 동해 게이트는 태풍의 직격코스와 맞닿아있다. 응당 태풍과의 충돌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하리는 선수상에 묶인 채 방치되어 있었고.
“꺄아아아악! 사람 살려어어! 사람 살려요!!”
시커먼 구름에서는 천둥번개까지 치고 있다. 정말로 저 인외마경의 마굴을 정면에서 들어갈 셈이란 말인가? 그것도 자신을 매단 채?
“사람 살려어어어어어어!!”
“시끄럽다!”
“폐하?!”
목소리가 들린 곳에는 레온이 태연자약하게 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낚시대까지 세운 채.
“조용히 하거라, 물고기가 다 달아나지 않느냐.”
“낚시? 지금 낚시하시는 거예요?!”
사람을 선수상에 매달아 놓고 태연하게 낚시? 하리는 기가 막혔다.
“바다에 나왔으면 응당 물고기를 낚아야 함이다. 쯧쯧, 네 녀석 덕에 물고기가 달아난 듯하다.”
“그, 그야 이런 큰 군함이 달리는데, 선두에 물고기가 있을 리 없잖아요!”
“다 잡는 수가 있다. 내 항구도시 랭퀄의 수호자였을 적에는 고래를 타고 낚시를 했음이야.”
개뻥 같은데 레온이라서 신빙성이 있는 소리였다. 하리는 불안한 기색으로 물었다.
“저, 정말 이렇게 매달고 태풍으로 향하실 거예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하리는 닥쳐오는 태풍에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태풍 속에서 자신을 매단 선수상이 부러지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요단강 익스프레스는 기정사실이기에.
“폐하! 무언가 방법이 있는 거죠? 성법이나 뭔가 방법이 있는 것이죠?! 믿습니다, 폐하! 믿쑵니다앗!”
하리의 필사적인 성원이 닿았던 것일까? 레온의 찌에 반응이 왔다.
“흠, 제법 튼실한 놈이구나!”
레온이 낚시대를 당겼다. 이 와중에도 프로의 솜씨인가, 레온은 단숨에 물고기를 낚았고 큼직한 벵에돔이 끝에 대롱대롱 딸려왔다.
“최 중장. 준비하라.”
“예, 예에, 폐하···!”
그때, 수병들이 몰려들더니 순식간에 무언가를 차리기 시작했다.
원거리 항해를 할 때쯤에 제사상으로 제단의 역할을 하는 그것에 즉사시킨 벵에돔을 올려놓는 레온.
“그대는 은혜로운 바다의 주인일진저. 그대의 영역에 감히 발 디딘 필부들 앞에 나타나소서.”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온갖 이상기후와 파도로 흔들리던 선상이 고요해지더니 바닷물이 요동치며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거대한 상어 같은 형태를 하는 바닷물.
대자연의 신비 따위를 운운하기에는 너무나 작위적인 현상. 모두가 직감했다.
저것이 ‘신’이라고.
[아~ 라이온하트. 친애하는 나의 등대. 나의 신전 랭퀄의 보호자.]“포마. 바다와 파도의 신성이시여.”
한쪽 무릎을 꿇은 레온의 인사를 만족스럽게 받아들이는 포마. 그는 동해와 그 너머에서 접근하는 태풍을 보곤 한탄스러운 목소리를 흘렸다.
[참으로 경망스러운 바다로군. 품위가 없어. 플르의 말대로 이 땅에는 신성이 존재하지 않음이 느껴진다.]상어의 모습을 한 물방울, 바다와 파도의 신은 자신이 한입에 삼킬 수 있는 군함을 내려다보았다.
[돛조차 달려있지 아니함은 무슨 영문인가! 게다가 이놈이고 저놈이고 바다의 은혜를 깨우치지 못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이로구나!]“아직 이 세계에는 바다의 가르침을 받지 못하였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어여삐 여기고 보듬어 주시오.”
[아니! 내 신도조차 아닌 자들을 보듬을 이유는 없지! 오직 두려움과 존중 속에서 은혜 또한 내려지는 것이야!]포마의 일갈에 수병들은 두려움에 빠졌다.
그가 어째서 분노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거대한 존재의 분노는 마주하는 것만으로 발발 떨리며 온몸을 짓눌렀으니까.
저 존재의 변덕 앞에서 자신들은 파도에 집어 삼켜지는 모래알과 다를 바 없으리라.
“······.”
레온은 수많은 신들에게 총애를 받지만, 그렇다고 모든 신들이 편한 상대인 건 아니다.
포마는 그중에서도 유독 변덕이 심하고 괴팍한 성격. 그가 자신을 향해 노기를 드러낸 적은 없으나 종종 불합리한 강요를 다른 신자들에게 행한 적은 있었다.
“그나저나 포마께선 어찌 저 아이를 신녀로 삼으신 게요.”
[흐하하하하······.]포마가 웅혼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는 선수상에 매달린 채 발발 떠는 하리를 응시했다.
[페토스 놈을 겨우 설득했다만, 역시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어. 이 아이는 태생적으로 신을 받들기 좋은 그릇을 지녔다.]“흠?”
[물론 자네만큼은 아니지. 자네는 모든 신위를 담을 수 있는 규격 외니까.]“팔자가 박복한 것이라 느끼긴 했으나 정말로 그럴 줄이야.”
[이는 축복이다. 어찌 불운으로 여기는가?]“신앙심 부족한 필부에게 신들의 관심은 독이 될 수 있는 법이오.”
[그것은 나의 등대가 차차 알아서 해결하리라 믿겠다.]그 말에 레온은 한숨을 쉬곤 낚시 의자에 몸을 기댔다.
“제, 제가요?”
[내 너를 어여삐 여겨 물의 축복과 파도를 다스릴 권능을 주겠다. 이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나의 강령과 가르침을 널리 퍼뜨리거라.]“아, 예, 예에···! 여기서 풀어만 주신다면!”
포마가 외쳤다.
[내 신녀의 희생이 있는 한, 그 어떤 파도도 그 배를 침범치 못하리라!]“······예?”
하리가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포마는 씨익 웃어 보이곤 어여쁜 신녀에게 시련을 내렸다.
[너의 희생이 생명의 불꽃을 피우리라.]그 말을 끝으로 거대한 물방울이 흐트러졌다. 마치 한때의 비눗방울처럼.
“············끝?”
하리가 망연자실할 때였다. 누군가가 외쳤다.
“전방에 태풍 접근 중! 파고 10m!!”
이에 수병들과 헌터들이 일제히 갑판 내부로 대피했다. 하리만 남겨두고.
“···············.”
진짜 내버려둘 거야? 나 이대로 두고 가는 거야?
선창 너머에서 빼꼼 얼굴만 내민 아카데미 후배들과 눈이 마주쳤다.
-힘내십쇼.
-누나, 힘내.
-선배님 화이팅!
-한국 헌터 아카데미 수석의 저력을 보여주십쇼!
무언의 응원만을 들은 하리는 금새 다가오는 파도를 맞이해야 했다.
-콰아아아아아아!!
동해 게이트
-콰르릉! 쾅쾅!
요란하게 울리는 천둥소리. 높게 들이닥치는 파도. 함께 몰아치는 비바람.
하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강심장이 아니었다.
“끼야아아아악! 어푸! 어푸푸!”
한꺼번에 몰아치는 자연재해. 비바람이 몰아치며 하리는 눈을 뜰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사람 살려어어어···!”
이대로 파도까지 몰려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벼락이 내리치면? 원래 벼락은 피뢰침부터 강타하지 않나?
불안함과 태풍 소리로 가려진 고막에 레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허, 믿음이 부족하구나 믿음이. 허나, 포마께서 너를 마음에 들어하는 바, 다소의 불신은 용서하실 모양이시다.”
“용서 안 해도 되니까! 내, 내려주세요!”
“진정해라. 대해에 몸을 맡겨라. 그럼 끝없는 대자연이 너를 감쌀 것이니.”
“폐, 폐하! 저는···!”
지금 당장 살고 싶은데요! 내뱉으려던 말은 비바람을 삼킨 탓에 가로막혔다.
“진정하라 했다. 지금 우리는 태풍의 한가운데에 와 있으니. 헌데, 그렇다면 이상하지 않느냐. 어째서 파도 하나 너에게 닥치지 않는지.”
“엇?”
그 말에 하리는 슬그머니 감겼던 눈을 떴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에 눈이 번뜩 뜨였다.
“파도가······.”
저 멀리서부터 사납게 몰아치던 회오리 바람이, 거대한 파도가 그 무엇하나 배를 침범하지 못하고 있었다.
광개토대왕함의 직전까지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던 파도는 충돌 직전 흐트러지도, 날카롭게 회전하던 회오리바람도 직전에 사그라 들었다.
“포마께서 선수상의 신녀를 매개 삼아 파도를 진정시키고 있는 것이다.”
“저, 정말요?”
“그분을 신앙하는 이들이 없으니 신녀라도 매개로 쓸 수밖에.”
그, 그런 깊은 뜻이. 난 또 뻐킹 레이시스트라서 그런 줄······.
“앗!”
팍! 하고 풀려버리는 밧줄. 하리가 오두방정을 떨며 발버둥친 탓에 매듭이 끊긴 것이다.
“악!”
갑판 위로 떨어진 하리는 찧은 엉덩이를 부여잡으며 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콰르릉! 쾅쾅!
-쿠와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
하리가 선수상에서 떨어지기 무섭게 오두방정을 떠는 대자연.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도 이 변화가 하리가 떨어진 탓임을 모를 수 없었다.
-······.
-······.
모두의 시선이 하리를 향한다. 선창 너머에서도, 마스트의 최 중장으로부터도, 바로 옆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태연한게 내려다보는 레온에게서도.
-안 가?
의무를 다하라는 듯 공통된 시선. 하리는 울상으로 일그러졌다.
“다시 묶이면 되잖아요, 묶이면······.”
결국 하리는 레온의 도움을 받아 다시 선수상에 매달렸다.
파도가 진정됐다.
* * * *
-콰아아아!
파도가 알레이 버크함을 몰아쳤다. 천둥이 내리치고 태풍이 배를 강타한다.
“크으··· 위대한 존재시여. 이러다가 배가 뒤집히겠습니다!”
[닐씨가 개판이구낫!]역시 이만한 태풍을 뚫고 게이트로 향하는 것은 무리수였나.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신속하게 ‘게이트 클로징’을 위해선 가장 빨리 출발할 한국 공략대와 동시에 출발해야 했으니까.
“젠장, 저놈들 배는 왜 멀쩡한 거 같지?”
“홀리쉣! 저 미친 한국놈들. 사람을 매달았어!”
미 해군 수병들은 이런 풍랑 속에서도 흔들리지도 않으며 순항 중인 광개토대왕함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
지혜의 보옥이 외쳤다.
[지금 당장 함장에게 저 배의 꽁무니만 쫓으라고 전해랏!]“예?”
레이날드는 지혜의 보옥이 하는 말대로 함장에게 광개토대왕함의 꽁무니를 쫓을 것을 명했다.
아무리 미 해군 이지스함의 제독이라지만, 마탑주의 조언을 거부할 순 없었고, 실제로 광개토대왕함을 바짝 쫓자 놀라울 정도로 배가 안정되었다.
“세상에··· 이게 무슨······.”
[놈이 바다와 파도의 신의 권능을 사용한 것이닷! 저 신이 가호하는 배는 풍요로운 어획량을 거두고 풍랑에도 침몰하지 않지!]“그, 그렇군요.”
이거 완전 악마 상위호환··· 레이날드는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이 태풍에 이 정도로 순항한 덕에 금방 도착하겠군요.”
[그랫. 명심해랏! 네가 해야 할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닷!]태풍을 돌파한 군함들은 목표로 했던 좌표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은 비보를 듣게 되었다.
[여기는 알레이 버크함. 안타까운 소식이다. 사세보에서 출항했던 해자대의 무라사메급이 풍랑에 뒤집혀 구출 중이라는 모양이다.]해자대는 태풍을 뚫지 못하고 침몰했다. 다시 말해 시작도 전부터 전력의 3분의 1이 증발했다는 소리였다.
[여기는 광개토대왕함. 작전을 속행한다. 본함은 지금부터 게이트로 진입하겠다. 공략대를 보트에 탑승시키겠다.]두 함선은 헌터들을 고무보트에 탑승시켰다. 그들의 목표는 하나.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는 게이트.
“지금부터 게이트에 진입한다.”
검은 보트들이 일제히 게이트를 향해 노를 저었다.
빛이 그들을 감쌌다.
* * * *
팔이 따갑다.
콰아, 콰아~ 하고 밀려드는 물이 옷을 젖게 만들었다.
“으음······.”
하리는 입가를 자꾸 찰싹거리는 물을 낼름 핥았고··· 바다의 짠기가 미뢰세포를 강타한다.
“으엡! 퉵! 퉤퉵! 짜!”
헐레벌떡 일어나는 하리. 질척하게 달라붙은 모래들을 털어내고, 잠겼던 눈이 떠지며 수평선 너머의 적색 노을빛이 보인다.
‘뭐야, 반나절이 지난 거야?’
하리는 지끈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혼절하기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분명 게이트에 입장하자마자 회오리바람이······.”
진입했던 한국과 미국의 고무보트들이 죄 뒤집히고 휩쓸렸더랬다. 하리의 안색이 새하애졌다.
“다, 다들 어디으응?”
하리는 모래사변에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다른 헌터들을 보았다. 대부분이 아는 얼굴이다.
“수호야! 일어나 봐!””
“으음······.”
“누,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