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9)
흑호문을 무너뜨리자 황금성을 핍박하던 자들도 한동안 조용했다.
지강백은 그사이 장택산의 사병들을 이끌고 천마림이 있는 영산으로 향했다.
황금성의 재기를 위한 자금으로 천마림에 있는 재물들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두목!”
“두목님이 오셨다!”
영산에 진을 치고 있던 풍산채 산적들이 지강백을 반겼다.
지강백은 풍산채 산적들을 대동하고 천마림에 있는 재물의 일부를 꺼내 왔다.
그리고 그걸 장택산의 사병들에게 옮기게 했다.
사병들은 대량의 금붙이를 신속하게 옮기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초기 자금으로 충분하겠지.’
역대 천마들이 천마림에 금덩이를 보관한 이유가 있었다.
시대가 지나면 사용하는 화폐도 달라진다.
그러나 금덩이는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값어치가 높았다.
전장에 도착해 돈으로 환산하니, 대략 금자 300만 냥 정도의 돈이 나왔다.
이 정도면 1년 국가 조세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감정사들도, 전장의 주인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그 재물은 천마림에 있는 재물 중 일부에 불과했다.
“자, 이제 장사로 돌아가자.”
“넵.”
장택산의 사병들은 이미 지강백을 주군으로 받들고 있었다.
그들이 따르는 장택산이 이제 지강백의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지강백은 품에서 작은 목함 두 개를 꺼냈다.
천마림에서 가져온, 둘 다 엄청난 값어치를 지닌 영약이었다.
하나는 장택산의 것이고, 하나는 호야의 것이었다.
-주인 나리의 병세가 악화되었습니다. 의원의 말로는 두 해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지강백이 떠나기 전날, 장택산을 따르는 하인이 한 말이었다.
목함을 응시하는 지강백의 눈빛이 깊어졌다.
‘장택산. 나와 함께 길을 걷는 이상, 자네가 죽는 일은 없을 것이야.’
지강백은 목함을 다시 품에 넣고 사병들에게 말했다.
“서두르자.”
***
장택산의 저택으로 돌아오자, 이전과 다른 풍경이 지강백을 반겼다.
하인들이 장원과 길목을 쓸고 있었고, 먼지를 털고 장식을 다는 등, 내부를 꾸미고 있었다.
‘그래. 황금성은 이렇게 다시 시작하는 거다.’
지강백의 뒤편에 있던 사병들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변해 가는 저택을 바라보았다.
마침 정원을 산책하던 장택산이 환하게 웃으며 지강백을 반겼다.
그는 지강백을 방으로 안내하고 차를 내오게 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직.”
“이런! 그럼 같이 드시지요.”
장택산은 하인에게 한 상 거하게 차리도록 명했다.
지강백은 장택산의 방 내부를 한 번 훑어보았다.
칙칙하고 생기 없던 그의 방은 꽃과 장식들로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옛 황금성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다행이군.’
지강백은 식사를 마친 후, 장택산에게 전장에서 발행한 전표를 넘겨주었다.
“금자 300만 냥짜리 전표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는가?”
장택산은 생기 넘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차고 넘칩니다. 이 정도 거금이라면 1년 내로 재건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조금 바빠지겠지만요. 그동안 연을 끊은 이들을 다시 불러모아야 하기도 하고.”
지강백은 다음으로 품에서 작은 목함 하나를 꺼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자네에게 주는 선물이야.”
지강백은 어서 열어 보라 손짓했다.
목함을 열고 안에 든 내용물을 확인한 장택산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 이건······!”
지강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소단이다.”
자소단. 무당의 영약으로 소림의 대환단과 쌍벽을 이루는 영약이었다.
무공을 익힌 자가 복용하면 거대한 내공을, 무공을 익히지 않은 자가 복용하면 몸의 질병을 모조리 없애고 건강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
희귀한 영약이기에 값을 돈으로 매길 수조차 없었다.
강호인이라면 천금을 주고서라도 얻고 싶어 할 터였다.
“죽음을 앞에 두고 있다고 들었다. 왜 말하지 않았나?”
“죄송합니다.”
“당연히 죄송해야지. 자넨 나와 뜻을 함께하기로 했어. 이제 그대의 목숨은 그대만의 것이 아니야.”
지강백이 장택산을 엄히 꾸중했다.
“내가 제갈세가의 가주가 되고, 강남을 흡수하고, 중원 전역을 집어삼킬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를지 모른다. 그때 자네는 내 등을 끝까지 지켜야 해. 그런데 그런 자네가 벌써 안일한 마음을 품고 있으면 어떡하나? 그대의 몸이 내 몸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라.”
“유념하겠습니다.”
“영약으로 회복한 뒤에는 내 틈틈이 훈련시킬 것이니, 그리 알고.”
“그건 좀 힘들겠군요. 하하.”
장택산은 허허 웃으며 목합을 챙겼다.
그의 눈이 깊어졌다.
“다시는 교주님께서 염려하시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지.”
지강백은 그제야 표정을 풀며 웃어 보였다.
“흑호문을 멸문시켰다.”
“들었습니다.”
장택산은 턱을 괴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흑호문의 압박이 사라져서 당장 숨통은 트였지만, 아직 황금성을 노리는 자들이 건재합니다.”
“파천문(破天門)을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파천문은 장사에 자리 잡은 사파 세력이었으며, 장사에서 가장 세력이 큰 문파였다.
본래 흑무림맹에 소속된 문파였는데, 세력이 커지면서 자치 세력을 키워 호남에 들어왔다.
이들은 하부 조직들을 시켜 지금껏 황금성을 압박했으며, 호시탐탐 황금성을 집어삼키고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천궁상단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파천문을 넘어서는 것은 필수였다.
“파천문을 무너뜨리면 장사 외 호남 지역에서 저희를 건드릴 자들은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지강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처리하마.”
지강백은 지금 장사 제일의 세력을 무너뜨리겠다는 말을, 태평하게 내뱉었다.
그러나 장택산은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아는 지강백은 천하제일인이었다. 의문 따위는 없었다.
언제나처럼, 금방 해결하고 돌아올 터였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 영약은 바로 복용하고.”
“하하. 알겠습니다.”
지강백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장택산은 문이 닫힐 때까지 고개를 숙였다.
***
지강백은 말을 달려 반나절 만에 파천문의 본거지에 도착했다.
파천문의 본단은 궁궐처럼 으리으리했다.
그동안 장사의 이권을 틀어쥐고 모은 돈이 상당한 듯했다.
지강백은 당당히 정문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자 그를 파천문 호위들이 막아섰다.
“이봐,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는 거냐.”
지강백은 말없이 선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호위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검을 뽑아 지강백의 목에 겨누었다.
서슬 퍼런 검날이 지강백의 목에 닿았다.
“어라? 귀공자 주제에 겁도 안 내는······.”
호위가 눈을 깜빡이는 순간이었다.
퍼엉!
지강백이 놈의 가슴팍에 손바닥을 대고 장력을 날렸다.
호위는 입에서 피를 울컥 뱉어 내며 한참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호철!”
“이 자식!”
다른 호위들이 경악하며 도검을 뽑아 들었다.
지강백은 냉소를 지으며 한 걸음을 내딛었다.
“덤벼라.”
지강백은 놈들의 공격을 피하고 주먹을 날렸다.
퍼벅. 퍽!
가벼운 주먹질에 호위들이 추풍낙엽처럼 날아갔다.
쨍. 쨍그랑.
그들이 놓친 칼이 허공을 날아 바닥에 떨어졌다.
“으, 으윽!”
혼자 살아남은 호위 하나가 몸을 돌려 도망쳤다.
지강백은 단숨에 놈의 뒤에 접근해 발차기를 날렸다.
쩌엉!
새우처럼 구부러진 채 날아간 호위가 정문을 부수고 나가떨어졌다.
“침입자다!”
안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강백은 부서진 정문 너머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파천문주 율강목은 커다란 연회가 열리고 있는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대전의 상석에 앉은 그가 술잔을 들어 올리며 크게 외쳤다.
“다들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 오늘은 우리 파천문이 흑무림맹에서 독립한 지 5주년이 되는 기념적인 날이다.”
짝짝짝.
박수 소리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연회장에 있는 파천문의 간부들은 흑무림맹 산하 시절부터 율강목의 뒤를 따라온 인물들이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호남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차지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간이 흘렀지. 그리고 우린 마침내 호남의 중심부를 장악했다.”
“우와아아!”
“눈엣가시 같던 황금성도 우리 수중에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 이젠 장사를 넘어 호남 전역을 우리 수중에 넣을 차례다. 전부 각오는 했겠지!”
파천문 간부들의 눈빛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흑도의 시산혈해를 넘어 드디어 권력을 손에 쥘 기회가 왔다.
한낱 왈패나 도박장 사업, 밀매나 하던 하류층 무인들이 대부분이었던 파천문은 독기 하나로 이 거친 흑도를 버텨 왔다.
확실히 파천문을 여기까지 이끌어 온 율강목의 저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황금성을 짓밟고 완벽하게 장사를 손에 넣는 것으로, 그들은 막강한 무림 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물론입니다!”
“돈과 재물, 여자를 마음껏!”
“정파 놈들에게 저희의 힘을 보여 줍시다!”
간부들은 저마다 환호성을 내지르며 술잔을 높이 치켜들었다.
율강목은 그 광경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오늘은 마음껏 먹고 마셔라. 원하는 대로 여자도 품에 안고!”
“우오오오오!”
연회의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달았다.
율강목은 술잔을 높이 든 채로 외쳤다.
“파천문의 영광을 위하여!”
“위하여!”
간부들은 빛나는 미래를 상상하며 술을 들이켰다.
바로 그때였다. 수하 한 명이 다급히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침입자입니다!”
연회장을 가득 채우던 환호와 웃음소리가 뚝, 하고 끊겼다.
연회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술잔을 내려놓은 율강목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느 건방진 놈들이 감히······.”
간부들도 하나같이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그건 알아서 처리해!”
“좋은 날에 괜히 분위기나 망치고 말이야.”
“그, 그것이······.”
수하가 땀을 뻘뻘 흘리며 뭔가 말하려 할 때였다.
콰아앙!
대전의 문이 폭발하며 산산조각 나 흩어졌다.
간부들은 물론이요, 율강목마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웬 놈이냐!”
율강목이 노호성을 질렀다.
후두두둑.
먼지가 자욱히 낀 정문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일순, 연회장 안 모두의 시선이 그곳에 집중되었다.
터벅. 터벅.
마침내 먼지를 헤치고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값비싼 비단옷에 얼음을 조각한 듯 아름다운 외모.
품위 넘치는 고고한 걸음걸이와 함께, 한 미공자가 등장했다.
그는 바로 지강백이었다.
“뭐야, 저놈은?”
“혼자서 호위들을 뚫고 온 건가?”
“대체 무슨 상황인지 원······.”
지강백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간부들의 시선이 이어졌다.
터억.
연회장 중앙에 홀로 선 지강백이 율강목을 응시했다.
순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싸늘한 눈빛이었다.
“어이가 없군.”
율강목은 피식 헛웃음을 흘렸다.
침입자라길래 정파나 사파 쪽에서 전쟁이라도 하러 온 줄 알았다.
그런데 쳐들어왔다는 놈은 겨우 약관이나 넘었을까 싶은 젊은 귀공자 한 명뿐.
절로 헛웃음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미치지 않은 이상, 이런 짓을 벌였다면 그만한 각오를 했겠지?”
율강목은 목소리에 내력을 실어 보냈다.
그러자 간부들 중 일부가 신음을 흘렸다. 그저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어깨에 추를 단 듯 무거웠다.
율강목은 무력 또한 장사를 장악한 인물답게 노련한 절정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
지강백은 그러거나 말거나, 율강목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그의 입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나왔다.
“파천문주 율강목.”
스릉.
홍매검을 빼 든 그가 검을 들어 율강목을 겨누었다.
“휘하 사파 세력을 움직여 황금성을 핍박하고 그들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들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내 이름은 제갈빈. 제갈세가의 막내공자다.”
지강백의 말에 연회장 안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제갈세가의 막내공자라면 용봉지회에서 조태염을 격퇴한 후기지수가 아닌가.
율강목은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이거 놀랐군. 설마 네놈이 그 제갈빈이었을 줄이야.”
그는 간부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간부들과 연회장을 지키고 있던 호위무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그 수는 대략 잡아도 백 명을 족히 넘겼다.
살기등등한 칼날이 일제히 지강백을 향했다.
“오대세가에 건방진 애송이 하나가 있다는 말은 들었다. 그런데 설마 이런 바보였을 줄은. 우릴 만만하게 봐도 너무 만만하게 본 것 아닌가?”
율강목은 옆에 시립해 있던 수하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수하가 소중히 품고 있던 거대한 장도 하나를 건네주었다.
쇄순(碎瞬).
한때 독혈랑으로 이름을 날린 율강목의 애병이었다.
“정말 혼자 우릴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정말 그래?”
“물론.”
“용감하군. 뭇 정파 무림의 귀감이야.”
쇄순을 늘어뜨린 채, 율강목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 네놈의 목을 잘라 제갈세가에 던져 주면, 아주 재미있을 것 같군.”
지강백과 대치한 그가 쇄순을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마침 잘 왔다. 파천문의 화려한 비상을 기념하는 의미로, 네놈의 목을 친히 베어 주마. 죽어 가면서 네놈의 오만함을 원망하거라.”
“말이 많군.”
지강백은 어깨를 들어 걸치고 있던 장포를 벗었다.
화려한 비단 장포가 바닥에 떨어졌다.
“황금성은 다시 부활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네놈들 파천문을 짓밟는 것으로 그 시작을 알린다.”
“크하하!”
율강목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손가락을 들어 천천히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죽여 버려.”
직후, 검은 무복의 무사들이 노도처럼 지강백을 향해 밀려들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