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67)
“후욱.후욱.”
당문호는 미모의 시녀를 껴안고 잠을 자던 중, 계속되는 갈증에 몸을 뒤척였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는데, 몸이 온통 땀으로 젖은 채였다. 당문호는 거친 숨을 내쉬며 맥을 짚고 머리에 손을 얹었다. 심각할 정도로 빠른 맥박과 뜨거운 열기. 당문호는 독에 통달한 독술가답게 단번에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깨달았다.
‘독에 중독된 건가!’
다행히도 역대 당가의 가주들은 대부분 만독불침(萬毒不侵)의 신체를 지닌 덕에 완전한 중독은 면했다. 허나 노쇠한 신체가 문제였다.
‘누가 감히 내게 독을······.’
잠시 생각하던 당문호가 이를 부득 갈았다.
‘역시 언차인인가. 그 개자식.’
당휘란의 말이 맞았다. 애초부터 자신을 암습할 목적으로 굽히고 들어온 것이다. 당문호는 딸의 말을 새겨듣지 않고 방심한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리고 그 감정은 곧 뜨거운 분노로 이어졌다.
‘여기서 벗어나면 언가를 싸그리 몰살시키겠다.’
당문호는 황급히 침상에서 내려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직후,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발을 멈췄다.
이미 방 앞 복도에는 복면을 쓴 자객들이 깔려 있었다.
그들도 독에 중독되었을 것이라 예상한 당문호가 문을 벌컥 열고 나오자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러나 곧 도검을 꼬나쥐고 당문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빌어먹을!”
쾅!
거칠게 방문을 닫은 당문호가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독이 영향을 끼쳤는지 내공이 잘 올라오지 않았다.
콰득!
자객들이 문을 부수고 짓쳐들었다. 당문호는 급한 김에 탁자를 발로 밀어낸 다음, 수저통에 들어있는 젓가락을 손에 쥐었다.
파파파파팟!
당문호는 자객들을 향해 젓가락을 날렸다. 아무런 힘도 없는 목저(木箸:나무젓가락)이었지만, 암기술의 대가인 당문호의 손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평범한 목저는 최상위 암기, 그 이상의 효력을 발휘했다.
푹! 푹푹푹!
목저에 박힌 자객들은 비틀거리며 바닥에 엎어졌다. 당문호의 독공술인 황사만리비(黃沙萬里匕)는 암기에도 원하는 종류의 독을 심을 수 있었다.
목저에 맞은 자객들은 곧 맹독에 중독되어 피를 토하며 죽었다.
당문호는 자객들이 주춤한 틈을 타 창문을 깨고 아래로 떨어졌다. 멀쩡한 상태라면 몰라도, 독에 중독된 지금으로서는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 천하의 당문호가 대체 무슨 꼴인가. 비검대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게야!’
간신히 지면에 착지한 당문호는 침의만 덜렁 걸친 채 고요한 언가의 내원을 내달렸다.
이상하리만치 느껴지지 않는 인기척. 그제야 함정에 빠졌다는 실감이 들었다.
“당문호가 저기 있다!”
“젠장.”
당문호는 추격해오는 언가의 무사들을 피해 미친 듯이 달렸다. 점점 시야가 흐릿해지고 다리에 힘이 빠져 경공을 펼치고 싶어도 펼칠 수가 없었다.
“비검대! 비검대!”
목이 터져라 비검대를 외치고 있는데, 양쪽에서 언가의 무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정문 쪽에서도 무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진퇴양난이었다.
‘어쩔 수 없지. 뚫고 가는 수밖에.’
이를 악문 당문호가 내공을 끌어올리며 목저를 치켜든 순간.
정문을 가로막던 언가의 무사들이 누군가의 검에 맞아 쓰러지기 시작했다.
“가주님!”
우렁찬 목소리를 듣는 순간, 당문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검대주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비검대주를 비롯한 비검대 역시 전투를 치른 것인지 온통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비검대주는 거친 숨을 내쉬며 당문호에게 말했다.
“가주님! 무사하십니까?”
“그래. 전부 언가놈들의 계획이었다. 꼴을 보니 너희도 습격을 당한 것 같구나.”
“언가뿐이 아닙니다. 공손세가 놈들도 가담했습니다!”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던 당문호가 부득 이를 갈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군. 이놈들이 지레 겁을 먹고 선수를 쳤구나.”
당문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손세가와 진주언가 따위가 이런 무리한 행동을 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적어도 이들을 부추긴 누군가가 뒤에 있을 터였다.
‘내 돌아가면 반드시 주동자가 누군지 밝혀내고 말리라.’
비검대주는 달려오는 언가의 무사들을 막아서며 외쳤다.
“일부는 가주님을 뫼시고 어서 이곳을 벗어나라!”
“옙!”
비검대주와 이십여 명의 대원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언가의 무사들과 격돌했다.
챙! 채채챙!
칼 부딪히는 소리를 뒤로 한 채 당문호는 오직 언가를 벗어날 목적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허억.허억.”
그때였다.
콰앙!
어디선가 날아온 권기(拳氣)가 당문호를 강타했다. 흙먼지가 치솟으며 비검대 몇 명이 피를 뿜으며 나가 떨어졌다.
팔을 휘적여 먼지를 걷어낸 당문호가 노호성을 질렀다.
“어떤 놈이냐!”
곧 거구의 사내, 언차인이 수하들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비검대 뒤에 서 있는 당문호를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거, 연회는 어찌 마음에 드시오?”
“이 썩을 놈이! 감히 내가 누군줄 알고!”
“그래서 특별히 신경 썼다고 하지 않았수. 우리 당 가주님 취향에 맞게 화끈하게 준비했는데, 마음에 안 든 모양이군. 하하.”
당문호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여기서 물러선다면 너와 네 가문은 무사할 것이다. 허나······.”
“천하의 당문호가 겁이라도 집어 먹으셨나보오. 회유책을 다 쓰시는 걸 보면. 그런데 어떡하겠소? 이쪽도 전부 목숨을 걸었소이다.”
언차인이 웃음을 싹 거두며 차갑게 내뱉었다.
“한 놈도 빠짐없이 싹 다 쳐죽여버려.”
***
당휘란은 지강백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계획중인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확실히 당휘란이 본 제갈빈이라는 사내는 외모만 빼면 도저히 젊은 청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식견과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지체 높은 이들에게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품위와 태도. 잘생긴 외모에 수려한 언변까지.
여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연심을 품을 만한 사내였다.
처음에는 딴맘을 품은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자리에 온 것이지만, 이제는 지나가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당휘란은 진심으로 남궁세가의 차녀가 부러워졌다.
그때, 당가의 수하 한 명이 사색이 되어 당휘란에게 달려왔다.
“무슨 일이지?”
지강백에게 양해를 구한 당휘란에게, 수하가 전음을 보냈다.
-언가 근처에 배치된 무사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무래도 언가 내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심상치 않다니, 그럼 가주님이 암습이라도 당하셨다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당휘란은 눈을 부릅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변이 생겼음을 직감한 지강백이 그녀에게 물었다.
“소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당휘란은 솔직히 말해줘야 하나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곧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언가가 일을 친 것 같습니다.”
당휘란은 언가가 당가에게 복종 의사를 밝혔으며, 당문호가 언가의 연회에 참석한 것까지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지강백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놈들이 당 가주님을? 저런······.”
“예. 아무래도 전 먼저 그쪽으로 가봐야 될 것 같습니다.”
“저도 함께 가죠.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당휘란은 급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그녀를 뒤따르던 지강백의 입가에 흥미로운 미소가 스쳤다.
‘설마 그쪽에서 먼저 움직여 줄 줄이야. 이거, 잘하면 괜한 수고를 덜 수도 있겠구나.’
***
“크윽······.”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당문호는 혼자가 된 자신을 발견했다. 주변에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지키려다 죽은 비검대와 언가 무사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당 가주. 참으로 독하시구려.”
언차인이 히죽 웃으며 비아냥거리자, 지쳐 있던 당문호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닥쳐라, 이놈!”
파파팟!
당문호의 손에 있던 목저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그러나 이미 눈이 흐릿해지고 손에 힘이 빠진 당문호의 목저는 언차인을 스치지도 못했다.
언차인은 피식거리며 당문호에게 다가왔다.
“그 독을 마시고도 참 오래도 버티는군. 보통이라면 벌써 피를 다 게워내고 죽었어야 하는데. 역시 당가의 가주다, 이건가?”
“크으으······.”
“버티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이만 끝내지. 당신 때문에 이쪽도 생각보다 피해가 크거든.”
언차인이 주먹을 꼬나쥐며 내력을 끌어모으자, 청록색 빛깔의 기운이 그의 주먹에 응집되었다.
콰앙!
언차인이 진각을 밟으며 주먹을 내지르자, 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권기가 쏘아져 나갔다.
당문호는 거의 본능적으로 몸을 날려 권기를 피했다.
그러나 그가 피한 자리에는 언차인이 기다렸다는 듯 먼저 도착해 있었다.
“잘 가시오.”
후웅!
섬뜩한 파공음을 울리며 언차인의 주먹이 당문호에게 쇄도했다.
그 순간, 당문호는 몸을 빙글 돌려 언차인의 권격을 피함과 동시에 들고 있던 목저로 언차인의 명치를 찔렀다.
“헛!”
예상외의 반격에 언차인조차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당문호는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지경임에도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곧 그의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뭐냐. 명치를 찌른 감각이 없다고?’
당황하는 당문호에게 언차인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깜짝 놀랐소. 당 가주. 설마 한 수를 숨겨두고 있었을 줄이야. 헌데 미안해서 어쩌나? 우리 언가는 권법으로 알려진 만큼 내공보다는 외공(外功)의 단련을 더 중요시하거든.”
직후, 언차인은 주먹을 휘둘러 당문호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끄어억!”
당문호의 늙은 몸뚱이는 허공을 날아 처참히 바닥을 굴렀다.
갈비뼈가 모조리 아작나고 내장이 짓뭉개지는 일격이었다.
언차인은 가볍게 주먹을 풀며 쓰러진 채 꿈틀대는 당문호에게 다가왔다.
“이 망할 늙은이야. 제갈세가와 짜고 강호를 집어삼키려는 네놈의 야욕을 가만히 두고 볼 줄 알았더냐?”
언차인이 주먹을 높게 치켜들며 힘을 주었다.
“끝이다.”
바로 그때였다.
우르르르-!
정문 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떼거지로 들려왔다.
“쯧. 당가에서 온 건가? 말도 안 되는 빠르기로군.”
언차인은 혀를 차며 주먹을 내리고 그대로 도망쳤다.
“가주님!”
뒤늦게 당도한 당가의 무사들은 쓰러진 당문호를 다급히 살폈다. 그러나 이미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당문호의 상처는 심각했다.
그때, 죽은 줄로만 알았던 당문호가 피를 내뿜으며 힙겹게 눈을 떴다. 그는 핏발이 선 눈으로 당가 무사의 옷깃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휘, 휘란이에게······전해라.”
“가주님!”
“언가······놈들과 공손세가 놈들이 손을 잡았다. 그리고······놈들을 부추긴 배후가 반드시 있을 터. 놈들을 조사해 배후를 밝혀내도록 해라······. 그리고 다음 가주는 휘란이에게 넘긴다······.”
필사적으로 말을 잇던 당문호는 힘이 다했는지 눈도 감지 못한 채 숨이 끊어졌다.
당가의 무사들은 허망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제 곧 닥쳐올 당휘란의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