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81)
홍화린이 꺼낸 것은 작은 구슬이었다. 그녀는 구슬을 입에 넣고 그대로 삼켜버렸다.
‘뭐지?’
가만히 지켜보던 지강백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복용한 구슬이 천년빙옥과 비슷한 모양에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뭐냐. 광폭제라도 복용한 것이냐?”
천유성이 피식 비웃음을 흘리는 순간, 홍화린이 들고 있던 창을 가볍게 내질렀다.
동작은 단순했지만 결과는-.
콰콰과과광!
새하얀 섬광이 두 사람을 스쳐 지나간 것과 동시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크아악!”
폭발에 휘말린 병사들이 고통스런 비명을 내질렀다.
놀라운 것은, 단순한 기의 폭발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폭발이 일어난 자리에는 거대한 얼음덩이가 생성되어 있었는데, 그 얼음덩이에서 삐져나온 날카로운 송곳이 병사들을 무참히 꿰뚫었다.
창을 한 바퀴 돌려 옆구리에 낀 홍화린이 말했다.
“광폭제? 비슷하지. 이건 한빙단(寒氷丹)이란 거다. 평범한 무인이 복용하면 그대로 얼어 뒈지지만, 한빙공을 익힌 무인이 복용하면 단시간에 내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게 되지. 천유성, 널 상대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비기(秘技)다.”
무시무시한 일격이었지만, 천유성은 코웃음을 쳤다.
“겨우 광폭제 하나 먹은 것 가지고 날 이기겠다? 가소롭구나.”
“그래?”
홍화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곧, 그녀의 주위로 무수한 창의 환영이 떠올랐다. 하나, 둘, 셋, 넷······. 창의 숫자는 금세 수십 개로 늘어났다. 곧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고 입에서 김이 새어나왔다.
“이번에는 창의 개수를 늘려볼까?”
팟-! 파파파파파파팟!
첫 창격이 날아든 직후, 셀 수 없이 많은 창격이 마치 폭우처럼 쏟아졌다.
홍화린이 직접 개발한 창술인 설화무영창술(雪禍無影槍術)의 여리박빙(如履薄氷) 초식이었다.
“죽어라, 이 버러지들아!”
“쯧.”
천유성과 지강백은 동시에 검강을 생성하며 몸을 날렸다.
캉! 카가가가가캉!
두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날아드는 창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빗겨간 창격이 전장에 떨어지며 주변은 순식간에 얼음덩이로 초토화되었다.
“빙옥을 내놔라, 제갈빈!”
홍화린이 지강백을 향해 쏜살같이 쇄도해왔다.
그녀가 달려오며 창을 내지르자, 새하얀 섬광이 쏘아져 나갔다. 지강백은 허리를 젖혀 섬광을 피했다. 섬광에 닿지도 않았는데 옷에 서리가 꼈다.
그 사이 코앞까지 도달한 그녀가 연신 창격을 날렸다.
휘릭, 파파팟!
지강백은 천기미리보를 펼쳐 창격을 피함과 동시에 그녀의 등 뒤로 이동했다.
월영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홍화린이 창을 거꾸로 쥐고 옆구리 사이로 내질렀다.
쩌엉!
분명 막았는데도 지강백의 몸이 크게 휘청거리며 공중으로 치솟았다. 지강백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 힘과 속도······허풍이 아니다. 정말 화경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홍화린은 몸을 빙글 돌리며 지강백을 향해 창을 내쏘았다. 그러자 거대한 섬광이 지강백을 정확히 노려왔다.
설화무영창술, 빙탄(氷彈) 초식이었다.
지강백은 청룡신공의 항룡유회 초식을 펼쳐 몸을 보호했다. 그러나 섬광이 푸른 용에 부딪히자, 용이 무수한 얼음 파편으로 조각나 흩어졌다.
“큭!”
항룡유회 초식이 일격에 깨졌다!
지강백은 이를 악물었다. 제석천의 힘을 꺼내지 않고서는 이기기 벅찬 상대였다. 그러나 비기인 제석천의 힘을 천유성이 보는 앞에서 꺼낼 수는 없었다.
그 사이, 지강백을 향해 짓쳐든 홍화린이 묵직한 일격을 날렸다. 지강백은 다급히 월영검을 들어올렸다.
콰드드득! 쩌엉!
홍화린의 일격에 명중한 지강백은 포탄처럼 뒤로 날아가 그대로 성벽에 처박혔다.
북해삼십위를 상대로 싸우던 남궁미향과 홍련, 호야 등이 그 광경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빈!”
“두목님!”
“스, 스승님!”
그들은 지강백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자연스레 경악과 공포심이 튀따랐다.
창을 빙글 돌린 홍화린이 성벽을 향해 내달렸다.
“죽이지는 않겠다. 대신 산채로 북해에 끌고가 빙옥이 있는 위치를 말할 때까지 고문을 가해주지.”
바로 그때, 하늘에서 빛줄기가 콰앙! 하고 떨어졌다.
비룡검왕, 천유성이 달려드는 홍화린을 막아서며 검을 휘둘렀다.
채앵! 한 차례 무기를 부딪히고 물러선 홍화린이 혀를 찼다.
“방해꾼이 나타났군.”
천유성은 의복에 묻은 살얼음을 털어내며 말했다.
“하나 묻지. 정말 제갈빈이 네 빙옥을 가져간 것이냐?”
“그래. 이제 돌려줄 마음이 생겼나?”
“다시 말하지만 난 모른다. 그리고 내가 이 말을 한 이유는, 네년은 절대 빙옥을 돌려받지 못할 거라는 사실 때문이다.”
“뭐라고?”
“왜냐하면, 넌 여기서 내 손에 죽게 될 테니까.”
착 가라앉은 천유성의 눈에서 시뻘건 안광이 넘실거렸다.
그 순간,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홍화린이 공격을 가해왔다.
“하압!”
홍화린이 창을 십자로 교차시켜 휘드르자, 차가운 냉기를 머금은 기운이 쏘아져 나갔다.
설화무영창술의 동빙가절(凍氷可折) 초식이었다.
쩌어엉!
천유성은 호신강기를 펼쳐 홍화린의 공격을 방어했다.
그 때를 노려 천유성의 지척으로 파고든 홍화린이 창대를 길게 휘둘러 천유성의 하체를 쓸어갔다.
천유성이 바닥을 박차 공격을 피하자, 홍화린은 바닥을 쓸던 창을 수직으로 추켜 올렸다.
이대로라면 몸이 수직으로 쪼개질 상황. 천유성이 몸을 빙글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채채챙!
천유성의 검이 홍화린의 창을 튕겨내는 데 성공했다.
홍화린은 혀를 차며 반대쪽 창을 연거푸 내쏘았다.
퓻!퓻!퓻!퓻! 천유성은 보법을 펼쳐 창격을 피해냈다.
카캉! 한 차례 창과 검이 부딪히며 두 사람의 몸이 휘청였다.
기회를 잡은 홍화린이 남은 창을 내질러 천유성을 튕겨낸 다음, 창을 던지는 자세로 바꿔쥐었다.
홍화린은 창에 기운을 집중시킨 뒤, 걸음을 내딛으며 온 힘을 다해 창을 던졌다.
설화무영창술의 빙정옥결(氷貞玉潔) 초식이었다.
투콱-! 콰과광!
나선을 그리며 날아간 창이 천유성에게 명중했다. 무수한 얼음 파편히 사방으로 흩날리고 안개가 자욱히 깔렸다.
‘됐다!’
제아무리 현경의 고수라고 해도 정확히 명중한 이상, 멀쩡하지는 않을 것이다. 홍화린이 승리에 찬 표정을 지어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제법 쓰라렸다.”
쿠우웅!
푸른 섬광이 터지며 멀쩡한 상태의 천유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벽의 잔해를 뚫고 나온 지강백과 홍화린은 동시에 중얼거렸다.
“······태청검인공(太淸檢認功)!”
천유성을 현경의 경지로 끌어올려준 도가 최강의 무공.
시전자에게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여 상쇄시키는, 천하제일인의 명성에 걸맞는 무공이었다.
그러나 그 무공에도 한계점은 명확히 존재했다. 시전자와 비등하거나 더 강한 힘은 상쇄시키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홍화린은 천유성이 이 일격을 상쇄시키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설마······정마대전 때보다 더 강해진 건가!’
그럴 리가 없다. 천마 지강백과의 마지막 승부 이후, 팔 하나와 함께 진기를 심각하게 소모했다.
당연히 이전보다 약해졌으면 약해졌지, 더 강해졌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상황이 역전되자 홍화린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한빙단이 어쩌고 하더니, 이제 보여줄 건 없나보군.”
천유성이 이죽거리며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내리그었다.
푸슉!
직후, 한 줄기 섬광이 번쩍이며 홍화린의 어깻죽지에서 피가 튀었다.
“크윽!”
홍화린이 신음을 흘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눈으로 보고 피하기는커녕, 검이 움직인 것과 동시에 피가 튀었다.
그야말로 광속(光束)이라 할 만한 속도의 검격.
천유성을 비룡검왕이라는 칭호로 불리게 해준, 그를 천하제일인으로 만드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검술인 아광신검(亞光神劍)이었다.
‘여전히 무시무시한 검격이다······!’
심지어 팔 한 쪽이 없어 제대로 자세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저 정도 위력이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지강백이 표정을 굳혔다.
내가 지금, 전력을 다해 싸우면 천유성을 이길 수 있을까?
적어도 지금은, 그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때, 주군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챈 소용의 휘하 무사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천유성에게 달려들었다.
“빙후님! 어서 피하십시오!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빌어먹을!”
홍화린은 이를 부득 갈며 소용에게 몸을 맡겼다. 소용은 그 즉시 뒤따라온 북해의 군사들과 함께 전장을 벗어났다. 결국 무사들이 전멸을 당하며 목숨과 바꾼 탓에, 그녀는 안전하게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이겼다! 적들이 후퇴한다!”
북해의 이민족들이 성벽 너머로 달아나자, 아군들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렇게 장성 탈환전은 아군의 승리로 끝났고, 빼앗긴 장성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전투에서는 아군이 입은 피해도 적지 않아, 북벌은 잠시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
“다행히 큰 상처는 없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며칠 동안은 안정을 취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전쟁에 투입된 군의관의 말에, 남궁미향과 홍련, 호야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강백은 옷섶을 올리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
환골탈태를 거친 육체는 상처의 재생도 범인(凡人)보다 월등히 높았다. 거기다 다친 상처도 창격에 피부가 조금 찢어진 정도였지, 치료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직 화경 고수들의 싸움을 본 적이 없는 남궁미향과 일행은 사람이 포탄처럼 날아가 벽에 처박히는 모습에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지강백은 남궁미향의 엄포에 꼼짝없이 처소에 앉아 있어야만 했다.
그동안 천유성과 매화검선 등의 사람들이 다녀갔다. 황제 또한 수하를 시켜 지강백의 안부를 살폈다.
황제는 멀지 않은 때 북벌을 계속해서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야말로 북방의 위험을 완전히 뿌리뽑고자 하는 황제의 강한 결심이 느껴졌다.
***
밤이 깊어지고, 지강백은 바람이라도 쐴 겸 해서 남궁미향 몰래 밖으로 나왔다.
성벽을 걸으며 낮에 있었던 전투를 떠올렸다.
수 년간 갖은 노력과 방법을 동원해 강해졌음에도 실력의 차이를 여실히 실감한 순간이었다. 또한,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안일했었는지 깨닫게 해주는 계기이기도 했다.
‘난 여기서 더 강해져야 한다. 제석천의 혼을 얻고 현경의 경지에 오를 때까지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강해질 방법을 찾아야 해.’
북벌이 끝나고 나면, 한동안 홀로 천마림에 들어가 수련하면서 방법을 고심해볼 생각이었다.
그때, 저 멀리서 순찰을 돌던 보초와 마주쳤다. 그들은 공손히 예를 갖추며 지강백에게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밤산책입니다.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그럼 이만.”
보초들을 지나친 지강백은 무심결에 성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직후, 그의 눈이 크게 뜨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