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94)
전화사신에 대한 악명(惡名)은 매우 잘 알려져 있었다.
납치한 사람들의 배를 산 채로 갈랐다던가, 팔과 다리를 잘라 다른 사람에게 붙였다든가 하는, 끔찍한 실험을 자행해온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운남에서 나오지 않는 탓에 그의 정체는 베일에 쌓여 있었는데 바로 지금,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제법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구나. 첫 제물로 적당하겠어.”
전화사신의 비릿한 눈빛을 마주한 고수들이 표정을 굳혔다.
“뭘 쳐다봐? 기분 나쁘게 생겨가지고는.”
호야는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긴장하지 않은 듯 보였지만, 호야는 본능적으로 눈앞의 상대가 얼마나 위험한지 눈치챘다. 전화사신의 몸 전체에서 짙은 죽음의 기운이 풍겨오고 있었다. 쉽지 않을 듯했다.
“전투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소. 다들 준비합시다.”
파곤이 손에 쥔 염주알을 굴리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호야를 비롯한 다른 고수들 역시 차례로 내력을 끌어모았다.
그러자 전화사신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키득 웃었다.
“안 그래도 몸이 찌푸둥하던 찰나였는데······고맙군. 덕분에 축제를 벌이기 전 간단한 몸 정도는 풀 수 있겠구나.”
“실실 쪼개면서 뭔 개소리야 이 미친 새끼야! 변태같이 생겨가지고는, 이 호야 님이 다진 고기육편으로 만들어주마!”
터엉! 바닥을 박차고 호야가 달려들었다. 푸른 도기(刀氣)가 태룡도를 둘렀다.
전화사신은 등 뒤의 낫을 꺼내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보랏빛 겸기(鎌氣)가 바람을 가르며 쏘아져 나갔다.
쩌저정!
낫과 도가 격돌했다. 직후, 커다란 충격파가 터지며 흙먼지가 솟았다. 자신의 기를 정면으로 막아내자, 전화사신은 놀랍다는 듯 키득거렸다. 칼을 맞댄 채 호야가 외쳤다.
“야 인마, 너 대체 여기서 무슨 짓을 한 거냐.”
전화사신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가 말했다.
“축제다.”
“축제?”
“그래. 강남은 이제 곧 비명과 혈향으로 가득한 지옥도가 될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이라고는 남아있지 않은 축제 말이다. 재미있지 않겠느냐?”
“재미? 개 똥 지리는 소리 하고 있네!”
호야가 이를 부득 갈며 힘을 주었다. 그런데, 놈은 전혀 밀리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호야를 조금씩 밀어내기 시작했다.
“크윽······.”
“미안하지만 네놈은 축제의 서막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여기서 죽게 될 테니까.”
전화사신이 낫을 휘두르자 호야가 포탄처럼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폐허가 된 건물을 부수며 그대로 처박혔다.
“호형!”
고수들은 호야가 힘에서 밀리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음 순간, 사라진 전화사신이 고수들 사이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한눈을 팔면 안 되지.”
쇄애애애액!
전화사신의 기습에 방심하던 고수 한 명이 피를 흩뿌리며 나가 떨어졌다. 강남의 칠객(七客)중 한 명이었다. 절정고수인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하자, 남은 이들은 당황하고 말았다.
“이놈!”
강동의 맹호라 불리는 태산군(泰山君)이 주먹을 쥐며 권격(拳擊)을 날렸다. 붉은 권기가 마치 유성처럼 쏘아져 나갔다.
전화사신은 몸을 빙글 돌리며 낫을 휘둘렀다. 보랏빛 겸기가 원을 그리며 태산군의 권기를 반으로 쪼개버렸다. 그걸로 모자라 태산군의 주먹이 찢어지고 피가 튀었다.
“크윽!”
태산군이 주춤하는 사이, 전화사신은 물 흐르듯 몸을 돌리며 태산군의 가슴을 베었다. 태산군이 피를 흩뿌리며 뒤로 넘어졌다.
“다들 조심하시게!”
공중으로 떠오른 노고수 삼천노군(三千老君)이 허공에서 발검(拔劍)하며 검기를 내쏘았다. 순식간에 수십 줄기의 검기가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쾅! 콰과과과과광!
전화사신의 모습이 검기에 뒤덮여 사라졌다. 삼천노군은 놈의 기척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검은 그림자와 함께 전화사신이 삼천노군의 뒤편에 나타났다. 노군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대체 어떻게······설마, 환영이었던 것이냐!”
“사술의 대가인 나다. 환영술 쯤이야 간단하지. 영감.”
그저 그런 환영술이었다면 노련한 고수인 노군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리 없었다. 그만큼 전화사신의 사술은 무시무시한 경지에 올라서 있었다.
‘빌어먹을······!’
삼천노군이 이를 악물었다.
스걱!
낫을 휘둘러 단숨에 노군을 처리한 전화사신이 사뿐히 바닥에 내려앉았다. 직후, 제갈세가의 무사들이 그를 향해 덤벼들었으나 전부 죽음을 면치 못했다.
“멈춰라 이놈!”
비호처럼 날아든 파곤이 전화사신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소림의 대표적인 무공 중 하나인 백보신권(百步神拳)이었다.
터어엉!
북 치는 소리와 함께 권격에 맞은 전화사신의 몸이 터져버렸다. 그러나 직후, 전화사신의 몸이 갈라지며 열 개의 분신으로 나뉘었다. 파곤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놈이 또 환영술을······! 정신 차리자. 환상에 빠져 실체를 찾지 못하면 죽는다.’
본래 불도(佛道)를 닦은 이들은 정신수양이 기본이었다. 마음을 비우고 잡념을 지우자 환영을 구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없다. 열 분신 모두 환영이야! 그럼 실체는 대체 어디에!’
당황한 파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바닥을 뚫고 치솟은 전화사신이 낫을 추켜 올렸다.
스걱-!
파곤의 가슴팍이 세로로 갈라지며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파곤은 이를 악물고 버티려 했으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낫을 빙글 돌리며 옆구리에 낀 전화사신이 쓰러진 고수들을 쓱 훑어보며 광소를 터뜨렸다.
“푸핫! 고작 이 정도일 줄 알았으면 내가 진즉에 나서는 건데. 다들 아주 약해빠졌군.”
바로 그 순간, 폐허가 된 건물이 부서지며 그 사이로 호야가 튀어 나왔다. 전신을 푸른 기운으로 뒤덮은 호야가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크아아!”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전화사신이 피를 울컥 토했다. 전력(全力)을 쏟아부은 호야의 일격은 방금 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감히 내 동료들을······죽여버리겠다.”
머리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호야가 중얼거렸다. 그는 허공에 몸을 띄운 뒤, 수직으로 도를 내리쳤다. 푸른 도기가 엄청난 기세로 떨어져 내렸다.
패왕금력도의 패왕일도(覇王一刀)초식이었다.
쩌저저정!
도격을 막은 전화사신의 발이 움푹 파여 들어갔다. 이번 공격은 방금 전보다 더욱 강했다. 전화사신은 경악하며 눈을 부릅떴다. 여유만만하던 그의 표정이 처음으로 변했다.
“이 건방진 짐승 새끼가!”
분노한 전화사신이 발로 호야를 밀어낸 다음, 낫을 크게 휘둘렀다.
카가강!
직후, 전화사신이 입을 쩍 벌렸다. 팔을 자를 기세로 휘둘렀는데, 마치 금속을 때린 것처럼 마찰음이 났다. 호야가 철괴만파공의 금강(金剛)초식을 발현한 것이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번에는 호야가 반격할 차례였다.
호야는 주먹을 말아쥐는 것과 동시에 허리를 크게 비틀었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전화사신을 향해 권격을 날렸다.
철괴만파공의 철쇄권 초식이었다.
‘바, 방어를······!’
예상치 못한 충격에 몸이 굳은 전화사신은 다급히 낫을 들어 주먹을 막았다. 다음 순간, 전화사신은 눈에 불이 번쩍였다.
쩌어엉!
“커흐억!”
주먹이 닿은 순간, 기파가 내부를 진탕시켰다. 뇌가 흔들리고 뼈가 으스러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거대한 망치에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전화사신은 비틀거리며 정신을 차리려 애를 썼다. 이 정도의 충격을 받아본 일이 없으니 고통을 참기가 더욱 어려웠다.
그때, 내력을 칼에 잔뜩 집중시킨 호야가 횡으로 도를 휘둘렀다. 전화사신이 환술을 발휘할 틈도 없었다.
“자, 잠깐만!”
전화사신이 다급히 손을 저었지만 멈출 리가 없었다. 이미 칼날이 전화사신의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 번의 공격에 파괴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초식.
패왕금력도, 패왕만추(覇王萬鎚) 초식이었다.
쩌엉! 쿠구구구-!
거대한 폭음과 동시에, 두 사람이 있던 자리의 땅거죽이 마치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전화사신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나가 떨어졌다.
“크악!”
형편없이 땅바닥을 구르던 그는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이미 여유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분명 기껏해야 절정의 중간 수준이었는데······! 갑자기 화경에 다다른 수준까지 올라섰다!’
전화사신은 이를 악물고 호야를 응시했다. 그리고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호야의 전신에서 타오르는 기운. 그것은 단순한 내력이 아니라 선천진기(先天眞氣)였다.
선천진기는 인간의 생명을 쥔 원동력으로, 후천적으로 쌓은 내기보다 더욱 강력하고 정순한 기운이었다. 호야가 화경에 다다른 힘을 낼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선천진기를 끌어다 쓴 덕분이었다.
그러나 선천진기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쓴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진기가 고갈되는 것과 동시에 시전자는 목숨이 다해 죽게 된다.
호야는 지금 자신의 생명을 걸고 전투에 임한 것이다.
‘상태를 보아하니 조금 있으면 알아서 뒤지겠지만······.’
전화사신은 굳이 놈과 함께 동귀어진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혀를 차며 몸을 돌려 오막촌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수치스러움에 전화사신은 이를 부득 갈았다.
‘빌어먹을. 이 천하의 전화사신이 등을 돌리도 도망치는 꼴이라니······. 이 빚은 강남을 죽음의 땅으로 만드는 것으로 되갚아주마. 지옥에서 지켜보고 있거라!’
전화사신이 전장을 이탈하자 호야는 무릎을 꿇었다. 절대 놓을 것 같지 않던 손에서 도가 힘없이 떨어졌다.
“크윽! 우웨엑!”
눈, 코, 귀. 몸의 구멍이라는 구멍에서 검붉은 피가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호야는 고통에 신음을 흘리며 바닥에 엎어졌다. 선천진기를 무리하게 끌어다 쓴 반작용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두목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었다. 호야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와 불빛을 응시하며 힘겹게 손을 뻗었다.
‘젠장.’
곧 호야의 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
“큰일입니다. 귀주성 귀양에서 벌어진 강시 소동이 점차 대도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시체로 보이는 자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산 사람을 덮쳐 물어뜯고 있으며, 그 세가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강북 지부에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지강백이 표정을 굳혔다.
“귀주를 방어하던 고수들은 어찌 되었나.”
“처음 이 사실을 전해들은 호야 님을 비롯해 태산군, 칠랑, 삼천노군, 파곤 등이 나섰습니다만, 전부 당했습니다. 아무래도······흑무림맹의 최고수 중 한 명이 나선 것 같습니다.”
“호야가 당했다고?”
지강백이 보고서를 와락 구기며 차갑게 내뱉었다. 그러자 움찔한 대원이 황급히 덧붙였다.
“돌아가신 건 아닙니다. 허나 상태가 워낙 위중하신지라······. 전투 중 선천진기를 무리하게 끌어다 쓰신 탓에 의원들도 가망이 없다고 합니다.”
듣고 있던 남궁운과 당휘란, 제갈경과 남궁미향의 표정에 그늘이 졌다. 특히 남궁미향은 호야가 죽었다는 소식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예상대로 천유성이 마태룡을 움직였군. 그런데 마태룡이 이리도 쉽게 움직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천유성이 무슨 제안을 내건 거지?’
아무튼, 일단 호야를 구하고 강남의 일을 수습하는 것이 먼저였다.
“강남으로 내려간다. 내가 직접.”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