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309)
131화.집결하는 영웅들.2
“강호무림의 일이라 조심스럽습니다만······. 요새 떠돌고 있는 불온한 소문이 있어서 말입니다.”
“불온한 소문?”
“네. 그래서 장군님의 도움을 받고자 이렇게 왔습니다.”
“무림의 일에 끼어드는 건 옳지 않다고 보네만······.”
“네. 허나 무림의 일이라고만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커다란 피를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뭐라? 설마 내란이라도 일어난다는 말인가?”
지강백은 깜짝 놀라는 율승목에게 손을 내저었다.
“아직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근거없는 낭설일 수도 있지요. 허나······.”
“어서 말해보게. 불씨는 놔두면 금방 번지는 법이야. 낭설인지 아닌지는 내가 들어보고 판단해 보겠네.”
지강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운남의 흑무림맹을 아십니까?”
흑무림맹이라는 단어에 율승목의 표정이 단번에 구겨졌다.
“알고 있고말고. 소위 흑도라고 불리는 악랄한 집단 아닌가. 이곳 운남에 터를 잡고 있는.”
지강백은 율승목의 반응을 살피다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흑무림맹은 운남에 터를 잡고 난 이후, 지속적으로 운남 관리들에게 뇌물을 뿌리며 순조롭게 세를 확장시켜왔다.
그리고 그중에는 분명 율승목도 포함되어 있었다.
흑무림맹의 뇌물을 받으며 그들의 편의를 봐준 주제에, 겉으로는 그들을 멸시하는 척 연기를 하는 모습이 가증스러웠다.
“네. 그놈들이 곧 강남으로 진출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무인들을 보내 사업체를 뺏거나 사내 몇 명의 목숨이 날아가는 것이 아닌, 수백, 수천 명이 움직이는 진짜 전쟁 말입니다.”
“수백 수천이라면 충분히 내란으로 불거질 문제일세. 무고한 백성들이 휘말릴 수도 있어. 흑도놈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간덩이가 부은 짓을 하겠나?”
“네. 금방 꺼질 불씨일 수도 있지요. 그럼 다행입니다만······장군님의 말씀대로 불씨가 커질 우려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놈들을 주의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거였군. 놈들이 허튼 짓 하지 못하게 발을 묶어달라?”
“아시다시피 강남에는 소인의 가족들이 있습니다. 직계, 방계를 합하면 몇백이나 되는 숫자입니다. 비단 제 가족뿐 아니라 강남의 백성들을 지키려면 장군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자네는 어디에 있고?”
“소인은······중요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강북으로 가 있을 예정입니다.”
“강호무림의 일인가. 뭐, 거기까진 내 알 바 아니고.”
율승목은 고민에 빠진 듯 보였다. 지금껏 잘 지내왔던 흑무림맹, 그리고 강호의 대부호 제갈빈. 어쩌면 돈줄이 바뀌는 순간이 될 수도 있음을 노련한 권력가는 눈치채고 있었다.
그리고 지강백은 아주 적절히 그 틈을 파고들었다.
“장군께서는 흑무림맹. 아니, 흑도 놈들이 신경에 걸린 적이 없으십니까?”
“왜 없겠나? 기본적으로 도의와 예의범절을 모르는 자들······.”
저도 모르게 주절거리던 율승목이 황급히 입을 닫았다. 그 모습을 보던 지강백은 속으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 자, 생각보다 쌓인 게 많은 모양이다.
“소인이 강북에 가는 이유는 사실, 정파 무림의 지존 자리에 서기 위함입니다. 소인이 그 자리에 오르게 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지 아십니까?”
눈치 빠른 영감은 금방 지강백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정사의 숙원을 풀 셈인가? 흑무림맹을 치려고?”
“오랜 숙원입니다. 그동안 그 숙원을 풀 인재나 나타나지 않았지만, 소인이 그 자리에 오르면 당장 해결할 생각입니다.”
“그럼 또 내란을 방불케 하는 전쟁이 펼쳐질 텐데?”
“하하. 장군께서는 무림의 일을 잘 모르십니다. 정파 무림이 힘을 합치면 흑무림맹 따위, 얼마든지 일거에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명분 또한 충분히 갖춰져 있지요.”
“명분?”
“네. 흑무림맹이니 뭐니 위세를 떨고 있지만, 결국은 천박한 왈패 패거리나 다름없는 자들입니다. 불법적인 일도 주저없이 손을 대고 있지요. 관무불침이니 관은 나서지 못한다 해도 무림은 아닙니다. 사도의 조직을 몰아내는 일이니 황실의 입장에서도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지요. 그럼 적어도 한 달 안에 흑무림맹은 정리 가능합니다.”
“정파 무림의 힘이 정녕 그정도란 말인가? 허어······.”
지강백은 마지막으로 결정타를 가했다.
“그동안 척박한 운남에 계시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습니까? 그런데 저런 흑도 놈들까지 설치고 있으니 노고가 얼마나 크실지 감히 짐작도 못하겠습니다. 흑무림맹을 쓸면 그곳에 무림맹 지부를 세우고 운남 백성들의 평안을 위해 손을 보태겠습니다. 물질적인 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강백이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갔다. 그가 창가를 열자 넓은 장원이 보였고, 그곳에는 엄청난 크기의 수레가 연달아 들어오고 있었다.
율승목은 눈을 번쩍이며 창가로 다가가 물었다.
“저, 저것들은 다 뭔가?”
“소인의 작은 성의 표시입니다.”
그간 흑무림맹의 뇌물들을 받으면서도 저런 광경을 본 적은 없다. 그제야 눈앞의 젊은 청년이 얼마나 큰 부호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율승목은 호탕한 웃음을 내뱉으며 지강백의 손을 잡았다.
“걱정하지 마시게. 흑무림맹이고 그 수장이고, 운남에서 발자국 하나 떼지 못하게 할 테니까. 허허.”
“그럼 장군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지강백은 율승목의 저택을 나서며 중얼거렸다.
“마태룡을 해결했으니 뒤통수 맞을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지강백은 후련한 걸음으로 마차에 올라탔다.
“본가로 돌아가자.”
“네.”
가져온 선물을 모두 두고 간 덕분에 마차는 맘 편히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며칠 뒤, 율승목은 곧장 군병들을 이끌고 흑무림맹 본산을 덮쳤다.
“도지휘사 나리께서······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마태룡은 잔잔하지만 분노에 찬 음성으로 물었다. 자신이 주던 뇌물이나 받아쳐먹던 놈이 갑자기 들이닥치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율승목은 수염을 쓸어넘기며 웃음을 흘렸다.
“하여간에 얼굴들은 여전히 무시무시하구만. 오랜만이네.”
“어쩐 일이냐고 여쭸습니다만.”
“녹봉을 받고 일하는 관리가 왜 왔겠나? 일하려고 왔네. 국법을 어긴 자들이 이곳에 있다고 해서 말이야.”
마태룡은 율승목의 개소리를 한 귀로 흘렸다.
그는 자신의 옆에 선 광혈사신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자가 근래 누굴 만났는지 알아봐.
-존명.
율승목은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산책하듯 걸음을 옮겼다.
“이야, 으리으리하네. 무슨 무인들이 황제도 아니고 고래등같은 궁궐에서 살아?”
“국법을 어겼다니 들어나 봅시다. 우리가 무슨 국법을 어겼다고 이러는 것입니까?”
율승목은 잠시 마태룡을 응시하다가 짧게 말했다.
“내란(內亂).”
“무슨······우리가 역모를 꾸미고 있다고?”
마태룡은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흘렸다.
“지금 조사중이네. 정황은 많은데 증거가 없어서 말이지.”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도지휘사면 증거도 없는데 정황만으로 버젓이 남의 집에 쳐들어와 행패를 부려도 된다 이겁니까?”
마태룡이 나직이 으르렁거리자 율승목이 움찔했다. 그러나 곧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하여간 왈패놈들이란······영 품위가 없다니까. 쯧쯧.”
“그동안 잘 지내자고 뒷돈까지 받아쳐먹고 이제와서 이러는 이유가 뭐냐 이겁니다.”
“어허! 어디서 그런 망발을 지껄이느냐! 관리를 능멸한 죄,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줄까? 당장 포박해서 조정으로 압송해?”
율승목은 한 차례 으름장을 낸 다음, 목소리를 낮췄다.
“조금만 기다리게. 아직 확실시된 것은 아니니 당분간 감시 정도로 끝낼 것이야.”
이 새끼가······.
마태룡은 분명 율승목에게 다른 목적이 있다고 확신했다.
바로 그때, 광혈사신이 마태룡에게 다급히 전음을 보냈다.
-알아냈습니다.
-누구냐.
-제갈빈입니다.
마태룡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제갈빈?
-네. 며칠 전 거대한 수레 몇 대에 선물을 가득 담고 율승목의 저택을 넘었다고 합니다.
제갈빈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마태룡은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 누구인지, 어떻게 흘러가는 상황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틀 전, 천유성으로부터 전서구 하나가 날아왔다. 놈이 보낸 서신은 이러했다.
『······그렇게 해서 제갈빈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되었네. 허나 자네에게는 둘도 없는 기회가 되겠지. 본인을 비롯한 총전력을 이끌고 맹으로 진격할 테니, 무주공산이 된 강남을 치면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야.』
천유성의 입장에서는 제갈빈의 뒤를 치기 위해 꾸민 계략일 터였다. 솔직히 서신을 받았을 땐 마태룡도 솔깃했을 정도로 괜찮은 제안이었다.
그런데 지금 알았다. 제갈빈은 천유성보다 몇 수는 앞서고 있다는 것을.
제갈빈은 천유성이 자신에게 이런 제안을 할 것을 미리 예측하고 운남의 도지휘사를 움직였다. 관군들이 철수할 때는 전쟁이 끝난 이후일 것이다.
마태룡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몸을 돌렸다. 그의 뒤를 따르던 광혈사신이 물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네놈은 저 망할 벼슬아치의 말을 못 들었느냐? 여기서 움직이면 역모죄로 몰릴 판이다.
-허나 제갈빈 그놈이 천유성을 무너뜨리면 그 다음 상대는 분명 저희가 될 것입니다.
-천유성이 늙긴 했어도 여전히 괴물이다. 쉽게 당할 리 없을뿐더러 이긴다고 해도 제갈빈 그놈이 멀쩡하겠느냐? 지금은 가만히 기다린다.
-······알겠습니다.
마태룡은 제갈빈을 마주한 순간을 떠올리며 표정을 굳혔다. 어쩌면 이 전쟁······예상밖의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
***
당가의 여가주 당휘란은 전대 가주 당문호의 위패를 모신 사당에 방문했다.
‘아버지. 비록 살아계실 적 당문이 우뚝 솟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으나 이제 머지않아 저승에서라도 그 모습을 보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번 전쟁이 끝나고 새로운 천하가 열리면, 저희 당문도 그 세를 드높일 수 있겠지요. 부디 지켜봐주십시오.’
큰절을 올린 그녀가 밖으로 나오자 눈이 내리고 있었다.
“겨울이 다가오는구나.”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사당 앞에 특별히 차출된 당가의 고수들이 서 있었다.
다들 독과 암기에 관해서는 천하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뛰어난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곧 있을 전쟁에 두근거리는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 그건 당휘란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문의 명운을 걸고 하는 도박이다. 실패하면 죽음뿐.’
당휘란은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고수들을 응시했다. 다들 당문호 때부터 가문을 보필해온 인연이 깊은 자들이다. 당휘란은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
“다들 고마워요.”
“아닙니다. 가문을 위해 이 목숨, 얼마든지 바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끝까지 가주님과 함께하겠습니다.”
그들의 얼굴에서 두려움은 보이지 않았다.
당휘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갑시다. 제갈세가로.”
***
남궁운은 컴컴한 방에서 촛불에 의지해 붓으로 편지를 적어내려가고 있었다.
자신이 죽었을 경우, 가문을 유지하기 위한 방도를 남겨두기 위해서였다. 전쟁에서 져도 가문만큼은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편지를 다 작성한 남궁운은 마지막으로 가족들을 불렀다.
남은 형제들과 처자식. 그리고 자신의 연인인 주연화(朱煙花)를 불렀다.
그리고 남궁세가의 중인들도 전부 불러모았다. 숙연한 분위기 속, 남궁운이 입을 열었다.
“먼저······. 총관을 비롯한 각 대주들은 강남의 남은 세력들을 잘 규합해 동맹을 굳건히 하시오. 천유성이 이긴다 한들 수많은 무림인들이 한데 뭉치면 이기지 못할 것은 없소. 사사로운 자존심과 명예를 접고 넓은 마음으로 포용하시오.”
“명심하겠습니다. 가주님.”
“내가 죽으면 굳이 시체를 찾으려 할 필요 없소. 운이 좋으면 맹에서 수습해 가문으로 돌려보낼 것이니.”
가문에 대한 걱정은 전부 말했으니 남은 건 가족뿐이었다.
“내가 죽으면 가주직은 둘째에게 넘긴다. 부디 가문을 잘 보살피도록 하거라.”
“혀, 형님······!”
2공자 남궁무가 입술을 부르르 떨며 그를 불렀다.
남궁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남궁무를 응시했다.
“나는 죽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허나 죽으면 그것도 하늘의 뜻이겠지. 그러니 슬퍼하지 말거라.”
“형님은 무사하실 겁니다.”
남궁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연인, 주연화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가문에 온 신경을 쏟느라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오.”
주연화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시기만 하면 소녀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꼭 돌아오십시오.”
“약속하오. 돌아오면 꼭 그대에게 청혼하리다.”
다음 날, 새벽 미명을 맞으며 남궁운은 남궁세가의 장원을 나섰다. 그곳에는 창궁대주 진유민을 비롯한 창궁칠검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주님. 출전(出戰) 준비 끝났습니다.”
남궁운은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계단을 내려오며 마음을 다잡았다.
“가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