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317)
140화.승전(勝戰). 그 후.2
천운자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아미파의 불혜사태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네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일세.”
대충 예상하고 있던 지강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운자는 지강백의 어깨를 툭 치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불혜사태의 표정을 보니 심정이 복잡한 듯했다.
지강백은 일단 그녀를 향해 예를 갖춰 인사했다.
“괜찮아 보이시니 다행입니다.”
“그래······.”
승려들은 이래서 싫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고맙다면 고맙다. 왜 속시원하게 말을 못하는가?
결국 이번에도 지강백이 먼저 말문을 열어야 했다.
“저를 보자하신 이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혹, 아직도 저를······.”
“그, 그건 아닐세.”
황급히 손을 내저은 불혜사태가 합장하며 고개를 숙였다. 손이 하나인지라 합장(合掌)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지난날의 과오에 대한 사죄일세. 불도(佛道)의 가르침을 어기고 사사로운 정의감에 사로잡혀 큰일을 저지를 뻔 했어.”
“큰일은 이미 저지르셨습니다. 덕분에 천유성을 놓쳤으니 말입니다.”
지강백의 싸늘한 말투에 불혜사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자네를 볼 낮이 없네. 난 이대로 아미산에 돌아가 변멱수행에 들어갈 생각이네. 내 과오를 참회하고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강호로 돌아오는 길은 없을게야.”
불혜사태는 품에서 작은 영패 하나를 꺼냈다.
“이걸 자네에게 맡김세.”
영패를 받아든 지강백이 이채를 띠었다.
“이건 무엇입니까?”
“이 영패를 지닌 자는 적어도 아미파에서는 장문인과 동일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네. 난 지금 자네에게 아미파의 힘을 건네준 셈이야.”
지강백은 깜짝 놀랐다. 설마 장문영패를 넘길 줄이야!
이건 숫제 아미파의 존속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불혜사태는 고개를 들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차기 맹주에게 영패를 넘겨준다는 것은, 아미파는 이제부터 맹을 전적으로 돕겠다는 뜻이네. 소림과 무당, 그리고 아미는 예전부터 중립을 고수해왔거든.”
“정말입니까? 이걸 저에게 주시는 겁니까?”
“면벽수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날, 그 패를 돌려받으러 오겠네. 참, 영패에 관한 건 내 사매인 불경사태(佛經師太)에게 말해놓았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걸세. 그럼 이만······.”
“제 말은, 저의 뭘 믿고 이걸 맡기냐는 말입니다.”
지강백의 물음에 불혜사태는 합장을 하며 몸을 돌렸다.
“난 보았네. 제갈 가주의 진실된 의협심을.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주시게.”
***
지강백의 맹주 임명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맹에서는 원로원과 무림맹 13지부를 책임지는 각 성의 지부장. 그리고 맹을 이끄는 4명의 기둥. 내부의 총관(總管). 무력부대의 총대주(總大主). 무림을 관리하는 총순찰(總巡察). 그리고 마지막으로 맹을 지키는 대호법(大護法)이 참여했다. 아, 천유태가 죽고 공석인 총대주 자리에는 풍운검대 진광현이 대신 자리했다.
무림에서는 오대세가와 구파일방, 그 휘하 군소분파의 수장들이 참여했다.
지강백은 그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맹주에 임명되었다. 마침내 무림지존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연례행사처럼 새 맹주의 임명을 축하하는 연회가 열렸고, 지강백은 가볍게 몇 가지의 무공을 선보였다.
공식적으로 지강백은 검신 서태조의 후계자인 만큼, 그가 청룡신공과 월인대신검을 펼쳤을 때 강호인들은 환호성을 금치 못했다.
연회가 끝나고 임시로 마련된 맹주전에 총대주가 빠진 3명의 기둥이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새 주군을 향해 공손히 예를 갖췄다.
“축하드립니다. 맹주님.”
“축하드립니다.”
맹주(盟主). 지강백은 다시금 자신의 현실에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단언컨대 마교의 수장이 무림맹주 자리에 오른 역사는 없었다.
천유성이 이 모습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지강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 그대들이 해줘야 할 일이 많네.”
“하명하십시오.”
그들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무덤덤하게 명령을 기다렸다.
이미 이들에 대한 조사를 끝냈다. 이자들은 천유성이 맹을 장악한 와중에도 휩쓸리지 않고 자리를 지킨 진정한 정파인이었다.
지강백은 든든한 세 기둥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맹 내부에 아직 천유성의 입김이 닿아있는 자들을 쳐내는 일일세. 총관과 총순찰은 천유성과 연관이 되어 있는 자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낼 것이며, 대호법은 도망치는 자들을 잡아 대령하게. 최대한 빠르게.”
“존명.”
“그리고 총관은 그들을 내친 자리에 어울릴 만한 자들을 추려서 내게 가져오도록. 자리를 오래 비워두면 안 되네.”
“존명.”
맹에서 천유성과 관련된 것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아야 한다.
새 맹주의 첫 명령은 다름아닌 구시대의 잔재를 치워버리는 명령이었다.
***
그들이 지강백의 명을 받은 지 사흘도 채 되지 않았다.
“놔라, 이놈들아! 내가 누군줄 아느냐!”
총관과 한창 회의를 하던 도중, 밖에서 낮익은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경계를 서던 호위무사가 난감한 기색으로 보고했다.
“저······푸운검대의 대주께서 맹주님을 뵙기를 청합니다.”
아, 지금쯤 자신의 방이 사라졌다는 걸 알았겠군.
지강백은 피식 냉소를 흘리며 호위에게 말했다.
“들어오라 하라.”
콰앙!
씩씩거리며 문을 박착 들어온 진광현이 지강백을 원수마냥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보시오, 제갈 가주! 약속이 틀리잖소!”
“진 대주, 이분은 맹주시다! 예를 갖추라!”
지강백은 얼굴을 붉히는 총관에게 말했다.
“잠시 나가 있으시게. 무사들도 물리고.”
“알겠습니다.”
마침내 둘만 남자 지강백은 방에 방음진을 펼쳤다.
“그래. 진 대주, 이렇게 급히 날 찾는 이유가 뭔가?”
진광현은 다짜고짜 지강백의 멱살을 움켜쥐며 악을 썼다.
“이놈아! 약속이 다르지 않으냐! 난 네 말대로 네놈이 마교도라는 증거도 전부 소각했으며 연회장에서도 시키는대로 다 했다. 그런데 날 파직시켜?”
“약속은 지켰다. 장부를 불태웠으니 네놈이 빚쟁이들에게 쫒기는 일은 없을거다. 널 파직시킨 이유는 맹주로서 더 훌륭한 인물을 그 자리에 앉히려고 했을 뿐이다.”
“뭐? 이 개자식이······, 그걸 말이라고 해? 정확히 내 나와 내 수족들만 파직시킨 거, 모를 줄 알아?”
“그랬나? 쳐내는 일은 총순찰에게 일임했는데······네놈 수족들이 어지간히도 무능력했나보군.”
“이익······!”
진광현의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올랐다.
지강백은 놈의 손을 붙잡고 가볍게 꺾었다. 진광현의 손목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진광현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쳤다.
“지금까지 몇 명에게서 뇌물을 받아먹고 천유성의 수족노릇을 해왔느냐? 그정도 해처먹었으면 스스로 물러날 때도 알아야지. 네놈 욕심이 네놈을 집어삼킨 꼴이다. 한심한 놈.”
지강백의 싸늘한 목소리에 현실을 직시한 진광현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는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와 지강백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메달렸다.
“맹주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도 처자식이 있는 몸 아닙니까. 그리고 저도 천유성의 협박에 마지못해 가담한 것이지, 결코 놈에게 붙어먹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처자식까지 팔아가며 목숨을 구걸하는 모습이 추했다.
지강백은 진광현의 가슴팍을 발로 차며 싸늘히 말했다.
“꺼져라! 여기서 네놈이 가져갈 수 있는 건 목숨뿐이다.”
진광현은 지강백을 죽여버리겠노라 발악하다 호위들에 의해 끌려나갔다.
어차피 맹을 나서는 순간, 자신의 수하들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이다.
며칠 후, 수하들의 보복으로 인해 진광현의 시체는 처참이 난도질당한 채 맹의 근처 산기슭에서 발견되었다.
***
무림맹 복구 작업은 황금성의 지원으로 빠르게 진척되었다.
지강백은 개방의 후개 박용도와 하오문의 서도명을 불러 천유성의 흔적을 찾으라 지시했다.
그러나 상대는 현경의 고수인 만큼, 흔적을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흔적을 남긴 곳이 어딘가?”
“하북성 안평(安平)입니다.”
“흔적을 조사해봤을 때, 놈이 향하는 곳은 위쪽. 즉, 북경으로 보입니다.”
“북경은 황도(皇都)가 있는 곳 아니오?”
“혹시 국경을 넘어 청국(淸國)으로 가려는 것 아닐까요?”
지강백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천유성의 성격을 보았을 때, 반드시 복수하려 들 것이다.
황도라······. 그 말을 들었을 때 뭔가 석연찮은 기분이 들었다.
“두 사람은 당분간 황도와 황궁을 집중적으로 감시해야겠다.”
“네?”
갑자기 황궁이라니? 두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개는 황궁에 거지들을 통해 외부에 수상한 자가 황궁으로 침입하는지를 감시하고, 서도명은 내부에 사람을 심어 특이한 일이 없는지 감시하도록.”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따를 뿐이다.
박용도와 서도명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물러났다.
그들이 나가자 지강백은 기다리던 이들을 불렀다.
대전의 문이 열리고, 세 명의 사내가 들어왔다.
“반갑네. 다들.”
지강백은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수라검대(修羅劍隊) 대주, 홍랑검(紅狼劍) 적성(赤性).
백령검대(白靈劍隊) 대주, 백미랑(白美郞) 유우화(劉祐和).
흑암검대(黑巖劍隊) 대주, 흑영귀(黑影鬼) 전소위(錢素衛).
무림맹의 일곱 주력부대 중, 천유성의 입김이 닿은 자들을 내치고 남은 세 명의 고수였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지강백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개를 들라. 그대들을 부른 건 남은 4개 부대의 대주를 정함과 동시에 총대주직을 누가 맡을지 논의하기 위해서다.”
내부에 관한 내용은 총관과 상의하고, 무력부대에 관한 내용은 이들과 상의하는 것이 옳았다.
“소인들은 맹주님의 뜻에 따를 뿐입니다.”
충직한 대답은 만족스러웠으나, 아쉽게도 이들 중 총대주감으로 보이는 자는 없었다.
“그럼 본좌가 하나 제안할 것이 있다. 이는 총관과도 합의를 마친 건이다.”
“하명하십시오.”
“전국에 퍼져 있는 낭인들, 재야의 고수들에게 서신을 보내도록 하라. 배경과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든. 뛰어난 인재들을 모아, 정당한 시험을 통해 총대주와 대주들의 빈 자리를 채울 것이다.”
숲속에 몸을 숨긴 채 살아가는 자들. 신수(神獸)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자들. 지강백이 원하는 인재들이었다.
“심사관은 그대들과 본좌다. 차후 맹의 무력부대를 책임질 인물들이니 철저히 심사해 뽑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알겠는가?”
“존명!”
세 대주는 포권을 취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지강백은 흑도나 사파를 제외하고 수많은 고수들의 거처를 파악해 사람을 보내도록 지시했다. 맹의 인장을 찍은 전서구 또한 뿔뿔히 흩어져 전국 각지로 날아갔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수많은 고수들이 지강백의 부름에 응답해 맹으로 달려왔다.
개중에는 정마대전에 참가한, 지강백이 아는 이름도 있었다.
지강백은 무림맹의 문턱을 넘는 고수들을 응시하며 말했다.
“저들을 시험장으로 안내하도록.”
“존명.”
지강백은 차후 맹의 전력이 될 소중한 인재들을 맞이하기 위해 시험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