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48)
4공자 남궁민은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광동으로 내려왔다.
어차피 결과가 달라지지 않으니 서두를 이유도 없었다.
‘아버지는 그들이 항복을 하면 받아주라 하셨지만······그래서는 재미가 없잖아? 한 번 기어오른다고 두 번은 하지 말란 법도 없고.’
남궁민은 천성이 포악한 자였다.
첫 출전인 만큼, 그는 평화롭게 일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남천연가 저택 정도는 부숴줘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마찬가지로 긴장감이라고는 없는 창궁대원들 몇몇이 남궁민의 곁에서 재잘댔다.
“공자님, 제가 소문을 들어봤는데, 광주에 소문난 기루가 그렇게 많다 합니다. 여자들도······흐흐.”
“그래? 그럼 임무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재미나 좀 볼까? 내가 사지.”
그렇게 천천히 광동성에 들어온 창궁대가 마침내 남천연가가 위치한 광주에 도착했다.
남궁세가를 바라보는 광주 세력들의 눈길이 곱지 않았다. 이미 그들에게 남궁세가는 자신들을 위협하는 적에 불과했다. 그러나 누구도 감히 앞길을 막아서는 자들은 없었다.
창궁대는 방해 없이 위풍당당하게 연가에 도착했다.
“얼씨구. 역시 저항하려나보네.”
남천연가은 정문을 굳게 걸어잠근 채 누구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쪽에서 최후통첩을 보내겠다고 했음에도 마중나온 이들이 없다는 것은, 명백한 거절의 의사였다.
남궁민의 입꼬리가 매섭게 올라갔다.
“일말의 자존심이라도 남은 모양이군, 멍청한 놈들.”
남궁민은 내력을 실은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남천연가의 가주는 들으시오! 남궁세가에서 마지막으로 그대들에게 기회를 주러 왔으나 박대한다면, 그땐 무력으로 대응하겠소!”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곁에 있던 창궁대의 무사가 중얼거렸다.
“거절이군요.”
“그래. 말로 하는 건 내 성격이 아니지.”
남궁민이 검을 뽑아들며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창궁대의 무사들이 일제히 남천연가의 장원 안으로 우르르 몰려들어갔다.
콰직!
정문을 부수고 들어온 남궁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저것들은?’
검은 무복을 입은 수백 명의 무사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서정연하게 선 채로 기다리는 모습이, 마치 검은 철옹성을 연상케 했다.
남궁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멈춰섰다.
순간 남천연가의 무사들인가 생각했으나, 이곳에 저런 병력이 남아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저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때, 무사들 사이로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남천연가의 가주 연백주와 그 아들 연소후였다.
그들을 발견한 남궁민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이보시오, 연 가주! 저 검은 무사들은 대체 뭐요! 지금 본가랑 전쟁이라도 해보자는 거요?”
“허허.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오는군. 그럼 남궁세가가 데려온 무사들은 뭐요? 전쟁하러 온 거 아니오?”
정곡을 찌르는 발언에 남궁민은 잠깐 무안해졌다. 그러다 이내 화를 벌컥 내며 성질을 부렸다.
“하! 무릎꿇고 얌전히 항복했으면 조용히 돌아가려고 했건만, 상황을 악화시킨 장본인은 당신이오!”
“정말이지 뻔뻔하기 그지없는 족속이로군. 이보시오, 이곳 광동은 본래 우리의 영역이고, 우리가 항복해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소. 어디서 무뢰배같은 행위요? 그것도 남의 정문을 멋대로 부수고 들어와서. 그게 소위 명문 정파들이 하는 짓거리요?”
연백주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독설을 내뱉었다.
“잘 들으시오. 본가 뿐만 아니라 광동 어느 세력도 남궁가에 무릎꿇을 일은 없을 것이오. 그러니 헛수고하지 말고 돌아가시오. 아니면 차라도 한 잔 하고 가겠소?”
“웃기는군! 항복을 안 하면 순순히 돌아갈 것 같은가? 이 뒤에 무사들이 안 보여?”
마치 어린애와 같은 모습에 연소후가 웃음을 풋, 터뜨렸다.
연백주 역시 마찬가지로 비웃음을 흘리며 놀리듯 말했다.
“그럼 싸워보시던가.”
“뭐, 뭐라고?”
남궁민은 더욱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대체 저들은 뭘 믿고 저렇게 여유로운 것인가?
남궁민의 시선이 그들의 등 뒤에 망부석처럼 서 있는 검은 무복의 무사들에게 돌아갔다. 어디서 온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저들이 연 부자가 믿는 구석이리라.
“건방진 것들이······. 좋다. 나 역시 좋게 말로만 하는 성격은 아니니 차라리 잘 되었어. 힘으로 여길 무너뜨리고 광동을 손에 넣겠다.”
채앵!
호기롭게 검을 뽑아든 남궁민이 말했다.
“어디서 온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와라! 죽기 전에 정체를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그 말에 연백주가 고개를 돌렸다.
검은 무복을 입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한 사내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앞으로 나섰다.
“수고했소. 분은 좀 풀렸소?”
“예. 덕분에 병이 씻은 듯 나은 기분입니다.”
“다행이군. 이제 물러서 있으시오.”
장검 한 자루를 허리에 찬 그가 당당히 앞으로 나섰다.
그를 자세히 살펴보던 남궁민이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뭔가 낮이 익은데······.’
그때, 사내가 천천히 복면을 벗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오똑한 코, 여유로운 입꼬리가 드러났다.
사내의 정체를 확인한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일제히 경악했다.
“너, 너······!”
황당한 표정의 남궁민을 향해, 사내가 말했다.
“오랜만이군. 처남.”
***
지강백은 얼어뭍은 남궁민을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
“설마 네가 창궁대를 이끌고 올 줄은 몰랐다. 나름 장인어른께 인정받은 모양이야. 축하한다.”
남궁민은 여전히 얼빠진 표정이었다. 불쌍한 녀석. 아직 사태파악이 제대로 안 된 모양이다.
지강백은 조용히 그가 정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곧 남궁민의 분노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이 개자식! 네가 여기 왜 있어!”
“이봐, 매형에게 개자식이라니. 심하지 않나?”
“닥쳐! 지금 상황, 제대로 해명해야 할 거야. 대체 네가 왜 남천연가를 지키고 나선 거지?”
“남궁세가가 광동성을 먹기 위해 혈안이 되자 광동 세력이 내게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조건으로 이곳의 지배권을 걸었지. 우리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지 않겠나?”
“뭐, 뭐? 그러니까 지금······광동을 먹기 위해 우리랑 척을 지겠다, 이 말이냐?”
“우리 처남, 멍청한 줄만 알았더니 말귀도 잘 알아듣네.”
남궁민은 입을 쩍 벌리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런 미친 새끼! 하하하! 뭐가 어쩌고 저째? 글공부나 하면서 운 좋게 오대세가 자리 꿰찬 놈들이 감히 대남궁가와 겨뤄보겠다고? 제갈빈, 운 좋게 가주 자리에 오르더니 정신이 나간 거 아냐?”
“글쎄다. 적어도 남궁가에게 대적할 방패로 우릴 고른 광동의 세력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인데.”
“그 병신들도 곧 느끼게 될 거다. 자신들이 얼마나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인지.”
남궁민이 신호를 보내자 창궁대가 전투를 준비했다.
연시환이 검을 뽑자 질풍대 역시 맞설 준비를 마쳤다.
“네놈, 그렇잖아도 죽여버리고 싶었는데 아주 잘 되었군. 네놈같은 호색한 따위는 향이 누님의 옆자리에 앉을 자격도 없다는 걸 알려주마.”
이놈, 그러고 보니 유독 남궁미향을 잘 따랐다고 했던가.
안 그래도 날 죽이고 싶어 안달나 있겠군.
“그렇게 네 누나가 좋으냐? 아직 어리긴 어리구나.”
“닥쳐!”
남궁민이 지강백에게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양쪽 무사들이 일제히 서로에게 짓쳐들었다.
“우와아아아!”
순식간에 남천연가의 장원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지강백은 홍매검을 뽑지 않고 남궁민과 대치했다.
“난 네놈에 관한 소문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아. 당연히 사람들을 심어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유명세를 얻었겠지? 하지만 나한테는 안 통해!”
“풋, 그래?”
지강백은 도발적으로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그럼 자신있게 덤벼봐.”
“후회하지 마라!”
남궁민은 나름 재빠른 보법으로 지강백의 품에 파고들며 검을 휘둘렀다.
그 역시 창궁무애검을 익혀 남궁미향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채앵!
다음 순간, 남궁민의 눈이 크게 뜨였다.
지강백이 맨손으로 그의 검을 낚아챈 것이다.
“검을 쥐는 손에 힘이 너무 약하다.”
지강백은 남궁민에게 빼앗은 검을 가볍게 돌리며 바닥에 떨어뜨렸다.
얼굴이 시뻘겋게 붉어진 남궁민이 주먹에 내력을 끌어모으며 달려들었다.
“건방떨지 마라!”
직후, 지강백이 가볍게 날린 손바닥이 남궁민의 턱을 후려쳤다.
쩌엉!
정확히 턱을 얻어맞은 남궁민이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시야가 어질거렸다. 입에서 침을 줄줄 흘러내렸다.
어떻게 당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당혹스러웠다.
“처남, 많이 아픈가?”
“너, 너 이 새끼······.”
욕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턱이 빠졌는지 계속 바람 소리만 새어나왔다.
지강백은 그를 기절시키는 대신, 웃으며 말했다.
“잘 봐라. 이것이 네가 그렇게 무시하던 제갈세가의 모습이다.”
***
창궁대원들은 검을 휘두르며 호기롭게 달려들었다.
제갈세가의 무사들 따위, 어차피 하수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자신들은 상승의 검술을 꾸준히 수련해온 진짜 고수들이었다.
그러나 첫 격돌 이후, 그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채채채채챙!
창궁대원의 검격이 매섭게 쏘아졌다. 그러나 질풍대원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완벽하게 검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곧, 질풍대원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쇄애애액! 채챙!
풍백유영결을 익힌 무사들은 일시적이지만 같은 경지의 무사들이 가진 신체능력을 월등히 뛰어넘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같은 일류라 해도, 힘과 속도, 반사신경 등, 모든 능력에서 차이를 보였다.
지금 질풍대의 눈에 창궁대원들의 검은,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렸다.
“겨우 이따위 검술로 검왕가를 자칭하는 거냐?”
스걱-!
질풍대원의 검격이 창궁대원의 가슴을 가르고 지나갔다.
창궁대원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질풍대는 그동안의 설움을 한 번에 터뜨리듯, 미친 맹수처럼 창궁대원들을 무참히 짓밟기 시작했다.
“컥!”
“크어억!”
들려오는 비명소리 중, 십중팔구는 창궁대원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방심하고 있던 그들은 기량이 최상에 달하는 질풍대원들의 검을 상대하지 못했다.
전세는 완전히 질풍대 쪽으로 넘어가고, 질풍대원들은 창궁대원 하나를 쓰러뜨릴 때마다 밀려오는 고양감에 몸을 떨었다.
“오늘부로 검왕가의 칭호는 반납해야겠다.”
“이제는 제갈세가가 오대세가의 최강이다!”
퍼퍼퍼퍽!
한 차례 파룡도를 길게 휘둘러 창궁대원들을 십수명을 동시에 후려친 호야가 입맛을 다셨다.
“이거 너무 상대가 안 되잖아? 쓸만한 놈은 없냐!”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가장 다급해진 사람은 창궁대주 진유민이었다.
질풍대원 하나를 베어낸 그는 전황을 살피며 이를 악물었다.
‘이럴 수가. 설마 제갈세가의 무력수준이 이정도로 급성장했을 줄이야······. 이대로라면 위험하다.’
그가 남궁민을 데리고 후퇴를 지시하려 할 때였다.
복면을 벗어던진 연시환이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이다. 진유민.”
“연시환······.”
“여전히 상황판단이 빠르군. 도망치게?”
“감히 남궁세가를 배신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나.”
“하하. 이봐, 지금은 네 안위부터 걱정해야 하지 않아?”
꿈틀. 진유민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못 본 사이에 많이 건방져졌군. 연시환. 무림학관 시절에는 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던 애송이가.”
사실 두 사내는 무림학관에 있을 시절, 동기였다.
그때 연시환은 진유민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고, 늘 그의 밑에 가려진 채 학관을 졸업했다. 진유민은 당당히 오대세가의 최상위인 남궁세가에 들어갔고, 연시환은 제갈세가로 들어오게 되었다.
“넌 나를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많은 것이 변했다. 이제 너 따위, 전혀 무섭지 않아.”
“조금 성장한 모양인데, 아직 분수를 모르는군.”
파파팟!
바닥을 박차고 날아오른 진유민이 연시환의 정수리에 검을 내리쳤다.
“죽어라!”
채챙!
연시환은 검을 들어 진유민의 검을 막아냈다.
그대로 검을 튕겨낸 연시환이 진유민의 목을 노리고 검을 내질렀다. 진유민이 흠칫할 정도로 날카로운 일격이었다.
휘릭. 채채챙!
진유민은 몸을 비틀며 공격을 쳐냈다. 그런데 검에 담긴 무게가 상당했다.
바닥에 착지한 진유민이 눈살을 찌푸렸다.
검을 쥔 손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이 자식······!’
자존심이 상한 진유민이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 순간, 그의 전신을 무거운 바람이 짓누르기 시작했다.
‘컥!’
진유민은 당황하며 고개를 들었다.
연시환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자신의 기운을 압도하고 있었다.
상대방의 기운을 역으로 짓누르기 위해서는, 무조건 상대방보다 내력이 높아야 한다.
즉, 지금 연시환의 내력이 진유민의 내력보다 월등히 높다는 뜻이었다.
‘말도 안 돼!’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는 진유민에게, 연시환이 말했다.
“슬슬 상황 파악이 되지 않나?”
타다닷!
연시환은 검은 늘어뜨린 채 질풍처럼 쇄도했다.
진유민은 이를 악물고 힘겹게 검을 휘둘렀다.
절정에 오른 검사답게, 그의 검에서 푸른 검기가 일렁였다.
그러나 연시환은 냉소를 지을 뿐이었다.
“고작 그것뿐이냐?”
우우웅!
직후, 연시환의 검에서 그보다 더 거대한 연녹빛 검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진유민의 푸른 검기를 집어삼키고도 남을 거대한 검기가.
채챙!
단 두 합 만에 진유민의 검이 반으로 부서졌다.
퍼퍼퍽!
연시환은 검등으로 진유민의 어깨를 연달아 내려쳤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진유민이 비명을 토했다.
“커억!”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은 진유민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검을 늘어뜨린 연시환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질풍대원들이 창궁대를 완벽히 쓰러뜨린 후였다.
‘이겼다.’
연시환은 피에 젖은 검을 든 채로 크게 소리쳤다.
“이겼다아아!”
그러자 질풍대원들이 일제히 그를 따라 환호성을 터뜨렸다.
개중에는 격동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흘리는 자도 있었다.
“으아아아!”
파룡도를 어께에 걸친 호야가 볼을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누가 봐도 이길 싸움이었는데 다들 왜 이렇게 좋아해?”
“저들에게는 처음 맛보는 쾌감일 테니까. 즐기게 놔두렴.”
지강백은 남쪽 하늘을 바라보며 눈매를 좁혔다.
‘자, 이제 어떻게 나올거냐. 남궁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