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22)
제 223화
chapter 1
강철 산맥.
마치 드래곤의 숨결처럼 고고한 위상을 자랑하는 그 산맥에 한 남자가 있었다.
테슬란 왕국 전前 말론 공작의 양아들이자, 테슬란 왕국의 마스터 중 한 명인 슈샤이어 말론.
그는 의문 섞인 표정으로 무언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어센블 공작가의 정보원을 죽였다.
그중 한 남자의 손에 들려 있던 이 작은 수정구.
슈샤이어는 이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외형은 마법 통신구와 비슷한데 무언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
마나를 집어넣자 눈앞에 이상한 번호판이 뜬다.
그 번호판의 숫자를 아무거나 눌러 보려던 그때.
슈샤이어는 고개를 들었다.
시체로 가득한 이 자리에서 정확히 42km 떨어진 거리.
그곳에서 무언가 느껴진다.
“……마스터? 텔레포트?”
앞서 말했듯 이곳은 산맥이다.
정확히는 산지. 그런 산지에서 42km면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거다.
슈샤이어는 조금 불안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느낌이 좋지 않다고 해야 할까.
그냥 무언가 이상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 그때.
그 42km에서, 또다시 무언가가 느껴진다.
정확히는 무언가가 굉장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방향.
잘못 느낀 게 아니라면 분명 이쪽이다.
슈샤이어는 본능적으로 외쳤다.
“전원 발검-!!”
산맥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그 목소리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전원 발검-!!”
“마법사는 대형을 갖추고 기사는 무기를 꺼내라!!”
똑같이 복명복창하는 이들도 있었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는 이들도, 그리고 진형을 갖추는 이들도 있었다.
지금 살아 있는 이들은 모두 슈샤이어를 따라 툴칸 제국에 귀화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들이기에 완전한 통제가 가능했다.
그런 ‘군대’가 자리해 있는 그곳 한중간에.
터억-!
한 남자가 자리에 착지했다.
깔끔해 보이는 검은 머리.
그리고 어린 외모.
귀공자처럼 생긴 그 아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모두가.
정확히는 슈샤이어를 비롯한 서클 유저들이 숨을 죽였다.
그 남자의 눈이 주변을 훑는 순간 온몸에서 오한이 돋아났으니까.
그가 말했다.
“다행이다.”
라고.
대체 뭐가 다행일까.
천천히 머리를 쓸어 올린 아이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데로 갔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제자리에 있었네.”
온도가 확 내려가는 듯한 목소리.
그건 매우 싸늘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르게 아이는 웃고 있었다.
“만나서 반갑다. 이 개새끼들아.”
정말 반갑다는 듯이.
* * *
올 때부터 느낀 거긴 하지만 이 주변에는 새가 펄럭이는 소리나 산짐승이 돌아다니는 소리가 일절 들리지 않았다.
사실, 그건 당연한 거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동시에 코를 찌르는 역한 피비린내.
오랜만에 맡는다기보다는 생각보다 자주 맡았던 냄새.
시체의 냄새다.
이런 냄새가 울려 퍼지는데 산짐승?
없는 게 당연하지.
“꼭, 그랬어야만 했냐?”
네모난 면상에 짧은 수염이 나 있는 웬 산적 같은 놈이 묻는다.
“누구냐, 네놈은.”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아니지.
사실 놈의 경지를 보고 알 수 있었다.
저놈이 슈샤이어 말론이겠지.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되는 이들이었잖아.”
“누구냐고 물었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체로 가득하다.
아주 많았다.
사실 언급은 안 했는데 마나 유저가 죽는다면 죽은 그 자리에서는 마나가 피어오른다.
그가 살면서 쌓고, 만들었던 마나.
선천지기를 비롯해 생명체의 모든 기운이 시신이 되면 밖으로 빠져나오는데.
지금 이 부분.
그러니까 내가 서 있는 이 공간을 중심으로 반경 약 10km.
그 공간 군데군데 마나의 농도가 굉장히 짙었다.
뿐일까.
여기서 남쪽 방향에서 일정 거리 간격으로 짙은 농도가 느껴지는 걸 보고 확신했다.
“뜻에 따르는 이들과 따르지 않는 이들을 구분하고, 죽이면서 계속 이동한 거 같은데, 정말 그랬어야만 했냐고.”
천천히 목을 풀었다.
그런 내게, 슈샤이어가 외친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네놈은 누구냐!!”
무시하고 기운을 끌어 올렸다.
슈샤이어, 놈이 기이한 위화감을 느꼈을 때.
나는 이미 자리를 박차고 있었다.
툭-!
그와 동시에 공간을 격하고 검게 물든 내 손이 뻗어 나간다.
그 손은.
터억-
슈샤이어의 면상을 잡아챘고 그대로.
콰아아아아앙-!!
바닥에 처박았다.
솔직히 말할까.
이건 나도 예상 못 한 일이다.
나뿐일까.
황태자도 예상 못 했을 거다.
보통 책략을 짜고 전략을 짤 때 상황이 무언가 불확실한 경우에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게 잘 풀릴 경우에 전황을 뒤집는 획기적인 책략이 되고 후에 역사에 길이 남을 전략이 되는 거다.
하지만 지금 슈샤이어가 한 일은 만용 그 이상의 오만이다.
이건 그냥 무의미한 짓이다.
황태자는 내부 단속할 시간이 필요하고, 나는 안정화된 세상을 원한다.
농담이 아니라, 별일이 없으면 대륙은 향후 몇 년간 정말 아무 일 없이 조용히 흘러갈 수 있었다.
전쟁도 없고, 작은 분란만 있는 상황.
그런데 지금 슈샤이어는 작은 분란이 아니라 아주 큰, 거의 코끼리 똥의 천 배 정도 되는 똥을 싸 버린 거다.
황태자도 이 소식을 들을 때쯤이면 ‘아…… 역시 세상에는 멍청이들이 너무 많구나’ 하며 한탄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슈샤이어와 관계를 부정하겠지.
아직 놈은 황태자에 불과하니까.
그리고 나도 한탄하는 중이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네.”
분명 언젠가 언급했었는데.
운명이라는 건 어린아이가 장난질하는 것과 같아서 생각 외의 상황이 연이어서 벌어질 수도 있다.
그게 세상이고, 그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는 거다.
기절한 말론의 머리를 잠시 짓밟았다.
이런 놈은.
정말 이런 쓰레기 새끼는 쉽게 죽여서는 안 된다.
내가 웬만하면 목만 자르거나 정말 간단하게 죽이는 걸 선호하는데.
이런 새끼는 아니다.
이놈은 선을 넘었다.
이놈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놈들 전부 선을 넘은 거다.
내가 가장 혐오하는 새끼들이 바로 이런 새끼들이다.
자기가 하는 선택의 책임을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 미루고, 자기들과 관계없는 이들에게 책임을 덮어씌우고, 죄 없는 이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하며 희생하지 않는다면 강제로 희생하게 만드는 놈들.
뭣도 아닌, 허접한 힘을 믿고 미친 개새끼마냥 미쳐 날뛰는 새끼들.
내가 죽인 클라크 발란티에도 이런 놈들이랑 같은 종류의 버러지였고.
지금은 살아 있지만 머지않아 죽일 마자르 테슬란도 같은 버러지이며.
내가 아카데미에서 죽인 교관들과 수많은 귀족들, 그리고 그 자제들까지.
그놈들이 전부 그런 버러지였다.
나는 버러지를 보면 못 참는다.
잡아서 목부터 발끝까지 수십 등분으로 찢고, 찢은 걸 전부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파편은 들개들 먹이로 줘야 성이 차는 그런 미친놈이다.
“마수의 숲 토벌…… 이건 실패할 게 뻔한 일이지만, 선택했잖아.”
“…….”
“같이 싸운 전우잖아. 고향에 가족이 있었을 거고, 기다리는 토끼 같은 자식들이 있을 텐데, 왜 그냥 보내지 않았냐.”
“…….”
“위원회가 내전을 꾸미고 있었고, 토벌대의 진정한 목적이 이종족 토벌이 아니라 드래곤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었어도 만회할 기회는 있었잖아.”
걸음을, 옮겼다.
저벅.
“난 몰랐는데, 롬멜 총장이 그러더라고, 토벌이 이루어지는 중간중간에 공문이 내려갔었다고.”
“…….”
“복귀할 이들은 복귀 신청을 하라고, 혹시 모를 강압을 대비해 분대도 나눠서 이동하라고, 부족할 것 같아서 거기에 보급대 명목으로 귀환할 수 있는 기회도 여러 번 줬잖아. 돌아와서 만회할 수 있었고, 참회할 수 있었는데. 그걸 전부 걷어차고 병신처럼 행동했네?”
즉석에서 지어낸 이야기는 아니었다.
원래 토벌대 숫자는 6만이 넘었었고, 그중 1천이 넘는 이들이 중간에 복귀했었으니까.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귀화를 하고 싶었으면 너희들끼리만 하면 되잖아. 기분이 나빴다고, 뒤진 귀족들이 너무나도 안쓰럽고 불쌍해서 화가 났냐? 모시는 놈들이었고, 니들한테 부귀영화를 약속한 버러지들이라 복수를 해주고 싶었냐? 그럼 나한테 했으면 되잖아. 너네한테 죽은 토벌대 애들은 무슨 죄야.”
코앞에 있는 한 남자.
일반인처럼 보이는데.
뭐 하는 새끼인지는 모르겠다.
관심도 없어서.
놈의 머리를 그대로 움켜쥐었다.
“왜 죽였어?”
“아…… 아…… 아아…….”
“벙어리 새끼가 아닌 걸 아는데 말을 왜 이렇게 어벙하게 해?”
반대쪽 손을 뻗고, 놈의 오른 팔목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콰직-
“끄아아아!”
부숴 버렸다.
“비명 말고, 왜 죽였냐니까?”
“나…… 나는 명령을 받고…… 그러니까, 저는 그냥 명령을 받아서…….”
그렇구나.
명령을 받았구나.
그런데 참 묘하다.
나는 여전히 놈의 오른 팔목을 부여잡고 있었는데, 이러니까 너무 평화로워 보이잖아.
계속 나 혼자 주둥이로 나불거리는 거 같고, 나 혼자 쇼하는 거 같고, 그래서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금 바꿔보려 한다.
신속하게 힘을 주며 팔을 뒤로 당겼다.
그러자.
쑤욱-!
잡고 있던 놈의 오른팔이 그대로 뽑혀 나온다.
사방으로 터져 나가는 핏물.
“아아아아아아-!!”
그대로 남자를 뒤쪽으로 던져 버렸다.
죽지는 않았을 거다.
“아아아아아아악, 내 팔!!”
이렇게 뒤에서 계속 고성을 내질러 주고 있었거든.
알아서 공포 분위기 조성을 해주니 주변 전체가 싸늘해진다.
그래, 이렇게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 하는 놈들은 직접 먹여 주면 된다.
그래서 지금부터 똥을 먹여 주려고 한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된 똥을.
천천히 하늘 위로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우우우웅-!!
내 손을 중심으로 점점, 마나가 모여든다.
그것은 보통의 마나보다 더 짙었고 기묘할 정도로 섬뜩했다.
영혼의 기운.
그것이 세상에 퍼져 나간다.
천천히, 말했다.
정확히는 언령言令을 사용했다.
“[매뉴팩쳐 고스트Manufacture Ghost]”
우우우웅-!
산맥 전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주변에 몰려 있는 어마어마한 사기.
원한, 원혼, 그로부터 만들어진 수많은 사념체.
이 산맥 곳곳에 자리해 있는 시체들의 사혼.
그것들을 향해 내 기운이 흘러 들어갔다.
그렇게 점점.
다른 이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저게 대체……?”
“맙소사…….”
강철 산맥은 거대하다.
거대하지만 산이라는 특수 지형이기에 3만 그 이상의 병력이 머문다면 공간은 한정되기 마련이다.
그런 공간에서 눈에는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는 않지만 근처에 머물고 있던 수많은 사념체들이 형상화가 되면 자연스럽게 밀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그 사념체들이 원한을 품고 있다면 상황은 참 재미있어진다.
“어찌 보면 다행이기도 하네. 죽일 놈들이 알아서 죽여 달라고 목 빼놓고 기다리고 있는 거잖아.”
피아 식별이 필요 없는 상황.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상황이 참 좋다.
왜냐면, 정말 마음 편하게 아주 많은 걸 할 수 있거든.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질하는 게 취미인 거 같은데, 참 잘됐네.”
천천히 주먹이 쥐어진다.
“나도 그게 취미거든.”
내 입을, 내 행동을 모든 이들이 지켜본다.
그중에는 내 흑마법에 의해 흐릿한 귀신이 된 수만이 넘는 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꽈아악-
“[전부 죽여].”
내 언령에 반응한 수만의 귀신들이 주변에 있는 모든 인간들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