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35)
제 236화
롤랜드는 생각했다.
잭.
그 남자는 소문 같은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 남자와 관련되어 있는 이들은 그에 대한 소문을 신경 쓴다.
특히 롤랜드처럼 대륙전장이라는 거대한 단체를 이끌고 있는 이라면 신경 쓰지 않는 게 더 이상할 거다.
아카데미에서 교관들을 학살했고, 마탑주를 제압했으며 왕국 전체를 집어삼킨, 그리고 툴칸 제국으로 귀화하기로 결정한 2만의 토벌대 병력을 전부 죽인.
앞서 말했듯 잭 발란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소문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정말 모든 게 사실대로 세상에 퍼졌는데.
재미있는 건 그게 너무 사실적이어서 오히려 의심하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는 거다.
“그거 알고 있느냐?”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모르는 모양이구나. 현재 테슬란 왕국을 완전히 집어삼킨 게 사실은 잭 발란티에가 아니라 대륙전장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
“……사실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 사실이 아니지. 하지만 그렇게 살고도 모르느냐?”
“무엇을요?”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어.”
“…….”
“이제 15살이 되는 잭 발란티에라는 꼬마가 그 모든 일을 실제로 처리했다? 그걸 누가 믿겠느냐. 정확히는 믿고 싶지 않겠지. 그걸 쉽게 인정해 버리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마나 유저들은 엄청난 박탈감에 시달리게 될 테니까. 말해 놓고 보니 웃기는구나. 고작해야 10대 초반의 나이로 마스터를 후드려 패고 다니는데 박탈감? 그건 오히려 모자란 감이 있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아카데미에서 교관직을 수행하게 된 고서클 마나 유저들은,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잭의 행보에 충격을 받았었다.
와, 쟤는 14살에 마스터랑 고서클 마나 유저를 줘 패고 다니네. 난 14살에 뭐 했지? 손가락 빨았던 거 같은데.
그들도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었고 무슨 수작질이 있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질투심은 눈을 멀게 하지. 그렇기에 인간은 항상 어리석다는 말이 나온 거고.”
현실 도피라는 게 사실 별게 아니었다.
인정해야 하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다른 이유를 찾는.
그렇게 다른 이유를 찾는 이들은 발전이 없다.
하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직시하는 이들은 발전한다.
대륙전장의 교관들이 그러했다.
정확히는 소문을 눈앞에서 마주했고 잭을 겪고, 잭의 자유로움을 느끼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기묘한 그의 힘을 느낀 이들은 잭에게 매료된다.
마나 유저로서 정점인 마스터를 가지고 노는 어린 나이의 괴물.
매력적이다 못해 탐이 난다.
그래서 대륙전장의 고서클 마나 유저.
그들 중 90% 이상이.
“잭 발란티에의 밑으로 들어가고 싶어 합니다.”
롤랜드는 눈을 감았다.
막을 생각?
없다.
“모든 건 개인 선택에 맡긴다고 전하거라. 장주인 나보다 더 큰 영향력과 ‘내 후계자’이자 중급 마스터인 너보다 더 강한 이가 버젓이 존재하는데 그들이 항상 대륙전장과 함께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일 테지.”
해럴드의 눈이 크게 떠졌다.
다른 말 때문이 아니었다.
내 후계자.
분명 내 후계자라고 했다.
“……아버지.”
롤랜드가 고개를 돌린다.
“잭 발란티에, 그의 밑에서 배우거라. 모든 것을 배워. 그리고 그의 사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거라. 그 남자의 밑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들어가거라. 앞으로 향후 5년. 5년 안에 나는 은퇴할 것이다.”
너무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그래서 해럴드는 놀랐다.
표정을 숨기지도 않았다.
갑자기 왜?
“5년 동안 모든 걸 알려 주마. 앞으로 대륙전장의 방향을 비롯해 모든 것을 너와 상의할 것이다. 의견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지 말하거라. 잘못된 부분은 모두 짚어 줄 거고 네가 모르는 건 모두 알려 줄 테니.”
“갑자기 왜 그러시는 겁니까?”
롤랜드는 웃었다.
“세상이 바뀌었어. 앞으로도 더 바뀌겠지. 그런데 그 변화를 주도하는 이가 젊은이야, 그런 세상에서 늙은이가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으냐?”
“…….”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해럴드에게, 롤랜드가 깜빡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알려 주마.”
“경청하겠습니다.”
롤랜드가 손가락으로 통신구를 가리켰다.
“중급의 마스터인 네가 감도 못 잡는 아티펙트다. 그렇다면 너보다 한 단계 위인 적색 마나의 소유자들은 어떨까. 예를 들면 베커만이나 템-사미트 같은 이들.”
“……잭, 그의 성격으로 보면 확실하게 마감 처리를 했을 테니 저랑 별반 다를 바가 없을 겁니다. 실제로 그는 툴칸 제국의 실험실에서 베커만을 반병신으로 만들었던 전력이 있습니다. 그것도 너무 쉽게. 그에게 마나를 사용하는 이들은 1서클과 10서클, 초급 마스터와 상급 마스터, 그냥…… 모두가 똑같아 보일 겁니다.”
롤랜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이 아티펙트는 이 세상 그 누구도 모르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아이템이라는 거구나, 여기서 짚이는 게 있지 않느냐?”
해럴드는 의아스러웠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고 있었으니까.
무언가 머릿속에 흐릿하게 형상은 떠 있었는데 그게 뭔지 모르는.
이런 건 겪어 본 이들만 안다.
“그 남자는 정보를 중요시해. 왜 굳이 싼 값에 통신구를 전 대륙에 퍼트렸을까. 이걸로 그가 무슨 이득을 볼 수 있을까.”
“……돈은 아니겠지요.”
“그래, 돈은 아니겠지. 그에게 돈이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니까. 그렇다면 유형적인 게 아니라 무형적이라는 건데, 이래도 감이 잡히질 않느냐?”
순간.
해럴드는 깨달았다.
잭이 무엇을 중시하는지.
잭을 따르는 아베이루가 최근에 무엇을 했는지.
맙소사.
“그 남자는 정보를 중요시합니다. 싼 값에 배포한 마법 통신구는 전 대륙에 퍼졌고 이제 모든 귀족들은 그 통신구로 대화를 나눌 겁니다. 하지만 만약, 정말 만약에 그 대화를 전부 들을 수만 있다면…… 감청? 도청? 무슨 단어를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는 지금 그걸 우려하시는 겁니까?”
롤랜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정답이라는 뜻이다.
“확실하지는 않아. 하지만 가능성은 있지. 우리는 잭 발란티에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지 않았느냐.”
맞는 말이다.
롤랜드 부자는 잭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잭이 어떤 인물인지 다른 이들보다는 잘 알고 그가 어떤 방식을 취할지 안다.
도청.
이건 잭 발란티에를 겪고 그와 대화하고, 그와 함께한 사람들만이 떠올릴 법한 생각이다.
정말 가능할까라는 그런 의문은 일단 접어 두었다.
왜냐면, 그는 이미 비현실적인 일을 매우 많이 일으켰고 성공시켰으니까.
“가능성은 있겠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전 대륙의 모든 귀족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입니다. 그 정도로 그가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차마 해럴드는 그 이상 말하지 못했다.
그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인간이었으니까.
그때였다.
롤랜드가 작게 웃은 것이.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해. 확률은 1퍼센트도 되지 않겠지. 이제 내가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알겠느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믿지 말라, 그 말씀을 하시려는 게 아닙니까?”
고개를 끄덕인 롤랜드와는 다르게 해럴드는 조금 복잡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미.
세상의 왕은 정해진 거나 다름이 없다.
그 누구도 모르는 뒷세계의 왕.
세상을 주무르는 진짜 괴물.
롤랜드가 말했다.
“이만 가 보거라, 피곤하구나.”
해럴드는 그렇게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그렇게 문을 닫고.
고개를 돌린 순간.
해럴드는 심장이 멎을 뻔했다.
코앞에.
잭 발란티에가 있었으니까.
이 남자가 여긴 왜?
아니, 그보다.
대체 언제부터?
* * *
“이 변태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양아치 같은 놈이 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을까. 그런 표정이네?”
해럴드는 무심결에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말았다.
속내를 완전히 들켰다는 걸, 지금 제스처로 표현해버리고 말았으니까.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 한심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냥 놀랐을 뿐이다.
전에 회의실에서도 느꼈지만 이 남자, 만약 암살자로 직업을 변경했다면 대륙 전체에 그 이름이 울려 퍼졌을 거다.
“장난이고, 안에 롤랜드 있지?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있습, 크흠. 있습니다.”
목소리마저 삑사리가 나니, 해럴드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정작 잭은 신경 쓰지 않았지만.
“들어가도 되냐고 물어봐 줘. 대륙전장에 왔으니 대륙전장의 법을 따라야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본인은 모르고 있었지만 아, 정말 이 남자는 알 수 없는 인물이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해럴드의 얼굴에 쓰여 있었다.
머지않아 안에서 롤랜드가 들어오라고 했고, 잭은 들어갔다.
그런 잭의 뒷모습을 해럴드는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때, 잭이 고개를 돌린다.
“지금쯤 아카데미에서 학부장 회의가 열리고 있을 거거든?”
“학부장 회의요?”
“어, 공문 못 받았나 봐? 얼른 가서 참석해. 새로운 정보학부 학부장 환영도 해 주고.”
“아베이루 님 말씀이시죠?”
“맞아. 잘 아네.”
잭이 씩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멍하니 있던 해럴드는 일단 아카데미로 향했다.
아니, 그런데 회의?
무슨 회의?
* * *
자리에 앉은 잭은 가장 먼저 이렇게 물었다.
“잘 풀리고 있다면서요?”
“……?”
“요람 왕국이랑 툴칸 제국에 꽤 많이 팔았다고, 고객 만족도가 아주 뛰어나다고 그랬던 거 같은데. 아닙니까?”
롤랜드가 피식 웃는다.
“엿들었군.”
“음, 이게 핑계 대는 것처럼 보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할게요. 정말 듣고 싶어서 들은 게 아니라 제가 귀가 좀 좋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지금 해럴드가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소리가 제 귀에는 천둥처럼 들리거든요. 그 근육질로 된 허벅지가 서로 맞부딪치는 그 소리 있죠? 그게 아주 선명하게 들립니다.”
“……살 쓸리는 소리?”
“예, 그거요. 제 귀가 그 정도입니다.”
롤랜드의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다음 이어지는 잭의 말에 웃음은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그 뭐야, 이스마엘 쪽이랑 가나안, 그리고 마티아스 왕국에서도 반응이 좋다면서요?”
순간 롤랜드는 번개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앞서서 콜린 브로스넌과의 대화에서 등장한 국가는 총 두 개다.
툴칸과 요람.
하지만 지금 잭의 입에서 나온 이스마엘과 가나안 그리고 마티아스는 분명 어제 다른 이와 통신구로 주고받은 내용이다.
뿐일까.
그 대화를 나눌 때 롤랜드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해럴드도 없었고 비서도 없는 그 상황에서 오직 롤랜드만 아는 이야기.
그게 잭의 입에서 나온다고?
설마.
“…….”
“왜요?”
롤랜드는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나?”
“예민하시네. 어디서 들었긴요.”
잭은 시선을 옮겼다.
책상 위에 놓인 통신구 쪽으로.
그러자 롤랜드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크게 떠진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챘으니까.
“……사실인가?”
“네. 사실입니다.”
“……통신구로 대화하는 모든 말을, 들을 수 있다? 감청할 수 있다?”
“감청도 맞긴 한데 그냥 도청으로 통일합시다. 그게 편하잖아요.”
롤랜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진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놈은, 진짜 미친놈이었구나.
“진짜 미친놈이었구나…… 뭐 그런 표정이신데.”
“제대로 맞혔어. 맙소사…… 도청이라니, 그게 실제로 가능한 것인가?”
“보시면 알 수 있잖아요? 가능하니까 시도한 겁니다.”
동시에 롤랜드의 표정이 굳어졌다.
“……감당할 수 있겠는가?”
잭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와, 저 걱정해 주시는 겁니까? 기분 좋네.”
“…….”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십니까. 예, 당연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