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53)
제 254화
chapter 3
내가 진짜 미치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그 말에서 템-사미트는 확실히 느꼈다.
이 남자는 나와 다르구나.
보통 미친놈은 미친놈을 알아본다.
사미트는 미친놈이었다.
그래서 알아볼 수 있었다.
잭 발란티에도 미친놈이라는 것을.
그건 분명 어느 정도는 맞았다.
잭은 미쳤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게 있었다.
미친다는 단어의 본질은, 보통 사람이 이해하지 못할, 비상식적인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내리는 평가다.
사미트는 그래도 상식적인 남자였다.
하지만 잭은.
전혀 상식적인 남자가 아니다.
그가 살아온 삶, 그가 겪은 삶, 그가 34년간 겪었던 그 모든 것들.
그 34년의 세월 중 10년. 잭이 발렌타인과 함께했던 순간은 유일하게 인간적인 부분이었고 나머지의 대부분은 거의 생지옥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남자가 보통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건 그만큼 본성을 억누르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은 느끼지 못했을지라도 사미트는 확실히 느꼈다.
잭이 회귀를 했다거나,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 자세하게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남자구나.
인간이 아니구나.
“그냥 죽일 놈만 죽이고, 그 선에서 끝내고 싶은데 자꾸 성질을 건드리는 새끼들이 튀어나와. 그러니까 나 좀 도와줘.”
그의 작은 손이 자신의 거대한 손을 덮었다.
그리고 그의 말도 귀에 꽂혔다.
“부탁이다. 응?”
템-사미트는 이 남자를 처음 보았을 때, 이렇게 생각했다.
오롯이, 홀로 서 있는 존재구나.
이 남자는 단순히 미쳤다고 표현할 수가 없는 남자다.
이 남자는.
괴물이다.
이런 괴물이 인간 세상에 섞여 산다고? 사람들과 섞여서 살을 맞대며 산다고?
사미트는 잭의 고사리 같은 손에서 느껴지는 작은 따뜻함이, 아주 강렬하게 타오르는 용암처럼 느껴졌다.
나와 다르구나.
격이 다른 존재이기에, 이 남자는 결국 홀로 설 수밖에 없는 존재구나.
신하도 아닌 이가 왕의 권한을 침범하는 말도 안 되는 월권을 잭이 저질렀을 때, 솔직히 분노했었다.
그 분노, 얼마 가지도 않았다.
이게 이렇게 정리되는 게 이상하기도 했는데, 템-사미트는 당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잭이 손을 치우고, 고개를 들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템-사미트는, 속으로 느낀 감정을 그대로 내뱉었다.
“그대는 참으로 불쌍한 존재였군.”
잭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아까처럼 고개만 돌려 밖을 바라볼 뿐.
그건 긍정.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행동하려는 것임을 사미트는 눈치챘다.
‘……후우.’
사미트도 고개를 돌렸다.
볼에서 통증이 느껴졌지만, 모르겠다.
고통보다 더 노골적으로 궁금한 게 생겼으니까.
잭 발란티에.
조금 알 것 같다 싶으면 새로운 게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양파 같은 남자.
템-사미트는, 점점 궁금해졌다.
이 남자의 본래 모습은 어떠할까.
* * *
“오른쪽 하단.”
베네딕트의 나지막한 말에 샬롯은 빠르게 반응했다.
채앵-!
들고 있던 ‘두 개의 검’으로 아래쪽을 방어했던 것.
“왼쪽 상단.”
채앵-!!
“다시 오른쪽 하단.”
채앵-!
“이번엔 왼쪽 하단.”
채앵-!
“이어서 정면.”
잘 막고, 기회를 엿보던 샬롯이었지만.
콰앙-!
쿠당탕-!
베네딕트의 공격에 샬롯은 멀리 날아갔다.
이건 단순한 힘의 차이가 아니었다.
샬롯의 균형은 흐트러졌었고, 그 흐트러진 균형을 더 흐트러지게 공격을 시도한 베네딕트의 노림수였을 뿐.
가볍게 검을 털어 낸 베네딕트가 그대로 검을 땅에 박았다.
“두 수 앞을 바라보는 것은 좋다.”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선 샬롯은.
“하아…… 하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세 수 앞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건 한 수 앞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이들만 시도해야 하는 법. 스스로의 몸도 가누지 못하면서 두 수 앞을 보고 세 수 앞을 바라보려는 것은 오만이다.”
베네딕트는 엄했다.
엄한 것을 넘어 베네딕트가, 보우 마스터인 베네딕트가 검으로 샬롯을 가르치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감사합니다.”
고개를 깊게 숙이며 예를 표하는 샬롯의 태도에 베네딕트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럴드가 샬롯과 마찰을 빚을 때, 베네딕트는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보았다.
참, 귀엽디귀여운 녀석인데 그때는 왜 그랬을까.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자기 키만 한 거대한 대검을 들고 있는 타노스.
그에게 시선이 닿자마자 베네딕트가 말했다.
“안 오고 뭐하나?”
타노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음은 내 차례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려던 그때였다.
“저…….”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타노스, 샬롯, 그리고 베네딕트.
거기다 멀리서 구경하고 있던 셀까지.
그들의 시선은 수련장 입구에 멈춰 있었는데.
그곳에 있었다.
금발 머리의 한 남자가.
“요람 왕국의 왕세자가 이곳엔 웬일이지?”
베네딕트가 주변을 슥 둘러본다.
말은 안 했지만 지금 시각은 10시.
웬만한 애들은 다 자러 갔을 시간이며, 이들이 자리한 곳은 밀로스 아카데미 학생들이 배정받은 지역이다.
요람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머무는 지역은 거의 정반대 방향인데. 이 시간에, 이런 시기에 요람 아카데미에서도 유망한 5서클 마나 유저가 온다?
수상했다.
경계하는 게 당연했다.
그가 말한다.
“밤늦게 죄송합니다. 안토…… 아니, 타노스와 할 말이 있는데, 잠시 괜찮겠습니까?”
보통 유망주와는 달랐다.
무려 왕세자다.
서열에 밀린 뒷순위 왕세자이긴 하지만, 보통 그런 신분의 이들은 막 나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다.
오만하다고도 하고, 멍청하다고도 하고, 한심하다고도 하는데, 적어도 토레이라는 그런 답도 없는 멍청한 이들과는 달랐다.
예의 바르고, 자신감이 넘치고, 검술에 재능이 있고, 신분을 앞세우기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며 인성을 중시하는 학생.
그게 토레이라를 둘러싼 소문들이었고 실제로 토레이라는 그러했다.
베네딕트가 물었다.
“이 늦은 시간에?”
“그 점은 정말 죄송합니다. 아까 저녁 먹고 바로 오려고 했는데 그때 수련한다고 해서 발길을 돌렸었습니다. 지금쯤 전부 호텔로 들어갔을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면…… 조금 더 기다리겠습니다.”
그대로 몸을 돌리려던 토레이라와 그런 토레이라를 바라보는 타노스.
그리고 그런 둘을 베네딕트가 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얘네, 뭐지?
안면이 있었었나?
그런 표정이다.
그때 타노스와 눈이 마주친 베네딕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15분이다. 15분 후에는 찾으러 갈 테니 주변에 있도록.”
“예. 감사합니다.”
착각일지 모르겠는데, 베네딕트의 눈에 토레이라만큼 타노스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 * *
둘은 숲속에 있었다.
기숙사와 가깝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기에 딱 좋은 장소.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토레이라가 물었다.
“살아 있었구나.”
“……그래.”
잠시 침묵이 자리했다.
“……난 네가 죽은 줄 알았어. 왜냐면…….”
“다 죽었으니까?”
“……어.”
요람 왕국의 대공 가문이 오래전 몰살당했다.
그건 전 대륙을 강타했던 거대한 충격이었고 그 배후가 ‘디나스티스모’라는 한 남자라는 사실에 그 충격이 배가되었었다.
“살아 있었으면 돌아오지 그랬어. 돌아왔다면 ‘그 사건’을 해결하는 데 조금 진전이 있었을지도 모르잖아.”
그제야 표정 없던 타노스가 반응을 보였다.
피식, 웃은 거다.
“갑자기 궁금해진 건데, 너는 디나스티스모라는 그 남자가 우리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죽이고, 우리 가문의 마스터들을 전부 죽였을 거라고 생각해?”
날카로운 질문은 아니었다.
왜냐면, 처음 대공 가문이 몰살당했고 그 배후가 지목되었을 때, 100명 중 100명이 똑같은 생각을 했을, 그런 질문이었으니까.
“디나스티스모는 8서클 마나 유저였어. 그가 우리 아버지를 죽였다고? 당시 요람 제일 검이라 불리시던 그분과 그분을 따르던 마스터가 전부 8서클 마나 유저한테 죽었다? 웃기지 마. 너도 안 믿고 있었잖아.”
“……그래도 그 남자가 지목된 것에는…….”
“이유가 있겠지. 맞아. 이유가 있어. 그가 날 살렸거든.”
“……뭐?”
“디나스티스모는 나를 살렸어. 그가 나한테 말하더라. 이 대륙에는 그 누구도 모르는 제3의 조직이 존재한다고, 대공 가문이 몰살당한 이유는 그 조직과 마찰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그 마찰에는.”
타노스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
“지금의 왕, 요람도 관련되어 있다고. 그러니 쥐 죽은 듯이 살라고. 복수를 꿈꾸려거든 힘을 가지라고, 힘을 가지지 못한다면…… 최대한 숨죽이고 살라고. 자기도 이제부터 숨죽이고 살 거라고, 그렇게 ‘헤어졌어’.”
헤어졌다…… 이 말에서 토레이라는 묘한 뉘앙스를 느꼈다.
“……역시 조작이었구나. 하지만 그건 맞았어. 그가 ‘단서’를 쥐고 있다는 거.”
타노스는 굳이 답하지 않았다.
그런 타노스에게 토레이라가 묻는다.
“그래서 너는 뭘 하려고?”
그때였다.
타노스의 얼굴 전체에 감정이 드러난 순간이.
꿈틀하며, 쿠궁 하는.
토레이라는 그런 소리를 들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뭘, 할 거냐고?”
토레이라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타노스의 입가가 살짝 호선을 그리고 있었는데, 설마, 얘 웃고 있는 건가?
“넌 몰라. 그 누구도 몰라. 그때 그 참상, 나와 내 여동생만큼은 살려 달라던 어머니의 외침에 그들은 칼로 답했어.”
꾸드득-
타노스의 주먹이 쥐어졌다.
동시에.
쿠궁-!
토레이라가 착각이라고 생각했던 그 소리가 울렸다.
“그런데 재미있는 소리를 하네. 내가 뭘 할 거냐고?”
토레이라는 소름이 돋았다.
타노스는 분명 4서클 마나 유저다.
‘고작’ 4서클 마나 유저인데.
이 말도 안 되는 살기는 뭐란 말인가.
“뻔하잖아. 복수. 관련되어 있는 연놈들 찾아서 전부 죽이는 거. 머리를 찢을 거고, 다리를 찢을 거고, 심장을 찢을 거야. 그리고 토레이라.”
과거, 요람 왕국의 시조는 야누스라고도 불렸었다.
순박한 얼굴에 숨겨진 파괴적인 본능.
그걸 아는 이들은 요람의 핏줄을 무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야누스의 본능은 지금껏 그 어떤 요람의 핏줄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었다.
수백 년 만에 깨어난 본능.
토레이라는 느꼈다.
타노스는, 아니 안토스는 확실히 요람의 핏줄이구나.
그리고 요람의 시조가 이런 모습이었겠구나.
“거기엔 ‘너희 왕’도 예외가 아니야. 내가 진실을 알게 되면, 모든 것을 알게 되면, 그리고 내가 힘을 가지면.”
“……가지면?”
“요람은 피로 물들어. 부디 너는 거기에 속하지 않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