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9)
제 40화
블루투스가 화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우리 첩자의 머릿속은 아마 엉킨 실타래 그 이상일 것이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왜, 첩자라고 의심하는 걸까.
왜, 총장은 가만히 있는 걸까.
왜, 이놈은 이렇게 싸가지가 없는 걸까.
그리고, 대체 왜 이 잭이라는 놈은 이리도 잘생긴 걸까.
등등.
대가리 굴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모른 척하기가 참 애매하다.
그런데.
“대답 안 해? 너도 벙어리야?”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블루투스가 기억났다는 듯 실소를 터트린다.
“아, 누군가 했더니 ‘그’ 잭 발란티에였군, 사고를 당했다고 하던데, 신체 쪽이 아니라 정신 쪽으로 충격을 받았나?”
이건 뭔 뜬금없는 개소리야?
“총장님이 편의를 봐준다고 해도 교수를 첩자로 모는 건 중죄다. 너는 네 말에 책임을…….”
“아, 거 새끼.”
“……뭐라?”
“말 X라게 많네. 첩자 새끼가.”
블루투스가 할 말을 잃은 듯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린다.
이어서 블루투스가 고개를 돌려 영감님을 향해 뭐라 말하려던 그때, 나는 손을 뻗어 탁자 위에 놓인 후작가의 문양을 움켜쥐고 있었다.
전부터 느낀 건데 이거, 생각 외로 꽤 묵직하다.
묵직하다는 말은 파괴력이 있다는 이야기고, 지금 이 상황에서 파괴력이라는 건…….
“총장님, 이제 설명 좀 해 주…… 커억!”
뻐억-!
이렇게 놈의 주둥이를 한 번에 다물게 할 수 있다.
이젠 길게 말할 것도 없고, 굳이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자수해서 광명 찾을 길을 열어 주었는데도 이렇게 버틴다는 건, 그냥 줘 패달라는 말이랑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원대로 해 주기로 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자, 내게 광대를 얻어맞은 블루투스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이어서 후웅 하는 소리와 함께 블루투스의 몸에서 마나의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확실히 6서클 마나 유저가 맞았다.
그에 맞서는 나는 2서클 마나 유저.
단순 계산으로 2서클과 6서클은 절대로 싸움이 될 수가 없다.
힘 차이만 해도 최소 3배 이상 차이 나고 반응속도나 몸의 유연성 같은 것들은 그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내게는 예외다.
여유롭게, 자리를 박찼다.
콰앙-!!
후욱-!
동시에 뻗어지는 내 오른 주먹을, 블루투스는 몸을 옆으로 강하게 틀며 피해 냈다.
고개도 뒤쪽으로 당긴 것을 보니 꽤 식겁했나 보다.
놈의 눈이 가라앉은 그 순간, 반대로 내 눈은 반짝였다.
자, 보자. 거리는 약 4cm.
놈은 검을 꺼내지 않았고 마법도 사용하지 않았다.
오직 마나를 사용하며 신체적인 우위만 가져간 게 지금 상황.
이어서 내 눈에 모든 상황이 인지된다.
내 옆, 정확히 왼쪽에 있는 블루투스, 놈의 왼팔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오른팔은? 몸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블루투스의 왼쪽 다리는?
힘이 들어가 있다.
주축이 된 왼발.
그리고 이 순간 미약하게나마 움직이는 블루투스의 허리.
원심력을 담은 블루투스의 몸. 그리고 보이지 않는 오른팔이 꿈틀거리는 느낌.
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이건 일종의 예지와도 같았다.
경험으로 인해 머릿속에 그려지는 예지.
빠르게 고개를 숙인 뒤 오른발을 옆으로 살짝 빼며 무게 중심을 옮겼다.
그렇게 내 몸이 회전하며 블루투스를 살짝 스쳐 지나간다.
후웅-!
그때 내 머리 위로 블루투스의 오른 주먹이 공기를 찢으며 이동하고 있었다.
완벽한 회피.
총장의 두 눈이 크게 떠지고, 공격을 시도했던 블루투스의 눈도 크게 떠진다.
사람들이 착각을 하곤 하는데, 사실 싸움에서 승패를 가르는 건 지구력이나 끈기, 이런 게 아니다.
승패를 가르는 건 오직 단 한 순간의 번뜩임이다.
다시 고개를 들었다.
블루투스의 몸은 완벽한 허점투성이였다.
주먹은 다른 곳을 때리고 있었고 몸도 돌아가 있었으며, 다리의 축은 말할 것도 없다.
저 상태에서 그 어떤 행동을 하건 블루투스는 곧 이어질 내 공격을 무조건 한 번 이상 허용할 수밖에 없다.
두 수, 아니 세 수, 그 이상을 바라본 단 한 번의 움직임.
이어서 나는 오른팔에 2서클의 모든 마나를 끌어 모았다.
축이 되는 부분은 당연히 후작가의 문양이다.
내 팔에 모인 힘과, 안 그래도 단단한 후작가의 문양에 마나가 합쳐졌다.
파괴력은 강철 두세 겹을 완전히 짓이겨 버릴 정도의 힘.
순간 내 눈이 한 번 더 반짝였다.
블루투스의 몸 전체를 감싸고 있는 6서클의 마나.
내가 드래곤의 대가리를 돌려차기로 후려쳤을 때 놈이 타격을 입지 않았던 것처럼, 서클과 신체의 우위는 명확하다.
하지만 발락투스는 10서클이었고 눈앞에 있는 이놈은 6서클이다.
몸 전체를 감싼 마나의 밀집도가 발락투스와 같을 리 없다.
가장 밀집도가 적은 부분.
내 눈에 그 부분이 보인다.
오른쪽 옆구리.
그곳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자.
뻐어어어어어억-!!
거대한 파공음과 함께 학장실이 지진이 난 것처럼 진동하기 시작하고 블루투스의 눈에서 초점이 미친 듯이 흔들린다.
정신을 잃고 다시 차리는 것, 그 짧은 순간 블루투스는 천국과 지옥을 왕복했다.
그렇게.
콰아아앙-!
블루투스의 몸이 총장실 구석에 처박힌다.
이어서 내 손에 쥐여 있던 후작가의 문양이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자연스럽게 손에 묻은 ‘가루’를 털어 내고, 소매와 옷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돌렸다.
멍한 표정의 영감님이 나를 바라본다.
음.
“이 정도면 많이 부순 것도 아니잖아요?”
영감님이 눈을 끔뻑인다.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하튼.
이제 자백을 좀 받아 볼까.
* * *
우선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못 차리는 블루투스에게 다가가 코앞에 쪼그려 앉았다.
입가에 피를 흘리며 몸을 꿈틀꿈틀 떨고 있는 블루투스의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없었지만 내겐 별 감흥이 없었다.
“블루투스야. 지금이라도 자수해서 광명 찾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아까부터 대체…… 쿨럭……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야!”
아무래도 우리 첩자는 포기하지 않은 듯했다.
힐끔 고개를 돌리자 이제는 의구심을 넘어 혼란을 담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영감님이 보인다.
그냥 신경 쓰지 않았다.
곧바로 손을 뻗어 블루투스의 심장을 짚고는 마나를 흘려 보냈다.
내 마나는 조용히, 하지만 빠르게 블루투스의 몸을 훑었고 마지막으로 녀석의 심장에 안착했다.
정확히 여섯 개의 서클.
하나하나가 ‘제대로’ 만들어진 서클이다.
무릇 무언가를 부술 때는 엉성한 것보다 제대로 된 걸 부수는 게 기억 속에 오래 담기는 법.
“지금부터 형이 질문을 할 거야.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으면 그때마다 서클이 하나씩 부서질 거다.”
“뭐…… 뭐라고?”
“머리에 잘 새겨들어. 여섯 개의 서클, 그리고 심장. 기회는 총 일곱 번. 자, 첫 번째 질문.”
잠깐 말을 멈춘 뒤 혀로 입술을 살짝 핥고는 다시 물었다.
“툴칸 제국의 첩자, 맞지?”
블루투스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이미 내장이 진탕되었고 장기는 당장이라도 찢어질 듯 꿈틀거리며, 그 고통에 사지를 제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다.
지금 블루투스는 온전히 내 지배 아래에 있다.
그리고 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 아니라고! 대체 아까부터 무슨!!”
“틀렸어.”
블루투스의 심장을 둘러싼 내 마나를 향해 의지를 보냈다.
부숴, 버리라고.
파삭-
매우 작은 마찰음과 함께 블루투스의 여섯 개의 서클 중 하나가 사라졌다.
“꺽…… 꺼억…….”
몸을 덜덜덜 떠는 블루투스의 모습은 참으로 애처롭기 그지없었지만, 역시 이것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지금 내가 할 말은 하나밖에 없다.
“축하해. 5서클 마나 유저가 됐네.”
“네…… 네놈은 대체…….”
“자, 다시 질문할게. 툴칸 제국의 첩자, 맞지?”
아까와 같은 질문이었지만, 역시 이번에도 달라질 건 없었다.
“아니라고…… 나는 아니야…….”
“이번에도 틀렸어.”
파삭-!
“4서클 마나 유저가 됐구먼. 엣헴. 그래도 나보다 높네? 그러면 안 되지. 자, 다시 질문한다. 툴칸 제국의 첩자 맞지?”
“…….”
블루투스는 답하지 않았다.
차마 자기 입으로 말하지 못하겠다는 건가.
“묵비권이라…… 너는 이게 지금 정식 재판 절차로 보이냐? 왜 멀쩡한 주둥이 내버려 두고 묵비권을 행사해? 이상한 새끼네 이거.”
망설임 없이 블루투스의 심장을 둘러싼 내 마나를 향해 다시 한번 의념을 보냈다.
부숴 버리라고.
파삭-!
“끅…… 끄윽…….”
“3서클이 되셨네. 근데 그거 알아? 보통 서클이 부서져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하잖아? 그런데 난 그렇게 무른 놈이 아니거든. 그래서 나름의 장치를 만들어 놔. 지금 느껴져?”
손가락을 조몰락거리며 실실 웃었다.
“네 심장에 내 마나를 집어넣었어. 단순히 집어넣기만 한 것이냐고 물으면 당연히 아니라고 할 수 있지. 아마 네가 새로운 서클을 만들려고 할 때마다 반발작용이 일어날 거야. 마나라는 게 참 오묘하지? 그리고 이건…… 음, 몸에 드래곤의 피를 처넣고 드래곤의 뼈를 이식하면 모를까. 그게 아닌 이상 절대로 서클을 만들 수 없…… 이것 봐라?”
나도 모르게 환히 웃고 말았다.
그 잠깐의 순간 블루투스의 몸이 마치 들으면 안 될 것을 들은 사람처럼 펄떡 뛰었으니까.
이건 거의 확답이나 다름없다.
“거봐. 맞잖아, 첩자. 이거 혹시나 해서 떠본 건데 여기까지 알고 있었어?”
“…….”
“지금 이 시점이면 슬슬 ‘인체 실험’을 시작할 시기인데…… 드래곤에 대한 것도 알고 있고, 이론도 알고 있고, 뭐야 이거? 고작 6서클짜리가 뭐 이리 많이 알아?”
블루투스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떨려 온다.
그러고는 오히려 내게 질문을 던진다.
“너…… 네놈…… 대체 누구냐. 누구길래 그런 것까지 알고 있는 것이야…….”
블루투스의 목소리가 낮게 깔리고 표정이 변한다.
가면을 집어던진 블루투스의 모습은, 일그러진 악귀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서늘했다.
서늘한데…….
짜악-!
“커헉!”
“새끼가, 어딜 눈을 똑바로 뜨고 있어. 쳐 맞을라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블루투스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이 정도면 자백으로 충분하니…… 이 이후의 일은 그냥 영감님께 맡기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 그냥 넘기자.
저렇게 온화해 보여도 나름 공작 자리에서 수십 년을 앉아 있던 사람이다.
정보 몇 개 빼내는 것쯤이야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멈칫했다.
손님은 뒤통수가 예쁜 법이긴 하지만 적어도 갈 때 가더라도 선물은 주고 가야지.
그게, 예의잖아.
나는 다시 내 마나를 향해 의념을 보냈다.
모조리, 찢어 버리라고.
파사사삭-!!
순식간에 블루투스의 심장에 있던 3개의 서클이 완전히 부서진다.
이어서 블루투스의 가슴을 중심으로 마나가 천천히 밖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은 생각 외로 장관이었다.
역시 ‘언제 봐도’ 눈이 즐거운 장면이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는 영감님에게 시선을 옮겼다.
“영감님. 이제 제 부탁 들어줄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