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629)
제 630화
허공에 치솟는다.
다리와 팔, 날개, 뿔.
온갖 것들이 계속해서 치솟았다.
누군가와의 싸움이니 무엇을 위해서 싸우느니, 이딴 건 의미 없었다.
그냥 누가 보아도 그로테스크하고 말도 안 되며 구역질 나는 싸움이었으니까.
팔을 재생시킨 다니엘이 곧장 손바닥을 뻗었다. 손바닥이 류진의 명치에 닿는다. 류진이 뒤로 밀린다. 그와 동시에 번쩍, 빛이 다니엘의 다리를 가로지른다. 서걱, 다리가 날아갔다. 다시 다리를 재생시켰다. 다니엘이 공간을 찢으며 류진에게 다가간다. 다니엘의 발이 뻗어 오는 류진의 주먹을 강타했다.
서거거걱-!!
류진의 주먹이 세로로 갈린다. 발끝에 참격을 담았고 그 참격을 주먹에 닿는 즉시 쏘아낸 거다. 사방으로 피가 터져 나간다. 자연스럽게 류진의 주먹은 세로로 쭉 갈렸다. 반쪽이 하늘로 솟구친다. 다니엘이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켰다.
류진이 고개를 숙이자 다니엘의 발이 머리를 스친다. 류진은.
어느새 재생된 손을 뒤로 쭉 뻗었다. 그의 손에 혼기 덩어리가 담긴다. 미친 듯이 회전하는 그것은 ‘혼환’이라는 이름의 기술이었다.
혼기를 회전시키고 또 회전시킨다. 혼기가 부딪치며 갈라져 나가고 자연스럽게 빈 공간이 생긴다. 그 공간으로 혼기를 더 집어넣은 뒤 계속 회전시킨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이 혼환은 대륙을 부숴 버릴 정도의 힘을 압축시킬 수 있다.
지금은 시간이 부족했다.
3초.
딱 3초 정도 압축한 뒤 그대로 뻗었다.
류진이 가진 최강의 기술 중 하나다.
[우주무상결宇宙無上決] [오의奧義, 혼환魂環]다니엘은 피하지 않았다.
물러서면 그대로 다른 공격에 적중할 것이고 다시 시간을 줄 테니까.
어떤 식으로든 부딪쳐야 한다. 다니엘의 손에는 천마신검이 들려 있었다. 류진이 힘을 모으는 동안 멀리 날아간 그 검을 불러온 거다. 강하게 말아쥐었다.
검은색의 혼기가 회오리친다.
천마신공의 비급 중에는 오의가 있다.
최종 기술이기도 하며 천마신공의 모든 것을 담은 기술.
그것은 초대 천마부터 시작해 수많은 역대 천마들이 사용해 왔던 기술이지만 온전하게 구현해 내지 못한 기술이기도 하다.
그래도 해야 했다.
다니엘은 이 기술의 위력을 짐작하고 있었기에.
그대로 검을 뻗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오의奧義, 천마강림天魔降臨]다니엘은 회오리 그 자체가 되었다. 혼기를 휘감은 천마신검이 류진의 혼환에 닿는다.
서거거걱-!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혼기와 혼기가 충돌한다. 류진의 옷자락이 펄럭였고 다니엘의 머리카락이 미친 듯이 흩날렸다.
두 사람은 이어질 일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다니엘은 검을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류진은 뒤로 자리를 박찼다.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폭발이 주변을 휩쓸었다.
천하성 본관이었던 것이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폭발 사이로 류진은 다시 한번 다음 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깊게 생각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방금 전 꺼냈던 기술.
류진이 지닌 최고의 기술이자 오래전 드래곤 로드와의 싸움에서 로드의 두 팔을 날려 버렸던 그 기술.
여담인데 당시 드래곤 로드의 두 팔을 날렸을 때는 무려 30초를 모았었다.
두 팔을 날리긴 했으나 이어지는 셀의 발에 얼굴의 반이 날아갔었는데, 여하튼 지금의 30초가 그때의 그 30초의 위력과 같을 리 없다.
하프 블러드가 되었고 괴물의 힘을 지니게 되었다.
벌써 5초가 지났다. 류진의 손에 혼기들이 뭉친다.
7초, 8초, 9초, 10초.
넘었다.
땅 전체가 진동한다. 폭발로 인해 피어올랐던 거대한 먼지들이 그 자리에서 요동친다. 11초, 12초, 시간이 계속 흐른다.
류진은 확신했다. 이 공격으로 다니엘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어쩌면 황제에게조차 닿을 수 있을 거라고.
진심으로 하는 소린데 12초 이상, 이 환혼을 모은 적이 없었다.
13초가 넘는다. 14초, 15초.
스스로도 궁금했다. 대체 어느 정도의 힘이 환혼에 담길까. 내 진정한 전력은 어느 정도일까.
해 볼 만했다.
그리고, 류진은 볼 수 있었다. 먼지 너머로 ‘불꽃에 휩싸여 있는 다니엘’을.
미간이 꿈틀한다.
그 와중에 바닥에 굴러다니던 성화를 챙겼나 보다.
‘이 새끼, 악착같은 거 보소.’
류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성화에 담긴 힘이 어마어마한 것은 분명하다. 그 완전한 재생의 힘은 혼기를 사용한 재생과는 결이 다를 게 확실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미 20초간 모았다. 멈춘 게 아니다. 더 모이고 있었다.
지금 류진은 세상 자체를 허물어 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힘이면 분명 허물 수 있다.
그렇게 30초가 흘렀다. 또 시간이 흐른다. 40초, 45초, 50초, 51초.
손이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했다.
느꼈다. 류진은.
1분이 넘게 된다면 이 혼환은 통제가 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고개를 들었다.
놈은 여전히 불꽃에 휩싸인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대체 이 정도의 시간 동안 놈이 무엇을 하는지 이해조차 되지 않았다.
아니, 이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놈은 이 공격에 반드시 죽는다.
류진이 자리를 박찼다.
멍하니 있는 다니엘을 향해 혼환을 담은 주먹을 그대로 내질렀다.
* * *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냥 본능이었다.
직감이라고 봐도 좋았다. 류진의 손에 뭉쳐 있던 그것이 터지려는 것을 확신했을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성화’였다.
양불휘의 그 말을 나는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다.
‘성화에는 천마신교의 근원이 있다.’
애초에 놈과 싸울 때도 계속 눈에 담고 있었다. 저 성화를 어떻게든 손에 넣어야 한다.
그리고 폭발 순간, 나는 그 기회가 왔다고 확신했다.
천마신검을 놓은 순간 자리를 박찼다. 손에 성화를 잡은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로 인해 몸이 뒤로 주르륵 밀리는 그 와중에도 나는,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장 먼저 성화를 쥔 순간 성화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생명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였고 그 이후, 성화에서 뿜어져 나온 그것이 불꽃이 되어 내 몸을 감쌌으며 그다음으로.
나는 기이한 공간에 와 있었다.
하얀색이었다.
너무나도 하얀, 그 공간에서 나는 멍하니 있었다.
방금 전까지 천하성 본관에 있었다. 아, 본관이 박살 난 것이 확실했지만 그래도 본관은 본관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폭발의 흔적, 그 모든 것이 없었다.
완벽한 무의 공간.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흰색 문.
아무런 무늬도 없는 그 문은 압도적인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의아했다.
이게 뭐지.
이게 왜, 여기에 있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자연경을 앞두고 있다. 반 자연경이 아니라 온전한 자연경이다. 그런데 자연경으로 올라서는 순간에 이런 것을 경험한다?
들어본 적 없다. 류진이나 과거의 기록을 보았을 때 영정, 혁진강, 스승님인 셀, 마수의 숲 지배자인 샬롯 등등.
그 누구에게도 없었다.
아버지 정도면 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솔직히 내 입으로 말하긴 조금 그렇지만 아버지는 모르는 게 없으니까.
손으로 힘껏 문을 열어 보았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한 번 더 힘을 주었다. 여전히 미동도 없다.
전력을 다했다. 몸 안의 모든 것을 끌어올렸다. 그때였다.
아무것도 없던 내 양팔에 불꽃이 피어오른다. 엄청난 생명력이 몸을 감싼다. 시간의 모래시계를 여태껏 사용하며 선천진기를 소모해 왔다. 그 모든 게 회복되는 느낌이다. 아니, 넘친다.
힘이, 넘친다.
한 번 더 힘을 주었다.
끼이익.
문이 열린다. 정말 살짝, 딱 그 정도만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나를 감쌌다.
눈을 떴다.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넘었다.
아니지, 넘었다기보다는 올라섰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피어오르는 먼지들 사이로 선명하게 떠다니는 ‘혼기’가 보인다.
나와 류진이 격돌하면서 생겨났던 파편들이다.
아주 작은 계기가 필요했다.
싸움 도중에도 계속 자연경을 넘봤던 내게는 정말, 정말 너무나도 작은 계기 하나만 있으면 올라설 수 있었다.
성화는 그 계기였다.
웃고 말았다.
이렇게 경지 자체를 넘는 게 어렵지, 경지 내부에서 수준을 높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가 겪었던 경험들, 그거면 충분하다.
주먹을 말아쥐었다.
성화의 힘과 혼기가 피어오른다.
붉은색의 불꽃과 검은색의 혼기가 합쳐지자 선명한 검붉은색의 혼기가 만들어졌다.
웃음이 나온다.
이거구나.
양불휘의 말을 이제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성화를 얻은 천마는, 진정한 천마신공을 각성하게 되며 진정한 천마가 될 수 있다.
웃으며 몸을 돌렸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류진의 손에 맺힌 저것은 한눈에 봐도 어마어마한 힘을 담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겁 같은 것은 나지 않았다.
밀릴 것 같지가 않았으니까.
눈앞에 모래시계가 나타난다.
100년.
그 100년의 힘은 성화에서 끌어올렸다. 시계가 뒤집힌다. 손을 들었다. 멀리 날아갔던 천마신검이 다시 한번 내 손에 잡힌다.
그대로 고개를 돌리자 달려오는 류진이 보였다.
놈을 바라보며 천마신검을 강하게 말아쥐었다.
이젠 될 것 같다.
아까의 미완성이었던 그 기술.
동대륙 최고의 무공이라 평가받는 천마신공의 진정한 오의.
자리를 박찼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오의奧義, 천마강림天魔降臨]검붉은색의 회오리가 검과 몸을 감싼다.
그대로 휘둘렀다.
검 끝에 류진의 혼기 덩어리가 닿는다.
아까와 비슷했다.
콰지지직.
섬뜩한 소리가 울린다. 굉음이 터지고 사방으로 파편들이 뻗어 나간다.
안 그래도 폐허가 되어 버린 땅이, 더 폐허가 되어 버리기 시작했고. 나는,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류진도 피하지 않았다.
나와 같은 것을 느꼈나 보다.
이번의 폭발은, 분명 두 사람 모두에게 피해를 줄 것이 확실하다. 무슨 수를 쓰든 결국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럼 간단해진다.
나는 모든 것을 온전히 베어내면 되고.
류진은 혼기의 폭발을 내 쪽으로 전부 몰아 버리면 된다.
이번 공격으로 모든 게 끝난다.
-놈! 자연경으로 올라섰구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혜광심어다. 단기간에 빠르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수법.
답하지 않았다. 답할 시간에 손에 힘을 더 주는 게 이득이다.
검붉은색의 혼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충돌하고 또 충돌하며 사방으로 폭풍이 휘몰아쳤지만 그래도, 사라지지 않았다.
류진이 당황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던 류진은 이윽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 낸 작은 환의 위력이 점점 줄어들고 내 검에 담긴 혼기는 더욱더 거세지고 있는 것을.
-마…… 말도 안 돼.
성화는 압도적인 재생을 도와준다. 그 재생이 신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혼기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류진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뿐이다.
내게는 류진에게 설명해 줄 시간 같은 건 없다. 해 줄 생각도 없다.
그냥.
서걱-!
베어 버릴 뿐이다.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달라진다. 세상 전체가 반으로 갈린 것 같았다. 뒤늦게.
쩌어어어엉-!!
거울 깨지는 굉음이 울렸고 류진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끝이 보였다.
이게, 그 끝이다.
몸을 회전시키며 천마신검을 휘둘렀다.
“자…… 잠깐……!”
서걱-!
하늘로 솟구치는 류진의 머리를 바라보며 나는 승리를 확신했다.
털썩.
목 없는 류진의 시신이 쓰러진다. 그 시신의 심장에 천마신검을 때려 박았다.
푸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