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84)
제 85화
* * *
진지하게 생각은 했지만, 쉽게 결론이 내려지지는 않았다.
내가 무슨 아동심리학이나 교육학에 도가 튼 학자도 아니고.
수도 없이 언급했지만 셀은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
자그마치 드래곤이다.
그런 드래곤이 어렸을 때부터 팔이 썰리는 등의 생체 실험을 당했다.
그런 경험이 있는 셀에게 평범함을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셀은 셀이고, 샬롯은 샬롯이고, 타노스는 타노스니까.
그냥, 쉽게 말하면 이런 애도 있으면 저런 애도 있는 거지.
그러니까, 조금만 더 지켜보자.
그렇게 생각하고 잠시 지하실에서 포션을 한 병 더 마시며 몸을 회복시켰다.
두통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는 뭐…… 일상이지.
그런 나를 스승님이 안쓰럽게 쳐다본다.
그 시선에 그냥 싱겁게 웃어 주었다.
한숨 푹 잠이라도 잘까…… 하다가, 그냥 셀을 데리고 아카데미로 갔다.
셀에게 조금이나마 세상을 보여 주고 싶었거든.
넓은 아카데미를 둘러보다, 타노스가 있을 4학년 교실로 향했다.
“하하하하. 역시, 네 녀석의 노력이 빛을 본 것이야. 하하하, 4서클이라니. 하루 만에 서클을 2개나 올리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이게 다 테슬란 왕국의 복이지. 암, 그렇고말고.”
타노스에게 아주 격찬을 아끼지 않는 한 교관이 보인다.
이름은 모르겠는데, 얼굴은 익숙하다.
서클은 약 8서클.
누구였더라…… 경지를 보면 일반 교관은 아니고 수석 교관이나 총교관, 그러니까 교수쯤 되는 사람인 거 같다.
힐끗 고개를 돌리자 수십 명의 학생들 중 절반 이상이 타노스에게 축하한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고 있었다.
녀석은 환영받고 있었다.
하긴, 이게 당연한 거다.
하루 전만 해도 2서클이었던 녀석이 자고 일어나니 4서클이 되었다.
어마어마한 유망주가 탄생했다고 해야 할까.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옆 나라 이스마엘 왕국의 템…… 뭐시기 하는 남자가 내가 알기로 6서클에서 하루 만에 8서클로 껑충 뛰었던 적이 있었다.
이게 대륙적으로 널리 퍼진 이야기라 내 기억 속에도 있는데, 타노스도 그런 경우와 흡사하다.
일종의 천재 대우를 받게 되는 거지.
거기다 타노스는 평민이다.
저 교실 안에 있는 애들 중에 타노스를 자기들 가문으로 데려가고 싶어 하지 않는 녀석이 얼마나 될까.
구석에서 시기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애들을 제외하면 거의 없을걸.
때마침 타노스가 고개를 돌리고, 멀리 있던 나와 눈이 마주친다.
녀석이 환한 표정 그대로 내게 다가오려고 하자,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즐길 땐 즐겨야지.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몸을 돌렸다.
잘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 이상 녀석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럼 이제, 샬롯을 좀 보러 가 볼까.
새로운 친구도 사귀었다고 했고, 아카데미도 지낼 만하다고 했으니, 적어도 타노스보다는 밝게 웃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검술학부 1학년이 있는 교실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한 순간, 나는 내가 얼마나 낙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던 건지 알 수 있었다.
굳어지는 표정을, 도저히 숨길 수 없을 정도로.
* * *
잭을 만나고, 생활의 전반적인 것들이 확연히 달라졌다.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린 어머니의 빈자리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잭이라는 존재와 잭이 스승님이라 부르는 발렌타인. 그리고 셀과 타노스.
그들이 그 빈자리를 대신해 주었다.
그래서 샬롯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아카데미로 왔을 때는 좋았다.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지만 그건 괜한 걱정이었다.
비록 11살의 나이를 14살로 속이긴 했지만, 워낙 철이 일찍 들어서인지 몰라도 아이들과 어울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또래 아이들 수백 명이 사회와 경제, 정치, 그리고 마나 유저로서의 마음가짐이나 마나를 다루는 법.
그 외 등등 여러 가지를 배우는 그 시간 자체를 샬롯은 소중히 여겼다.
분명, 아카데미는 잭에게 말했듯 다닐 만했다.
그건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닐 만한 거지 행복하다고는 하지 않았다.
특별 취급.
2학기 도중에 입학한 샬롯에게는 어마어마한 질투가 쏟아졌다.
당연히 처음에는 질투가 아니었다.
단순한 호기심.
대체 어떤 애길래 2학기에 특별 입학을 해?
그런 시선을 받았던 샬롯은, 첫날 검술 수업에서 대련으로 증명해 냈다.
샬롯은 그 자리에서 연달아 8명이 넘는 이들을 격파했으니까.
그중에는 2서클을 이룬 이들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샬롯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상대의 검을 흘리고, 자연스럽게 빈틈을 찔러 공격하는 그 단순한 동작을 그 누구도 막지 못한 것이다.
잭이 감탄했듯, 샬롯이 지니고 있는 검술에 대한 재능은 압도적이었다.
그런 샬롯을 검술학부 교관이 칭찬을 했으며, 교관을 보조하는 부교관들 몇몇이 칭찬을 했고, 천재 중의 천재라며 치켜세웠다.
그게 시작이었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샬롯을 향한 아이들의 호기심은 순식간에 질투심으로 변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호의적이었다.
샬롯이 그렇게 모난 것도 아니었고, 괜히 수업 첫날부터 문제를 일으킬 학생은 없었으니까.
그렇게 질투가 점점 퍼져 나가던 그때, 오후 수업이었던 마나 수련 시간에 일이 터졌다.
담당 교관이었던 레온하르트가 그 일에 기름을 부어 버린 것이다.
샬롯에게 좋은 줄 잡아서 인생 편하게 사는 년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우라는 등, 정말 별 웃기지도 않는 온갖 차별을 몸소 보여 주기 시작하니, 애들이 별수 있나.
어린애들의 행동 양식은 간단하다.
책임감이라는 걸 조금씩 깨우쳐 가는 녀석들은 가능하면 책임질 일에는 나서지 않는다.
이것저것 일을 벌이다 보면 그게 스노우 볼처럼 굴러가 언제 자기 목을 조를지 모르니까.
그렇게 아카데미에서 배운다.
하지만 만약 그 책임을 온전히 받쳐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당연히 이야기는 매우 달라진다.
이 경우에는 레온하르트였다.
레온하르트가 샬롯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차별을 한 그 순간부터, 아이들은 샬롯을 괴롭힐 정당성을 확보한 것이다.
그 이면에는 테슬란 왕국의 정치적 상황과 아카데미 내부의 알력 다툼이 주된 이유였지만 과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결과.
오직 결과만 있을 뿐이다.
샬롯은, 왕따가 되었다.
Chapter 5
아카데미의 교육 방식은 두 가지다.
이론 수업과, 실전 수업.
눈앞의 샬롯이 있는 교실은 이론 수업이 한창이었다.
책상이 존재하고 칠판이 존재하며, 교관은 칠판에 무언가를 적어 가며 설명을 이어 간다.
학생들은 노트에 교관의 말을 적고, 그걸 외우며 몰랐던 것들에 대해 알아 간다.
가끔 자기들끼리 노닥거리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문제는 교실의 배치 구도였다.
샬롯은 창가 자리, 그것도 한쪽 구석 맨 뒷자리에 위치해 있었으며, 다른 아이들과는 비교되게 앞자리에 있는 아이와는 무려 2m 이상 떨어져 있었고. 옆자리에 있는 아이들과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샬롯의 뒤쪽에는 청소도구함이 존재했다.
걸레까지 있는 걸 보니, 더 볼 것도 없었다.
샬롯은, 모두가 외면하는 격리된 공간 안에 혼자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왕따.
외면.
차별.
으드득-
옆에 있던 셀이 이를 악물었다.
분노.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 샬롯을 둘러싸고 있는 애들을 죽이고 싶다는 듯, 셀은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슬쩍 손을 들어 녀석의 머리에 턱 하고 올리자, 녀석이 숨을 몰아쉬며 감정을 가라앉힌다.
이어서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가만히, 계실 거예요?
입가에, 나도 모르게 부드러운 미소가 생겨난다.
“일단 지켜보자.”
-…….
“왜?”
-모르겠어요. 그냥, 화가 나요.
셀이 샬롯과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길지 않았지만 셀은 이제 샬롯과 함께 잠을 잔다.
어린아이의 친화력이라고 뭉뚱그려 말하기엔 조금 부적절하지만, 중요한 건 두 꼬마가 서로를 각별하게 여기고 있다는 거다.
한 침대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자는 두 녀석의 사이에 생긴 유대감.
셀에게는 샬롯이 친구고, 샬롯에게는 셀이 친구이기에 셀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는 조금 기뻤다.
셀이 보통 아이들과 다른 행동 양식을 보여 준다 해도, 이런 유대감이나 자기 ‘가족’을 아끼려는 그 마음만큼은 진실돼 보였으니까.
손으로 셀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일단.
“샬롯이 우리한테 이야기하지 않은 일이잖아.”
-……네.
“그럼 기다려 주자.”
셀이 결국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나는 다시 별장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기다려 주자고 말하긴 했는데 내가 이걸 얼마나 참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천천히 머리를 쓸어 올리자, 두 남자가 별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한 명은 아베이루.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처음 보는 남자다.
“일찍 왔네?”
“정리할 게 그렇게 많지가 않더라구요.”
아베이루의 옆에 있는 남자에게 슬쩍 시선을 옮기자.
“처음 뵙겠습니다. 필립이라고 합니다.”
“그래, 반갑다.”
긴 소개는 필요 없을 것 같다.
아베이루에게 데려갈 사람 있으면 데려가라고 했는데, 이 필립이라는 남자를 데리고 왔다.
그럼 뭐, 다 된 거지.
지하실로 향하자, 셀과 아베이루, 그리고 필립이 내 뒤를 따라온다.
지하실로 이동하면서 슬쩍 물었다.
“아카데미에 레온하르트라고, 알아?”
“예. 알고 있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며 시선만 옆으로 돌리자, 아베이루가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뭐야, 왜 이렇게 음흉하게 웃어.
“필립?”
“예, 아베이루 님.”
“준비한 거 드리도록.”
맨 뒤에 있던 필립이 다가오더니, 품에서 웬 두루마리 뭉치를 꺼내 들더니 내게 건넨다.
일단 받아 들고 이게 뭐냐는 시선을 아베이루에게 던지자.
“필립의 장기는 뒷조사입니다.”
“오?”
“또, 제가 지금껏 같이 일했던 이들 중에 정보를 종합하고 정리하는 데에는 가장 능력이 뛰어난 친구죠.”
자리에서 멈춘 채로 두루마리를 슬쩍 펼쳐 보았다.
이름 : 레온하르트 뤼디거(명예 남작)
신장 : 178cm 74kg
가족 : 없음.
경지 : 6서클 검사.
보직 : (전)테슬란 왕국 근위 기사단 소속->(현)테슬란 아카데미 검술학부 제1부교관
특이 사항 : …….
대충 훑어보고 뒷장을 넘겼다.
그 외 몇몇 낯익은 이름들이 나오고, 현재 경지와 신장, 그리고 보직 등등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다.
또 한 장 넘겼다.
피식, 웃고 말았다.
아카데미에 소속된 모든 교관들의 인적 사항이라…….
힐끗 고개를 돌려 보자, 아베이루가 평소처럼 담담한 미소를 띠고 있었고, 필립이라는 녀석은 조금 긴장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