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108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107화
게임 커뮤니티 겜팁, 록 게시판에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치타가…… 달리기 시작했다.]니들 디지라고 대장전 우승한 스트리머 기억나냐?
우승 직후에 순식간에 마스터 찍고 딴 겜으로 빠지더니 돌아왔음.
며칠 전부터 랭겜만 돌리고 있는데…… 미쳤음.
(Image Clip)
첨부된 이미지는 전적 검색 사이트에서 검색한 디지의 최근 전적이었다.
놀랍게도, 최근 20판이 전부 파란색 승리로 표시되어 있었다.
[댓글]-ㄷㄷㄷ 전적창에 용오름이 지나갔네.
용오름. 메이게츠의 궁극 스킬인 화신에게 임하는 용오름을 뜻하는 것으로 전적창 전체가 승리로 파랗게 도배되었단 뜻이다.
-쟤 지금 천상계 아님?
└ㅇㅇㅇ 마스터임.
└ㄴㄴㄴ“마스터였음”이 될 것 같긴 함. 벌써 점수가 넘사벽임.
천상계부터는 티어 승급 시 승급전이 없다.
자리가 한정되어 있어 쌓은 랭킹 점수를 기준으로 기존 상위 티어 유저의 자리를 빼앗는 식으로 승급이 이루어지기 때문.
그리고 디지는.
단 세 판만 이기면 그랜드 마스터 티어에 오를 수 있을 정도로 랭킹 점수를 쌓은 상태였다.
-주챔만 하면서 빡겜 하니까 기세가 매섭네.
-ㄹㅇ 천상계 가서도 저렇게 연승행진 할 줄은 몰랐음.
└그것도 바텀 메타에서…… 탑 유저들끼리 맨날 하는 말이 요새 게임이 바텀 뽑기 게임이라 재미없다 였는데 쟨 혼자 날아다니네……
리그 오브 게임즈는 1년을 한 시즌으로 삼아서 매 시즌마다 대규모 패치와 밸런스 조정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올해의 시즌은 바텀 라인의 영향력이 크고 그만큼 반대 라인인 탑의 영향력이 떨어지는 바텀 메타였다.
하지만, 디지는 메타의 영향 따윈 받지 않는다는 듯이 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저게 진짜 클라스란 건가?
-이 기세대로면 디지 쟤 챌린저 입성도 금방 하겠는데.
챌린저. 국가별 서버에서 단 100명 만이 휘장을 얻을 수 있는 티어.
-시간은 좀 부족하지만, 지금 기세면 이미 예비 챌린저나 마찬가지 아니냐?
└ㄴㄴㄴ그건 아니지.
└챌린저가 밥으로 보이냐?ㅋㅋㅋㅋㅋㅋ
디지를 찬양하는 댓글에 반박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디지가 챌린저급이라는 애들, 다 디팔이냐?ㅋㅋㅋㅋ
-같은 천상계라도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랑 챌린저는 급이 다름.
└ㅇㅇㅇ챌린저는 프로들도 수두룩해서 게임 수준이 아예 다르니까.
커뮤니티 여론이 반으로 갈라져서 디지라는 떡밥을 씹고 뜯고 즐길 때였다.
[디지 방송 껐다……]한 판만 더 이기면 그마인데 이걸 끊네……
[댓글]-패망전 생각해서 그마 안 찍고 마스터 최상위권에 주차한 듯?
-그나저나 최근 전적 승률 90%던데 내가 하는 록이랑 같은 게임 하고 있는 거 맞냐?ㅋㅋㅋㅋ
-ㄹㅇ혼자 게임을 뒤집고 다니네ㅋㅋㅋㅋㅋㅋ
-진짜 감탄만 나온다ㅋㅋㅋㅋㅋㅋ
그마를 찍진 않았지만, 사실상 찍은 거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게임을 종료함으로써 커뮤니티가 다시 한번 달아올랐다.
-팩트1)천상계는 유저 수가 적기 때문에 매칭에 걸리는 시간이 길고, 따라서 하루에 돌릴 수 있는 게임 수에 제한이 있다. 따라서 그마를 찍는 데에는 아무리 빨라도 한 달 정도 걸린다.
└지금까지 제일 빨리 찍은 게 지니어스의 20일 아니었나?
최연소 프로 게이머이자 천재 미드라이너라 불리는 지니어스.
지금까지는 지니어스의 그마 도달 기록이 최단기 기록이었지만.
-패망전 아니었으면 최단기 기록 경신되는 거였네ㄷㄷㄷ
-처음 록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기록이란 기록은 다 갈아치우네. ㄹㅇ 천재는 디지인 듯.
└억빠 그만. 마스터임.
└님 바보임? 누가 봐도 대회 때문에 주차한 건데ㅋㅋㅋㅋ
└팩트만 두고 말한 건데 바보 취급하네 커뮤니티 죽돌이 수준 하고는ㅉㅉ
└보고 싶은 팩트만 보는 게 누군데ㅋㅋㅋㅋㅋㅋ
-일주일 만에 그마…… 이게 가능한 거였구나……
└심지어 대기 시간마다 음식 먹방하는 거보다 보니까 시간도 금방 가서 체감상으론 일주일보다 더 빨리 찍은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신에 관한 게시글을 읽으며, 디지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일정 이상 수의 추천을 받으면 글이 옮겨지는 인기글 게시판을 본 거였음에도 그에 대한 글로 한 페이지가 도배되어 있었다.
‘뭐……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 성과긴 하니까.’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수월하게 랭킹 점수를 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아무리 그의 실력이 뛰어나도 천상계에는 피지컬과 뇌지컬을 겸비한 고인물들이 수두룩했으니까.
‘운빨이 따라줬지.’
아무리 한 명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록은 결국 팀 게임.
아군에 한 명이라도 트롤이 걸리는 순간 게임이 힘들어진다.
모두가 뛰어난 천상계에선 아무리 그라 하더라도 트롤을 데리고 게임을 이기기가 힘들었으니까.
‘다행히 트롤러가 걸린 판이 적었어.’
덕분에 이룩한 성과. 승률 90%로 그랜드 마스터 직전의 랭킹 점수대에 주차.
이는 팀적으로도 좋은 소식이었다.
팀 게임에서 아군의 티어가 높다는 건 실력의 증명을 넘어 팀원의 사기에도 기여하는 요소니까.
게다가.
팀에 좋은 소식은 하나가 다가 아니었다.
[여기 용오름 치는 스트리머 하나 더 있다ㅋㅋㅋ]디지는 그동안 기다려 왔던 게시글을 클릭했다.
* * *
왕삼은 언제나 필사적으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에겐 그래야 할 이유가 있었다.
“형아, 오눌은 집에 언제 와아?”
“오빠아, 나 머리 땋아줘……!”
왕삼은, 사고로 다치셔서 일을 할 수 없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5남매의 가장을 맡고 있었으니까.
“이야, 형 오늘은 일찍 들어올 거야.”
“사는 이 오빠한테 머리 땋아달라고 하자.”
때문에 그는 항상 필사적으로, 모든 재능과 노력을 쥐어짜며 인생의 길을 걸어왔다.
성공을 위해. 가족의 행복을 위해.
과거엔 갖춘 것들을 활용해서 가장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길이 프로 격투선수라고 생각했었다.
때문에 전력을 다해, 말 그대로 뼈와 근육을 갈아 넣으며 운동을 했다.
그러나.
그의 재능은 성공을 거머쥐기엔 조금 부족했고.
그 사실을 깨닫고도 계속 시간과 돈을 쓰기엔 사정이 넉넉지 못했다.
그렇기에 새롭게 찾은 진로. 게임과 방송.
누군가에겐 취미이자 놀이일 수도 있는 것들이지만.
언제나 그랬듯, 왕삼은 필사적으로 게임을 하고 스트리머로서의 자신을 만들어나갔다.
하지만.
“하늘이시여. 왜 제게만 계속 시련을 내리시는 겁니까?”
가상현실 부적응증.
뼈를 깎는 노력을 했던 과거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중요한 순간에 마음대로 움직임이 튀는 아바타로는 결코 골드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장 일을 병행하면서도 재수생이 수험 생활을 하듯 게임을 공부한 노력이 다 허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여러 스트리머를 연구하고 그 결과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꼰대 무림인 컨셉을 잡아서 속마음마저 무림인 말투로 할 정도로 깊이 새기면 무엇 할까.
티어를 올릴 수 없는데.
왕삼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끼에는 한계가 있고, 자신이 메이저로 올라가기 위해선 실력파 스트리머를 자칭할 실력이 필수란 걸.
그렇게, 좌절했다.
울분이 고이고 쌓였다.
그리고.
이대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또다시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새로운 길을 찾기엔 지쳐서.
그저 고여만 가길 반복할 때.
인생의 은인을 만났다.
은인에게 받은 것들이 개화하여, 빛을 얻었다.
[대전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게임 승리!]그의 대형, 전신은 마지막 수련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삼아. 답답하지?”
“하하…… 알면서 뭘 물으시오.”
“아니까 묻는 거야. 답답해하지 말라고. 그럴 필요 없으니까.”
“……무슨 말씀이시오?”
“이제 곧이야.”
뜬구름 말만을 하곤, 그의 대형은 이번이 마지막 수련이라고 못을 박았다.
“내 천형을 고쳐주시겠다 하지 않았소. 난 그대로란 말이오!”
“그렇게 생각하면 할 수 없고. 정 아쉬우면, 혼자 해봐.”
“…….”
그 말을 마지막으로 떠나버린 대형. 처음엔 야속하고 서운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째서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알았으니까.
‘결국. 마지막 조각은 내가 맞춰야 하는 거였구나.’
생각을 멈추고, 오직 울분을 담아 몸을 움직였다.
한 시간, 두 시간.
마침내 탈진해서 쓰러진 순간.
왕삼은 직감적으로 깨달았고, 곧바로 게임을 플레이했다.
그리곤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가상현실 부적응증이 사라졌다는 걸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삼아. 디지털 월드는 의념을 기반으로 운영되더라.”
“대형이 말하는 의념은 무엇이오?”
대형은 이리 대답했었다.
의념이란 뇌파 같은 과학적 팩트 그 이상의, 인간의 정신이 가지는 무의식적인 힘이라고.
“넌 의식과 무의식을,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합일시켜야 해. 그럼 네가 안고 있는 문제도 사라질 거야.”
처음엔 무슨 소린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말.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마찬가지지만…….
[대전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게임 승리!] [대전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게임 승리!] [대전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게임 승리!]태어나서 처음으로 달려보는 연승가도. 그 속에서, 왕삼은 되새겼다.
심신일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경지.
자신이 그를 이뤘다고.
또한 동시에 생각했다.
더 이상, 가상현실 부적응증으로 고통받을 일이 없으니.
당당한 한 명의 게이머로서, 대형의 팀에 들어가고 싶다고.
[승급전이 완료되었습니다.] [플래 가고싶냐? 님의 티어는 플래티넘 1입니다.]패망전 참가 마감일 바로 전날.
티어를 플래1에 주차시킨 왕삼은 디지를 자신의 프라이빗 룸에 초대했다.
“삼아, 안 해도 돼.”
그의 대형이 씨익 웃으며 뜬금없는 말을 던졌다.
왕삼은 생략된 말이 무엇인지 곧장 알아챘다.
하지만, 그 뜻에 따르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왕삼은 디지를 왈칵 끌어안았다.
“대형. 정말 고맙소이다. 내 평생의 은인이시오.”
“안 해도 된다니까.”
“어떻게 그럴 수 있겠소, 허흐흑…….”
“야, 우냐? 다 큰 남자가 울면 똥꼬에 털 나.”
가끔…… 아니 자주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엉뚱한 말을 하는 대형이지만.
왕삼에겐 누구보다 소중한 동료이자, 은인이고, 대형이었다.
“대형. 부디 날 팀원으로 받아주실 수 있겠소? 이미 한 번 거절한 처지에 염치가 없지만. 만약 받아주신다면…… 분골쇄신의 각오로 임하겠소이다.”
왕삼의 눈에 부드럽게 웃고 있는 디지의 얼굴이 보였다.
“왕삼 병장. 네 자리는 애초에 비어 있었어.”
* * *
딱빵의 파티룸에 패망전 멤버인 다섯 명이 모였다.
“충 성! 병장 왕 삼! 은 현 시간부로 자대 배치를 명 받아 복무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 성!”
왕삼의 신고가 끝나자마자 기사배가 달려들어서 왕삼의 목에 팔을 감았다.
“오빠 이 짜식! 어차피 들어올 거면서 처음엔 왜 튕긴 거야!”
“하하하, 기 소저. 가슴이 닿소만…….”
“아바타인데 뭐 어때!”
왕삼이 기사배를 스윽 밀어내면서 다른 이들을 둘러봤다.
“카에리 소저. 처음 뵙소이다. 왕삼이라 하오.”
“……안녕하세요. -ㅅ-”
“다들 받아주셔서 고맙소이다…… 고맙습니다? 군대 컨셉이면 말투도 항상 다나까로 해야 하는 겁니까?”
“평소에도 그럴 거 있나. 계급만 붙여서 부르고 말투는 컨셉질 할 때만 하자.”
“그럼 편하게 하겠소이다. 내 말투가 워낙 입에 붙어서 말이외다, 허허허.”
“삼이 네가 진성 컨셉러긴 하지.”
“컨셉끼리 부딪혀서 혼동 오는 모습 보여주는 것도 방송 소스로 괜찮겠는데?”
다들 웃으며 얘기를 나눌 때였다.
“잠깐! (・へ・) 이의 있습니다!”
“카에리 이병. 무슨 일이야?”
“왕삼 병장이라고 하셨는데, 저보다 늦게 들어왔으면서 저보다 상관인 겁니까?”
“삼이는 원래 내정이었어.”
“비록 제가 계급은 이병이지만, 당당한 부대의 일원인바! 왕삼 병장이 저보다 위인 걸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었다. 원래 받을 예정이었다지만 왕삼이 정식으로 팀에 들어온 게 카에리보다 늦은 건 사실이니까.
즉.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거지?”
“네! 정확히는…….”
카에리의 이모티콘이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 ୧((#Φ益Φ#))୨ ]“스크림 한 번 해서 실력순으로 계급배치, 다시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