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125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124화
적의 공격을 패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가웨인.
흔히 가웨인의 가장 큰 적은 다굴이다, 라고 유저들은 말한다.
하지만.
디지의 가웨인을 보며, 민구는 벽을 느꼈다.
벽.
자신은 절대 넘을 수 없는, 압도적인 격차.
민구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흘렸다.
“대체…… 어떻게 저게 가능한 거지?”
우선 타깃을 카이서에서 디지로 바꾼 지도 어느덧 10초.
최대치로 소환된 사이보그 구울들.
근접 브루저인 정글러 센타림과 탑 라이너인 자신.
가웨인의 약점인 마법사 챔피언이자 가장 잘 성장한 빈센트까지.
상식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디지는 진작에 죽었어야 했다.
[HP(가웨인): 3%]고작 평타 한 대면 데스시킬 수 있는 수치.
그러나, 죽지 않는다.
[완벽한 방어! 대미지를 무시합니다.]부러진 대검을 내질러 봤지만, 자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튕겨져 나올 뿐.
[딱빵 병장 -> 저스트 원] [딱빵 병장 -> 미드만 간다] [트리플 킬!]디지가 모든 공격을 집중받는 동안, 카이서에 의해 자신의 팀원들 두 명이 죽었다.
같은 시간 이뤄낸 성과는, 고작 디지의 HP를 19%에서 16%를 깎아내는 것뿐.
민구의 록 지식과 그동안 쌓아온 경험으론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아니, 애초에 용납할 수 없는 결과였다.
민구는 발악하듯이 외쳤다.
“대체, 대체 왜 안 죽는 거냐고!!”
상대의 대답은 간단했다.
“네가 죽여야 죽지. 이미 늦었지만.”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민구의 눈앞 풍경이 흑백으로 변했다.
[딱빵 병장 -> King Of Chung]결국 자신마저 데스당한 것이다.
4 대 4의 전투, 단 한 명의 적도 죽이지 못하고!
[쿼드라 킬!] [딱빵 병장(카이서)님이 전장에 돌풍을 일으킵니다!]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민구는 직감했다.
이번 게임은 졌다고.
카이서. 적팀의 챔피언 중 가장 성장했을 때 딜 기댓값이 높은 챔피언.
그런 카이서가 무려 4킬을 먹었으니, 게임의 승산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적팀이 실수를 하지 않는 한 말이지.’
예감대로, 게임은 물 흐르듯이 패배로 이어졌다.
어떻게든 활로를 뚫어보려고 발악한 민구였지만.
탑의 역할인 사이드 플레이에서조차 단 한 번도 디지의 가웨인을 압도할 수 없었다.
항상 디지는 사이드 라인의 미니언을 먼저 밀고 아군의 본대에 합류했고.
성장 차이에 숫자 차이까지 나는 상황 탓에 한타를 회피하길 몇 번 반복하자 어느새 본진 코앞까지 적이 몰아친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게임 패배]디지털 월드 접속이 해제되면서 들려오기 시작하는 해설자들의 목소리.
“게임 초중반 미드에서 벌어진 교전이 결국 게임의 승패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탑 라이너, 디지 선수의 역할이 컸죠? 결국, 가웨인의 슈퍼 탱킹 플레이가 교전의 향방을 바꾸었으니까요.”
“맞습니다. 정말 엄청난 피지컬이었죠!”
부정할 수 없는 멘트들이 고막을 울리고.
민구는 있는 힘껏 주먹을 쥐었다.
게임의 흐름을 바꿀 정도의 슈퍼 플레이.
달리 말해, 탑 차이.
평소의 자신이라면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고, 정 안 되면 팀원 탓을 하며 노이즈를 만들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자신부터가 아득한 벽을 느끼고 있었으므로.
“자자. 1패야. 다음 경기 이겨서 3경기까지 꽉 차게 가 보자고.”
이윽고 시작된 전략 회의.
분위기가 좋지 않자 민구 대신 데데가 나서서 팀원들을 독려했다.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임을 알면서도, 민구는 일부러 가만히 있었다.
진심으로 힘내서 준비하자고 말할 의욕이 도무지 생기지 않았으므로.
“민구야. 이번 경기 탑은 버티는 거로 가자. 괜찮아?”
“…….”
문득 드는 생각.
버텨질까?
자신의 장기는 강하게 나가는 픽으로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그렇다면.
딜링이 특기인 챔피언을 한다면, 이길 수 있을까?
“…….”
도무지 대답이 나오질 않는다.
다른 방법은? 이건? 저건?
또 막힐 것 같은데. 전 판보다 더한 탑 차이가 나올 것 같은데.
“그냥 탑은 밴픽 후 순위로 미뤄둬. 다른 라인 위주로 투자하자.”
결국 민구는 도피를 선택했다.
열심히, 아니, 필사적으로 진행된 전략 회의가 끝나고.
2경기의 밴픽이 시작되었다.
[밴할 챔피언을 선택하세요.]밴이 끝나고 픽순이 오자마자 등장하는 적팀의 탑 챔피언.
불현듯 엄습하는 두려움.
또다시 데이터에 없는 챔피언을, 그것도 가장 선픽으로 박아버리는 디지.
당연히 이기겠다고, 큰소리를 치는 게 본래의 자신이건만.
민구는 무언가를 기대하듯 바라보는 팀원들을 보고,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자괴감을 느꼈다.
“상대 탑 나왔네. 다음에 내 픽 나가자.”
고작 이 정도가 자신이 말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대전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시작 템을 사고 도착한 탑 라인.
저 멀리 보이는 디지의 아바타, 아누비스.
평소 자신의 성향이라면, 그리고 방송 컨셉대로라면.
여기서 한마디를 던져야 한다. 상대를 도발하고 열이 오르게 하는 멘트를.
“…….”
말이 나오질 않았다.
“왜 가만히 있냐, 답지 않게.”
상대의 말에도 불구하고, 민구는 침묵했다.
근원이었던 자신감이, 패기가 위축된 상태였으므로.
‘뭔 짓을 해도 이길 수 없어. 나로서는.’
민구는 직감했다. 2경기 또한, 1경기와 끝이 다르지 않을 거라고.
눈앞의 상대가 모든 준비와 전략을 깨부술 거라고.
예상대로였다.
[디지 중령 -> King Of Chung]초반이 약한 아누비스였음에도, 솔킬을 당했다.
눈앞의 메시지를 바라보며, 민구는 생각했다.
대장전 때의 굴욕을 앙갚음하겠다 다짐하고 출전한 패망전이었지만.
서 있는 높이가 다르다. 급이 다르다.
민구에게 디지는 그런 존재가 되어 버렸다.
“나는…… 안 되는구나.”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채로.
부드럽게, 물 흐르듯이, 게임이 이어진다.
2경기는 1경기보다도 허무하게 끝났다.
[게임 패배]* * *
[게임 승리!]“이번 경기는 굉장히 부드럽게 끝났군요.”
“밴픽부터 인게임까지 물 흐르듯이 설계된 대로 흘러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만큼 디져 중대의 전략과 플레이가 완벽했다는 뜻이겠군요.”
“맞습니다! 패망전 첫 번째 결승 진출팀다운 면모였어요!”
큼지막하게 전광판을 채운 메시지와 해설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디지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끄어어억! 대형! 결승! 결승이오!”
“꺄아아아악! 결승 진추우울!!!”
왕삼과 카에리가 기쁨 가득한 함성을 내지르며 디지에게 달려오는 걸 시작으로.
모든 팀원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결승 진출의 기쁨을 나눴다.
“으하하핫! 내가 이 팀이면 무조건 결승까지 올 수 있을 줄 알았지!”
익숙한 빵소리가 아닌,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는 딱빵의 목소리.
“당연하지! 내가 있는데!”
티어는 가장 낮으면서도 배짱 하나는 팀 내 최고인 기사배까지.
그 가운데, 해설자들의 멘트가 대회장을 울렸다.
“대망의 결승 진출팀!”
“또다른 결승 진출팀과 최후의 전투를 벌일 팀의 이름은!”
“디져! 중대애애!!”
-와아아아아아!
-디져 중대! 디져 중대! 디져 중대! 디져 중대! 디져 중대! 디져 중대! 디져 중대!
-풍선 걸길 잘했네 개이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믿고 있었다구!!!!!
디지는 한 번 더 웃음을 지었다.
귀환자의 이정표가 발동하지 않은 건 좀 아쉽지만, 흐름상 결승전 결과가 나오면 권능이 작용할 터.
게다가, 지금의 성취감과 기쁨만으로도 보상은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어지는 4강전은 팀 데스타즈와 팀 난 현역급이야의 대결입니다.”
“결승팀이 모두 정해지고 간단한 인터뷰가 있을 예정이니 팀 디져 중대는 잠시 대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해설자의 안내 멘트를 들은 디지가 팀원들을 둘러봤다.
“그렇다는데, 다 같이 경기 구경이나 할까요.”
“좋지. 전략 짜려면 데이터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다 같이 대회장의 관람석으로 장소를 바꾸고 자리에 앉았다.
“다들 승패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본인은 카엘 군의 팀이 이길 거라 생각하는데.”
딱빵이 신중하게 대꾸했다.
“아마 그렇겠지만, 혹시 몰라. 데스타즈도 만만한 멤버는 아니니까.”
기사배가 그런 딱빵의 어깨를 탁 쳤다.
“에이, 오빠.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결승에서도 우리가 이길 거니까!”
의기양양 그 자체인 그녀의 태도.
그럴 만도 한 게, 2번의 경기에서 기사배는 딱빵이 요구한 플레이를 훌륭하게 수행해냈다.
자신을 증명했으니 자신감이 가득한 게 당연하달까.
[밴픽이 종료되었습니다.] [잠시 후, 게임이 시작됩니다.]“밴픽은 양팀 다 훌륭하네.”
두 팀 다 적의 핵심 카드를 자르고, 아군의 조합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 ≦) 저희도 전략 단계부터 준비를 잘해야겠어요. 믿을게요, 딱빵 병장!”
[대전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이윽고 시작된 게임. 밴픽과 다르게 경기 양상은 한쪽의 압도적인 우세였다.
[미카엘 -> 소오데스] [퍼스트 킬!] [미카엘 -> 난데스까]“팀 난현역의 바텀! 초장부터 솔킬!”
“그것도 적 원딜 서폿을 모두 죽였어요! 더블 킬입니다!”
팀의 핵심인 원딜러, 미카엘이 더블킬을 먹고 700골드를 벌었다.
서포터와 하이파이브를 한 미카엘. 이어서 미카엘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외쳤다.
[이 게임 내가 캐리할게!]이어지는 게임은 미카엘의 호언장담대로였다.
바텀을 중심으로 이득을 극대화하는 게임 운영. 빠르게 굴러가는 스노우볼.
[게임 승리.]“팀 난 현역급이야! 벌써 적 본진을 터뜨렸어요!”
“이번 패망전 최단기 경기 기록이 경신되었습니다!!”
이어지는 2경기 역시 1경기와 비슷했다.
난 현역급이야 팀이 일방적으로 이득을 굴리며 게임을 주도했다.
심지어, 1경기와 다르게 탑 라이너인 프로스트까지 솔킬을 기록하며 보다 유리한 게임 양상이 펼쳐졌다.
팀 데스타즈는 끝까지 분전하며 최단기 기록이 경신되는 것을 막았지만.
달리 말하면 그뿐이었을 뿐, 경기를 역전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다.
[게임 승리!]“시작부터 압도적인 우승 후보였던 난 현역급이야, 결국 결승 진출에 성공합니다.”
“왜 우승 후보로 점쳐졌는지 알고도 남을 정도의 경기력이었습니다!”
서로를 얼싸안으며 웃음을 짓는 난 현역급이야의 팀원들을 보며.
잠시 침묵했던 딱빵이 팀원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준비 많이 해야겠다.”
“그러게 말이오. 엄청나군.”
“화, 확실히 잘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겨!”
“마, 맞아요! (๑•᎑≦๑)ー☆ 언니도 많이 늘었으니까!”
경기를 보기 전보다 확연하게 긴장한 티가 나는 팀원들.
디지 또한 긴장은 아니지만,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결승전은, 틀림없이 재미있을 거라고.
지금까지의 경기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이로써 결승 진출 두 팀이 모두 정해졌군요. 디져 중대와, 난 현역급이야!”
“결승 진출 소감을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두 팀 모두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해설자의 멘트와 함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잠시 후, 아바타가 대회장 무대로 소환됩니다.]아바타가 이동된 후, 디지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미카엘의 표정이었다.
네가 여기까지 올라와서 나를 마주 볼 줄 알았다고 말하는 듯한 미소.
“결국 이렇게 만났네.”
디지 또한 미카엘을 보며 웃었다.
그러며 동시에 생각했다.
같은 팀을 해도 재밌었겠지만, 역시 적으로 만났을 때 더 짜릿한 상대가 바로 미카엘이라고.
“결승 진출자 5명, 2팀. 10분이 차례대로 자기소개와 소감, 포부 등을 들어보는 시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마이크가 주어지는 순서대로 간단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기사배의 순서였다.
“카엘아, 누나한테 혼날 준비해! 나 준비 많이 했다?”
도발적으로 미카엘을 겨누며 사격 자세를 취하는 기사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은 미카엘이 이내 웃었다.
“하하, 기대할게요 누나.”
이윽고, 마지막인 디지의 차례가 되었다.
마이크를 받은 그는 잠시 침묵하며 주변을 훑어봤다.
대회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환호성과 솟구치는 채팅창.
-와아아아아아!
-미카엘! 미카엘! 미카엘! 미카엘!
-빵형! 믿고 있었다고오오오오!
-빵소리 질러! 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질 수 없지! 대천사단 모여!
-아멘.
-아멘!
-ㅇㅁㅇㅁㅇㅁㅇㅁㅇㅁ
-ㅇ
-미카엘! 미카엘! 미카엘!
-ㅁ
-결승전 개꿀잼일 거 같으면 개추 일단 나부터ㅋㅋㅋㅋㅋ
-ㄱㅊㅋㅋㅋㅋㅋㅋㅋ
-미카엘! 미카엘! 미카엘! 미카엘! 미카엘!
-우승팀은 난현역일 거 같다 손ㅋㅋㅋㅋㅋ
-손!
-아무리 그래도 프로가 두 명인데
-미카엘! 미카엘! 미카엘! 미카엘! 미카엘!
결승 진출팀은 두 팀이었지만, 사실 관객들의 분위기는 좀 일방적인 면이 있었다.
대기업 스트리머인 딱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카엘 팀을 응원하는 목소리와 텍스트가 훨씬 더 많다.
‘어쩔 수 없지. 카엘이 인기가 워낙 독보적이니까.’
그러한 생각과 동시에,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익숙한 분위기지 않냐, 카엘아. 대장전 때도 이런 분위기였는데.”
그런 의미에서 말이야.
“결과 또한 대장전 때랑 같을 거 같다는 예감이 드네.”
미카엘의 눈이 커지고, 이내 놀람은 분함이 되었다.
그러한 표정 변화를 보며 디지는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