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172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171화
“파하하하하하하! 푸핫, 푸하하하하하하!”
멈추려 해도, 참을 수가 없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
디지만이 아니었다.
“아읏, 앗, 아하핫……!”
“꺄하하하하하! 저 오빠 뭐야! 꺄하하하하!”
소연과 기사배도.
가장 진중한 편인 왕삼조차도.
“선배…… 그 몰골은, 푸웁, 푸하하하!”
다들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모두에게 웃음꽃을 선물한 당사자, 딱빵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으, 으, 이, 이 자식들…… 끄아아아아아아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자 18호 빵 소리 터졌고~
-ㅋㅋㅋㅋㅋㅋㅋ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남자, 딱빵!
-본인 말곤 행복한 세계…… 아아, 그는 모두를 위해 한 몸 희생한 영웅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형. 그 꼴은 뭐예요? 그런 취향이었어요?”
노스킨 일일리행으로 잘빠진 복근을 방송에서 공개했던 디지가 그렇게 묻자, 딱빵의 표정이 말 그대로 구겨진 전단지처럼 일그러졌다.
“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아악!”
일일리행 특유의 길고 하늘거리는 옷자락은 나풀거리며, 딱빵은 끊임없이 빵소리를 터뜨렸다.
“원해서 한 게 아냐! 아니야아아아아악!”
-ㅋㅋㅋㅋ아니긴 한데, 사실상 본인이 원해서 했다고 봐야지.
-ㄹㅇㅋㅋㅋㅋ FGF까지 마스터빵 내기 걸어놓고 졌으니까ㅋㅋㅋㅋ
-맨날 다딱빵으로 회귀하면서 벌칙 걸고 내기를 했다?
-이거 사실 본인 취향인데 핑곗거리가 필요했단 거거든요.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이 그렇게 된 거였구나.
“빵형, 아직도 다이아예요?”
게임 시작 석 달도 안 되어서 그랜드 마스터를 찍은 디지가 그러게 묻자, 딱빵은 다시 한번 같은 반응을 보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뭐라 대답하는 대신 사자후를 뿜어냈단 소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즌…… 몇 호냐? 이젠 세지도 못 하겠네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 걍 대충 33회로 하자.
-33살 먹도록 다이아인 우리 빵씨……
여전히 웃는 낯으로, 디지가 딱빵에게 다가갔다.
“다딱빵 님! 팬이었습니다! 사진 한 장만 찍을게요. 찰칵!”
“하지 마! 하지 마악!”
이미 늦었다. 그는 실시간 방송 중이었으니까.
그렇게 방송 소스를 하나 뽑아낸 디지가 소연을 바라보며 윙크하자 소연이 알겠다는 듯이 엄지를 올렸다.
‘쇼츠 소스 하나 뽑았다.’
‘나이스 사장님! 제목은 일일리행 장인과 현실 일일리행 정도로 할게!’
“삼이 오빠, 우리도 얼른 하자. 빵 오빠 한 거 보니까 재밌어 보여!”
“……기 소저. 내게도 여자 코스프레를 시킬 생각이오?”
기사배가 미간을 찌푸렸다.
“또 기 소저라고 하네. 진짜 여자 옷 입고 싶냐?”
“……기매. 난 남자 옷으로 부탁하오.”
~매는 무협지에서 연인을 부르는 애칭이다.
본래 원한 호칭은 자기였지만, 기사배는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얼른 하고 오자.”
잠시 후, 복장을 갈아입은 기사배와 왕삼이 나타났다.
무협 풍의 복장과 검을 든, 한마디로 무라마사 코스튬을 입은 왕삼과.
군복 베이스에 탄띠와 전투 조끼로 이루어진 사마리아 코스튬을 입은 채 총과 검을 휘두르는 기사배.
덩치가 크고 떡 벌어진 왕삼과 늘씬한 체형의 기사배인지라 둘 다 찰떡처럼 잘 어울렸다.
“소연아, 우리 각도 이쁘게 한 장 찍어주라!”
“네, 언니!”
신이 난 기사배가 포즈를 잡고, 그 옆에서 어정쩡하게 검을 치켜세우는 왕삼.
‘어째 진성 컨셉러인 삼이가 더 어색해하네.’
잠시 뒤, 소연 앞에서 이런저런 자세를 잡던 기사배가 만족한 듯 외쳤다.
“자, 이제 가자! 다른 곳도 구경해야지!”
“……기매. 옷을 갈아입지 않고 이대로 가는 것이오?”
“당연하지. 축제잖아!”
“……그렇구려.”
‘후. 벌칙 안 걸려서 다행이네.’
왕삼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 디지는 딱빵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빵형. 형도 저희랑 같이 다니실래요?”
이른바 축제 컨텐츠에 한한 합방 제의.
그러니 딱빵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팬싸인회 하러 가야 해.”
“그 복장으로요?”
“……끄아아아아악!”
빵소리를 터뜨리면서도 부정하지 못하는 걸 보니 코스프레 복장으로 팬싸인회를 하는 게 벌칙이었던 모양.
‘빵형 정도 방송 체급이면 사진만 수백 장 찍힐 텐데.’
당분간 인방 관련 커뮤니티에 딱빵의 사진이 수백 장은 돌아다닐 것 같다.
구경하는 맛이 있을 것 같달까.
“만나서 반가웠다, 얘들아. 그럼 난 간다…….”
딱빵이 터덜터덜 걸어가는 모습은 꽤나 웃겼다
저게 대형 스트리머의 책임감인가?
“그나저나, 이제 어디 가지. 다시 게임 부스 가서 구경할까?”
“그보단, 잠깐 앉아서 쉬는 건 어떻겠소.”
“그것도 좋겠다. 난 찬성.”
“저도 좋아요.”
계속 돌아다녀서 목이 마르던 차라 카페에 가기로 했다.
[가장 가까운 카페는 해당 위치에 있습니다.]어디로 가야 할지는 굳이 찾아볼 필요도 없었다.
FGF에서 제공하는 시스템 서비스의 안내가 있었기 때문.
“음? 보통 카페가 아니었구려.”
“그러게. 게임이랑 콜라보한 컨셉 카페인가 본대?”
전체적으로 핑크핑크한 색상에 아름다운 캐릭터 일러스트로 장식된 간이식 건물.
그 앞에는 몇몇 여성이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음? 잠깐.’
“저분들, 사람이 아니네?”
“음? 사람이 아냐?”
“그러고 보니 다들 얼굴이 같군. 게다가 이터널 러브의 메인 캐릭터와 완전히 똑같소.”
“이터널 러브? 그게 뭐야.”
“아아, 대형은 모르겠군.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연애 게임이오.”
왕삼이 설명을 이어가는 사이,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채팅을 치고 있었다.
-3아, 설명이 부족해. 우리 루시쨩의 이터널 러브는 고작 그 정도 수식어로 끝내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고!
-미친 미친 대미친!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루시쨩이 있다고?
-아아아아악! FGF 티켓 끊을걸! 이럴 줄 알았으면 무조건 가는 건데!
-아니 쟤가 뭐라고 유난을 떠냐 이 십덕들아ㅋㅋㅋ
-ㄹㅇㅋㅋㅋㅋ 이터널 러브면 그냥 미연시 게임 아님?
그 순간이었다.
[루시 포레버 님이 1,000원을 후원합니다.] [가아아아아아아아알!!!!!!!!!!!!]디지가 귀를 막았다. 해당 후원이 음성 후원이었기 때문.
이어서 루시 포레버라는 닉네임의 후원자와 뜻을 같이하는 시청자들이 채팅창을 도배했다.
-미연시라니! 미연시라니! 어떻게 이터널 러브를 그렇게 매도할 수가 있어!
-팩트) 이터널 러브는 DSG라는 장르에 속한 게임 중 최고의 게임이다!!!!
-어딜 저급한 구시대 미연시 따위와 비교해!
“DSG? 그건 무슨 게임의 약자인데요?”
-DSG, 데이트 스터디 게임이란 뜻임.
-연애 경험 없는 사람들이 연애를 배울 수 있는 게임이랄까?
-ㅇㅇㅇ 대리 연애, 연애 체험도 가능하고.
디지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미연시 아닌가……?”
디지의 발언은 몇몇 시청자들의 역린을 건드리고야 말았다.
-가아아아아알!
-가아아아아아알!
-이터널 러브를 매도하지 마! 우리의,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자 즐거움이자 애착의 대상인 루시쨩을 그런 식으로 비하하지 마……
-윗분 왤케 진심이 넘치심;;
-루시랑 이안은 진심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존재긴 함……
“…….”
어이없어하며 침묵하는 디지.
사실, 디지의 인식은 좀 구시대적이긴 했다.
최근의 미연시…… 가 아니라 데이트 스터디 게임은 프레야의 AI 기술과 함께하며 엄청난 부흥을 맞이한 장르였으니까.
개인주의가 대대적으로 확산된 지도 어느덧 40여 년.
미혼으로 삶을 보내고 끝내는 이들이 많아졌으나, 연애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인간의 고유한 본능이기도 했으니.
그러한 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게 바로 DSG 장르의 게임들이었다.
“일단 들어가 보죠.”
카페 안으로 들어가 테이블 근처에 둘러앉자 직원이, 다시 말해 루시란 캐릭터와 똑같은 외양의 바이오 안드로이드가 사뿐사뿐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주문하시겠어요?”
가슴에 손을 얹고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는 안드로이드.
겉만 봐서는 사람과 구분이 가지 않는다.
-루시짱! 루시짱이 살아 있어!
-우오오오오오오오!
-간다! 지금이라도 간다아아앗!
[루시야아아앗! 님이 50,000원을 후원합니다.] [디지야, 루시한테 아무 말이나 시켜봐! 주문만 하고 끝내지 말고! 최대한 길게 말하게 해줘!]고작 그 정도 요구에 5만 원을 박는다고?
아무래도 생각보다 DSG 장르, 이터널 러브란 게임의 인기가 상당한 모양이다.
‘하긴, 채팅창만 봐도 대부분 열광하고 있으니 보면 당연한가.’
“주문은 내가 한 번에 할게. 일단 아메리카노, 프라푸치노, 아이스 라떼, 아인슈페너 하나씩 주시고요. 혹시 간단히 자기소개 한 번 해주시겠어요?”
디지의 말을 들은 그녀가 우아하게 웃었다.
“제 이름은 루시23. 이터널 러브의 메인 캐릭터를 모델로 제작된 바이오 안드로이드입니다. 보아하니 방송 중이시군요? 1달 후, 이안 군과 함께 가사 안드로이드로서 정식 출시될 예정이니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우오오오오오!
-루시가…… 가사 안드로이드?
-남자들이여! 일어나라!
-외쳐 프레야! 갓레야!
-프레야아아아아!
시청자들의 열광은 남성에 한하지 않았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이안 님이 출시된다고요?
-1가정 1이안이 가능해?
-기술의 발전은 천국의 도래로 이어지는 거였어……
-미친 미친 대미친! 바로 예약 가보자고!
보아하니 루시랑 이안이란 캐릭터가 각각 이터널 러브의 메인 남캐와 여캐인 모양인데.
여전히 디지로서는 이들의 열광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그냥 현실에서 연애하면 그만 아닌가.”
뚝. 갑작스럽게 모든 게 멈췄다.
-어이. 넌 건드려선 안 될 부분을 건드렸어.
-감히 그딴 말을 해?
-아무리 디지 오빠라도 이건 용납 못 하지. 하!
싸늘하다.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것 같다.
-하면 그만이라고? 하면?
-그래…… 넌 하려고 들면 할 수 있겠지.
-이 기만자 자식!!!!
-사귀어 줄 거 아니면 닥치라고!
방송 최초로 진심 모드 안티팬이 생길 수도 있는 위기!
그 순간이었다.
스윽, 뻗어지는 루시의 손길. 양손을 카메라를 향해 내민 루시가 싱그럽게 웃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접속, 방송 중임을 확인하였습니다. 마침 좋은 기회네요. 여러분, 절 가지시지 않으시겠어요?”
-?!
-가지라고……?
-무슨 뜻이야, 루시쨩?!
-아무리 로봇인 걸 알아도 겉만 보면 사람인 애가 저런 말을 하니까 뉘앙스가 좀?
“설명이 부족했네요. 저는 약 한 달 후 정식 출시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몇몇 인플루언서 분과 협업하여 홍보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이고요.”
루시23이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
“마침 좋은 기회라 생각되어, 제 재량으로 최근 가장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디지 님께 제안 드립니다. 절 걸고 시청자 이벤트를 열어 보시지 않겠어요?”
시청자 이벤트?
“그러니까 상황을 정리하면, 내 방송에서 그쪽을 상품…… 상품은 좀 그렇고. 하여튼 그쪽의 주인…… 주인도 좀 그렇고. 함께할 사람을 고르자는 뜻이죠? 그래도 돼요?”
“물론이랍니다. 저희 프로토타입 안드로이드들에겐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권한이 주어졌거든요.”
잠깐. 이거 굉장히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
디지의 뇌리로 오늘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마침 시청자 놈들 기강 한 번 잡을 때가 되긴 했어.’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님들. 그러고 보니까 방송한 지 근 10달인데 시청자 이벤트 같은 걸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네요. 슬슬 함 할까요?”
그 순간, 채팅창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루시가 등장한 이후로 계속 이터널 러브니 DSG니 과몰입으로 보일 정도로 열광하던 시청자들인 만큼 당연한 반응이었다.
-첫 출시 한 달 전에 먼저 루시랑 만날 수 있는 거야?!
-심지어 프로토타입! 한정판!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전에.”
디지가 시청자 관리창을 열었다.
“자, 일단 오늘 나 놀린 것들 1일 밴 때리고. 안 그래도 아까 제대로 비틱질 못하고 끝내서 좀 찜찜했는데 잘됐다.”
-?!
-자, 잠깐만요! 이건 반칙이지!
[강퇴된 사용자입니다.]-아니 형! 형 잠깐만!
[강퇴된 사용자입니다.]-ㄷㄷㄷㄷ잘못했어! 제발
[강퇴된 사용자입니다.]망나니 마냥 1일짜리 강퇴라는 철퇴를 휘두른 디지가 흐뭇하게 웃었다.
“니들, 오늘 나 실컷 놀렸잖아. 지금부터 오늘 아니면 절대 못 구하는 우리 루시 23님 걸고 이벤트 연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다 꿇거라, 하등한 시청자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