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3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3화
킬 더 고블린 시리즈는 첫 버전이 가상현실 상용화 즈음 출시되었을 정도로 오래된 시리즈다.
그런 만큼 고인물 유저들이 많았고, 게임사는 그러한 골수 유저를 만족시키기 위해 4번째 시리즈에 하드코어 플레이 모드를 추가했다.
이름하여, 렝가르 모드.
-아니, 렝가르 모드가 이런 전개도 가능한 거였어?
-ㅋㅋㅋㅋ 와, 지린다. 이런 건 처음 봤음.
렝가르 모드의 스테이지 1은 본래 혼자서는 절대로 깰 수 없는 스테이지였다.
현실로 치면 평범한 사람이 수갑을 찬 채로 100㎏ 근육질 거구를 제압해야 하는 거나 다름없는 난이도였으니까.
-이거 원래 동료 수인족이 구하러 올 때까지 무한 대기해야 하는 스테이지 아님???
-ㅇㅇㅇ 맞음. 동료 NPC가 몰래 들어와서 열쇠 주면 그걸로 수갑 풀고 나가는 거임.
-근데 그냥 수갑 찬 채로 배식 시간에 들어오는 오크 간수를 죽여서 탈출해 버리넼ㅋㅋㅋㅋㅋ
실수로 방송을 켠 바보라고 생각하던 사람이 정석적인 진행을 파괴해 버리는 실력을 선보인 셈이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경악 가득한 질문을 던졌다.
-방장아 어케 했냐.
-야! 대답 좀 해봐! 야!
-어케 했냐고!!?!?!!!
하지만, 시청자들에겐 아쉽게도 방송 당사자의 대답은 없었다.
무지성 ‘예’ 클릭으로 스트리밍 기능을 활성화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전신은 그저 오랜만에 하는 게임에 즐거움을 느낄 뿐이었으므로.
“가상현실은 처음인데…… 쉽네?”
-가상현실은 처음이라고? 개구라 치네.
-이 자식, 너 채팅 일부러 무시하는 거지?
-게다가 쉬워?
-평생 전투해 본 적 없는 사람이 수갑으로 오크 간수를 죽이는 게?
-너 딴 겜 유저지? 고죽4만 처음인 거지?
보이지 않고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스트리밍 방에서 시청자들이 닦달을 하건 말건.
그는 곧바로 스테이지 2를 시작했다.
[스테이지 2: 탈취하라!] [감옥을 탈출하여 자유를 얻은 렝가르.] [그러나 그는 곧바로 오크 부락을 탈출할 수 없습니다.] [고양이 수인족은 태어날 때부터 함께하는 애병이 없이는 제 무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Mission! 오크 부락의 무기 창고에 잠입하여 렝가르가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단도, 엥게르를 탈취하십시오!]발밑에 홀로그램 화살표가 떠오르며 토굴 바깥쪽을 가리켰다.
통로를 따라 걸어 나간 그는 토굴의 입구에서 머리만 빼꼼 내밀었다.
‘저쪽의 커다란 움막이 무기창고로군.’
위치를 알았지만 곧바로 이동할 수는 없었다.
사방에 오크가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애초에 미션 메시지에 잠입이란 단어가 쓰이기도 했으니. 그래서 맹수의 도약 스킬을 준 거구나.’
[플레이어블 캐릭터 렝가르가 맹수의 도약 스킬을 습득합니다.] [맹수의 도약: 수풀에 도사린 맹수가 되어 도약합니다.]스테이지 1 클리어 특전으로 받은 스킬. 간단히 설명하면 도약을 통해 먼 거리를 빠르게 움직이는 이동 스킬이었다.
토굴 내부에서 맹수의 도약 스킬을 발동시키며 사용법을 숙달한 그는 곧바로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와 비타 시절, 그는 이런저런 곳에 잠입해서 임무를 수행한 적도 많았다.
그런 경험에서 얻은 잠입의 첫 번째 원칙.
사각지대를 통해 이동할 것.
그리고 오크 같은 생물체들의 가장 큰 사각지대는.
바로 공중이다.
땅에 발을 디디고 사는 생물들은 생각보다 하늘에 시선을 두지 않는 법이니까.
다만 걱정되는 건, 이곳이 게임이기에 그러한 특성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단 점.
때문에 그는 토굴 근처에 솟은 높은 나무에 올라간 뒤 일부로 공중을 향해 맹수의 도약 스킬을 몇 번 사용했다.
‘다행히 내 생각이 맞았네.’
제자리에서 높이뛰기를 하듯 움직이는데도 허공으로 시선을 올리지 않는 오크들.
오크의 감각 메커니즘이 현실과 동일하게 설계된 게 확실하다.
‘그럼 간단하지.’
[스킬: 맹수의 도약]거침없이 스킬을 발동한 그는 건너편의 나무 꼭대기를 향해 도약했다.
얼굴을 가르는 거센 바람과 전신으로 느껴지는 중력.
‘물리 엔진이 현실과 동일한 건 확실하고.’
다만, 이대로 착지한다면 나뭇가지가 휘어지면서 소음이 발생하리라.
그렇다면.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듯이 몸을 회전시켰다.
몸에 서린 운동 에너지가 회전에 소모되며 속도가 느려졌다.
여전히 소음 없이 착지하기엔 낙하가 빨랐지만.
발끝이 나뭇가지에 닿는 순간, 그는 전신의 근육과 관절을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나뭇가지에 가해지는 힘을 최소화시켰다.
평범한 인간이 행하기엔 지나치게 정밀한 신체 제어였으나.
무로써 극한의 경지에 도달한 적이 있는 그에겐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운 행위였다.
툭.
그렇게, 아주 작은 소음만을 남기며 착지한 그는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눈치챈 오크는…… 없군.’
즉, 그의 공략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뜻.
[스킬: 맹수의 도약] [스킬: 맹수의 도약] [스킬: 맹수의 도약]연이은 도약과 착지로 순식간에 화살표가 가리키는 움막 근처의 나무까지 도달했다.
‘입구는 하나고, 오크 두 마리가 지키고 있네.’
[NPC: 오크 경비병]상황을 보면 오크 경비병을 제압하고 들어가는 게 올바른 진행 루트일 것 같다.
하지만.
‘굳이 싸워줄 필요는 없지?’
그는 아직 잠입을 들키지 않은 상태다. 소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뜻.
물론 입구가 하나뿐이라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흠. 손으로 파면 구멍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는 조심스럽게 지푸라기와 진흙을 뭉쳐서 만든 움막의 지붕으로 뛰어 내렸다.
지붕은 성인 남성만큼의 무게가 갑자기 떨어지면 무너지기 십상일 정도로 약해 보였지만.
그는 착지의 충격을 사방으로 분산시켜서 무너지기는커녕 소음도 없이 지붕에 발을 디뎠다.
“예상대로 손으로 파지네.”
원뿔형의 움막 꼭대기에 내부가 간신히 보일 만큼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
‘안에는 오크가 없구나.’
천천히 구멍을 넓혀서 몸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크기를 키우곤, 쏙 몸을 통과시켰다.
탁.
가볍게 착지한 후 고개를 돌리자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는 무기가 보였다.
거대한 짐승의 송곳니를 갈아 만든 것처럼 유선형으로 휘어진 30센티 정도의 단도.
[렝가르의 애병, 엥게르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테이지 2, Mission 클리어!] [특전으로 포식자의 이빨 스킬을 습득합니다.]클리어 메시지가 떴다.
‘흐름상 이젠 조용히 탈출하면 되겠지?’
그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시스템 AI가 유저의 비정상적인 플레이를 감지.] [이후 스테이지가 생략됩니다!]“음?”
[스테이지 4: 도주하라!] [애병인 엥게르를 되찾은 렝가르. 그러나 잠입 과정의 소란이 문제가 되었던 걸까요?] [아뿔싸! 부락의 오크들이 침입자의 존재를 인지하고 말았습니다.] [Mission! 오크 경비병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도주하십시오!]* * *
[디지털 이용자 성/이름의 방송(6명)]어느새 6명으로 늘어난 시청자들은 전신의 플레이를 보며 연신 경악했다.
-아니 뭔 날다람쥐야? 뭐 저리 잘 뛰어다녀.
-현실에서 파쿠르 선수인가?
-ㄹㅇ 그런 거 아니면 납득이 안 가는데???
아무런 소음도 없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넘는 전신.
한 시청자가 허탈하다는 듯이 채팅을 남겼다.
-스테이지 2가 원래 쟤처럼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거였구나……
-내가 할 때는 절대 저렇게 안 됐었는데……
킬 더 고블린4를 플레이해 본 적 없는 다른 시청자가 질문을 던졌다.
-지금 하는 게 정석적인 진행이 아닌 거야?
-ㅇㅇㅇ…… ㅈㄴ 박 터지는 전개임.
-ㄹㅇ? 어떤 식으로?
-우선 스테이지 1에서 조력자 NPC랑 같이 감옥을 탈출하는 게 차이점임.
-그다음 조력자 NPC가 시선 끄는 사이 무기 창고에 잠입해야 함.
-아아 한마디로 소란을 일으켜서 빈틈으로 들어가는 거구나.
-ㅇㅇㅇㅇ
렝가르 모드의 스테이지 2는 지금처럼 조용히 클리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스테이지였다.
평범한 유저였다면 말이다.
마침내 움막에 잠입한 전신이 엥게르를 손에 쥐는 걸 본 시청자들이 의문을 채팅으로 남겼다.
-근데 이 다음 스테이지는 어떻게 되는 거냐?
-그러게? 애초에 들키질 않았으니까 진행이 안 될 텐데?
잠시 후, 시청자들의 의문이 해소되었다.
[스테이지 4: 도주하라!] [애병인 엥게르를 되찾은 렝가르. 그러나 잠입 과정의 소란이 문제가 되었던 걸까요?] [아뿔싸! 부락의 오크들이 침입자의 존재를 인지하고 말았습니다.] [Mission! 오크 경비병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도주하십시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들킨 적도 없는데 들켰대ㅋㅋㅋㅋㅋ
-아뿔싸란다ㅋㅋㅋㅋㅋ 렝가르가 아뿔싸인 게 아니라 시스템 AI가 아뿔싸라고 한 것 같음ㅋㅋㅋㅋ
-시스템 AI도 이런 유저는 처음이라 당황한듯ㅋㅋㅋㅋㅋㅋ
들킨 적도 없는데 시스템 AI의 개입해서 강제로 들켰다고 확정지어 버리는 스토리 진행.
최신 게임에 익숙한 시청자들로서는 묘한 감회가 드는 진행 방식이었다.
-이런 전개는 오랜만인데?
-그러니까ㅋㅋㅋㅋㅋㅋ
-웬만하면 시스템 AI가 개연성 있게 스테이지 조정하는데 옛날 게임이라서 성능이 좀 떨어지긴 하네ㅋㅋㅋㅋㅋ
-이렇게 되면 조력자도 없이 추격자 오크 수십 마리를 혼자 상대해야 하는 거네?
즉, 이전에 보여준 상식 이상의 플레이들 때문에 게임 난이도가 대폭 올라갔다는 뜻.
시청자들은 잠자코 방송을 시청했다.
방송 켠 줄도 모르는 스트리머가 또 무슨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서였다.
* * *
그는 콧방귀를 뀌며 눈앞의 글자들을 바라봤다.
잠입 과정의 소란? 여기까지 오면서 오크 한 마리 마주친 적이 없는데 뭔 소란?
“취이이익! 침입자! 찾았다!”
그가 어이없음을 느끼는 사이.
움막 입구로 들어온 오크 경비병 한 마리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쿵쿵쿵쿵!
“취이익, 죽어라!”
놈의 무기는 오크답게 살벌할 정도로 굵은 바스타드 소드였다.
가격당한다면 베이는 대신 뭉개질 것 같은 무기를 반의반도 안 되는 단도로 막아야 하는 상황.
그러나 전신은 당황하는 대신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권능, 웨폰 마스터】
그렇다면 인간이 하나의 무기로 극에 도달한다면 어떻게 될까.
‘마나나 이능이 없어도 이적에 가까운 일들을 체현할 수 있지.’
설령, 물리 엔진에 의해 움직임이 제한되는 게임 속 세상이라 하더라도!
챙!
엥게르를 뽑아 들고 가볍게 내민다.
바스타드 소드와 단도의 끝이 부딪혀 맞물리곤 불똥을 흘리며 튕겨 나갔다.
종잇장처럼 얇은 검극과 검극이 정확한 힘과 정교한 각도로 맞닿아야만 벌어질 수 있는 현상.
그러나 그에겐 언제든 재현해 보일 수 있는 손쉬운 일에 불과했다.
처음 잡아본 무기도 절세의 달인급으로 다룰 수 있게 되는 권능.
그것이 웨폰 마스터이므로.
“취이이익?!”
공격이 막히자 잠시 멈칫한 오크 경비병이 다시 한번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전신은 가볍게 팔을 한 바퀴 휘둘렀다.
‘새로 얻은 스킬이나 써볼까.’
맹수의 도약 스킬과 달리, 연습 따위는 필요 없다.
무기를 통해 발동하는 거라면, 뭐든 웨폰 마스터를 통해 학습할 수 있었으므로.
[스킬: 포식자의 이빨] [엥게르에 깃든 힘을 이끌어내어 강력한 일격을 내리찍습니다.]가볍게 손을 뻗는다.
그리고 전투는 그걸로 끝이었다.
“취륵, 취이이익…….”
물이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수십 년간 발도술을 수련한 사무라이보다 빠른 속도로, 그의 단도가 오크 경비병의 두개골을 꿰뚫었으므로.
-??? 뭐냐?
-오크 경비병을 원콤에??
-ㅅㅂ 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