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53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52화
박휘와 김현석이 흥미진진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불리한 상황을 뒤집는 극한의 피지컬은 디지 선수만의 강점이지만.”
“달리 말하면 싸울 기회가 없을 때는 장점을 발휘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프로스트 선수, 시작템으로 기본 신발과 기본 포션 4개를 산 이유가 이거였습니다.”
원거리에서 미니언 처치가 가능하고 공격을 받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탱커 챔피언을 픽한다.
전략적인 시작 템 선택으로 딜 교환을 당하더라도 버티며 골드를 수급한다.
“디지 선수의 단점 아닌 단점을 영리하게 활용해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어요.”
“중탑이랑 수갑이 나왔으니 이제 구도가 완전히 뒤바뀔 겁니다.”
[아이템: 중갑병의 탑슈즈] [물리 방어력 +15, 이동 속도 +20] [특수효과: 기본 공격 피해량이 15% 감소합니다.] [아이템: 수호자의 가슴 갑옷] [물리 방어력 +40] [특수효과: 체력에 비례해서 기본 공격 피해량이 감소합니다(최대 40%).]평타 피해량을 감소시키는 중갑병의 탑슈즈와 수호자의 가슴 갑옷.
덱스처럼 적에게 달라붙어서 평타를 때려야 하는 근접 챔피언을 완벽하게 카운터 치는 아이템들이었다.
-ㅋㅋㅋㅋㅋ 완전히 콘 형 쪽으로 승기가 넘어온 거 같지?
-디지 큰일 났네;;; 중탑이랑 수갑 뽑은 탱커를 덱스가 어케 이기냐고…….
“이제 싸워보자는 듯이 프로스트 선수가 앞으로 나섭니다.”
“그러면서도 디지 선수를 공격하진 않는군요.”
“먼저 들어오라 이거죠!”
-싸움 거는 걸 피하진 않겠지만 프로스트는 절대 먼저 안 싸워줄 듯?
-ㅇㅇㅇㅇ레벨 오를수록 스킬 쿨타임 줄어들어서 라인 클리어도 헤파이슨이 유리함.
-시간 끌면 미니언 처치 수 차이로 질 테니 디지 형이 무조건 먼저 싸움 걸어야겠네…….
대장전 규칙상, 미니언 처치 수가 100마리를 찍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
프로스트는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미니언 처치 수에서 디지에게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몇 차례 강제 딜 교환을 시도하느라 미니언을 놓쳤던 디지가 한 웨이브 정도 처치 수가 적었다.
“디지 선수, 본진 귀환 후 아이템을 사 온다는 선택을 하긴 어려울 것 같죠?”
지금보다 미니언 처치 수가 더 벌어지면 싸워보지도 못하고 질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디지 선수가 위기에 처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네요.”
“맞습니다. 그동안은 피지컬로 다 찍어 눌렀던 선수니까요.”
“과연 디지 선수가 어떻게 대처할까요?”
진행자와 시청자들의 관심이 한 곳으로 쏠리는 가운데.
화면 속 디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제 좀 재밌어지겠네.”
전과 달리 웨이브 근처에서 평타로 미니언 막타를 때리고 있는 프로스트.
총검을 한 바퀴 휘두른 디지가 빠르게 달려 나갔다.
“디지 선수, 과감한 선택을 내렸군요!”
-오오오오 그냥 바로 싸운다.
-아이템 보고도 다짜고짜 달려드는 거 실화?
일반적으론 게임 포기하는 트롤 짓이라고 생각했을 법한 행위를 하는 디지였지만.
-하는 사람이 디지라서 뭔가 보여줄 것 같지 않냐?
-ㅇㅇㅇ 걍 꼬라박는 건데 왜 기대되냐?
-디지 형 가자! 한번 보여줘!
-DG UP!
-GO DG! GO DG! GO DG! GO DG!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박휘가 목소리를 높였다.
“과연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같이 보시겠습니다!”
* * *
신장의 아들, 헤파이슨은 몇 가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전국 원딜 협회 선정 ‘가장 든든한 탱커 1위’.
상대가 누구든 라인전 반반은 갈 수 있는 반반슨.
그러한 별명을 얻은 이유는 특유의 스킬셋이었다.
[일반 스킬: 지면 단조] [헤파이슨이 망치로 지면을 내려쳐서 지정한 범위에 원형의 철괴가 솟구치게 만듭니다.] [철괴에 가격당한 적은 체력 비례 대미지를 입고 잠시 이동 속도가 감소합니다.] [일반 스킬: 가즈 어글리 페이스] [헤파이슨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추한 얼굴로 적을 노려봅니다.] [신적인 못생김에 충격을 받은 적은 2초간 이동 속도/공격 속도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일반 스킬: 망치, 깡!] [헤파이슨이 3초간 자신의 망치를 거대화하여 적을 후려치고 뒤로 밀쳐냅니다.] [밀쳐진 적은 지형지물에 충돌할 시 추가 대미지를 입고 상태 이상 기절에 빠집니다.]어떤 상황에서도 죽지 않고 버틸 수 있으며.
한타 구도에선 적들의 타게팅 1순위인 원딜을 효율적으로 지킬 수 있는 스킬들.
그렇기에 헤파이슨은 프로 경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챔피언이었고, 프로스트의 주력 챔피언 중 하나가 되었다.
[일반 스킬: 지면 단조]헤파이슨이 망치로 지면을 내리치는 순간.
전조 현상 없이 솟구친 원형의 철괴가 솟구쳤다.
콰드드득!
피하는 게 어려운 스킬은 아니라 약간의 진로 변경으로 철괴를 피하곤 총검을 내찔렀다.
그 순간.
[일반 스킬: 망치, 깡!]프로스트가 입꼬리를 올리며 시야의 대부분을 가릴 정도로 거대해진 망치를 휘둘렀다.
“이번에도 피해보시지!”
상대가 곡예 같은 회피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피할 수 없는 공격을 날리는 챔피언을 픽하면 된다.
‘미안하지만, 다리야바쉬 때처럼 턴 손해를 볼 생각은 없어.’
프로스트가 헤파이슨을 픽한 이유 중 하나였다.
휘둘러지는 망치를 보며, 찰나의 순간 디지의 머릿속에서 수십 가지의 전투 양상이 떠오르고 사라졌다.
‘프로스트의 스펠은 블링크에 워프. 나는 블링크에 라이트닝. 게임 종료까지 남은 미니언 수는 17마리.’
더 시간을 끌 수는 없다.
무조건 이번 싸움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일반 스킬: 방탄 검막]기껏 거리를 좁혔는데 뒤로 날아갈 수는 없으니, 검막으로 망치, 깡! 스킬의 효과를 막으며 한층 더 거리를 좁혔다.
[방탄 검막 스킬 사용이 종료되는 순간 검막 내부에 있는 적이 피해를 입고 상태 이상 ‘기절’에 빠집니다.]기절한 헤파이슨을 향해 마구 총검을 휘두른다.
상태 이상이 끝나자마자 가즈 어글리 페이스 스킬을 쓴 프로스트가 망치를 휘둘렀다.
채챙, 깡, 깡, 챙!
“하하, 미친.”
프로스트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공속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에서도 딜 교환을 이기네. 심지어 중탑에 수갑까지 있는데. 진짜 피지컬 괴물이구나, 너.”
디지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패시브 덕분이죠, 뭐.”
[달인의 총검술(P): 덱스는 적 챔피언을 공격할 때마다 공격 속도가 2% 상승합니다.] [3초간 적 챔피언을 공격하지 않을 시 패시브 효과가 초기화됩니다.]아이템 차이까지 벌리며 만들었던 구도가 부서졌다고 생각한 걸까.
프로스트가 천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완전히 도주를 마음먹은 건 아닌 것 같지만.
‘워프 스펠을 들고 왔어. 이번에 반드시 죽여야 이길 수 있어.’
살아간 프로스트가 본진 귀환 후 워프 스펠로 한 번에 라인에 복귀하면.
미니언 처치 수에 이어 HP 차이까지 뒤지게 된다.
[일반 스킬: 강화 총검] [덱스의 총검이 강화되어 사거리가 두 배로 늘어나고 피격 대미지가 약간 상승합니다.]디지가 마지막 남은 스킬까지 사용하며 킬각을 잡자, 프로스트가 황급히 포탑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도망치게 둘 것 같아요?”
스겅! 스겅! 스겅!
무방비로 노출된 등을 마구 베어내며 추격한다.
동시에 디지의 뇌가 팽팽 돌며 경우의 수를 계산했다.
‘프로스트를 잡지 못할 경우의 수는…….’
현재 프로스트의 남은 HP는 40% 정도.
공격 속도가 점점 빨라질 걸 고려하면 안정권이지만.
프로스트는 신발을 신고 있어서 그보다 이동 속도가 빠르다.
‘블링크 스펠보다 로프 기동의 이동 거리가 더 기니까.’
[스펠: 블링크]적에게 블링크 스펠이 있는 걸 고려해서 선제적으로 스펠을 모두 썼다.
이렇게 하면 스펠 사용으로 인한 공격 딜레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달인의 총검술(P): 공격 속도가 30% 상승합니다]그렇게 프로스트 측의 포탑 근처 추격하며 공격을 가했을 때였다.
[HP(헤파이슨): 21%]‘이 정도면 안정적으로 죽일 수 있겠어.’
같은 생각을 프로스트 또한 한 걸까.
[궁극 스킬: 헤파이스토스의 공방] [헤파이슨이 아버지의 공방, 활화산 지대를 협곡에 소환합니다.] [직사각형 스킬 범위 내에 용암과 화산석 기둥이 생성되며 용암에 닿은 모든 적은 매초 대미지를 입고 둔화됩니다.]뿔피리 소리처럼 들리는 거대한 풀무질 소리.
[부우우우우!]사방에서 솟구치는 화산석 기둥과 용암이 진로를 방해했지만.
도리어 디지는 승기를 확신했다.
‘이제 프로스트에겐 남은 카드가 없어.’
아직 프로스트는 블링크 스펠을 쓰지 않았지만, 디지 또한 특수군 레펠 기동 스킬을 아껴두고 있다.
“제가 이긴 것 같네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디지는 발견했다.
연신 총검에 베이면서도 날카롭게 무언가를 노리는 프로스트의 눈을.
[스펠: 블링크]당연히 도주용으로 쓰리라 생각했던 스펠.
그러나 프로스트가 블링크를 써서 이동한 곳은.
포탑 쪽이 아닌 디지의 등 뒤였다.
위기 감각이 경종을 울린다,
그러나, 이동 위치가 예상과 다른 탓에 반응이 늦어버렸다.
“이기는 건 나야!”
프로스트의 외침과 함께 거대화된 망치가 디지의 아바타를 후려쳤다.
[일반 스킬: 망치, 깡!]깡!
프로스트 측의 포탑에 날아가 충돌하며 스턴 상태에 빠진 디지는 헛웃음을 흘렸다.
“하하하…….”
로프를 뻗어 포탑 범위를 벗어나면 해결될 위기였지만.
잠깐 기절한 사이 프로스트는 자신의 몸과 지면 단조의 철괴, 궁극 스킬의 화산석 기둥으로 그의 앞을 봉쇄해 버렸다.
멀리 로프를 고정시켜 이동할 수 없게 되었다는 소리다.
“프로는 역시 프로구나.”
그냥 도망치는 게 아니라 마지막 한 수를 감춰두고 있는 거였어.
미니언 처치 수로 질 수도 있다는 압박감을 부여한 것도.
다른 선택지를 없애기 위한 심리전의 일환이었겠지.
“3경기에서 다시 싸우자고, 디지.”
승리를 확신한 프로스트의 한마디와 함께, 포탑이 경고음을 발하기 시작했다.
위이잉! 위이잉!
시스템적으로 피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포탄이 디지를 향해 날아왔다.
‘헤파이슨의 궁극 스킬 때문에 도주해봤자 이동 속도 부족으로 죽겠지?’
계산상, 절대 살아서 포탑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아뇨.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위기 상황임에도 환하게 미소짓는 디지를 보며, 프로스트가 움찔했다.
[일반 스킬: 특수군 레펠 기동]도주용으로 쓸 수 없게 되었지만, 스킬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프로스트에게 로프를 뻗어 단숨에 접근한 그는 마지막 남은 두 개의 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스펠: 라이트닝] [궁극 스킬: 방탄복 착용] [덱스가 방탄복을 착용하고 전투 태세에 돌입합니다.] [적에게 입는 모든 피해가 30% 감소합니다.] [패시브 스킬의 효과가 두 배로 증가합니다.]“……죽기 전에 날 죽이겠다고?”
디지의 마지막 한 수를 눈치챈 프로스트가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더니.
이내 얼굴에 분노를 드러냈다.
“날 얼마나 만만하게 본 거냐!”
한 번.
단 한 번만 공격을 막으면.
어마무시한 대미지를 가하는 포탑의 포탄에 노출된 디지가 먼저 데스당할 것이다.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닌데.”
나 스스로를 믿는 거지.
[달인의 총검술(P): 공격 속도가 70% 상승합니다]움직임에 마음을 싣는다.
검날에 의지를 담는다.
웨폰 마스터가 선사하는 경험과 감각에 따라, 총검을 휘두른다.
‘빨리. 더 빨리.’
[달인의 총검술(P): 공격 속도가 100% 상승합니다]더없이 유려한 궤적으로.
총검이 헤파이슨의 전신을 난자했다.
자신의 회피와 방어가 모조리 파훼당하자, 프로스트가 이를 악물었다.
한 번.
단 한 번만 피하면 승리는 자신의 것이다.
하지만.
그 한 번이 어려웠다.
“크윽, 젠장.”
환하게 미소짓는 디지를 보며, 프로스트는 좌절감을 느꼈다.
디지의 덱스. 판수 100판 남짓의, 플레이한 지 3일 된 챔피언.
근데도, 지고 있다.
아니, 졌다.
프로스트는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다.
자신과 디지 사이에 존재하는 압도적인 숙련도 차이를.
“이게…… 말이 돼?”
절망적인 재능의 벽.
프로의 세계에서도 정점에 선 이들에게서나 느꼈던 빛나는 잠재력이.
디지에게서 느껴졌다.
“하하하…… 헤파이슨만 1만 판을 넘게 연습했는데.”
프로스트는 움직임을 멈췄다.
[HP(덱스): 5%] [HP(헤파이슨): 3%]평타 한 대면 사라질 HP. 모든 반항이 부질없어졌기 때문이었다.
허탈하게 웃는 프로스트를 보며, 디지는 사전에 조사했던 이력을 떠올렸다.
‘연습생 생활 5년에 프로로 10년을 보냈다고 했었지.’
“……너무 마음 쓰지 마요.”
전부 다 해봤자 15년짜리 노력이잖아.
나는.
100년이야.
【권능, 웨폰 마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