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69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68화
“소연아 잠깐만.”
전신은 우선 소연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왕삼은 무슨 일이냐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후후후, 타이밍상 광고비가 들어온 모양이구려.
“맞아. 어떻게 알았어?”
“그야 나는 대형이 방송을 시작한 날짜를 알고 광고비 정산 일을 아니까.”
왕삼이 딱 오늘을 짚어서 컨텐츠를 진행한 후 소연을 만나라 조언한 이유.
“프레야 스트리밍은 한 달을 기준으로 산정한 광고비를 익익월에 정산하오. 광고주에게 돈을 받아야 우리에게 정산이 되는 구조라 시간 차이가 있지. 역시 프레야. 칼같이 정확하게 광고비를 입금했구려.”
즉, 매달 방금 같은 액수의 돈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물론 시청자 수와 광고 횟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말은 더 오를 수도 있단 뜻이잖아.’
심지어 첫 달은 시청자 수가 가장 적었을 때이니 액수가 최소 서너 배는 더 오르리라.
“끊는다.”
-대, 대형? 잠ㅅ-
통화를 끊고 소연에게 고개를 돌렸다.
“와튜브가 망하건 말건 네가 그만두고 싶어질 때까지 고용해 줄게. 이번에도 거절해 보시지.”
자신만만하게 말을 마치곤 입금 내역을 캡처해서 소연에게 전송했다.
즉시 소연의 눈이 커졌다.
“300만 원……?”
“응. 첫 달 기준이니까 다음 달엔 두 배는 들어올 거야. 이번에 우승하면서 시청자 펌핑 좀 받았으니 다다음 달엔 또 두 배 정도 오르지 않을까.”
“스트리머들 수익이 후원금이 전부가 아니었구나. 조회수 광고 수익은 영상 플랫폼만 있는 줄 알았는데…….”
스트리밍을 해본 적이 없으면 알기 힘든 정보다.
당장 스트리머인 전신부터가 몰랐으니까.
“300에 두 배면 600…… 또 두 배면…… 1200…….”
소연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고액 연봉 받던 프로 선수들이 은퇴하고 나서 괜히 스트리머를 하는 게 아니었구나.’
연 1억 2천 원.
소득 1억 원을 상위 10%의 기준으로 잡으니 전신은 스트리밍 시작 3달 만에 상위 10%에 오른 셈이었다.
소연이 전신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내가 편집을 맡았다가 역량 부족으로 채널이 망할까 봐, 그래서 수익을 못 내고 경제적으로 쪼들리게 될까 봐.’
그중 전자는 시청자 투표에서 그녀의 영상이 1위로 뽑히며 어느 정도 불안이 해소되었다.
그리고 지금, 전신의 평생 고용 약속으로 경제적 불안이란 리스크까지 사라졌다.
방송이 망하면 다 끝나는 약속이긴 하지만, 전신의 피지컬이라면 망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망할 수가 없다.
그 사실을 소연도 알았다.
“아, 정규직 아니면 3천만 원 빚 독촉이 생긴댔지. 상금 다 너 줄게. 우선 급한 거부터 해결해.”
“전신아…….”
거절할 이유가 모조리 사라진 상태에서 훅 들어온 라스트 펀치.
가슴 깊은 곳에서 시작된 찡한 떨림이 마음을 덥히는 걸 느끼면서도, 소연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다른 돈도 아니고 상금인데 그럴 수는 없어. 그보다…….”
왜 이렇게까지 해주려는 거야?
그런 의미가 담긴 눈으로, 소연은 전신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와튜브는 구독자를 모아서 알고리즘을 타야 한다는 특성상 초창기에는 거의 돈이 되지 않는다.
즉, 전신은 최소 몇 달간 돈도 되지 않는 일에 300 이상을 써야 하는 것이다.
과한 호의는 상대방에게 부담으로 느껴지는 법.
전신 또한 이 사실을 잘 알았다.
왜냐면, 와 비타에서 같은 경험이 있었으니까.
‘아리타나가 날 보살펴 줄 때마다 같은 감정을 느꼈었지.’
아리타나.
골드 드래곤 루미니아스와 함께 전신이 와 비타에서 생존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조력자.
-워 챔피언. 당신을 돕는 건 우리 숲의 일족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루미니아스야 전쟁신님의 안배로 그를 돕기 시작한 거였다지만.
하이엘프 아리타나는 정말 아무런 이유도 없이 과한 호의를 베풀곤 했었다.
그런 행동에 부담을 느낄 때마다, 아리타나는 귀신같이 전신의 속내를 눈치채고 이리 말하곤 했었다.
-나의 조력은 이타(利他)가 아닌 이기(利己)에서 비롯된 이성적인 판단.
-비효율적인 의심은 버리도록 하세요.
‘실제로 아리타나의 말은 현실이 되었지. 내가 엘프들의 주적을 부숴 버렸으니까.’
전신이 소연을 도우려는 가장 큰 이유는 인연의 나침반이다.
하지만 이는 말할 수 있는 변명이 아니다.
그러니 아리타나의 논리를 빌려 이해득실로 납득시켜보자.
“편집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와튜브 채널이 흥행하려면 컨텐츠 소스 제공자와 편집자의 케미가 중요하다고 들었어.”
“그렇긴 해.”
“그러니까 너뿐이야. 나랑 가장 친한 데다가 내 방송을 재밌게 보는, 달리 말해 포인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잖아, 넌.”
그리고 굳이 한마디를 더 보태자면.
“원래 용사는 남 돕는 거 좋아하기도 하고.”
“뭐?”
소연이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을 하느냐는 듯한 눈길을 보냈지만.
전신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불행한 이의 손이 닿았을 때, 뿌리치는 대신 꾹 잡아주는 것.
그것이 용사의 책무이다.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처지를 알고도 외면할 순 없어. 그것도 상대가 너라면 더더욱.”
“나, 나라서……?”
화르르!
불길이 타는 것처럼 소연의 얼굴이 붉어지고 나서야 전신은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았다.
‘아. 그러고 보니 오해할 수도 있겠구나.’
인연의 나침반은 인연의 크기에 따라 자침의 굵기가 달라진다.
달리 말해 소연은 지금의 전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사람이란 뜻.
그런 의미를 담다 보니 뉘앙스가 이상해져 버렸다.
“아니, 아니, 너도 알다시피 난 가족이 없잖아. 너한텐 별거 아닐 수 있어도 나한텐 너와의 인연이 소중하단 뜻이었어.”
“소, 소중……? 전신아, 너…….”
아.
‘망했다.’
그는 전투 구도를 역전시키는 것엔 자신이 있었지만.
이상하게 굴러간 대화 흐름을 바꾸는 것엔 재능이 없었다.
‘그냥 화제를 바꾸자.’
“하여튼, 급여 조건이 부담스럽다면 이렇게 하자. 개당 금액을 입금할 테니까 부업 하는 느낌으로 편집본을 한 개만 만들어 줘. 채널에 올리고 반응 본…… 소연아? 듣고 있어?”
분위기 전환을 위해 다다다다 말을 쏘아내다가.
문득 소연의 태도가 이상해진 걸 발견했다.
“그러고 보니…… 전신아.”
“응.”
“‘그런’ 건 편집본이라고 말하면 안 돼.”
“……응?”
왠지 모를 기세에 압박된 나머지, 전신은 아무 말도 없이 소연의 대꾸를 기다렸다.
“포커스. 앵글. 자막. 이펙트. 브금. 아무것도 안 넣고 편집?”
본심을 말하면 어떻게 ‘그딴’ 걸 편집본이랍시고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냐고 묻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성격의 소유자, 소연은 전신이 미래의 고용주란 점을 참작해서 ‘그런’ 것이라고 순화했다.
“네 방송처럼 재밌는 컨텐츠 소스를 그따구로 선보이면 어떡하니.”
아니, 순화에 실패했다.
소연은 자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 보았다.
보석 원석으로 개 목걸이를 만드는 걸 직관하는 기분.
쓰레기 전 남친과 다시 사귄다고 고백한 친구를 뜯어말릴 때처럼 짜증과 사명감이 공존하는 감정이었다.
어이가 없다 못해 빡침이 밀려온달까?
‘편집자로서 용납할 수가 없어.’
문득,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자신이 이미 마음을 굳혔구나 싶어서 미소가 새어 나왔다.
그런 김에.
“야.”
“으, 응.”
“영상 소스 다 내놔.”
“넵…….”
기세에 눌린 전신은 조용히 영상 소스들을 소연에게 전송했다.
“영상 만드는 대로 연락할게. 다음에 보자.”
“넵…….”
무사히 화제를 전환한 건 좋았지만, 마무리가 의도한 방향과 많이 달라져 버렸다.
“습, 내가 고용주인데.”, “뭔가 모양새가 이상한데.” 따위의 말을 흘리며 전신이 햄버거 매장을 나갔다.
* * *
딸랑.
“후우.”
혼자 남은 소연은 가슴을 내리눌렀다.
“그래, 해보자.”
전신이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더 이상 뺄 수는 없다.
여전히 자신은 없었지만, 대신 열정을 담아.
실패에 대한 불안 대신, 도전에 대한 두근거림을 안고.
해보자.
[편집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소연은 그날 퇴근 후부터 바로 영상 편집을 시작했다.
정식으로 와튜브 편집자로 일한 경험은 없었으나 본 게 있고 공부한 게 있어서 대충 가닥은 안다.
‘시청자들이 불릿 어택 매드무비를 좋게 봐줬으니까, 그 강조점을 기준으로.’
소연은 자신이 만든 매드무비를 몇 번이고 되돌려 보며 신규 영상 제작의 포인트를 잡았다.
와튜브.
영상이 특유의 추천 알고리즘에 올라타도록 만들어야 하는 플랫폼.
즉, 거짓이 되지 않는 선에서 과장하고 어그로를 끄는 게 중요하다.
“좋아. 소스는 이걸로.”
타이밍상 대장전 결승전 영상 소스를 편집해서 올리면 조회수 몰이가 가능하겠지만.
이번 편집본은 어디까지나 테스트다.
[Video_고블린 죽이기4_full]때문에 순수하게 재미와 시장성을 보기 위해 초창기의 영상 소스를 선택했다.
‘우승까지 한 데다가 급여 조건도 좋아서 다른 편집자를 쉽게 구할 수 있었을 텐데도 날 선택해 줬어. 보답해야 해.’
프로 편집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연은 초짜에 불과했다.
그런 그녀가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장점이 뭘까.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전신이 말해줬으니까.
“스트리머도 와튜버도 결국은 컨텐츠 크리에이터야.”
그리고 컨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재미 포인트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
‘내가 방송을 보면서 느낀 재미 요소를 부각시키자.’
편집이 진행될수록, 자신이 붙었다.
편집자의 전제 조건이 일정 수준 이상의 편집 실력이라면.
편집자 고용의 첫 번째 조건은 스트리머와의 케미다.
‘적어도, 디지라는 스트리머의 방송을 편집하는 건 자신이 있어.’
최근 두 달간 그녀의 유일한 여가는 전신의 방송을 보는 것이었으니까!
[자막을 추가합니다.] [시청각 이펙트를 삽입합니다.]그렇게 3일.
마침내 소연은 편집본을 완성했다.
* * *
“소연아.”
“응?”
“알바 그만뒀어?”
“아니?”
“그런데 어떻게 3일 만에 영상을 만들어 와?”
심지어 일을 그만두기 전이니 남는 시간만으로 3일이다.
“잠을 줄였어.”
……괜히 미안하군.
업로드하기 전에 편집본을 시청했다. 이내 전신의 눈이 커졌다.
“재밌네?”
“당연히 네가 만든 것보다 재밌겠지.”
“아냐. 객관적으로 재밌어.”
와튜브를 시작하기 위해 나름 여러 영상들을 시청한 그였다.
소연이 편집한 영상은 유명한 와튜버의 것과 비교해도 그다지 꿇리지 않았다.
‘물론 내 소스가 워낙 재밌어서 그 덕을 본 거긴 해도…… 이 정도면 기대보다 훨씬 이상이야.’
“편집 진짜 잘했다. 게임 포인트도 잘 살리고.”
소연이 턱을 치켜들었다.
“편집자라면 기본이지.”
자신 없다고 거절했던 주제에 으쓱거리고 있는 걸 보니 좀 귀엽네.
피드백이고 뭐고 할 게 없어서 바로 영상을 올리기로 했다.
“반응…… 안 좋으면 어떡하지?”
소연이 침을 꿀꺽 삼켰다.
열심히 만든 영상인 만큼…… 시청자 반응이 좋지 않다면 무척이나 낙심할 것 같았다.
“안 좋으면 다시 만들면 되지. 그럼 올린다.”
아무렇지 않게 대꾸한 전신은 영상 제목을 설정했다.
[전설의 시작: 어느 오크 대장의 개통식]썸네일 이미지도 소연이 편집해 왔다.
거인과 소인. 매우 유명하고 대중적인 구도 중 하나인 다윗과 골리앗처럼 오크로드와 전신을 대치시킨 이미지.
다만 한 가지 특징이 있었는데, 초원을 배경으로 그려진 조악한 남자의 픽토그램이 똥침 모양의 검을 들고 있었다.
[영상 업로드가 완료되었습니다.]돌은 던져졌다.
이제 남은 건, 생겨나는 파문이 얼마나 클지 지켜보는 것뿐.
[디팔이 모여! 와튜브 영상 올렸다! 이번엔 찐 편집본!]스트리밍 공지를 올리자 알림 설정을 켜놓은 시청자들이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오오오오오오? 디집이랑 잘 협의했나 보네.
-오케이 바로 보러 간다!
-방장아 홍보 공지 쓸 때는 센스 있게 링크도 올려야지! 내가 대신 올린다ㅋㅋㅋ (Link)
“준비는 이걸로 다 끝났고. 잠깐 기다렸다가 반응 보자.”
“응. 영상 길이가 21분이니 적어도 그 정도는 기다려야겠지?”
“아마도? 밥이나 먹고 올까. 오빠가 국밥 쏜다.”
“참나. 오빠는 무슨.”
근처 식당으로 나선 전신과 소연이었지만.
태연한 전신과 다르게 소연은 밥을 먹는 내내 와튜브 댓글 창을 새로고침했다.
“꺅, 댓글 달렸다!”
-오ㅋㅋㅋㅋㅋㅋ 재밌는데? 디집이, 합격!
-총알고자 덱스 매드무비 만든 거 보고 싹수가 보이긴 했음.
“재밌대…… 어떡해, 전신아? 재미가 있대!”
“……국밥 안 먹어?”
소연은 국밥이 차갑게 식건 말건 정신없이 댓글을 읽었다.
-뭐야, 디지가 고죽 4 렝가르 모드 최초 클리어 유저였어?
-ㅇㅇ그랬나 봐. 대장전 보고 알게 된 인방러라 몰랐네.
-ㅋㅋㅋㅋ나도. 어쩐지 피지컬이 개쩔더라. 고죽 클리어 당사자면 인정이지.
댓글이 점점 많아진다. 그만큼, 조회수가 치솟는다.
그렇게 24시간이 지나고.
던져진 돌이 충분히 큰 파문을 이뤄냈을 때.
“오. 10만 넘었네.”
“꺄아아아아아악!!!”
소연의 기쁨 서린 비명이 전신의 고막을 찢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