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99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98화
디지는 오랜만에 와 비타 시절의 기시감을 느꼈다.
일검으로 대지를 가르고, 압도적인 힘과 기세로 모두를 찍어 누를 수 있었던 과거가 떠올라서였다.
디지가 그러한 감상을 느낄 만큼, 남궁천의 일검에 담긴 하늘은 거대했다.
‘내가 넘겨준 깨달음은 저렇게 대단한 건 아니었는데…….’
히든 피스로 트리거가 발동되자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한 모양이다.
남궁천의 검은 그 무엇도 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패천검대주 남한패는 그 자리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런 남한패의 눈엔 패배의 감정 대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희가 가득한 채였다.
“아아, 아아아아, 검왕이시어…….”
“천아야…… 기어이 네가 성공했구나. 가문의 모든 이들이 포기한 길을…… 기어이 걷고야 말았어.”
“맞습니다, 형님. 본가는 다시 하늘을 검에 담을 것입니다.”
디지 일행은 남씨일가의 대화를 보며 스트리밍 채널로 의견을 나눴다.
[이벤트가 끝날 것 같지?] [응. 이번 이벤트 하이라이트씬이 나온 것 같은데.] [근데 왜 이벤트 종료 메시지가 안 뜨지?] [그러게 말이오. 아, 다국인 소속 NPC들이 남아 있어서 그런가?]제2사도가 굳은 얼굴로 나섰다.
“패천검대주.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우리와의 약조를 저버릴 생각은 아니겠지요. 어서 목표 대상을 추살하세요.”
남한패가 고개를 저었다.
“검왕의 검을 계승한 혈적이 나온다면, 그분의 분부를 당주의 명보다 우선시하는 게 본가의 법도요. 검왕이시여, 부디 명을.”
“봉 공자와 그 일행은 나의 은인! 당장 천라지망을 물릴 것을 명하오!”
“존명!”
제2사도가 하늘을 보며 웃었다.
“아하하하핫! 별이 또다시 검은 날개의 앞을 막는구나. 이 원한은 결코 잊지 않으리!”
그 순간이었다.
제2사도의 몸이 연기가 되어 스러지기 시작했다.
‘저거 누가 봐도 퇴장했다가 다시 등장하는 클리셰인데.’
우릴 그렇게 귀찮게 만들어놓곤 몸 성히 빠져나가겠다고?
‘그냥 보내줄 수는 없지.’
이미 제2사도의 실체가 사라진 뒤였으나, 탐로안에는 허공을 비행하는 검은 기류가 비치고 있었다.
[스킬: 강검(强劍)]남은 진기를 모조리 담은 파랑인이 검은 기류를 직격했다.
[크아아악!]검은 기류가 반으로 갈라졌다. 아래쪽은 산산이 흩어지고 남은 반쪽만이 비틀비틀 날아갔다.
정확히 기류의 중심을 적중시켰음에도 반이 남은 걸 보면 완전히 죽이는 건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한 보였지만.
디지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저 정도면 다시 등장할 때 성한 모습이진 않겠지.’
“삼이 형, 서토 특징이 기계랑 연금술이라고 했었죠. 다른 다국인 애들은 다 인형이었나 봐요.”
“아아, 맞소. 서토에서 동방으로 넘어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거든. 다국인이 남씨도당과 손을 잡으려 한 이유 중 하나가 인력 부족이오.”
때문에 다국인의 핵심 전투 인력은 대부분 기계인형이나 실험체들이란 게 왕삼의 설명이었다.
“그럼 포로를 잡아서 추가 보상을 얻는 건 불가능하겠네요.”
“보통은 그렇소만…… 대형.”
“응?”
“검을 던진 걸 보면 뭔가 한 것 같은데, 맞소?”
“어. 제2사도 날아가는 거 맞혀서 부상 입혔어.”
“그렇다면 추가 보상이 없진 않겠군.”
때마침 메시지가 떠올랐다.
[돌발 이벤트가 종료됩니다.] [이벤트 과정을 확인…… 보상이 결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 컷신이 재생됩니다.]어느새 시점이 3인칭으로 바뀌고, 남궁천이 디지에게 다가오더니 강하게 포옹했다.
“봉 공자…… 아니, 스승!”
“남 공자. 스승이란 호칭은 내게 과분하오. 그러니 부디 물러주시오.”
“그럴 순 없소이다, 스승!”
“허어. 남 공자의 마음은 잘 알겠으니, 그럼 이리합시다. 우리, 형제의 의를 맺는 건 어떻겠소?”
남궁천의 얼굴이 화색이 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부디 소제를 동생으로 받아주십시오.”
“그럴 수 없소이다. 나이로 치면 마땅히 제가 동생을 자청해야지요.”
한참을 옥신각신하던 남궁천과 디지의 아바타가 결국 결론을 내렸다.
“형님.”
“남 아우.”
[남씨도당의 실권자, 남궁천의 의형이 되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남씨도당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둘의 대화와 이어진 메시지를 본 시청자들이 폭소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스토리 재생 아니고 디지가 직접 하는 거임? 개웃기네 진짜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아바타도 스트리머 따라가나? 연상한테 형 소리 듣네ㅋㅋㅋ
-아니, 원래 남궁천이랑 의형제 이벤트 발생하면 다 남궁천이 형이지 않았음?
-ㅇㅇㅇ 그래서 별명이 남궁형이었던 건데 여기선 남궁아우 됐네ㅋㅋㅋㅋㅋㅋㅋㅋ
“형님. 이 아우는 본가로 돌아가 가문을 수습하겠습니다. 본가는 더 이상 형님을 쫓지 않을 것이고 다국인도 일단은 물러났으니 큰 탈 없이 성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씨도당이 천제지검을 얻은 남궁천을 추종하는 세력과 마검의 힘을 버리지 못하는 세력으로 이원화됩니다.] [핵심 적대세력의 분열 및 우호관계 형성으로 인해 이후 루트의 진행 난이도가 감소합니다.]이번 메시지는 남궁천에게 깨달음을 주었을 때 떴던 루트가 단축된다는 알림의 구체적인 결과로 보였다.
“거대 가문을 수습하는 일이야. 결코 쉽지 않을 테지만, 남 아우는 누구보다 잘해낼 수 있을 거라 믿네.”
“믿음에 부응하겠습니다, 형님.”
다시 한번 진한 포옹을 나누곤 헤어지는 디지의 아바타와 남궁천.
이어서 일행들의 아바타가 성결지가 위치한 도시인 성하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다국인의 제2사도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혔습니다.] [이어지는 습격 이벤트가 삭제 처리됩니다.]“원래는 또 추격씬이 이어지는 거였나 보네.”
“대형 덕분에 귀찮은 일이 줄었군.”
“디지야, 잘했다.”
스토리 컷신이라 진행이 빨랐지만, 그래도 아바타가 성하에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약간 걸렸다.
그동안 돌발 이벤트 보상 관련 메시지가 연이어 떠올랐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나를 강하게 만들지니!] [탈출 과정에서 사용한 모든 스킬의 레벨이 가중치에 비례하여 상승합니다.] [1. 공명기파(共鳴氣波): 大성] [2. 강검(强劍): 大성] [3. 장전연보(長傳連步): 九성(16/100)] [4. 호신지검(護身之劍): 六성(91/100)] [5. 호접속검(胡蝶速劍): 六성(98/100)] [6. 충검(衝劍): 四성(75/100)] [공명기파 스킬을 대성했습니다.] [공명 기파 스킬이 진기 소모 없이 상시 발동 가능한 형태로 진화합니다.]“오오오오?”
“왜 그러시오, 대형?”
“공명기파 스킬이 진화했어. 이제 나 장님 아니야.”
“아아아, 대성했나 보군. 보통 대성하려면 엄청 오래 걸리는 스킬인데…… 대형은 워낙 히든 피스니 뭐니 보상받는 일이 많아서 벌써 대성을 해버렸군.”
뿐만 아니라 장전연보 9성에 호신지검과 호접속검은 7성을 코앞에 둔 육성이었다.
지금까지의 속도대로면 얼마 안 가 대성할 수 있다는 뜻!
‘영약 먹어서 진기량도 많아졌고, 앞으론 눈도 보이니까…….’
더 이상 검으로 땅을 더듬을 필요도 없어졌으니 이제부터는 진정한 쌍검사로서의 전법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게다가 보상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성결지에 도착했습니다.]챙그랑! 챙그랑!
운하가 감도는 성결산의 중심, 성결지의 본관.
디지의 아바타가 일일리행과 메이게츠, 제천대성 앞에 부복했다.
“스승. 명하신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제자여,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나요?”
“물론입니다.”
[성결지의 삼성(三星)에게 임무 수행 결과를 보고합니다.] [플레이어는 남씨도당이 다국인과 결탁하였음을 알아냈습니다.] [플레이어는 다국인의 은거지 중 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플레이어는 남씨도당의 일원이 하늘의 힘을 얻는 걸 도와 내분의 소지를 마련했습니다.] [플레이어는 남씨도당과 다국인의 천라지망에서 탈출하여 성결지에 도달했습니다.]모든 얘기를 듣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는 일일리행.
그녀의 얼굴엔 완연한 기쁨이 떠올라 있었다.
“제자여.”
“예, 스승”
“그대는 항상 내 예상을 깨부수어요.”
[일일리행의 지령, 다국인과 결탁한 동방세력 탐색을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보상 산정 중…… 보상 산정이 완료되었습니다.]명경호검(明鏡湖劍) 메이게츠가 검을 뽑아 들며 입을 열었다.
“단순히 남씨도당이 다국인과 결탁했다는 걸 알아내는 걸 넘어서.”
석원요선(石猿妖仙) 제천대성이 파초선을 부치며 말을 이었다.
“멍청이들의의 결맹을 해체시켰군.”
마지막은 일일리행이었다.
챙그랑, 일곱 검날이 허공을 부유하며 그녀의 기쁨을 보여줬다.
“실로 엄청난 성과여요. 어찌 치하해야 할지 고민될 정도로.”
제천대성의 험상궂은 원숭이 얼굴이 히죽 웃었다.
“이렇게 하지. 나는 삼성의 일원으로서, 가르침을 원하는 이가 있다면, 조건 없이 제자로 받아주겠다.”
[석원요선 제천대성의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좋은 생각이요, 석원. 그렇다면 나는 호검고를 개방하지.”
[명경호검 메이게츠의 애장 무기들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가르침과 애병을 선점당했군요. 그렇다면…….”
턱을 짚으며 생각에 빠졌던 일일리행이 싱긋 웃었다.
“본녀는 우리 작은 영웅들을 위한 무대를 꾸며보아야겠군요.”
[일일리행의 검무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앞선 두 보상에 비하면 미약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일전 일일리행의 검무를 본 적이 있는 디지는 메시지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스킬에 아이템, 마지막은 스킬 레벨 상승이구나.’
챙그랑, 챙그랑!
일일리행이 사뿐사뿐 걸음을 옮기자 그에 반응하여 성결지의 진기가 기류로 승화하며 빛나기 시작했다.
챙그랑!
뻗어지는 팔과 흩날리는 옷자락. 허공을 부유하며 기류를 두르는 검날들.
-와…… 진짜 이쁘다.
-언제 봐도 다시 봐도 넘사벽임 진짜……
-헤으응, 일일이 눈나……
디지 또한 기꺼운 마음으로 검무를 감상했다.
단순히 아름다운 걸 넘어, 이치에 닿아 있는 움직임.
그저 진기의 흐름만 볼 수 있었던 이전과 달리,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가 보인다.
‘시뮬레이팅 학습 기술…… 다시 생각해도 대단해.’
한낱 AI가 인간도 담기 힘든 깨달음을 검무로 구현하다니.
모두가 넋을 잃고 감상하는 시간이 지나고.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일일리행의 검무를 감상했습니다. 장전연보, 호신지검, 호접속검의 스킬 레벨이 상승합니다.] [장전연보 스킬을 대성했습니다. 매개체 없이 진기의 실을 뿜어내는 것만으로 스킬 사용이 가능해집니다.]검무가 끝나고, 허공을 노닐던 일일리행이 사뿐히 지면을 즈려밟았다.
“다들, 잘 보았나요?”
“예, 스승!”
“물론입니다!”
“제 생애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었어요, 검희시여.”
일일리행이 살포시 웃었다.
“그대들에게 물을 것이 있음이어요. 그대들은, 바로 다음 지령을 수행하고 싶나요?”
디지의 아바타가 일행의 아바타들과 한차례 눈빛을 교환하더니 대표로 나서 포권했다.
“물론입니다, 스승. 스승의 명은 곧 우리의 복수행인바, 한 시의 지체도 없었으면 합니다!”
“역시 그렇군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음이어요.”
제천대성과 메이게츠가 끼어들었다.
“너희들을 생각해서라도 바로 지령을 내릴 수는 없다.”
“외유에서 얻은 성과와 주어질 보상들을 담금질할 시간이 필요할 터이니.”
일일리행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 그대들의 요괴도(妖怪島)행은 준비가 모두 끝난 뒤가 되어야 할 터여요.”
또 수련을 해야 하는 건가 싶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제천대성에게 받을 스킬, 메이게츠에게 받을 아이템을 골라주십시오.] [스승이 있는 플레이어는 제천대성의 보상이 스승의 스킬로 대체됩니다.]-오, 스토리 컷신으로 스킵하고 바로 넘어가나 보네.
-한창 재밌었는데 흐름 끊길 일은 없겠다ㅋㅋㅋㅋ
-디지가 일일이 눈나랑 수련하는 거 보고 싶었는데 까비.
-윗분 솔직히 말하세요. 일일이 누나 오래 보고 싶은 거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디지는 주르륵 떠오르는 목록과 이어지는 메시지를 읽었다.
[다음의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1. 혹혼환검(惑魂幻S劍)] [2. 어검비행(馭劍飛行)] [3. 기호지검(騎虎之劍)]‘순서대로 CC기, 이동기, 강화기인 건가.’
안 그래도 싸워오며 위력의 부족함을 체감하고 있었다. 생각할 것도 없이 3번을 골랐다.
[기호지검(騎虎之劍) 스킬을 습득합니다.] [같은 계통의 유사 스킬을 이미 습득하고 있습니다.] [강검, 충검, 기호지검의 무리(武理)가 합일(合一)합니다.] [어검충룡(馭劍衝龍) 스킬을 습득합니다.]“음?”
[어검충룡(馭劍衝龍): 三성(64/100)] [기(氣)로써 검(劍)을 부려 용(龍)을 충(衝)하노니] [진기로 검격을 강화하는 걸 넘어 검에 닿은 대상에게 간섭하여 원하는 방향으로 튕겨낼 수 있습니다.]공격 강화에 더해 CC스킬스러운 기능까지 추가된 스킬이 생겨 버렸다.
-오, 스킬 진화했네.
-어검충룡 저거 쓸 만한 건데 잘됐다.
원래 이렇게 합체 진화하고 그래요?”
-ㅇㅇㅇ히든 피스 수준으로 드문 일이긴 한데 종종 일어나긴 함.
-동방서토가 플레이어의 활약에 따라 과정이 달라지는 게임이라ㅋㅋㅋ 보상이 추가된 개념으로 생각하면 편함.
“그렇구나. 하여튼 이득이네요.”
이후로는 스토리 진행 모드로 수련에 매진하는 나날들이 이어지다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영웅의 씨앗 루트의 다음 단계가 진행됩니다.]“그대들이여. 다음 지령을 수행할 때가 도래했음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