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40
EP.340
#2-(막간) 케이 IF – 단애의 성 Another End(1)
(IF BAD END – 1부 [단애의 성 에피소드]에서)
【단애의 성 사건】.
그것은 분명 마법소녀 역사상에 이후로도 고루고루 남게 될 전설적이고 무답(無答)이며 이례적이고 파란이 가득한 사건으로, 지구를 정복하려던 침략자들을 상대로 승승장구하던 마법소녀들을 같은 지구의 마법소녀인 단애가 납치해, 노예로 삼고, 그 기세로 온 지구마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지배하려 들었던 어마어마한 사건이다.
명명 feat by 나.
애초에 역사상 고루고루 남을 거라고, 거창하게 말하긴 해봤지만, 마법소녀의 역사 같은 것이야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나의 제멋대로인 자기주장이니 그다지 믿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은 한다.
이것도 저것도 그냥 마구 던진 것뿐이다. 허언이다. 속임수다. 넓은 의미로 보자면 배신이다. 거짓말이다. 하지만 거기에 죄책감은 없다. 단애가 한 짓은 그냥 대충 웃으며 넘길만한 정도의 일은 아니었으니까.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단애 또한 막바지에 배신당하고 말았다. 단애에게 다수의 마법소녀들이 무력화된 그 상황에서, 어부지리처럼 끼어든 또 다른 세력에게(메크라크의 수하가 되었던 어느 지구인들) 모든 것을 고스란히 다 바칠 뻔 한 것이다.
만약 모든 게 다 잘 되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침략당했더라면 지구는 그날로 【메크라크】의 손에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마법소녀들은 전원 경매로 팔려가거나, 영원한 마력자판기 겸 성노예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배신의 아이콘인 단애가 정말 작정하고 모두에게 Big 엿을 먹였던 사건.
단순한 단역으로 끝났을 터인 그녀를 확실하게 무대의 중심에 서게 했던 사건.
“그런데 그렇게 당하고서도 도저히 그냥 미워할 수만은 없단 말이지… 역시 예뻐서 그런 걸까? 예쁘면 다 용서가 되나?”
어쩌다가 단비와 그런 얘기가 나와서 말해봤더니, 모가지가 540도 스핀헤드하는 꼴 당하기 싫으면 개소리 좀 작작 하라고 열화처럼 화를 냈다.
그래도 어쩌겠어, 내 본심인걸.
단비도 그렇지만, 나도 단애에게 험하게 당했었던 마법소녀 중 하나였지만, 도저히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던 것이다.
단애는 매번매번 사람을 속인다. 아군도, 적도, 설령 그게 누가 되었든지 속이고 속이고 배신한다.
처음으로 단애라는 개인을 인식했던 것도, 그녀가 나를 배신해서 괴인 비비들에게 팔아넘겼을 때고.
이미 첫만남부터 최악이었다.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었다. 단애라는 이미지는 내 안에서 『배신』 그 자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배신하지 않으면,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는 망할 여자가 아니라면, 단애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녀의 즐거워 보이는 배신에, 어렴풋이 기대하고 마는 나 자신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단애가 배신하지 않고, 모두의 기대대로 착한 여자로 있는다면 눈에 보이는 배신을 당했을 때보다 훨씬 큰 배신감을 느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정말 진심으로 분노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재미 없는 여자는 단애가 아니다.
이미 배신은 그녀의 아이덴티티가 되어버렸다.
지금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는 혹시 모를 만약의 이야기다. 허상 같은 이야기이며, 꿈속의 단편일지도 모르고, 한끗 차이로 도달했을 또 다른 종류의 스토리다.
어쩌면 다른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무방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배신의 아이콘인 단애에게, 그녀에게 당한 복수와 울분을 털어놓는 이야기다.
단애에게는 늘상 당하기만 하던 내가, 마법소녀들을 대표해 그녀를 응징하고, 천하고 음탕한 타락의 늪에 빠뜨려 굴복시키는 이야기다.
――아아♪
――이래서 『악』은 좋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감미로운 마음으로 복수하고 응징할 수 있으니까.
* * *
“케, 케이님… 기뻐하실만한 선물을 사왔습니다! 분명 마음에 드실 겁니다…!”
청록색 피부, 두꺼비 같은 외모를 한 울퉁불퉁한 괴인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쇼핑백을 내밀었다. 쇼핑백 한복판에는 낯익은 미소녀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서, 괴인의 험한 외모와 굉장할 정도로 어울리지가 않았다.
뭐, 그런 거야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지만.
“그래~ 좋아, 그러면 한 번 봐볼까?”
나는 과거 단애가 주로 앉던 호화찬란한 옥좌에 앉은 채, 괴인이 내민 쇼핑백을 기꺼이 받아주었다.
안을 열자, 다양한 화풍의 브로마이드며 피규어, 그 외에 특별한 이벤트에서만 입수 가능한 캐릭터 상품들이 잔뜩 담겨져 있었다. 거기다 이런 백이 하나가 아니라, 줄줄이 찾아온 괴인들이 각자 하나, 둘, 서너개까지도 들고 온 채 대기하고 있다.
“으음~ 이건 이번에 나온 의 외전격인 의 굿즈였지?”
“네. 요즘 과 비등비등할 정도로 뜨고 있다고 하는 마법의적물입니다! 장인이 만든 피규어에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몇십만원을 주고도 구할 수 없다고 해요! 저도 제가 지구에서 모아왔던 자금을 전부 쏟아부었습니다.”
“흐~음.”
나는 옥좌에 앉아 다리를 꼰 채 턱을 쓰다듬었다.
흐음, 확실히 이 굿즈는 만큼의 지명도는 없어도, 팬층이 두터워 프리미엄 가치가 뛰어나다고 들었다.
“좋아, 받아줄게.”
“?! 진짜입니까?! 아싸!”
“다음.”
“………………………..어?”
“뭐해, 빨리 안 꺼져?”
“아니, 잠깐만요, 케이님.”
떡두꺼비 같은 괴인은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케, 케이님께서 만족하실만한 제물을 가져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그냥 가라고 하시는 건가요?!”
“뭔데. 뭘 바라는데.”
“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긴혀를 추릅거리며, 괴인은 음흉한 표정으로 호소했다.
“아름다운 케이님의 몸을 범할 기회를――”
“누가 쟤 좀 끌어내.”
『『『알겠습니다!』』』
“끄, 끄아아아악?! 잠시만?!”
대기 중이 던 몇몇 괴인들이 너도 나도 일어나 떡두꺼비 괴인을 거칠게 끌어냈다. 떡두꺼비는 반항했지만, 어찌하지도 못하고 질질 끌려간다. 그러면서도 억울한지 고래고래 외쳐댄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지금까지 모아 온 침략자금을 다 털어서 산 굿즈인데! 어째 이럴 수 있습니까!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애애애~~~!”
“에휴, 안 되겠다. 이런 걸 일일이 설명해줘야 한다니, 멍청한 놈일세. 야야, 걔 좀 잠깐 둬 봐.”
비싼 굿즈를 사오는 건 좋다. 자금이 부족한 오타쿠에게 이런 선물은 분명 기쁘다.
하지만 마냥 기쁘다고 하면, 그것도 좀 아니다.
“너넨 정말 가치 있는 걸 전혀 몰라. 그냥 비싼걸 가져와서 바치면 다 될 거 같다고 생각하는 거야? 돈만 있으면 내 몸을 마음껏 주무른다고? 내가 창녀냐?”
“아……..”
“알겠어? 솔직히 몇천 원짜리여도 좋아. 그런데 그것 하나만 가진 가치가 있는, 그런 거를 원한다고.”
“그, 그게 뭡니까…?”
“그걸 네가 생각해야 할 거 아냐아아아!!!”
떡두꺼비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멍청한 것들은 이래서 안 된다.
그게 뭔데~~! 라는 표정을 보자니 뺨싸다구를 그냥 짝 때려주고 싶다.
‘하지만 그랬다간 이 풀릴지도 모르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
『지구의 문화는 참 어렵군.』
『우리도 퇴짜맞는 거 아냐? 이러는 거 솔직히 의미 있을까?』
이미 괴인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어쩔 수 없나.
나는 어쩔 수 없다는 한숨과 함께, 허리춤에 매달아두었던 구슬을 손에 들고 두꺼비 괴인을 향해 다가갔다.
반짝, 반짝.
손 안의 구슬 안에서 빛이 점멸하고.
동시에 내 눈에서도 요사스러운 빛이 발했다.
“아, 아아아…!”
“그래도 뭐, 나쁘지는 않았어.”
나는 얼어버린 두꺼비 괴인의 턱에, 손끝을 살짝 가져다 대는 정도로 쓰다듬어 주었다. 역겨운 생김새지만 시골에서 보는 개구리라고 생각하면 이 정도는 괜찮다.
“알겠어? 이건 그냥 시련이야. 너무 값싸게 얻는 것도 재미 없잖아. 좀 더 노력하고, 좀 더 역경을 이겨내고, 좀 더 좌절하고… 그리고서 얻어낸 전리품이 훨씬 값지게 느껴지거든. 오타쿠의 법칙이야.”
“케, 케이님… 케이님…!”
“그럼 다음 번에도 잘 부탁해.”
“으, 으으으으으~~~….!”
귓가에 속삭이듯이 말해주자, 그것만으로 뿅 가버린 것처럼 두꺼비의 눈에서 힘이 빠졌다.
내 에 젖어 헤롱헤롱해졌으니, 더 이상 불만 같은 건 품지 않고 또 새로운 굿즈를 가져오리라. 그러면 또 뭔가 이유를 붙여 퇴짜를 놓고, 또다시 새로이 매료를 새겨넣는다――그 반복.
그것만으로 괴인들은 다람쥐가 챗바퀴를 돌 듯 내게 충성을 맹세하고, 끊임없이 물자를 가져와서 바친다.
푸하하.
이지이지. 매우 이지한 인생이라니까.
“다들, 조금 해프닝이 좀 있었지만, 계속해볼까? 내 마음에 들만한 걸 바치기만 하면, 다른 애들보다 특별히 더 예뻐해줄 거야. 내 예쁨 받고 싶지 않아?”
『바, 받고 싶습니다….』
『예쁨 받는다… 꿀꺽…!』
“목소리가 좀 작네.”
나는 옥좌에 도로 앉으려다 말고, 의자 손잡이에 기대듯 손을 올리고 괴인들에게 등을 보였다. 손에는 가 반짝이고 있다.
그대로 엉덩이를 유혹하듯 내밀자, 마법소녀 코스튬의 짧은 치마가 슬쩍 들렸다. 새하얀 허벅지와, 아슬아슬하게 라인이 보이는 엉덩이가 괴인들의 눈 앞에 유혹하듯 흔들린다.
“어때? 나한테 이쁨 받고 싶지… 않아?”
엉덩이를 슬쩍 쓸어올리며 그렇게 말하자,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케, 케, 케, 케케케케케케케케케이님의 엉덩, 엉덩, 엉덩이이잇…!』
『이쁨, 이쁨 받고 싶습니다아아아아아아앗!!!』
넓은 홀 안에 드높은 환성과 광란의 외침이 울려퍼진다. 땀냄새 나는 광경이지만 뭐, 모두가 나에게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쁘지 않다.
‘하여간 수컷이란 것들은 다 멍청하다니까.’
과거의 나 따윈 생각도 나지 않는데, 저렇게나 멍청하진 않았을 것 같다. 뭐, 상관 없지만. 지금의 생활로 만족하니까.
‘하, 행복해.’
이곳, 【단애의 성】을 점령하고, 단애에게서 스킬과 마법, 이어서 그녀가 로 노예 삼아 사역하고 있던 괴인들까지 몰수해버린 지금, 나는 완전히 타락한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아니, 타락이 아니다.
이건 인생의 절정기다.
크흐흐흐.
오호호호.
달라고 하면 다 주고, 맛있는 것도 마음껏 먹고, 즐길 거리도 즐길 수 있고, 편하게 뒹굴거리면서 원하는 것은 마음껏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 모두가 떠받들어 주고.
나쁘지 않은 인생이다. 이미 본래의 목적이었던 이라던가 같은 건 머리 저편으로 깡그리 사라져버렸다.
이대로 그냥 평생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자~♪ 그러면 너희가 가져온 선물을 보여줘~♪ 누가누가 이쁨을 받을 수 있을지 해보자구~♪”
나는 살랑살랑 웃으며 단애의 옥좌에 앉아 괴인들에게 명령했다.
자, 그러면 조금 있다가 선물 타임이 끝나면, 에 가둬둔 단애나 좀 보러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