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33
아티는 소파에 앉아서 수정구를 건드리고 있었다. 정전기 볼 같이 생긴 구에서 푸른 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아티는 수정구를 한쪽으로 치워버리고 내게 안겨들었다. 나와 아티 사이에 눌린 아루스가 또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수, 숨막혀어어…!”
“왜 말도 없이 찾아오니 정말……. 미리 연락을 해줬으면, 더 근사하게 차려입었을 텐데…….”
아티는 투덜거리면서 나를 풀어줬다. 바닥에 툭 떨어진 아루스가 내 다리를 꼭 붙잡았다. 나는 아루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아티 옆에 앉았다. 아티는 문밖을 슬쩍 보더니 내게 물었다.
“밖에는 누구니?”
“아, 그게…….”
역시 드래곤이었다.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걸 눈치챈 기색이었다. 그녀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손에서 손톱이 자라나는 게 보였다. 아티가 스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족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스멀스멀 올라오는 살기에 나는 황급히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진정하세요. 아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데려왔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
아티가 의아한 얼굴로 다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아루스를 다시 슬쩍 쳐다보고 아티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아티는 가볍게 손가락을 탁 튕겼다. 동시에 고요한 울림이 있던 동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마치 지하주차장에 내려온 듯한 고요함에 나는 화들짝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아티가 물었다.
“그래. 저 아이가 네가 말했던 그 부인이니?”
“네.”
“마족 부인이라니, 신기하구나. 우리 남편은 능력도 좋네. 마족도 꼬셔서 아내로 삼고.”
아티는 내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주었다. 아루스는 그사이에 뭔가 잔뜩 준비하더니 우리 앞에 서서 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급하게 아티에게 말했다.
“아티. 아루스에게 시에리를 보여줘도 될까요?”
“상관없어. 강하고 매력 있는 남자에게 여자가 여러 명 꼬이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니? 그래서 그 아이는 몇 번째 부인이니?”
“둘째 부인이요.”
괜히 순번 꼬아서 말하면 나중에 대면했을 때 귀찮아졌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아티는 살짝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
“나는?”
씨발. 이렇게 가불기로 돌아온다고? 내가 대답을 잠깐 망설이자 아티를 웃으면서 나를 꼭 끌어안아 줬다.
“장난이란다. 어서 데리고 들어오렴.”
아루스가 말했다.
“아빠! 제가 노래 연습한 거 들어주세요!”
“어, 잠깐만 기다려 주겠니? 아루스. 엄마를 한 명 더 데려와야 하거든.”
“엄마요?”
아루스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아티를 바라봤다. 아티는 여유로운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아루스. 원래 강한 남자는 여자를 여러 명 두는 법이란다.”
“앗, 그런 건가요? 아빠는 엄청 강한 사람이에요?”
“그렇지.”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루스가 다시 물었다.
“그 이상한 드래곤 아저씨보다 더요?”
“당연하지. 그 힘만 무식하게 센 드래곤은 아빠를 절대 이기지 못해요.”
“저도 나중에 아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어요!”
아루스의 말에 나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 이거 씨발 좋은 건가? 아티를 바라보자 아티도 조금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뭐지? 왜 기분이 이상하지? 나는 아루스가 좋은 뜻으로 한 말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네! 아빠처럼 부인이 여러 명이고…….”
“안돼.”
“안돼.”
아티도 나도 단호하게 반대했다. 아루스는 울상을 지으며 우리를 바라봤다. 하지만 안되는 건 안 됐다. 여자를 여러 명 끌고 다니는 놈팡이에 내 딸을 준다? 그런 놈이 사위랍시고 찾아오는 순간 대가리를 깨버릴 생각이었다.
“힝…….”
“아루스는 아직 결혼 생각하기엔 이르잖아. 그렇지?”
“네…….”
아루스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아티가 아루스를 꼭 끌어안고 달래주는 동안 다시 마차로 향했다. 마차 안에서는 시에리가 초조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시에리의 손을 꼭 잡고 다시 집 안으로 돌아왔다. 아티는 시에리의 모습을 보며 잠깐 눈을 크게 떴다. 아루스는 뿔 달린 시에리의 모습이 신기한지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그녀를 관찰했다.
“아루스.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아루스는 시에리 앞에 서서 배꼽 인사를 했다. 시에리는 어색하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아, 안녕…….”
아루스도 시에리도 매우 어색한 상황 아티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시에리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의 눈빛에 시에리가 몸을 움츠리고 꼬리로 자기 다리를 휘감았다. 아티는 아루스에게 말했다.
“아루스. 잠깐 엄마 아빠들끼리 이야기해야 하니까 자리를 좀 비켜주겠니?”
“네~.”
아루스는 조금 아쉬운 얼굴이었지만, 아티가 말하자 고분고분하게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갔다. 아티는 그리고 나서야 시에리를 자기 품에 끌어안으며 말했다.
“보기 드문 하급 악마네. 보통, 이 정도로 약한 악마들은 인간계에 넘어오지도 못하는 데.”
“그게, 그……. 사정이 있어서…….”
“게다가 마계 냄새도 거의 안나. 너무 희미해서 나도 느끼기 힘들 정도야.”
코를 킁킁대자 시에리가 다리를 오므리며 몸을 떨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거리를 벌리고 소파에 앉았다. 아티는 시에리를 꼭 품에 안은 채 다시금 숨을 들이쉬었다.
“마계 냄새……. 정말 오랜만이네……. 내 체취에선 이제 마계 냄새 같은 건 안나거든.”
아티는 지금 시에리를 일종의 향수 대용품으로 쓰고 있었다. 시에리는 아티의 노골적인 스킨쉽에 벌벌 떨고 있었다. 아티는 마룡이었다. 평생 인간들 틈에서 부대끼며 살던 시에리 입장에서는 범의 아가리에 머리를 내밀고 있는 거나 똑같은 느낌일 게 분명했다.
“그래서, 네가 몇 번째 부인이라고?”
“두, 두 번째요…….”
시에리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답했다. 아티는 그 말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물었다.
“두번째구나. 나는 몇 번째니?”
신경 안 쓴다더니 오지게 신경 쓰고 있었다. 시에리는 아티의 질문에 얼어붙었다. 그녀의 눈망울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아티는 씩 웃으면서 시에리의 어깨를 살살 주물렀다.
“그……. 세, 세 번째 부인이세요.”
“내가 세 번째 부인이구나. 음……. 그냥 여자를 사귀는 순서대로 한 거겠지?”
“아, 네…….”
“그런데, 그런 건 좀 불공평하지 않니?”
“네?”
아티의 질문에 시에리가 다시 깜짝 놀라서 꼬리를 흔들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가 아티의 손등을 간지럽혔다. 아티는 꼬리를 슬쩍 쳐다보더니, 손가락으로 가볍게 밀었다. 아티의 손놀림에 시에리는 몸을 움찔 떨었다. 아티가 말했다.
“당연히 아내로서 누가 더 내조를 잘하냐를 기준으로 부인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니?”
“그, 그건…….”
“나는 마법도 잘하고, 집안일도 잘하고, 애도 있는데……. 응?”
“그, 그게…….”
“게다가 밤일에서도 루시우스는 나를 제일 좋아할걸? 그렇게 생각하지?”
무시무시한 압박감이 흘러나왔다. 아티는 내 첫째 부인이 되고 싶은 게 분명했다. 그 전초전으로서 둘째 부인인 시에리를 확실하게 꺾어놓을 생각이었다. 시에리는 원래 하얀 피부가 더 창백해져 있었다. 나는 일어나서 아티를 말리려고 했다.
“아티, 그……. 지금 하는 건…….”
“루시우스. 이건 여자들끼리 이야기란다.”
아티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다시 시에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지? 이름이……. 뭐더라?”
“시, 시에리요.”
“그래. 시에리. 너도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니?”
아티는 시에리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시에리의 어깨를 쓸고 있었다. 다른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훑어내리는 게 보기만 해도 압박감이 느껴졌다. 시에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제, 제가 더 잘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다. 그 말처럼, 말 한마디는 이 동굴 속에서 칼부림을 한 것보다 더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아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고, 나는 긴장감에 죽어버릴 것 같았다.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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